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74화 (74/81)

[19] (EP.74) 이서연

[스트리머 이서연]

-나이 : 22세.

-평균 시청자 수 : 8~9,000명.

-뉴튜브 구독자 수 : 100만.

개같은 몰?루를 보며 화를 냈던것도 엊그제 같은데. 처음으로 호감작했던 스트리머가 벌써 구독자 100만인건가.

"야. 난 지금 심각해 죽겠는데 웃는 거야?"

"네가 너무 대견해서 그래. 이렇게 빨리 100만 찍은 뉴튜버. 손에 꼽을 걸."

앉아있던 서연이에게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배배 꼬아댄다.

"뭐... 그야 그렇지. 그만큼 내가 대단한 거지. 그보다 공포게임 어떻게 해."

"구독자 100만 뉴튜버님의 감각으로 하셔야죠."

"너 진짜 뒤질래? 진짜 심각하다니까."

그런 서연이에게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요새 날이 춥잖아. 목도리라도 하나 걸치라고."

"...치. 이런걸로 감동 먹을 줄 아나봐."

[아... 으... 갑자기 눈물 나려해. 참아. 참으라고 쪽팔리게 진짜.]

"날도 많이 추운데 나 안길래."

"그렇게 해."

코트를 벌려 그 안으로 서연을 꼬옥 안았다. 진짜로 긴장 많이했나. 몸이 차갑다.

"따뜻해... 코트 새로 산거야? 처음 보는데."

"응. 부장 느낌 좀 나?"

찔끔 흐르는 눈물을 가리려는 듯, 몸을 녹이려고 내 품안에 더 꽉 안긴다.

"그러게. 너도 뭔가... 조금 의젓해진 것 같다. 나한테 말도 못 걸던 놈이."

"비꼬는 거 아니지?"

"그래. 옛날에 실버버튼 받았을때 기억 나? 네 공로가 50퍼라고 했던 말."

"응."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트, 특별히 내가 51퍼까지 올려줄게. 그 이상은 안돼."

"와... 그렇게나 많이?"

"비, 비꼬는 거 아니지?"

"당연 아니지."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단연 서연이가 아닐까. 50퍼에서 51퍼 따지고보면 1퍼 차이지만 스스로를 남보다 낮춘 거에서 어마어마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무렵, 예진이와 사장님이 출근했다.

"뜨겁다 뜨거워. 참~ 젋다는게 좋은 거네."

"그런 거 아니거든 아줌마."

서연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더 꼬옥 끌어안겨있다.

"좋겠네. 벌써 구독자 100만이라니... 난 아직 멀었는데."

질투는 나지만 친구로서 응원한다고 속마음에 나와있다. 서연이도 그간 성숙해진건지 먼저 100만을 찍었다고 놀리거나 신경 건드리는 말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고.

"우리 예진이도 금방이지. 혹시나 사건 터져서 나락가지만 않는다면."

"불안한 소리마요."

허구한 날 싸워대더니 이런 날에는 서로 배려해주는 구나.

"푸흐흡."

"서, 서준아 왜 웃는 건데?!"

"이 새끼 인성봐. 김예진 나락가길 기도하고 있네."

"와... 너무해!"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얘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날 나무라기 시작한다.

"하하하. 그런 거 아냐. 예진아 너도 안길래?"

"으음... 그러지 뭐."

그러자 사장님이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예쁘고 착하고 나이에 비해 미친 동안인 사장님은?"

"사, 사장님도 오세요."

중앙엔 서연이를, 두 사람은 양 팔로 꼬옥 안아주었다.

"축하해 이서연. 100만 말이야."

"어... 고마워. 김예진."

예진은 품 안에서 빠져나와 들고있던 케이크 상자를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뭐긴 네가 항상 민트초코 노래를 불렀잖아. 그래서 민트 초코 케이크 만들어본 거다."

"..."

예진은 케이크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 보여주었다. 민트색 투성이인게... 정말... 맛있어보이네...

"엘로디랑 지민 언니도 곧 온다고 하셨으니까 미리 불 붙여놓자."

"...흐으윽."

그때 서연이가 참고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우, 울어?! 진짜로?"

"아하하. 귀여워라 정말."

타이밍 좋게 엘로디와 지민 언니가 함께 회사에 출근했다.

"이거 참. 엘로디랑 지민 언니가 오해하시겠다."

엘로디는 무슨 상황일까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별일 있는 건 아니고..."

"맞춰볼게요! 서연 언니가 케이크를 보고 흐느껴 울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듯 서있는 세 사람..."

명탐정 엘로디에 심취한듯 예진을 척! 가리킨다.

"정답. 식고문!"

"아니거든. 구독자 100만 축하 파티 중이야."

"캬하~ 한 끗 차이."

"..."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다른 스트리머들. 엘로디는 서연에게 생일 꼬깔 모자를, 지민은 내게 폭죽을 건네주었다.

"자. 합을 맞춰서. 불 끌때 당기는 거예요."

그 동안 사장님은 셀카봉을 가져와 서연의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제목 : 우리 서연이! 드디어 구독자 100만]

-큰거온다!!!

-공겜드가자공겜드가자

-서하~

"뭔데에! 방송은 왜 켜는데."

"우는 모습 우리만 보기 아깝잖아."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기부 해주셨어요.

이서연 100만 기념 억즙 대방출 ㄷㄷㄷㄷ

"저새끼 밴해!"

-아 ㅋㅋㅋㅋ

-그러고 안할거 안다

-삼분할 안함?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애들아 방장님 수금각 잡으신다 좋은말 할때 시청비 해라

-가즈아~

-이따 구독으로 혼내줘야지 ^^

-나쁜말로 해줘

예진은 케이크 위 숫자 100이 적힌 양초에 불을 붙히고 서연이를 그 앞에 앉혔다.

"자. 나 이 케이크 만든다고 어제 밤샜어.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 구독자 100만 기념, 민트 초코 케이크."

-아 ㅋㅋㅋㅋ

-민트는 에반데

-역시 서연이가 맛잘알이다

나는 훌쩍거려서 불기도 어려워 하는 서연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양 쪽 눈을 톡톡 두드려 눈물을 닦고 시원하게 코까지 풀어버린다.

-으악

-서연아 너 여캠이야

-100만 기념 귀갱 미쳤네

"후우~!"

팡☆팡★

불이 꺼지는 타이밍에 맞춰 생일 폭죽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들 이 기회에 한번 씩 민트 초코를 먹기로 했다.

"내가 만들긴 했지만... 윽."

"치약 맛이 나는 거 같애여!"

"엘로디 진짜 맛알못이네."

-역시 맛잘알 엘로디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쁘지 않다며 한 조각 더 잘라달라고 빈 그릇을 내민다. 한편, 예진은 턱을 괸 채로 서연을 바라봤다.

"넌 먹을만 하냐?"

"어. 잘 만들었네. 이대로 카페에서 팔아도 되겠어."

"그래? 나중에 부모님한테 말씀드려보지 뭐."

"카, 카페에 팔면 뭐... 한번쯤은 사먹으러 가줄게."

응애서연이님이 1,000원을 기부 해주셨어요!

둘이 언제 그렇게 사이좋아졌냐

-ㄹㅇㅋㅋ

-언제는 죽네마네 하더니

둘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자~ 이 분위기 쭉 이어 가야겠죠. 서연아 이거."

서연이는 사장님께 포장된 골드 버튼을 건네받았다.

"주인공은 너니까. 네가 뜯어봐야지."

"...네."

번쩍번쩍 거리는 골드 버튼. 그 밑에 써져있는 채널명 [이서연]. 감정이 북 받치는듯 꼬옥 끌어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서연아 썸네일 따야지. 웃어봐."

"저 진짜 해냈네요. 사장님은 골드 버튼 받았을때 무슨 생각 들었어요?"

"너랑 똑같아. 믿기지가 않았지."

"..."

서연은 생각에 잠기다 나를 바라봤다.

"매니저. 그 동안 내 옆에 있느라 고생 많았지?"

"많았지."

"그럴땐 별로 고생 안했다고 해야지!"

-아 ㅋㅋㅋㅋ

-그럴거면 왜 물어봐

-만만한게 매니저구나

"아, 아무튼간에. 부탁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 들어줄게."

부탁이라면 여러개 있지만 지금은 방송중이니까 나중에 말하기로 했다.

"...공포게임이나 하러가자."

"아오 저 시발새끼."

-ㅅㅅㅅㅅ

-역시 매니저다

-그저 방송만 생각하는 매형...

[방송제목 : 100만 공약 공포게임 도전 합니다.]

서연이의 스튜디오 안, 무섭다면서 날 데려와 옆에 앉혔다.

치킨먹고싶어ㅠㅠ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간만에 종겜스로 돌아온 기분이 어떰

"존나 좆같아."

-아 ㅋㅋㅋㅋㅋ

-초심방송 굿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웃음부터 나오면 개추 ㅋㅋㅋㅋ

-나부터 ㅋㅋㅋ

-개추 ㅋㅋㅋ

시청자가 추천해준 공포 게임. 예전부터 무섭다고 소문난 게임 중 하나였다. 나는 뉴튜브로 많이봐서 이제 감흥이 없지만 서연이는 달랐다.

"종겜시절에도 안 해봤어? 되게 유명한 게임인데."

"씨발! 무서운데 어떻게 해. 이름은 들어봤지만..."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이제 하면 됐지 신경 쓰지마

"존나 쓰인다!"

으스스한 배경음악과 함께 게임이 시작된다. 벌써부터 손에 땀이나는듯 옷에 한번 닦고 마우스를 쥐어댄다.

"으으..."

슬슬 나올 타이밍인데...

두 발자국 정도 뒤면 귀신이 튀어나올 거다.

"아아악!"

-우마이~

-이거지^^

-개꿀잼

"하... 하으으... 하나도 안 무섭다."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가는 서연이. 그래도 예전 종합 게임 스트리머 답게 곧장 잘 헤쳐나간다.

"아. 아... 나 진짜. 무서워서 더 못하겠어. 여기까지만."

-ㄴㄴㄴㄴ

-나

-락

-얘들아 이제 큰거온다

이제 몇걸음만 더 가면 갑툭튀로 또 귀신이 튀어나온다. 그런 흐름을 서연이도 읽은 건지 잠깐 게임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구, 구독자 100만 됐는데 뭐 물어볼 거 없냐? 간만에 소통하자."

-ㅋㅋㅋㅋㅋㅋ

-말이 길다 서연아

-빨리 게임이나 하자

"하아... 씨발."

***

방송 종료 후...

공포 게임을 끝내고 한결 수척해진 서연이 뺨을 두드려봤다.

"건드리지마라 뒤지기 싫으면."

"다음에 할 공포 게임도 추천 해줄까?"

"좆까."

"응 깔게."

그러자 다급하게 두 손을 뻗어 말려댄다.

"까지마 미친놈아."

"아까 했던 말 기억나? 부탁 들어주기로 한 거."

"그 말 왜 안 하나 했다. 들어보나마나 섹스하자겠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맞는데. 오빠라고 불러줘."

"뭐?! 이 새끼 진짜 미쳤나봐."

"얼른~ 부탁 들어주기로 했잖아."

녹초가 되었던 서연이의 얼굴이 새빨개져간다. 시선을 피하려 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한 다음 빤히 쳐다봤다.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여튼간에 남자들은 뭐 그리 오빠라 불리는 걸 좋아하는 거야."

"참. 할때 꼭 이름 붙여야 해."

"후우... 간다."

서연은 잔뜩 홍조를 머금은 채로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서, 서준 오빠..."

그 말을 듣고 바로 키스를 갈겼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