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지찬은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 한성에게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단 하나.
한성의 뻔뻔스러움 만큼은 알 것 같았다.
“아읏, 하아! 그만, 좀…… 으흥, 제발!”
“하아…….”
그는 와이셔츠까지 벗고 훌륭한 몸매를 자랑하는 한성에게 깔려 여전히 아찔한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제 밋밋한 배에 비하면 꾸준히 단련이라도 하는지 그에게 새겨진 식스팩의 위용은 괜히 같은 남자로서 쫄리는 기분이 들게도 했다.
‘아씨, 생김새만 그러면 된 거지, 뭐 몸까지 좋아. 거기다 테크닉까지……. 아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놈아.’
한성의 오지랖 넓은 친절에 벌써 두 번이나 갔지만, 손과 입술에 잡힌 몸은 점점 달구어져 갔다.
우연히라도 맞닿은 가슴엔 열기가 한가득하였고, 쉴 새 없이 뛰어 대는 심장이 지찬의 것인지 한성의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던 한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온몸을 붉은 도장으로 낙인을 찍어 놓아 그냥 고개를 숙여 내려다봐도 군데군데 불긋거리는 흔적들로 가득했다.
정기의 부작용 때문인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은 점점 힘들어졌었다. 깃털이 내려앉아도 전류가 흐를 것 같은데 한성의 뜨거운 입김과 말캉거리는 혀까지 온몸을 배회하기 시작하자 굳이 손으로 추삽질하듯 페니스를 움켜쥐지 않아도 사정감이 몰려왔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닿은 곳을 보자, 한성의 아래도 조금 전 제 바지처럼 불룩 솟은 게 눈에 띄었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움과 안도감이 확 몰리면서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부끄러운 마음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자 한성의 입술이 다가왔다.
“왜 가리는 거야.”
팔의 여린 안쪽 살에 와 닿는 뜨거운 입술이 나른하게 내려앉았다 떨어졌다.
그마저도 자극이 되고 있다는 걸 한성은 알까.
혹시나 책임감에 휩싸여 원치도 않는 일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반려라고는 하지만, 한성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그도 자신처럼 여자가 더 좋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아랫도리가 묵직하게 솟은 걸 발견하고 나니 아까부터 나오던 한성의 한숨 소리가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거에 안심이 되고 갑자기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한성을 도저히 쳐다볼 수 없었다.
참으면 힘들 텐데, 미안하기도 하고.
팔에 가려지지 않은 입술에 말캉한 입술이 닿았다. 거부감 없이 유연하게 파고드는 혀를 입을 벌려 받아 냈다.
익숙한 듯 휘젓고 다니는 한성의 혀를 쫓아가자 움찔하면서 멈칫거리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악스러운 힘에 가려진 팔이 힘없이 위로 추켜올려졌다. 손목이 단단하게 잡혀 올려지자 놀란 지찬이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열기 가득한 한성의 두 눈과 정면으로 마주쳐 버렸다.
순간 무언가가 쿵, 하고 심장을 때리고 떨어졌다.
귀 뒤와 뒷덜미를 이은 척추까지 바들바들 떨리고 찌릿하게 전류가 올라붙었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한성의 뜨거운 숨이 훅, 들어왔다.
그러고는 순간적으로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한성의 키스에 몸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처음 당해 보는 격한 키스에 깔린 몸이 바르작거렸다. 키스에도 어느 지점이 있는 건지 확 열이 몰리기 시작했다.
“읍, 으읏!”
목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는 신음에 고개를 도리질 쳐 봤지만, 꽉 맞물린 입술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칠게 들썩이는 한성의 몸과 빠르게 치대는 손아귀의 힘으로 다시 한번 사정감을 느껴야 했다.
아랫도리는 이제 도무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런데도 그 망할 부작용은 다시 빳빳하게 세우겠지만 말이다.
한성의 아래에 깔리고부터 멈추지 않는 자극에 지찬은 울고 싶을 정도였다.
더는 안 설 것 같은데도 제 몸을 배신하고 몸의 열기는 돌고 돌아 다시 페니스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때 한성이 입술을 떼고 일어나 앉았다. 또다시 페니스를 잡으려나 싶어 지찬은 숨이 넘어가 헐떡거리면서도 한성의 팔을 움켜잡았다.
“더, 더는, 힘들…… 하아.”
아무리 흥분제를 먹은 것처럼 몸이 달아올라도 자꾸만 쓸리는 여린 살은 두세 번의 사정에 멀쩡할 리가 없었다. 몸은 의지를 못 따라가듯 폭주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함께 땀을 뺀 한성이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고서 지찬의 다리를 벌리고 그사이에 앉았다.
벌어진 사타구니가 민망했지만,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자 꿈쩍하지 않던 한성이 자기 양다리 위에 올려진 지찬의 허벅지를 꾹 내리눌렀다.
“조금만, 참아 봐. 다른 쪽으로 기분 좋게 해줄 테니.”
그리고 근육이 옹골차고 보기 좋게 여무진 한성의 배에 튀어 오른 지찬의 정액을 손으로 쓱 문질렀다.
거침없이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부위에 손가락이 닿자 지찬이 팔짝 뛰었다.
“뭐, 뭐 해요!”
한성이 무릎을 이용해 몇 걸음 더 걸어오자 걸린 허벅지가 위로 세워지면서 민망한 둔부가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이미 체온과 다름없는 정액의 미끈거림과 뜨거운 한성의 손이 지찬의 주름진 입구를 살살 매만졌다.
힘을 다 빼 버린 지찬은 몸을 움찔거려 봤지만, 도저히 일어나서 도망칠 여력이 되지 않았다. 닿는 생경한 느낌에 튕겨 올라지는 몸으로 작은 반항을 할 뿐이었다.
둥근 손끝으로 정액을 펴 바르고 주름을 하나하나 매만졌다. 자꾸만 바르작거리는 지찬의 몸은 한성이 한 손을 들어 배 아래를 아프지 않게 눌러 잡았다.
“하, 지…… 하지, 마요. 하아…….”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한마디씩 흩어져 나왔다.
불쑥 안을 파고 들어오는 낯선 감각에 온몸이 굳어졌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흐물흐물 풀어진 몸은 다시 힘없이 늘어지고 움찔움찔하고 떨어 댔다.
조금씩, 천천히 밀고 들어선 손가락이 꾹, 압점을 찾아내듯 빙글 돌렸다.
“하악! 하으, 뭐, 뭐, 뭐예요.”
내벽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도 신중해 보이는 한성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톡 떨어졌다.
“좁아.”
“좁으면 빼요. 하윽, 이상…… 이상하다고.”
낯선 이물감에 고개를 열심히 도리질 쳐 봤지만, 한성은 끄떡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집요하게 안을 들쑤시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번쩍하고 눈앞에 섬광이 튀었다.
“하아읏!”
맥없이 늘어져 있던 몸이 벼락 맞은 것처럼 파들거리며 뛰어올랐다. 낯선 이물감에 살짝 죽어 있던 페니스도 다시 꼿꼿하게 일어났다.
한성은 한결 나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안을 찔렀다.
“흐아앙, 으핫, 하악, 하지, 이게, 아앗!”
지찬은 느껴지는 감각에 말을 계속 잇지 못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부작용의 힘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구나. 처음엔 많이 아파한다고 하는데,”
“흐읏, 흐으응.”
“각인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 거라. 물론, 이렇게 흐트러진 그대를 보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하아…….”
억지로 흥분을 참는 듯 한성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 하응, 잠깐. 내, 내가…… 도와, 줄까요.”
자꾸만 안으로 파고드는 한성의 손목을 잡고 지찬이 달뜬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얼굴이 온통 붉어져 꼭 타오르는 것 같았지만, 가리지 않고 꾹 참아 냈다.
이건 부작용에 의한 부작용일 뿐이다. 부작용 때문에 벌어진 내 몸과 정신의 부작용.
한성의 눈썹 한쪽이 살짝 움찔거리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제 팔에 올려진 지찬의 손을 붙잡고 바지 앞섶에 갖다 댔다.
“어떤 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기대되는구나.”
낮은 저음이 아래를 움찔 조이게 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여태 참고 제 안위만 보살펴 준 한성에 대한 답례다.
지찬은 그렇게 되뇌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을 할 리가 없잖은가.
게다가 계속 이런 식으로 안을 휘젓는다면 이상한 취향에 눈을 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앞으로 하는 거야 남자라면 누구든 손장난을 하겠지만, 뒤는 전혀 이런 식으로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상체를 살짝 세워 앉은 지찬이 한성의 버클을 풀고 팽팽해진 바지 지퍼를 내렸다. 검은 팬티에 가려진 한성의 페니스가 꽤 훌륭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나타났다.
내 것도 별로 안 만져 본 판에 남의 것은 더더욱 만져 볼 리가 없었건만, 지찬은 망설이지 않고 한성의 물건을 덥석 쥐었다.
“하…….”
보기 좋은 근육이 잔뜩 긴장하는 게 보였다. 이미 잔뜩 성이 난 한성의 귀두에 매달린 쿠퍼액을 살짝 펴 발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마엔 흥분으로 인한 찡그림이 내려앉았다. 입이 타는지 입술로 혀를 핥으며 숨을 후, 내뱉는 한성의 모습에 지찬마저 흥분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때 지찬의 안을 꿰뚫고 있던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풀어 두면. 각인 때 그대가 덜 아플 거야.”
“으읏, 자꾸, 아흣.”
끈질기게도 안을 자극하는 한성의 손가락에 지찬이 고개를 치켜든 채 자지러졌다. 이 자극에 한성의 페니스를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하아…… 반려 님, 너무 세게 쥐면 아파.”
“미안, 흐읏, 안 그렇게 해주든가, 자꾸, 자극, 아앗.”
“여기서 나를 이리도 물고 안 놔주니, 어찌 가만히 있겠어. 그대의 속살은 이렇게도 애타게 원하는데.”
“하, 씨, 말 좀. 하앗.”
“아, 반려 님, 하아.”
한성이 고개를 위로 올리면서 지찬이 주는 쾌락에 눈을 감았다. 어설픈 솜씨였지만 진작부터 흥분해 힘들었던 저를 위해 해주는 일이라니, 안 미치고 버틴 게 다행이었다.
신으로 살기를 수백 년이 흘렀지만, 살면서 늘어난 것은 나이뿐만이 아니었는지 최대한의 인내심을 끌어모아 그대로 쑤셔 박고 싶은 마음을 내리눌렀다.
물론 손가락까지 들어가 버린 것은 나름 머릿속에서 흥정을 본 행위였다.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아마 진작에 팬티를 벗어 던지고 지찬을 탐하고 또 탐했을 게 뻔했다.
이따위 부작용의 기운 말고, 진정으로 초야를 지새우고 싶은 게 한성의 작다면 작은 욕심이었다.
사정액이 지찬의 가슴께까지 튀었다. 순간적으로 뜨거운 느낌에 지찬의 몸이 움찔했지만, 여운을 즐기는 한성을 위해 끝까지 손을 놓진 않았다.
손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빠듯하게 잡히는 한성의 페니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건 사내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그리고, 제 손길에 흥분을 참지 못하는 한성을 보고 있으니 묘한 느낌에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던 게 사실이었다.
본능에 의한, 본능을 위한, 뭐 그런 이상한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한성의 헐떡이는 숨소리마저도 기분이 좋게 느껴진다니, 아무래도 누가 공기 중에 약이라도 몰래 탄 게 분명했다.
그때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울렸다.
“약 가져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