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60)

18화

난데없는 고백에 마른 침만 삼키던 지찬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올곧게 달려오는 저 감정에 동요가 되면서도 어쩔 땐 왜 굳이 나에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반려라는 것이 그렇게 특별할까.

이런 상황이 몹시 낯설면서도 나쁘진 않았다. 머릿속이 조금 어지러운 것을 빼면 말이다.

그때 한성이 입술을 겹쳐 왔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내리누르는 입술에 밀려 침대 머리에 기대게 되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더 깊게 파고들었다.

마치 달콤한 사탕을 빠는 것처럼 핥다 입술 사이로 미끄러지듯 혀를 집어넣는다.

키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매번 이렇게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말캉한 혀의 느낌이 이질적이었다. 제 입안의 혀로는 느낄 수 없던 낯선 흥분이 등골을 찌르르하게 울렸다.

“잠, 깐만요.”

본격적으로 달려드는 한성을 잡아떼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지찬을 바라보는 한성의 눈빛에 의문이 묻어났다.

“키스한다고 무조건 정기를 나누는 건 아닌 거죠?”

그제야 지찬이 염려하는 상황을 깨달은 한성이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응, 그건 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해서 달라.”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찬을 빤히 바라보자 그는 어색함을 느끼는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만히 있는 한성을 향해 우물우물 입을 열었다.

“알았으니까 하던 거 하지…… 요?”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홧홧하게 타오르는 얼굴이 부끄러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적인 사고판단이 어려웠다. 특히나 한성과 함께라면.

그랬던 것 같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곁을 내주게 되는 게 신기했다.

그간 황량하게 비어 있던 자리에 비집고 들어온 탓일지, 또는 신의 반려이기에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인지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기준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일단은 몸도 마음도 자꾸만 이 앞에선 허물어지고 동한다는 것.

입술이 닿았던 자리가 화끈거려 조금 더, 한 번 더 입을 맞춰 주었으면 한다는 것.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거였다.

한성의 눈동자가 조금 커지는 듯싶더니 이내 격렬하게 부딪쳐 왔다. 조금 버겁다 싶을 정도로 입술을 겹치고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세상 그 무엇보다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팔을 들어 한성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에 응하자, 그 움직임은 어딘가 성급하게 변해 뜨거운 혓바닥이 입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입천장과 치아를 훑어내리며 헤매고 있는 지찬의 혀를 옭아매 빨아들였다.

막혀 있는 입 사이에서 열기에 들뜬 비음이 새어 나왔다. 키스만으로도 이런 야릇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흥분됐다.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이 이런 걸까.

두 눈을 질끈 감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성의 거친 숨소리와 타액으로 범벅돼 질척하게 부딪치는 소리만 귓가를 때렸다.

아래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앉아 있는 데도 자꾸만 힘을 주게 되는 허벅지는 벌써 바들거렸다.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한성의 손은 귓가를 지나 목을 쓸어내리고 흥분으로 돌출된 작은 유두를 꼬집듯 잡아 손가락으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아픔을 동반한 흥분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떨어지자 눈을 뜨니 한성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 제 눈도 한성과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거친 숨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분간되지 않을 만큼 지찬과 한성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한성은 고개를 틀어 지찬의 목 언저리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쉬었다. 맡아지는 지찬의 살 내음이 미친 듯이 달았다.

격렬하게 올라오는 충동적인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숨을 쉬었지만, 지찬의 향기에 정말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각인이 되고 각성이 시작되면 난다던 반려의 향기가 이것이구나.

두 눈을 멀게 할 만큼 위험한 향기. 나의 것이라는 표식, 그리고 지독한 소유욕을 담은 향기였다. 언제든 어디서든 너를 찾아낼 수 있는.

물론, 이런 향기 따위가 없어도 지찬이 있는 곳엔 늘 한성이 있었다. 어느 곳에서든 제 시선과 모든 감각이 지찬을 향해 있다.

톡톡 튀어 오르는 맥박 위를 혀로 핥으며 입술로 빨아들였다. 붉은 멍이 목 한가운데에 새겨지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씹어 삼키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

쇄골에 다다라 한 번 더 붉은 흔적을 새기자 지찬의 입에서 듣기 좋은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저를 부르는 멜로디 같다.

한성은 작은 탁자 서랍에 든 오일을 꺼내 조금 짜내고선 곧바로 지찬의 은밀한 입구로 찾아 들어갔다. 손바닥에 묻은 것을 펴 바르자 허벅지 안쪽이 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바르르 떨면서도 한성의 손길에 순순히 다리를 벌린 채 잔뜩 흐트러지는 지찬의 모습에 한성은 더 애가 타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손가락 하나가 지찬의 은밀한 입구를 매만지다 그대로 들어왔다. 낯선 침입에 잔뜩 조여든 입구는 오일을 바른 손가락이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하자 조금씩 물러지기 시작했다.

안의 내벽까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여들자 한성은 앓는 소리가 절로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다른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고 내벽을 휘젓자 지찬의 숨소리가 조금씩 더 거세졌다.

다른 손으로 오일 병을 잡아 지찬의 페니스 위로 주르륵 흩뿌렸다. 움찔거리던 허리가 크게 퉁겨 올랐다.

커다란 손으로 오일을 펴 바르듯 움켜쥐고 아래위로 흔들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지찬의 허리에, 안을 헤집고 있던 손가락을 빼고 제 페니스를 입구에 맞춰 욱여넣기 시작했다.

어제보단 수월하게 먹혀 들어가는 페니스를 바라보니 끝까지 거칠게 박아 넣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 냈다.

“내 것이 아주 맛있나 보구나. 오물오물 잘도 삼켜 내고 있어.”

“하아…… 중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리고 뿌리 끝까지 들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리게 되자 지찬이 힘겨운지 색색 숨을 몰아쉬었다.

“네 안도 날 씹어 먹으려고 힘껏 조여들고 있어.”

“아흣……!”

그걸 모를 리가 있을까. 바깥도 안도 한 치의 틈도 용납 못 한다는 듯이 가득 채워져 있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귀두까지 빠져나가던 한성의 페니스가 단번에 끝까지 치고 들어왔다.

“하윽!”

“하…….”

격렬한 움직임이 없는데도 지찬의 내벽이 요동쳤다. 마치 이 행위를 기다린 듯이 조였다 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움직임에 참고 있던 숨을 터뜨리고 한성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그가 가까이 다가와 볼이며, 눈이며, 입술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키스를 퍼부었다.

“반려 님, 지찬아.”

“으응…….”

안을 빠듯하게 채운 한성의 페니스에 버거우면서도 달라붙는 입술엔 가슴이 간질거려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엉덩이를 들어 빼낸 페니스를 푹 박아 넣자 어깨를 짚은 손이 한성을 와락 끌어안았다.

“하악!”

지찬의 들려진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자 한성은 조심히 제 허리를 감싸게 둘러주었다.

“지찬아…….”

이럴 때마다 귓가에 불러 주는 이름이 약점인 걸 알고 있는지 낮게 가라앉은 한성의 목소리는 지찬의 흥분을 더 끌어 올리기 충분했다.

팔과 다리 모두 한성을 의지해 끌어안고서 숨을 헐떡이자 한성의 더운 입김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맞닿은 가슴과 들썩이는 온몸에서 맥박이 요동쳤다. 아주 느리게 깊숙이 찔러 넣다 빠지길 반복했다.

질퍽거리는 소리가 민망하면서도 지찬이 그에 맞춰 작게나마 허리를 움직이자 한성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하아…… 이 요사스러운 몸에 내가 죽겠어.”

“으흣…… 한성…….”

조금씩 속도를 높이다 다시 느리게 찔러 넣길 반복하자 애가 타는 지찬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예민한 지점을 피해 찔러 넣는 한성의 행위에 감싼 다리에 힘이 들어가 꽉 끌어당겼다.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한성의 움직임은 느리게 피스톤질을 반복하다 빙글 돌리며 깊숙이 압박하고 빠져나갔다.

“더 흔들어 봐. 그대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곳까지.”

“하아…… 조, 금만…… 으흥.”

교묘하게 피해 달아나는 한성의 몸짓에 애가 타기 시작한 지찬의 허리가 점점 더 들썩거렸다. 마치 뭔가에 취한 것처럼 점점 더 열이 올라 엉덩이를 흔들었다.

“하읏! 하앙…….”

겨우 닿은 곳에 자지러지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같은 곳을 향해 느리게 피스톤질을 하는 한성의 허리를 끌어당겨 허리를 돌렸지만, 그는 다시 또 교묘히 피해 페니스를 뒤로 빼냈다.

“빨리이…… 못 참겠어…….”

“……어찌해드릴까.”

‘거기, 그곳을 찔러 줘.’

“말을 해야 알지. 나의 반려 님.”

“진짜…… 하아…….”

다 알면서도 입 밖으로 내뱉길 원하는 한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틀어 숨을 뱉었다. 아까보다 더 느리게 아주 조금씩만 들어왔다 빠지길 반복하는 몸짓에 지찬은 애가 탔다.

“어서…… 그냥 이대로도 괜찮은 건가?”

“아니이, 빨리, 빨리해 줘. 지금은 싫, 읏!”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성이 뒤로 물러나 지찬의 허리를 끌어 내려 침대 위로 눕혔다. 거의 끝까지 빠져나가던 페니스가 단번에 깊숙하게 치고 들어오자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한성의 격렬한 허릿짓이 시작됐다. 퍽퍽, 은밀한 곳이 부딪히는 소리와 쿨쩍이는 이음새 사이의 소리가 거세졌다.

“하앗, 하아, 으흥, 아!”

격하게 박아 대는 몸짓에 지찬의 몸이 자꾸만 위로 움직였다. 한성은 그런 지찬의 허리를 다시 잡아당겨 아래로 내리누르고선 몸을 일으켜 양 허벅지를 팔 위로 잡아 올렸다.

“하읏, 아, 앗!”

끼익, 끽, 침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지찬의 신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잡을 곳이 없어진 지찬의 두 손은 위로 올려 베갯잇을 움켜잡았다.

퍽, 퍽, 들이치는 한성의 페니스는 여전히 기세 좋게 지찬의 내벽을 훑고 올라가 깊은 곳을 찌르고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한 번씩 눌러 대는 전립선의 찌릿한 감각이 발끝까지 찌르르하게 울렸다.

양팔에 잡힌 허벅지를 들어 제 어깨에 걸친 한성이 두 다리를 한쪽 팔로 감싸 잡은 채 움직였다.

벌어졌다 조여지는 느낌에 내벽이 울렁거리며 바짝 한성의 페니스를 빨아 당겼다. 그 느낌에 한성이 더운 숨을 훅 내뱉고 쳐올리던 허리를 더 강하게 튕겼다.

“아흐, 그, 이상, 해, 아아!”

“네 여기가 어찌나 날 맛있게 먹는지, 정신을, 흣, 못 차리겠어.”

잔뜩 발기한 지찬의 페니스가 부르르 떨렸다. 한쪽 다리를 옆으로 넘기면서 지찬의 페니스를 잡아 내리자 빼꼼히 빠져나와 다리가 겹쳐졌다.

오일을 발라 미끈거리는 제 페니스가 다리 사이로 비벼지고, 안에선 한성이 잔뜩 휘저으며 내벽을 짓이기자 붉게 달아오른 물건 끝에서 하얀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허벅지를 타고 내린 정액이 엉덩이까지 따라 흐르는 모습에 한성의 입맛이 다셔졌다.

입술을 혀로 훑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이 손끝으로 허벅지 위를 흐르던 하얀 그것을 찍어 제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을 빨았다.

“뭐, 해요. 으흥, 하앗!”

사정감에 잔뜩 예민해진 몸을 손끝으로 자꾸 매만지는 느낌에 한성을 바라보니 맛있는 꿀이라도 먹는 듯 핥는 모습을 보고 지찬이 팔을 내려 한성의 허벅지를 잡았다.

쳐올릴 때마다 헉, 하고 신음을 지르다 허벅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왼쪽 다리에 새겨진 각인의 빛무리가 반응하듯 일렁였다.

지찬의 손가락 끝으로 새어 들어올 듯, 또는 서로 밀어내는 듯 일렁거리는 빛무리에 잠깐 한눈이 팔리자 한성이 더 세게 안을 찔렀다.

“꿀처럼 다디단 반려 님을 먹고 있는데.”

그리고 다시 한번 더 크게 허리를 잡아 돌리고서 빙긋 웃었다. 지찬을 바라보는 깊은 두 눈이 매서웠다.

“흐음, 각인 따위에 시선을 빼앗기다니.”

“아, 읏, 아니……!”

‘당신 증표라며!’

미처 입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말이 신음에 먹혀 들어갔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기세로 파고드는 한성의 페니스가 두 눈도 뜨지 못할 만큼 격렬하게 부딪쳤다.

상체를 숙여 지찬의 코앞까지 내려오자 어깨에 매달린 다리까지 접혀 엉덩이가 들어 올려졌다. 아래로 내리찍듯 처박는 행위에 침대가 크게 들썩였다.

“아읏, 앗, 하! 한성, 으앗!”

“나만 봐, 그대는 나만.”

찍어 내릴 때마다 한 자, 한 자씩 씹어 먹듯 뱉어 내는 한성의 낮은 목소리는 마치 강력한 소유욕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으흥, 하앗, 히, 힘들, 한성, 으흣.”

“네 두 눈도, 입술도, 그리고, 온몸도 나만 향해 있어.”

지찬이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매만지자 찰나지만 움찔하고 놀란 한성이 느껴졌다.

“봐, 요. 으흣, 보잖, 아…… 지금 당신만, 느끼고 있잖아. 흐응!”

한성이 입술을 겹쳐 오고 내리찍던 허리가 조금은 유연하게 돌려졌다.

한쪽 어깨에 걸쳐진 다리를 옆으로 밀어 자세를 바꾸고 조금 더 편안하게 입을 맞췄다. 들썩이는 몸짓에 겹쳐진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지찬의 어깨를 잡은 채 그는 쿵, 쿵 쳐올렸다.

“아흣, 또 가, 갈 것, 으흥, 그, 그만. 아앗!”

한쪽으로 쏠린 다리에 내벽이 비틀어지듯 한성의 페니스를 빨아 당기고 조여 대자 사정감을 참기가 어려웠다.

다시 발기한 지찬의 검붉은 페니스도 부풀어 오르다 바르르 떨며 사정액을 뿜어냈다. 한성 역시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지찬의 안에 뜨거운 것을 잔뜩 쏟아 냈다.

질척이던 소리가 피스톤질을 하면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정액 때문에 더 요란한 소리로 질퍽거렸다.

한성은 마지막으로 두세 번 쳐올리며 사정감을 느끼고선 페니스를 곧바로 빼냈다. 여전히 오물거리는 입구에서 하얗고 끈적한 점액이 새어 나왔다.

손가락을 넣어 살살 긁어 모조리 빼 주면서도 바들거리는 지찬의 몸을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호흡이 진정되질 않았다. 흥분도 가라앉질 않았다. 왜 가져도 가진 것 같질 않고, 계속해서 탐내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제에 이어서 아침까지 부딪쳤던 정사에 늘어져 헐떡이는 지찬을 쓰다듬다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왜, 요……?”

힘없는 지찬의 항의가 들렸지만, 한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 난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통 편백으로만 꾸며진 욕실에 들어서자 그는 욕조에 지찬을 내려 두고 따뜻한 물을 틀어 채우기 시작했다.

알맞은 온도의 물이 차오르니 가뜩이나 늘어지는 몸이 노곤하게 풀어졌다. 손으로 물을 퍼 올려 가슴께부터 뿌려 주면서 문지르는 손길에 지찬은 눈이 감겼다.

“붉고, 하얗고, 부드럽구나.”

어느새 제 앞에 같이 앉아 찰박이는 물을 계속해서 퍼 올리며 몸을 닦아주던 한성이 손바닥으로 지찬의 가슴 위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느릿하고 소중한 듯 매만지던 손이 유두를 건들고 지나가자 잔뜩 예민해져 있던 몸이 움찔 튕겨 올랐다.

“그만, 해요.”

“닦아주고 있지 않으냐.”

수증기가 올라와 욕실 안을 채우자 편백 향과 한성의 습기를 머금은 풀 향기가 온통 진동했다.

“한성 냄새…….”

“응?”

“풀 향기 나는 거 알아요?”

“내게서?”

“음…… 네. 이렇게 진동을 하는데, 모르는구나.”

눈을 감은 채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자 조금 전 격렬했던 정사가 현실이었는지조차 모르게 조금은 몽롱해지기도 했다.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네 향기는 아주 달아. 끊임없이 먹고 싶을 정도로.”

웃음기 가득한 한성의 목소리가 욕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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