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70) 싱글벙글 비키니 방송
"오. 물총인가여? 멋지다."
서연인 다른 물총을 엘로디에게 건넸다.
"자. 매니저를 향해 발사."
"격발!"
"뭐가 됐든."
-군필 엘로디 ㄷㄷㄷ
-가즈아ㅏ
물 세례가 이어진다.
[아까전에 나한테 정액을 끼얹은 복수다.]
[꺄하하. 이러니까 왠지 매니저 오빠 얼굴에 싸는 거 같아.]
'돌겠네...'
-저거 캠 고장나는거 아냐?
-오늘도 고통 받는 매니저
"캠은 아줌마가 큰맘 먹고 방수 되는 거 산거라 신경 쓸거 없어."
"맞습니다! 듣기론 잠수해도 찍힌다나 뭐라나..."
그렇게 잔뜩 즐기다가 물총에 물이 다 떨어졌는 모양인지 충전하러 떠났다.
"후우..."
"여기 수건요."
"아... 감사합니다."
지민에게 수건을 건네받아 얼굴 주변을 닦았다. 옷은 날도 더운데 알아서 마르겠지.
"서준 씨... 저도 한번만 쏴봐도 돼요?"
"..."
-아 ㅋㅋㅋㅋ
-빨리 당해줘라 매니저!
"윽!"
"헤헤."
[서준 씨... 괴롭히는거 재밌어.]
아이같은 표정으로 한껏 쏴대더니 또 물을 충전하러 떠났다.
"하여간에 다들 서준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니까. 이따가 또 오면 내가 지켜줄게."
-예진눈나...
-나도 지켜줘 헤으응
지켜주겠다던 예진이가 갑자기 머쓱하게 웃는다.
"그 전에 한번만, 아니 세번만 쏴봐도 돼?"
"다들 왜 이렇게 내 얼굴에 쏴보고 싶은건데..."
사실 이유는 알 것도 같지만.
"우리 매니저 좋겠네. 스트리머들 관심을 한 몸에 받았어서."
"더 받았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말 말고..."
그 무렵 다른 세 사람도 물을 보충해 왔다.
"얘들아 구독자 50만 기념 축하빵 가자!"
"네~."
-아 ㅋㅋㅋㅋㅋ
-구독자 50만 기념을 왜 매니저한테
-매형 견뎌 ㅠㅠ
그래. 다들 구독자 50만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을텐데 까짓 거 시원하게 맞아주자.
"...자, 잠시만."
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언제까지 쏘는 거야. 둘러쌓여서 부카게 당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 항복...!"
-매니저 불쌍해 ㅠㅠ
-견뎌!견뎌!
-이거 사실상 포상 아니냐?
"아하하! 좋아. 이제 매니저 오빠는 쓰러졌고. 다음은 개인전이에요."
엘로디 말을 듣더니 다들 비장한 표정으로 물을 충전하러 간다. 다들 그냥 놀이인데 너무 죽기 살기로 하는거 아닐지.
"꺄하하. 얘들아 이거봐. 나 가슴에 물 고였다."
"저, 저 아줌마 미쳤나봐. 뭘 보여주는 거야!"
-ㅗㅜㅑ;;;
-미드가 정말 아름답네요
-정지 당하실라 조심
-물이 부러운 적은 처음이다
"엘로디도 한 가슴 하니까 물 고일걸요!"
해보겠다던 엘로디를 가까스로 말렸다.
이후, 물총 놀이가 끝난 뒤. 다들 땀, 모래로 여기저기 범벅이 되어있다.
"후. 한국의 전통 물놀이는 물총 쏘기였던 거네요. 재밌었다."
"미국도 물총은 있지 않아...?"
"저희는 진짜 총도 있죠."
-헉
-앗...!
"어쨌든 이제 바닷가로 들어가봐요! 매니저 오빠 튜브."
"아... 응. 잠시 바람 넣어야 해서."
"그럼. 우린 먼저 가있을게."
"네. 사장님!"
엘로디는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무언가 원하는듯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영상도네에서 봤는데 차력쇼로 후우웁! 해서 정수기통 까지 찌그러뜨리더라구요. 그런건가요?"
"..."
그냥 바람기계로 넣어서 건네주었다.
"매니저 오빠 낭만 없어!"
"미안하다..."
그때 엘로디가 내 손목을 잡고 해변가까지 질질 끌고 나왔다.
"가까이서 촬영하면 더 좋잖아요! 오늘 하루 카메라맨도 겸 해주세요."
-초밀착 촬영 헤으응...
-엘로디 피부 진짜 하얗다
바닷물이 대략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정도. 이미 다른 스트리머들은 재밌게들 놀고 있다.
"뭐야. 너. 여기 온건 아까처럼 또 물세례를 당하고 싶다는 거겠지?"
"하, 항복..."
초밀착 촬영은 개뿔... 초밀착으로 물세례를 받았다.
***
시간은 어느덧 오전 11시 30분. 다들 열심히 물놀이를 한 덕에 배가 출출하다며 아이스 박스가 있는 해변의자로 향했다.
-물 떨어지는거 개섹시해
-너무 부럽다 물...
그러게. 젖으니까 머리칼도 그렇고 전보다 더 야해진 기분이네.
"후아... 진짜 신나게 놀았네."
"여러분 이거 보세요! 저 손가락이 쭈글쭈글 해졌어요."
엘로디는 손을 뻗어 보자기를 내듯 캠에 보여주었다.
-귀엽다 ㅋㅋㅋㅋ
-손가락 왤케 예뻐
-진짜 열심히 놀았나보네
"저희 고향에서는 이걸 물의 저주라고 부르죠..."
-저주? ㄷㄷㄷ
-고향 한국 아니였어?
"아. 이거 금방 돌아오잖아. 이게 왜 생긴 거냐면 삼투압 현상이라고 하는건데..."
"네, 넹?!"
-그게 먼데 십덕아!
-삼투압... 좀 쌔보이는 이름이네요
"삼투압이 뭔지 알아?"
"글쎄요..."
예진이는 신난 얼굴로 삼투압 현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투머치토커 예진
-귀에서 피나겠어요...
-그렇구나(모름)
"그래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살려주십쇼... 저 엘로디. 예진 언니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두 사람 다 즐거워 보이네."
손을 내민 엘로디를 보며 사장님도 똑같이 행동했다.
"어때 서연아?"
"와... 아줌마 나이 들어서 주름 진 거봐."
"우리 서연이 너무해! 그런 말을 원한게 아니였는데!"
-ㅋㅋㅋㅋㅋ
-손보여줬다고 바로 극딜 꽂는 이서연 ;;;
-좋은 말좀 해줘라 ㅅㅂㅋㅋㅋ
그리고 지민은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내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저희랑 어울리느라 고생 많았죠?"
"네. 특히 검정 비키니를 입으신 분이..."
"아하하. 저도 모르게 그만. 서준 씨한테 물 장난 치는게 재밌어서..."
[물장난 다음엔 불장난... 풉. 이따 써먹어야지.]
"그, 그렇습니까? 어쨌든 아직도 귀가 멍하네요."
"...꿀꺽."
[귀 핥을까. 아니야... 방송 중이니까 참아.]
"이제 밥 먹죠. 노느라 다들 출출할테니..."
"네..."
[서준 씨 먹고싶다...]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때마다 속이 시커멓구만.
나는 파라솔 앞에서 숯불 바베큐 셋팅을 준비했다.
"엘로디. 한국 전통의 문화가 궁금하댔지! 바로 해변가에 숯불로 고기 먹는 거야."
"크으~ 한국 최고."
-아아 이건 숯불 바베큐라고 하지.
-맛있겠당...
-숯불 다루기 빡샐텐데
"숯불하면 또 우리 매니저지."
"맞아. 쟤. 온갖 곳에서 알바 했다잖아."
-또 고통 받는 매니저!
-하루종일 물 쳐맞다 고기 굽기 셔틀 ㅠㅠ
이서연바보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서연아 이제 저 분 부장이야
"아 맞다. 너 이제 부장이지? 부장기념으로 음료나 좀 꺼내봐."
"그래. 숯불 익히려면 시간 좀 걸리니까..."
빨간색 아이스 박스 뚜껑을 열었다.
"오... 빨간 콜라! 역시 콜라는 빨간콜라죠."
-콜잘알 ㄷㄷㄷ
-파란 콜라가 더 맛있는데
"서준아 혹시 제로 콜라도 있어...? 나 요즘 지민 언니랑 같이 다이어트 중이라..."
"당연히 있지."
각자 달라는 걸 꺼내주었다.
"나는 맥주 마시고 싶은데~ 우리 매니저 나랑 찐하게 한잔 할까?"
은근 나랑 사장님이랑 술 취향이 잘 맞아서, 사온 맥주를 꺼내자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셨다.
"안돼요. 방송 중에 무슨 술이에요? 서준아! 다시 넣어놔."
그렇지만 예진이에게 저지당했다.
"으흑흑... 너무해."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철없는 엄마 보는거 같아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서연이.
뭔가를 찾는듯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없어 째려본다.
"야. 매니저. 보리차 콜라 어딨냐?"
"아. 그거 칸이 모자라서 파란 아이스 박스에 넣어놨어."
꺼내서 건네줬다.
"옳지."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없었으면 오늘 얼마나 갈굼받았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네용
-ㄹㅇㅋㅋ
-바지 부장인 우리 매니저 ㅠㅠ
"하여간에 어쩌다 저런 밈이 생겼는지. 내가 얼마나 매니저한테 잘해 주는데. 이제 그만할때도 안 됐냐."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서피셜) 이제 매니저 그만 할때도 안 됐냐? ㄷㄷㄷ
-대놓고 꼽주네
-무섭다 이서연!
"닥쳐! 이새끼들아."
캠은 잠시 예진이에게 넘기고 본격적으로 숯불 고기를 굽기로 했다.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예술이다.
-크으...
-와...
"얘들아. 뭐 마실때 조심해~ 괜히 몸에 쏟으면 정지니까."
"사장님이 제일 조심하셔야죠. 보니까 헬스장에서 한번 하셨던 모양이던데."
"아... 맞아요. 그때 헬스장에서 아찔했죠."
지민은 예진의 말을 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하하! 그때 개웃겼는데. 제가 한번 재현 해볼까요?"
"..."
-어허
-엘로디 멈춰!
-콜라 마시고 취했어?
어느덧 고기가 다 구워져, 은박 접시에 담아 건네주었다. 다들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방송은 뒷전으로 금세 접시를 비워낸다.
"서준아. 너도 좀 먹으면서 해."
"응. 이 것만 굽고."
숯불고기 먹방 후...
배가 빵빵해졌다며 토닥토닥 거리는 엘로디.
"여러분. 저 뱃살 보세여."
-오우야;;
-없는데요?
-피부 진짜 하얗다...
-감사합니다...
현재 시청자 수 30,000명 이상.
사장님은 잠이 쏟아지는 듯 하아암 하고 하품을 해댄다.
"우리 잠도 슬~ 오는데 이따 저녁에 다시 켤까?"
-멈춰!
-해변의자에서 잠방 ㄱ
-비키니 더 보게해줘 ㅠㅠ
다들 더 해달라며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오지만 사장님은 이따 저녁에 뵈용! 하고 바로 종료해버리셨다.
"방송 제대로 꺼졌지? 우리 매니저."
"네."
"재밌게 놀고... 밥도 먹었으니까 말야...."
하품은 연기셨나.
그때 사장님은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내셨다.
"오일 좀 발라주지 않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