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집으로 돌아온 한성은 지찬을 방으로 옮겼다. 겨우 달뜬 숨만 내뱉고 있는 지찬을 한번 바라보고 목 뒤를 문지르며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가뜩이나 눈앞이 팽팽 도는데 정신 사납게 구는 한성을 실눈 뜨고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그만, 좀…… 하…….”
끝까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젠 내뱉기만 하면 자꾸 거친 숨까지 딸려 와서 곤욕이었다. 몸은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걸친 옷감이 피부에 스치기만 해도 환장할 만큼 아찔한 감각이 몰아쳤다.
움직이지 않고 싶은데, 거친 숨 때문에 오르락거리는 가슴이 빳빳했던 남방에 문대졌다. 그 느낌에 움찔거리는 다리와 몸에 모든 열기가 뜨겁게 돌았다.
눈앞에서 정신없이 구는 한성만 없으면 옷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아래가 이제는 바지를 뚫고 나올 듯 커져 버렸다.
“좀, 나가…….”
미약 같은 흥분이라면 차라리 자위해서라도 빼면 사그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에 제일 방해물은 망할 호랑이였다. 차라리 방을 나가든가 하지, 왜 눈앞에서 정신없이 구는지 알 수가 없을 일이었다.
지찬은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랫도리를 감추려 옆으로 돌아누웠다.
“하윽, 하아…….”
피부에 스치는 모든 감각과 통증들이 입 밖으로 자꾸 민망한 소리를 지르게 했다. 더 버티다가는 한성이 보는 앞에서도 제 아래를 움켜쥘 것 같았다.
‘제발 살려 줘.’
아마 그렇게 생각했지 싶었다.
‘아, 이러다 죽겠구나. 근데 이렇게 죽으면 복상사야, 뭐야. 이 와중에도 그게 궁금한 거 보면 사인에 복상사 적히기엔 억울한 건가.’
그때 침대가 출렁거리고 지찬의 뒤가 묵직하게 내려앉으면서, 돌려 누운 몸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한성이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지찬의 팔을 끌어당기자 참았던 신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아읏, 하! 그만, 좀…… 나가라고…….”
겨우 내뱉은 말에도 한성은 꿈쩍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침대에서 비비 꼬는 몸으로 괴로워하는 지찬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안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어.”
‘제발 알겠으니까, 좀 꺼져라. 네 사과받을 정신이 아니라고.’
울컥하고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 지찬이 고개를 돌리면서 잡힌 팔을 빼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버클이 풀리고 지퍼가 지익,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바지가 벗겨졌다.
허벅지를 스치며 내려가는 바지의 느낌에 경악한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자, 그는 굳은 얼굴로 지찬의 바지를 묵묵히 벗겨 내고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존댓말이고 뭐고,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책임이니까, 내가 해결해 줄게.”
“채, 책임? 뭐, 뭐, 뭘! 흐읏.”
망할 입에선 공기 반, 소리 반도 아니고 신음 반, 소리 반으로 나뉘어 흘러넘치고 있었다.
“지금 주작이 할아범에게 약을 받아 올 거야.”
그럼 다행이구나, 곧 이 이상한 감각이 끝나겠구나. 지찬은 안심되기 시작했다.
“근데, 그대는 시간을 더 지체하면 큰일이 날 수 있어.”
“뭐?”
“약이 오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게. 그래야 그대도 살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지찬이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자, 한성이 초조한 듯 입술을 축였다.
“신의 정기가 그대에게 독이 될 줄은 미처 몰랐어. 나는…… 그저, 그대를.”
바지를 무릎까지 벗겨 놓고 진지하게 할 말은 아닐 텐데.
지찬이 부끄러움과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지에 걸린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한성의 손이 겨우 가리고 있는 팬티 위로 이미 뜨겁게 열이 오른 지찬의 페니스를 꾹 쥐며 말했다.
“흐앗!”
“독이나 마찬가지라더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하면 그대의 목숨이 위험해. 각인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건 그대도 원치 않을 테고…….”
제 손 말고는 타인의 손길이 닿아 본 적 없는 곳을 한성이 뜨겁고 단단한 손으로 움켜쥐자, 지찬이 고개를 추켜올리며 자지러졌다.
눈앞이 빙글 돌면서 온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쓰다듬듯 매만지는 손길에 거부할 정신도 없이 강렬하게 덮쳐 오는 흥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느새 팬티와 바지 모두 벗겨 낸 한성이 위를 덮치듯 타고 올라왔다. 한 손으론 여전히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선 페니스를 부드럽게 위아래로 흔들며 다른 손으론 남방 단추를 손쉽게 열어젖혔다.
‘뭔데 이렇게 한 손 플레이가 능숙해!’
거침없이 벗겨지는 상의에도 머릿속만 미칠 듯한 절규를 외칠 뿐, 입에선 열기로 가득한 신음이 흘러넘쳤다.
‘망할 정기 나눔인지 뭔지, 내 다신 하나 봐라.’
민망하고 야살스럽게 흘러넘치는 신음에 입을 막을 생각도 못 한 채 지찬은 한성의 손에 온몸을 맡겨 버리고 말았다. 움찔거리며 들썩이는 허릿짓에 한성의 얼굴이 가슴 위로 내려앉았다.
빗장뼈를 입술로 꾹 내리누르자 난데없이 뜨겁게 와 닿는 체온과 부드러운 느낌에 지찬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하으! 아흣, 하아…….”
말캉한 혀가 빠져나와 핥아 내리기 시작했다. 입술로 살을 깨물기도 하면서 옅은 붉은 흔적을 남겼다. 어느새 지찬의 두 팔은 한성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납작한 가슴을 핥고 이빨로 짓이기면서 갈색빛 유두까지 쫓아왔다. 볼록 솟아오른 작은 유실을 입술로 살짝 물고 빨자 지찬의 들썩이는 몸짓이 더 심해졌다.
“아흣, 하악! 이, 이상…….”
납작해 멋도 없는 가슴인데 어찌나 정성스럽게 핥고 빠는지 지찬은 생경한 그 느낌에 머릿속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잔뜩 발기한 페니스가 한성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흥분에 쿠퍼액이 몽글몽글 새어 나왔다.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면서 조금 더 세게 흔들자 한성의 손바닥을 적신 미끈한 액체가 찌걱거리는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찬은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오싹한 기분과 저릿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허억, 허억, 숨을 거칠게 쉬자 아까만 해도 해방되지 못한 흥분감에 괴로워 공기마저 무겁더니 지금은 한성의 풀 향기가 자꾸 코끝을 간질였다.
“그, 그만…… 흐읏!”
사정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실리자 한성의 손이 더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쪽 유륜을 빙글 핥으면서 이빨로 아프지 않게 잘근거리는 와중에 꿀렁거리며 사정액이 튀어나왔다. 한성은 자신의 옷을 적시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지분거렸다.
그래도 한 번 빼내고 나자 아까보단 조금 살 것 같았다. 지찬은 100m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한쪽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려 버렸다.
‘진짜 쪽팔려서, 아무리 그래도 남자 손에 가 버리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지만, 진짜 미칠 노릇이었다.
아까만 해도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성의 손길에 몸은 맡겼지만, 끝난 뒤의 현자 타임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기분이 더럽다기보단 수치스러운 쪽에 더 가까웠달까.
아까 굳은 한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내 자신을 만지며 그런 굳은 얼굴이었을까, 혹시 한성도 썩 내키지 않는데 책임감에 해준 게 아닐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현자 타임 시간에 얼굴 위로 가린 팔이 휙 들어 올려졌다.
‘아아, 제발 건들지 마요. 창피해 죽겠으니까.’
지찬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휙 돌리자 한성의 손에 잡힌 팔에 말캉거리는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가리지 마.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
환장할 일이었다. 대체 이 호랑이는 몇 년을 살았길래 이렇게 낯부끄러운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걸까.
그러다 그는 문득 한성의 옷을 적신 제 부산물을 떠올렸다. 눈을 떠 바라보자 한성의 와이셔츠 아랫단이 젖어 있었다. 끈적하고 불투명한 하얀 액체는 축 늘어져 곧 떨어질 것도 같았다.
“하, 미안해요. 옷이…… 더러워졌네.”
“반려 님의 것인데, 더러울 리가.”
“아, 정말.”
‘키스에, 페팅까지. 그것도 모자라 사정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다니. 어쩌다 설지찬 인생이 이렇게 요사스러워졌을까.’
한 번의 사정을 했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아까보단 조금 나을 뿐이지, 정기의 부작용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약은 언제 와요. 계속 이럴 순 없잖아.”
“오겠지, 방장산까지 다녀오려면 시간이 좀 걸려.”
“방장산이 어디야. 설마 그, 저 아랫지방 말하는 겁니까?”
“응.”
낭패다. 지찬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적어도 왕복 다섯 시간으로 알고 있었다.
“날아오라고 해요. 새잖아.”
“음, 그건 좀 곤란한데.”
“곤란이고 자시고, 이제 거기서 손 좀 떼면 안 될까요.”
그는 여전히 자신의 페니스를 잡은 한성의 손을 가리켰다. 시원하게 한 발 뺀 후에 늘어진 녀석이 지분거리는 손길에 다시 기세등등하게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음, 그것도 좀 곤란한데.”
“자꾸 잡고 있으면, 또 힘들어지거든요.”
“안 잡아도 힘들어질 거야. 차라리 잡고 있는 게 덜 힘들지도.”
‘아, 욕하고 싶다. 망할 호랑이.’
“음, 아까처럼 욕해도 괜찮은데. 그대의 반말은 신선했어.”
“옷이나 갈아입어요. 나 지금은 좀 괜찮으니까.”
지찬의 말에 한성이 한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끌었다. 두 손가락을 걸어 느슨하게 잡아 빼면서도 충실한 그의 오른손은 여전히 지찬의 성기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살짝 흐트러진 옷매무새에 따로 떼어 보면 날카롭게 파고드는 기묘한 한성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못난 페니스는 발딱 일어나 버렸다.
‘아, 제발. 설지찬 주니어야. 네가 왜 일어나냐. 이 타이밍에.’
끈질기게 만져 대는 한성의 못된 손길 때문이라고 자위하면서 침을 꿀떡 삼켰다.
‘이거 다섯 시간 동안 빼다가는 독에 사망하기도 전에 먼저 갈 것 같은데.’
잔뜩 서 버린 페니스에 신경을 쓰다 보니 한성이 와이셔츠 단추를 모두 풀어헤친 것도 뒤늦게서야 발견했다.
“뭐, 뭐 해요.”
“갈아입어도 또 묻을 테니, 그냥 벗고 있는 게 낫겠지 싶어서. 그래야 그대도 마음 놓고 하지 않겠어?”
“뭘 한다고요?”
“그대를 살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