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76화 (76/81)

[19] (EP.76) 엘로디

[스트리머 엘로디]

-한국 나이 : 20세.

-평균 시청자 수 10,000명~ 11,000명.

-뉴튜브 구독자 수 : 현재 105만 명.

와... 스무살에 구독자 100만 명. 진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거 아냐? 나 스무살일때 뭐했지...

어쨌든 어느샌가 세번째 골드버튼 주인공이 된 엘로디. 그에 맞게 차려입은 한복은 사람들이 생각하던 한복과 많이 달랐다.

"우리 엘로디 너무 예쁘다!"

"운동하다보니 전 보다 밸런스가 훨씬 맞아졌네요. 너무 예뻐요."

먼저 하얀 상의는 민소매처럼 팔을 들면 겨드랑이가 훤히 보였고 빨간 치맛자락은 기껏 해봐야 무릎 위까지 밖에 가리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짧아지면 서연이가 입는 옷 되겠는데."

"내가 무슨 미친 노출광인줄 아나."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된다.

"엘하하. 매니저 오빠! 지금 흥분했져?!"

귀신같이 눈치챈 엘로디가 내게 달려와 안겨, 마구마구 머리를 비벼댄다.

"펠라 손잡이 생겼으니 맘껏 써도 된다구요~."

"일단 방송부터 해야지. 방송에서 그런 소리 하면 안된다."

"히히. 네. 그 뭐야... 뭐더라. 하려던 말 있었는데. 좋은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겨, 겨겅..."

발음이 힘든듯 뜬금없는 스무고개가 시작된 기분이였다.

"겹경사?"

"맞아요. 그거! 신기하네요. 헤헤 서연 언니 다음은 저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지. 넌 내가 가르친 유일한 후배니까."

"서연 선배..."

뿌듯해하는 서연을 뒤로 예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따지고 보면 원래 엘로디가 젤 먼저 찍었을 걸. 서연이 네가 공포 리액션을 너무 맛있게 해서 빵 터지는 바람에..."

"다, 다 계산된 리액션이였어. 나 원래 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여자..."

말이 끝나자마자 사장님이 서연의 어깨를 건드려 놀래켰다. 겁이 없다며 정말 찰지게 리액션해준다. 공포게임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한 뉴튜버 답다.

"아아아악!"

"푸흡."

"뭐 하는 거예요! 진짜 이 아줌마가 미쳤나..."

"풉."

"야! 매니저 웃지마."

회사 분위기가 하루가 머다하고 좋아져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그나저나 서준 씨. 엘로디처럼 저도 나중에 이벤트로 뭔가 입어봐야하려나요? 뭐 괜찮은 거 있을까요?"

"지민 언니! 저 미친 놈한테 추천 받지마요."

지민은 애초에 몸매가 좋으니까 뭘 입어도 잘 어울릴거다. 어쩌면 곧 있을지도 모르는 지민 구독자 100만 이벤트를 위해 천천히 공들여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생각나면 말씀해주세요. 후후. 너무 부담갖지는 말고요."

그 무렵 엘로디는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도착한 곳은 사장님이 자주 쓰시는 요리 스튜디오 안.

"여긴 왜?"

거기에 포장된 골드 버튼까지 있다.

"구독자 100만 기념 그리고 곧 있을 시상식을 위해 한국의 전통 행사, 고사를 지내보려고 하거든요. 축하파티는 고사 지낸 후에 하자고 말해놨어요."

그랬구나. 어쩐지.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왜...?"

"매니저 오빠 요리 잘 하잖아요! 고사 음식 만들어서 지내자! 대작전. 지금 시작 할게요."

[방송 제목 : 엘로디 구독자 수 드디어 100만! 그래서 오늘은 고사 지내기로 했습니다.]

-엘하

-엘로디 100만 ㅊㅊㅊㅊㅊ

-한복 왤케 예쁨?

-양갈래 뭐야

"안녕하십니까. 우리 엘붕이들! 제가 드디어... 이걸 받았답니다."

방송 시작 직후, 엘로디는 골드버튼 포장을 뜯고 사람들에게 반짝반짝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캬 때깔좋은거바

-엘로디!엘로디!엘로디!

-스트리머 원탑 '엘로디'

-엘로디 사랑해!!!

손가락으로 골드버튼에 적힌 채널명 [I am 엘로디]를 가리킨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시상식이죠? 액운을 떨치기 위해. 구독자 100만을 기리기 위해. 다 같이 고사 지내보기로 해요!"

-넹~

-재밌겠다

-돼지 입에 물릴 돈 가져와야겠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you!

서연님은 방송에서 하루종일 울던데 엘로디님은 안 우시나용 ㅋㅋ

"저 상여자 엘로디는 말이죠. 태어날때도 안 울었습니다."

-오우야;;;

-미친 상여자

-헉 그럼 위험했던거 아냐?

댓글 반응을 즐기며 내 소개까지 해주었다.

"매니저 권서준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이렇게 정정을 요구했다.

"부장도 붙이셔야죠!"

"매니저 겸 부장... 권서준입니다."

-매하

-엘로디 100만 일등공신 아니냐

-사장보다 더 사장 같으신 분

"좋아여. 이번에는... 머리랑 의상 소개!"

엘로디는 예진이 땋아준 양갈래 머리를 마치 목도리처럼 목에 감싸며 나를 바라봤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개량 한복입고. 양갈래로 땋은 엘로디! 드디어... K엘로디가 되었습니다."

말없이 따봉을 날렸다.

-K엘로디 ㅁㅊ

-아주 죽여줍니다

-헤으응 엘로디가 최고야

-한국인 인정합니다

"이제 진짜로 고사상 차리기 시작하죠."

"응."

고사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돼지 머리겠지. 근데 그거 방송에 내보낼수 있나? 조금 잔인하지 않을까.

"엘로디 있잖아... 돼지 머리는 어떻게 준비했어?"

"아~ 그거요. 진짜 머리 들고오면 조금 무서울 것 같아서..."

슥슥-

엘로디는 태블릿 패드에 뭔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엘로디표 돼지머리가 완성되었다.

"...오."

"나름 잘 그렸죠?"

"얘 표정이 되게 편안해 보이는 걸."

-(ㅡ.ㅡ) <<<이런느낌인듯

-아 ㅋㅋㅋㅋㅋ

-졸커엽당

엘로디로디님이 10,000원을 후원! thankyou!

돼지 입에 만원 얹고 감니다.

그러자 엘로디는 돼지 머리옆에 만원을 그려주었다.

-실시간 반영 ㄷㄷ;;;

-어 나도 도네해야징

-천원도 가능한가요

"네. 천원도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고사 비용 챌린지...

어느새 돼지 머리옆에 수북하게 돈이 쌓여버렸다.

"좋습니다. 돼지 머리는 완성 되었고요. 다음 음식 차례!"

"고사상에 무슨 음식 들어가는 줄 알아?"

듣기로는 양, 음을 나타내는 음식을 맞춰야한다고 들었는데...

"헤헤. 대충 먹고 싶은 거 올려요!"

"하하. 그러자."

하긴. 너무 격식차려서 할 필요는 없지. 엘로디는 치킨을 먹고싶다며 미리 주문해온 치킨을 꺼내 고사상에 차려주었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you!

그래도 과일 좀 있어야하지않냐 ㅋㅋㅋ

"그릉가. 근데 따지고 보면 치킨무도 과일..."

"아닐 걸."

냉장고에서 여러 종류의 과일 몇개를 꺼내 윗부분만 자르기로 했다.

"우와! 딸기. 딸기잇..."

"크흡..."

-헉

-엘로디 멈춰!

-방송사고!!!

"농담이고 저기 좀 보실래요?"

"응?"

고개를 돌리고 다시 엘로디를 바라보자 그새 자르던 딸기를 하나 먹은 건지 딸기즙이 입가에 흐른다.

"..."

"우으읍. 아, 안 머것서요."

-이미 들켰어 ㅋㅋㅋ

-하나씩 빼먹어야 국룰이지

고사상 위에 엘로디가 그린 돼지 머리를 중심으로, 치킨, 과일, 여타 엘로디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올라간다.

"마지막은 병풍이네요."

라고 말하면서 엘로디는 다른 사람들의 실버버튼과 골드버튼을 몽땅 가져왔다.

"뉴튜브에 관한거니까. 병풍은 이걸로 대체!"

"오..."

-오히려좋아

-뉴튜브의 신이 도와주겠네

완성 된 고사상 앞에서 절하는 엘로디. 어디서 배워온건지 자세가 정확하다. 손을 포개는 방법까지 완벽해.

-잘하네;;;

-엘로디 ㄹㅇ 한국인 아님?

타이밍 맞춰 다른 직원들이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한복과 어울리는 떡케이크였다.

"우리 엘로디~ 구독자 100만 축하해."

"우와! 떡 케이크네요. 크아앙!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잡아먹지 말아주세요...

-호랑이해에 호랑이 흉내 ㅗㅜㅑ;;;

내가 가만히 있자 그대로 팔을 물어버린다.

"윽... 진짜 물었어? 아픈데."

"크아앙!"

-포상이네

-매니저 부럽다

-피나겠다

"후우!"

100만 촛불을 시원하게 불어버리고 병풍 대용으로 쓴 골드버튼을 가리켰다.

"여기 보이시죠? 이제 사장님 골드버튼 옆에 제 께 있어요. 정말로 그날 다짐처럼... 골드버튼을 손에 얻었어요."

"응. 역시 사람보는 눈이 있다니까. 나."

"아줌마는 아무 것도 안했잖아요. 매니저가 데려왔지."

"매, 매니저를 고른게 나니까. 사실상 엘로디를 고른거도 나지!"

그리고 엘로디는 다시 무릎 꿇고 손을 내밀었다.

"한국의 전통! 절하면 돈 준댔어요."

-헉

-바로 수금각 잡아버리네

-오늘이 설날이였던가;;;

그렇게 엘로디의 구독자 100만 기념으로 시작된 고사. 마지막엔 두둑하게 챙긴 뒤 방송 종료했다.

***

엘로디의 스튜디오 안.

나와 단둘이, 장식해놓은 실버버튼과 골드버튼을 빤히 바라 보고있는 엘로디.

"스트리머왕... 앞으로 정말 한 계단만 남았어요."

"그러게. 다들 마지막을 준비하는 거처럼, 모두가 열을 올려 방송하고 있어. 서연인 요새 휴방도 반납하고 계속 방송하더라."

"어엇...! 그럼 나도 반납해야겠다."

몇마디 더 서로 화기애애하게 농담을 주고 받다, 엘로디가 내 팔에 머리를 비벼댄다. 정말 꽉 묶어둔 건지 땋은 머리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았다.

"매니저 오빠 근데..."

"응."

묘하게 숨을 섞어 내는 소리. 단숨에 야릇한 분위기로 바뀌어져간다.

"펠라 손잡이 생긴 거 안 쓸거예요?"

"..."

속마음을 보니 방송을 위해서 머리를 땋은게 아니라 진짜로 펠라 손잡이 당해보고 싶어서 땋은거라고 적혀있다.

"엘로디..."

그래서 어울려주기로 했다.

"빨아."

"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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