37화
한성의 따뜻한 목소리에 지찬은 살짝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다. 어깨에 팔을 둘러 한성을 끌어안고 크게 숨을 쉬고선 귓불을 물었다.
혀로 할짝거리며 핥고 도톰한 귓불을 입술로 씹으면서 숨을 불어넣자 한성의 어깨가 들썩였다. 한숨처럼 숨을 몰아쉬고 마주 안은 팔에 힘이 실렸다.
한성이 제게 했던 것처럼 목선을 타고 내려가 도드라진 울대뼈를 살짝 물었다. 으, 하는 한성의 낮은 신음에 그 옆으로 입술을 옮겨가 조금 세게 빨아 당겼다.
혀로 살결을 핥고 입술에 힘을 줘 빨아올리자 한성의 손이 등허리를 매만지다 엉덩이골 사이로 내려갔다.
어린아이가 젖을 빨듯 한참을 달라붙다 입술을 떼고 나니 불그스름하게 흔적이 남은 것이 보기 좋았다.
이래서 그렇게 흔적을 남겼구나.
마치 나의 것이라고 표식을 두는 것처럼 그런 만족감이 생겨났다.
단단하고 우직한 모양새로 뻗은 어깨에 입술 도장을 찍으며 지찬은 잡고 있던 페니스를 조금씩 아래위로 흔들기 시작했다.
이미 잔뜩 발기해 손안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한성의 것을 비비자 뒤로 젖혔던 한성의 얼굴이 지찬의 어깨 위로 쏟아졌다.
살짝 젖은 머리카락과 달뜬 숨, 그리고 낮게 울리는 한성의 목소리까지.
그의 정기가 없어도 충분했다. 작은 손짓과 입술에도 반응하며 흥분하는 한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 절로 등줄기가 오싹하니 아래에 피가 몰려왔다.
엉덩이골 사이로 들어간 한성의 손가락 하나가 좁은 입구의 주름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리고 조금씩 밀어 넣자 낯선 이물감에 엉덩이가 살짝 들어 올려졌다.
“흣…….”
“힘을 빼.”
천천히 안을 넓히며 입구를 풀어주자 이미 따뜻한 물에 녹은 몸의 긴장이 자연스레 풀리기 시작했다.
다른 손으론 욕조 배수구 뚜껑을 열어 물을 빼니 조금씩 빠져나가는 물 아래로 둘의 젖은 몸이 여실히 드러났다.
옷을 입은 채로 들어온 한성과 달리 온전한 나체로 있던 지찬이 부끄러운지 한성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한성은 말캉하게 풀어진 안을 한번 휘젓고 손을 빼내 젖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달라붙어 젖은 바지가 잘 내려가지 않자 한성이 끙 신음을 뱉었다.
“그냥 찢어버릴까?”
“짐승이에요?”
“응, 지금은 짐승 맞아.”
말을 끝으로 당장에라도 찢어버릴 것처럼 힘을 주는 한성의 손을 지찬이 붙잡았다.
“정말, 기다려 봐요. 내가 벗겨 줄게.”
한성의 다리에서 내려와 뒤로 물러나면서 젖은 바지를 잡아당겼다. 조금 뻑뻑하긴 했지만, 아예 못 벗길 정도는 아니었다.
의외로 쉽게 벗겨진 바지를 욕조 밖으로 집어 던지고 브리프 벗는 것까지 도와주자 상의는 제가 벗겠다며 양팔을 교차해 훌렁 벗어던졌다.
“이깟 거 그냥 찢어버리면 되는…….”
지찬은 한성의 허벅지까지 뻗은 백호의 각인을 따라 올라가다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지긋이 지켜보고 몸을 숙여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입이 작은 편은 아닌데도 버겁게 비집고 들어오는 페니스 끝엔 흥분을 감추질 못하는 투명한 액체가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혀로 둥글게 작은 구멍을 훑고 귀두부터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하아…….”
귓가에 욕실을 울리는 한성의 낮은 신음이 메아리쳤다. 조금 놀란 듯 경직돼 있던 허벅지가 풀리면서 지찬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얼마나 나를 몰아세우려고 그러는 게야.”
살짝 흐트러진 숨결로 말을 내뱉은 한성의 목소리에 아래에 몰린 열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조금 더 세게 머리를 흔들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느꼈는지 한성은 지찬의 어깨를 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침 범벅이 된 입술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고 붉게 상기된 얼굴로 한성을 바라보자 열기에 잔뜩 들뜬 눈빛이 매서웠다.
한성의 위로 몸을 끌어 올려 엉덩이 사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하읏!”
좁은 입구를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존재감에 지찬은 숨을 삼키며 어깨에 매달렸다. 아주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고 있을 때 한성이 양 허리를 붙잡고 단번에 주저앉히자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그리고 숨 돌릴 새도 없이 엉덩이를 붙잡고 찔러 대기 시작했다.
물기에 젖은 몸들이 달라붙어 찰싹거리는 음탕한 소리만 가득했다.
“아읏, 하아…… 흐응!”
내벽을 훑으며 자잘한 주름 모두가 펴지는 것처럼 빠듯하게 안을 채운 한성의 페니스가 기세 좋게 파고들다 빠져나가길 반복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내려쳐지는 엉덩이에 한성의 튕기는 허릿짓까지 합세하자 지찬은 어깨에 매달린 채 자지러졌다.
깊숙한 곳까지 찔러 올 때마다 자극하는 지점에 저도 모르게 안을 바짝 조여 댔다. 그 느낌에 한성이 괴로운 숨을 뱉으며 더 빠르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으응, 한성, 아아!”
자꾸만 몰려오는 쾌감과 아랫도리에 몰리는 열기까지 견딜 수 없어진 지찬이 한성이 내려치는 손길과 다르게 허리를 비틀고 돌려 댔다.
자신도 모르게 움직여지는 음란한 행위에 고개를 도리질을 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아, 반려 님.”
머리끝까지 열기가 몰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흥분에 눈을 뜨고 있어도 앞이 흐렸다. 거기다 거세게 올려붙이는 한성의 기세에 속절없이 잔뜩 흐트러지고 흔들렸다.
“나, 가요. 으읏, 갈 것 같…… 하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래에 몰린 열기가 터져 나왔다. 하얗고 미끈거리는 액체가 뿜어져 한성의 배에 문질러졌다. 사정 후에 잔뜩 조여지는 내벽에 한성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 말고 욕조 바닥에 조심스레 지찬을 눕혔다.
지찬의 손목을 잡아 머리 쪽에 욕조 난간을 붙잡게 하고는 무릎 아래로 팔을 넣어 다리를 들어 올리고선 다시 기세 좋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꽉, 잡아.”
이를 악문 듯한 한성의 억눌린 음성에 눈가까지 발갛게 달아올랐다.
하나도 자극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마주치는 살결과 손짓과 허릿짓, 그리고 억눌러진 그의 음성, 달뜬 숨결, 뜨거운 눈빛. 모든 게 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몽롱하게 지찬의 모든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파들거리는 손으로 욕조를 꽉 움켜쥐자 앉아서 쳐올릴 때보다 더 강한 기세로 몰아쳤다. 신음을 내뱉다 말고 점점 빨라지는 몸짓에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신음이라기엔 앓는 소리가 더 맞을 듯한 소리로 참아 내자 한쪽 팔을 빼내어 손가락을 지찬의 입에 집어넣었다.
“아파?”
한성의 손가락 하나를 입에 물고 고개를 도리질하는 모습을 보던 한성이 숨을 훅, 내쉬었다.
거칠게 올려치는 몸짓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데도 한성의 손가락 때문에 입을 앙다물 수도 없어서 잘근잘근 씹는 지찬은 한성에게 또 흥분으로 다가왔다.
붉게 상기된 얼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과 물기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흘러내려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누워 있는 지찬의 모습이 한성이 느끼기엔 너무 외설적이고 음란했다.
하긴, 무엇을 한들 저에겐 전부 어여쁘고 몸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반려 님 아닌가.
손가락을 빼내 엄지로 눈가의 눈물을 쓱 닦아 냈다. 자유가 찾아온 입에선 전에 없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찌걱거리고 찰박거리는 소리가 한데 뒤엉켜 욕실을 가득 메웠다.
한성의 거친 숨소리와 지찬의 자지러지는 신음까지 수증기 가득한 공간을 더 뜨겁게 달궜다.
“나, 흣…… 하앗, 또 갈 것, 가, 같아.”
신음과 울먹이는 소리가 섞여 겨우겨우 내뱉는 지찬의 목소리에 한성이 제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올렸다.
지찬은 흐릿한 시야에도 쓸어 넘긴 머리카락 아래에 있는 한성의 자그마한 상처가 눈에 밟혔다. 손을 들어 얼굴을 향해 팔을 뻗어 보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은 쉬이 닿질 못했다.
지찬의 생각을 아는지 한성이 몸을 더 숙여 그 손 위로 제 뺨을 올렸다.
열기 가득한 한성의 얼굴이 손에 닿자 왈칵 눈물이 터진 지찬이 울음 섞인 소리를 질러 댔다.
“흐, 흑, 좋아, 좋아요. 읏, 더…… 더 세게, 하윽.”
뜨거운 공기에 마음이 놓였다. 더 세게 몰아붙여도 좋았다. 아래를 묵직하게 관통하는 한성의 느낌이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 같았다.
흥분에 흥분을 거듭해서 사정 봐주지 않고서 거칠게 느끼는 자극점만 골라 쳐올리는 한성의 행위에 머리끝까지 펑 터질 것처럼 좋았다. 절로 올라가는 다리로 한성의 허리를 휘감아 가뜩이나 좁은 틈 없이 딱 붙은 둘 사이를 더 끌어당기려 했다.
그런 지찬의 작은 몸짓 하나, 소리 하나에도 반응하는 한성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곧 끝이 보이는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아주 빠르게 엉덩이를 돌리며 쳐 대는 한성의 모습에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진짜, 정신적인 오르가슴이란 게 이런 거구나. 그 모습에 등골이 오싹하게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짜르르하게 올라오면서 발기된 성기가 파르르 떨렸다.
퍽, 퍽, 두세 번 무서운 기세로 박아 대던 한성이 몸짓을 멈추고 사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동시에 지찬도 두 번째 사정의 여운에 온몸을 떨어 대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지만, 어쩐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서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마주치고 있자 한성이 빙긋 웃어준다.
“아직 부족하지?”
전 같았으면, 뭐라고 했더라. 미쳤냐고 했겠지.
“네.”
지금은 예전이 아니니까. 그리고 더 필요했다. 거칠지만 다정한 그의 온기가.
* * *
한성은 누워 있던 지찬을 올려 앉히고 다시 욕조에 더운물을 받았다. 움찔거리며 떨리는 지찬의 좁은 틈새에서 빠져나오는 하얀 액체를 손가락으로 긁어내 모두 빼냈다. 물론, 중간중간 깊숙하게 파고들어 지찬이 좋아하는 곳을 한 번씩 건들면서 열기가 식지 않게 만들었다.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들뜬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갛게 익은 모습도 예뻤다.
나른한지 눈이 살짝 풀려 천천히 한성을 바라보는 그 모양새마저도 말로 담을 수도 없을 만큼 고왔다.
안아 들고 침대에 조심스레 눕히려 하자 지찬은 고개를 저으면서 앉았다. 한성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몸을 돌려 두 팔과 무릎으로 몸을 지탱해서 엎드린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 한성을 쳐다봤다.
“빨리, 해요.”
짧은 키스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랫입술이 도톰하게 부어오른 게 먹음직스럽게 발갛고 농익은 열매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숨을 훅 하고 들이 삼킨 한성이 굳어 있자 지찬은 서랍에서 오일을 꺼내 발라 스스로 입구를 찾아 문지르며 움찔거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바, 반려 님.”
크게 당황한 한성이 침을 삼키자 욕실에서부터 내내 짓던 그 나른한 표정과 눈빛으로 샐쭉 웃으며 유혹했다.
“넣어줘요.”
인내심의 한계가 있다면 지금이고, 그 한계를 넘어선 시점은 바로 오늘. 이 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 보는 지찬의 모습에 한성이 넋을 놓고 바라보다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이 느낌, 언젠가 느꼈던 것 같은데.
코피 터질 것 같다는 그 느낌.
이건 더했다. 코피가 아니라 온몸을 흐르고 있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랄까.
방금 막 질펀하게 정사를 끝마친 지찬의 분위기는 어딘가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아까 키스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기를 나눠준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곱씹어 봤지만, 전혀.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한성을 기다리는 지찬도 죽을 맛이었다. 몸은 노곤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노곤한 몸은 작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바들바들 떨려 왔다.
몸의 합이 맞는 것이 아닌 마음이 한 단계 맞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랫배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유혹을 했는데 바보 왕자처럼 넋만 놓고 있으니 달아오른 몸이 더 달아올랐다. 창피함으로 얼굴이 점점 더 발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고개를 휙 돌린 순간 거침없이 짓이기며 들어오는 한성의 거대한 페니스가 느껴졌다.
오일 덕이었는지 이미 격하게 치른 정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들어가는 느낌에 지찬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돌려 버린 고개와 꿰뚫린 아래 때문에 다시 한성을 바라보지 못하지만, 어쩐지 조금 굳어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기분이 오묘했다.
이런 유혹은 안 먹히는 건가. 괜히 했나 싶어 부끄러움이 몰려오는데 깊숙이 찌른 그대로 멈춰 있는 한성이 뒤에서 몸을 숙여 지찬의 몸 전체를 껴안았다.
그리고 귓가를 지분거리며 그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속삭였다.
“그대는 가만히 있어도 내 몸이 동해. 근데, 이리 불을 지펴 버리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위험하다는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귀두 끝까지 빼낸 페니스를 단번에 푹, 찔러 넣은 한성이 다시 이를 악물고 말했다.
“흣.”
“각오해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