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계단을 오르는 지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 계단씩 걷던 발은 어느새 두 칸, 세 칸씩 밟아 오르고 있었다.
뒤에서 동동거리며 울먹이는 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성 님이 큰일이 난 게 틀림없어요. 들어오실 때부터 안색이 좋지 않으셨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질 않으세요.’
해의 다급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각인을 미루다 힘을 다 써 버리신 게 분명해요. 반려 님이 옆에 계실수록 더 견디기 힘들어지시거든요. 자칫 잘못하다 한성 님이 영원히 사라지시면 어떡해요. 반려 님, 한성 님 좀 살려 주세요.’
영원히 사라진다니, 지찬이 생각해 왔던 이상한 나라의 결말에선 전혀 없던 포인트였다.
가족들도 모자라서 제멋대로 일상을 어지럽히며 찾아온 호랑이 나부랭이도 사라져 버린다니, 모두 제멋대로 왔다가 제멋대로 가 버린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
‘전부 나 때문에!’
한성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숨이 고르게 쉬어지질 않았다.
뭔가 억울했다.
‘왜 전부 내 곁에 있는 사람이건 신이건 동물이건 전부 다 사라지기만 하는 걸까.’
‘왜, 나 때문에?’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한성의 옆에 서자 그제야 기척을 느낀 한성이 지찬을 바라봤다.
“음……? 반려 님이 여긴…….”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 알잖아요. 말을 해야 알 수 있잖아! 왜 멋대로 내 일상을 휘젓고 왜 멋대로 사라지겠대!”
“아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찬은 뭔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이번엔 내가 당신 구해 줄게.”
그리고 티셔츠를 훌렁 벗은 채 한성의 위로 올라탔다. 얼굴이 발갛게 익어 씩씩거리면서 눈가에 눈물을 달고 있는 모습에 한성이 굳었다.
“뭐…… 뭘 구해 준다는 게야.”
“각인해요. 초야. 나랑 자자고.”
창밖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전부인 어두운 방 안에서 제 위에 올라탄 지찬을 바라보던 한성이 손을 들어 슬며시 입을 가렸다.
‘아, 코피 날 것 같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거칠게 벗어 던진 티셔츠는 바닥을 나뒹굴었고 머리카락마저 단정치 못했다.
새하얀 가슴은 지난밤 제가 새긴 울긋불긋 예쁜 꽃 같은 흔적들로 가득했다.
뭐 때문인지 잔뜩 겁을 먹긴 했지만, 눈물 그렁한 두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슴을 들썩이는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반려 님, 잠깐 진정 좀…….”
“각인하고 나면, 안 힘들어요?”
“반려 님…….”
“빨리 대답해요! 각인하고 나면, 지금처럼 안 힘드냐고!”
에라, 모르겠다.
“네.”
“그럼 해요. 각인.”
한성이 상체를 일으켜 앉아 지찬과 마주 보자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얼굴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하지 않겠어?”
“안 해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잖아. 늑장 피우다 모든 게 사라지는 것보단 나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 나는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좋겠어.”
“욕심이 과해요. 다 죽어 가는 마당에 디테일하게 요구하지 마요.”
“음…… 그러면, 언젠가는 그대도 원하는 일이 되기를 신께 간절히 바라봐야겠군.”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닙니까.”
“여유로울 리가, 반려 님이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내 위에 올라타 있는데.”
“각인, 어떻게 해요. 힘들 텐데 내가 도와줄…… 으악!”
순식간에 뒤집힌 자세에 지찬이 놀란 눈으로 한성을 올려다봤다. 뒤로 눕혀진 채 얼떨떨한 얼굴로 올려다보자 한성의 눈이 빛났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
“네…….”
“중대한 결심을 하신 반려 님께 모든 걸 맡겨서야 쓰나.”
‘아프다던 놈 맞아?’
“물론,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입술이 지찬의 눈가에 내려앉았다. 꾹 찍어 누른 입술에 고여 있던 눈물이 딸려 왔다.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핥은 한성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울지 않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못 하겠구나.”
“소름 돋게 무슨 쌍팔년도 대사예요.”
삐죽한 지찬의 말에 한성이 피식 웃었다.
“반려 님의 눈물도 맛있어. 아마 그래서 계속 울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는데.”
‘뭐라는 거야. 이 늙다리 호랑이가!’
“그대의 욕도 듣기 좋군.”
“힘없으면 그만 떠들고 그냥 누워 있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혹시 그거 아나?”
“뭐요?”
“남자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한다던데.”
꿀꺽.
어쩐지 바라보는 한성의 눈매가 조금 위험해진 기분이 들었다.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지. 힘이 없다니, 고자 소리 들은 것도 억울할 일인데.”
“사, 사자겠죠…….”
겁을 잔뜩 먹어 바들거려도 절대 지진 않는다. 지찬의 그런 모습에 한성이 정말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지찬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움찔하고 놀란 몸이 경직되고 있었다.
‘호기롭게 달려왔지만, 쉽진 않겠지.’
쓰다듬던 손을 움직여 톡 튀어나온 젖꼭지를 건들자 허리가 퉁겨졌다. 한 번, 두 번, 괴롭히는 것처럼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 작은 정점을 손끝으로 굴렸다.
“으…….”
얼굴을 내려 입술로 귓불을 깨물자 길을 잃은 채 허공에 떠 있던 지찬의 손이 와락 한성을 움켜잡았다. 그 손짓이 마음에 드는지 한성은 혀를 내밀어 할짝대면서 목을 따라 내려왔다.
양손으로 꼬집듯 유두를 잡고 살살 비트는 손짓에 지찬의 허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읏…….”
그대로 미끄러지듯 손을 내려 허리와 배를 매만지면서 고무줄로 된 지찬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입술은 천천히 한쪽 가슴에 달라붙어 작은 돌기를 핥았다. 작고 단단한 유두가 혀로 밀어낼 때마다 꼿꼿하게 일어서는 느낌이 귀여웠다.
브리프 위로 뜨거운 한성의 손이 덮쳐 오자 숨을 몰아쉬던 지찬의 엉덩이가 움찔 떨려 왔다.
얇은 천 위로 지찬의 페니스를 쓰다듬자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다른 손은 다시 가슴 위로 올라가 앙증맞은 유두를 잡아 빙글 돌리면서, 입술을 내려 배 가운데 움푹하게 들어간 곳을 핥자 지찬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내려가 가로막힌 천 위로 입술을 이용해 살짝 물자 무릎을 세운 지찬의 허벅지가 파들거렸다.
“신음은 참지 않는 게 좋아.”
몸을 일으켜 세운 한성이 양팔을 교차해 상의를 벗어 던지고 지찬의 브리프마저 벗겨 냈다.
어느새 발기한 지찬의 페니스를 한 손에 잡고, 한성은 몽글거리며 올라온 쿠퍼액을 엄지손가락으로 빙글 돌리며 귀두를 애무했다.
허리를 비트는 지찬의 배를 아프지 않게 누르면서 페니스를 입으로 머금었다.
“하읏! 뭐, 뭐……! 아앗!”
기둥을 잡고 귀두를 입에 넣은 채 조금씩 빨아 대자 지찬이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로 몸을 들썩였다.
손길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입으로 하는 행위도 조금씩 깊고 더 빠르게 이어졌다.
어둠에 둘러싸인 한성의 방 안에서 지찬의 낮은 신음과 추릅, 거리며 빨아 대는 마찰음이 공간을 뒤덮었다.
기둥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동그랗고 말랑거리는 살덩이를 잡아 부드럽게 매만지자 지찬의 신음은 점점 커졌다.
“아, 학! 그, 그만요. 나, 나올…… 흣. 한성!”
지찬은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한성의 어깨를 밀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그대로 입안에 사정하고 말았다.
“하아…… 진짜 못살아. 그걸 왜 입으로 받아요.”
밑에 깔려 맨정신에 헐떡이는 것도 민망해 죽겠는데 정액까지 입으로 받아 내는 모습을 보자니 얼굴이 홧홧하게 타올랐다.
민망함에 얼굴을 가린 팔을 치울 생각도 못 하고 있는데 양쪽 다리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남에게도 보인 적 없는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 한성의 얼굴에 경악하는 찰나에, 그는 입에 머금고 있던 정액을 조금씩 뱉어 애널 주변을 적시기 시작했다.
추켜올려진 엉덩이 사이로 제가 쏟아 낸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생경한 느낌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에 그치지 않고 동그랗게 모인 주름을 하나하나 적시듯 혀로 애무하는 느낌에 지찬은 팔을 내리고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자, 잠깐, 뭐, 앗.”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면, 그대의 것을 조금 빌려야지.”
번들거리는 입 주변을 혀로 핥으면서 당연한 일인 듯 말하는 한성의 얼굴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아, 꼭 이렇게. 흣……! 해야 합니까!”
입술은 다시 동그란 음낭을 빨아 당기다 정액의 흔적을 지우는 것처럼 페니스를 핥았다.
기다란 검지로 주름진 구멍 주변을 살살 매만지며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번 침범당했던 곳이라고 그 느낌을 아는 건지 작은 구멍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꾹 조금 힘을 주며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자 엉덩이에 힘이 바짝 붙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힘을 빼, 손가락 하나도 못 먹으면 내 것은 어찌 삼키려고 그러는 게야.”
“아읏, 하아…….”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손가락이 전날 밤에 찾아 둔 지찬의 핫지점을 쿡 찔렀다.
“아앗!”
손을 빙글 돌리며 조금씩 넓히다가도 엉덩이에 힘이 붙는 게 느껴지면 다시 한번 자지러지는 포인트를 꾹 눌렀다. 살살 내벽을 문대다가 조금씩 빼냈다 집어넣기를 반복하면서 피스톤질을 했다.
“흐응, 하으, 하앗!”
중지에 지찬의 엉덩이골을 따라 흐르던 정액을 묻히고서 그는 좁은 틈을 다시 벌리고 들어왔다.
“아읏, 부, 불편해…….”
처음 겪어 보는 낯선 이물감에 허리를 비틀어 도망가려고 해봤지만, 배를 누르고 있는 한성의 힘이 조금 더 셌다.
“힘들면 지금이라도 정기를 좀 나눌까.”
그때처럼 스치기만 해도 헐떡거리면야 물론 더 쉽기야 하겠지만, 그건 왠지 용납할 수 없었다.
술을 댓 병 마신 것처럼 어지럽고 익숙지 않은 생경한 기분도 그랬지만, 어쩐지 그건 그거대로 괴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맨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다시 그런 일을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고개를 저으면서 입술을 깨물자 한성이 한 손으로 바지와 브리프 모두 벗은 채 알몸으로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이미 빳빳하게 고개를 든 한성의 페니스가 오늘따라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전립선을 계속 자극해 대는 손가락에 지찬의 것도 잔뜩 발기된 상태였다.
한 손으로 페니스를 겹쳐 잡은 채 흔들기 시작하자 안과 밖이 모두 잔뜩 느껴지는 예민한 감각에 지찬의 고개가 치켜 올라갔다.
“하읏, 하아, 으흣! 아아…… 흣.”
정액 덕에 손가락으로 빠르게 추삽질을 하자 매끄럽게 들락거리는 느낌과 한 번씩 찔러 대는 전립선의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지찬은 등에 깔린 이불만 잔뜩 움켜쥐며 신음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