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65화 (65/81)

[19] (EP.65) 계곡주

부장 승진 회식.

사장님은 아주 비싼 양주를 샀다며, 주인공은 나라며 눈치 볼것없이 시원하게 마시라고 말하셨다.

"맞아여 매니저 오빠. 당연히~ 첫 잔은~ 원샷이겠죵~."

-엘로디 그런말은 어디서 배워온거야 ㅋㅋㅋㅋ

-은근 귀엽네

문제는 어제도 술을 한껏 먹었다는 거지.

"양주 원샷하면 죽을 것 같은데..."

"매니저 쫄았냐? 쫄?

-서연아... 이제 부장이셔...

-여윽시 이서연

"부장이고 뭐고 어쨌든 내 매니저인 건 변함없잖아."

"우리 매니저. 어쨌든 이런 좋은 날에 원샷 안하긴 아쉽지."

예진은 가득찬 와인잔을 높히 올린다.

"다들 올려! 어제 우리 빼고 회식한 죗값을 치루게 하겠어."

"헉. 예진 언니 눈빛이 무서워졌어요."

"서준 씨... 흑기사 해드릴까요?"

은근슬쩍 지민이 곁에 다가온다.

-흑기사 ㄷㄷㄷ

-지민눈나 넘 착해

"아뇨. 괜찮아요. 모처럼 사장님이 준비해주신 자린데 힘내볼게요."

"바로 그거야 우리 매니저! 싱글 벙글 인방 매니지먼트의 부장은 이런거다! 시원하게 보여줘."

-가즈아ㅏㅏㅏ

-매형 멋있다!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그렇게 매니저는 퇴사했다...

-이것이 매니저의 무게?

-여초 회사의 청일점은 지옥이구나

사장님까지 부추겨서 벌컥벌컥 마신 결과. 어제처럼 이렇게 차 안에서 사경을 헤매이고 있다.

"아하하. 매니저 오빠 자나봐요."

"서준 씨 괜찮을까..."

"내가 잘 보살펴서 집에 보낼테니 걱정마."

슬슬 정신이 들 쯤에는 사장님과 나 단 둘이 있었고 야릇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계셨다.

"...사장님?"

"우리. 그러지 말고 내 집에서 자고 갈래?"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입 안에 남아있던 술과 흥분감이 동시에 들어가는 건지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댄다.

"대답해줘야지~.'

"너무 좋아요."

"후훗. 다행이다."

[최하은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소폭? 그리고 이제 사장님의 속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거절 하지않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물 마실래? 목 마르지?"

"네. 저 혹시 잠들어 있었나요?"

건네주신 물을 꿀꺽 마시며 사장님을 바라봤는데 대답대신에 목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목젖 섹시하다]

말 없이 내 목을 바라보다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잊었던 대답을 해주셨다.

"응. 다른 얘들 내릴 동안 코 골면서 자더라."

"코, 코까지 골았나요...!"

"아니. 방금 건 거짓말이야. 리액션 좋은 걸."

그 말을 듣고 쑥스럽게 웃었다. 호감도 4단계의 사장님 평소보다 더 요망해진 말투, 호감작 어플 있다고 방심해선 안 되겠는걸.

"그보다 맞춤 정장 사주길 정말 잘했다. 진짜 너무 잘 어울려."

"그런가요? 하하. 평소에 꾸준히 운동하길 잘했네요."

이 말은 속마음과 다른게 없어보였다. 어두컴컴한 저녁.

오피스텔 앞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친절하게 안전벨트를 풀어주신다.

"걸을 수 있겠니?"

"네. 그렇게 많이 마시진 않았거든요."

"그러니? 후후."

[허세 부리는 모습도 귀여워.]

정말로 허세는 아닌데.

"그러면 우리끼리 2차 할까?"

"..."

그리고 다음 나올 속마음은 날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조금 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때...]

"좋아요."

술은 마시다 보면 느니까. 간아 미안해. 이런 자리를 거절 할수는 없잖아.

"우리 매니저 눈치는 있구나?"

"눈치 없이 이런 직업을 하긴 어렵죠."

마음에 드는 대답인듯 머리를 쓰담쓰담해주신다. 이제 이런 스킨십 정도야 자연스럽게 하는 모양이시다.

"팔짱 끼고 걸을까?"

"혹시 누가 보면..."

"어두워서 괜찮을 거야. 저기 편의점까지만."

고개를 끄덕이자 팔짱을 꼬옥 끼며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대신다. 이게 호감도 4단계의 힘? MAX가 되면 어떻게 될까.

띠링띠링-

편의점 벨이 울린다.

"어서오세요."

알바는 저 멀리서 음료칸을 정리중이다.

그걸 본 사장님은 또 팔짱을 끼며 품안에 파고 드셨다.

"헉."

"쉿. 소리내면 들켜."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이렇게 속삭이셨다.

사장님 눈웃음이 이렇게 예뻤나. 나도 모르게 또 침을 삼키게 된다. 편의점에 온건 술, 안주를 사려온 거였는데 갑자기 카운터 앞에 멈춰서 콘돔을 가리킨다.

"필요하려나? 우리 매니저는 필요없지?"

"...그렇죠."

***

술을 사고 처음으로 와본 사장님의 집. 이렇게 여자 집에 와본건 서연이 이후로 두번째인가.

"우리 집 어때? 있을만 해?"

"와..."

서연이의 집은 단순히 원룸, 투룸 같은 곳이였는데 여긴 정말 넓다. 거실에, 부엌에 안방에... 하긴 사장님 벌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되야겠지.

"엄청 넓네요. 여기에 사장님 혼자 사시는 거예요?"

"응. 가끔 외로울때도 있어서 괜히 넓은 집을 샀나 생각할때도 있지만..."

사장님의 눈가가 아련해진다.

"집값 오를때마다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

아련한 척 하셨던거구만!

"허허. 현실적인 이유네요."

"그러니 우리 매니저도 얼른 집 사."

거실에 놓인 쇼파, 서로 온기가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에 단 둘이 앉았다.

"이제 부장이잖아. 월급도 두배로 올려줄테니까 착실히 저금하도록 해."

"두, 두배나요?"

지금도 적지 않은 액수라고 생각했는데.

"응. 우리 사장님 멋지지?"

"대박이네요."

그러자 미소 지으며 태연하게 어깨에 기댄다.

"하암~ 왜 이렇게 피곤하지. 기대고 있어도 돼?"

[은근슬쩍 스킨십 하기!]

"풉. 이미 기대셨는데요 뭘. 편하게 계세요."

[좋아! 성공.]

"고마워. 우리 매니저 어깨 넓어서 좋네."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이는 사장님. 이내 속마음이 보인다.

[뭔가 말을 꺼내고 싶은데, 서준이는 서연이랑 같은 나이잖아... 서준이도 날 아줌마라 생각하고 있을까.]

이렇게 예쁜 아줌마 오히려 좋... 근데 28살 정도면 아줌마 아니지 않나. 아직 20대시잖아.

바로 가까이에 사장님 샴푸 냄새가 솔솔 흐른다. 슬슬 참기 어려워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기로 했다.

"사장님은 나이에 비해 참 예쁘시네요."

"나, 나이에 비해라니?!"

"헉."

그런 늬앙스로 말한게 아닌데. 이게 모쏠후다의 한계다.

"역시 아줌마로 보고 있는거구나. 나 슬퍼. 흑흑."

"아뇨아뇨. 누나로 보고 있어요!"

"누나?"

다행히 이걸로 수습 된듯 금세 표정이 확 펴지셨다.

"아하하하! 정말이니?"

"그럼요. 정말 예쁘고 착한 누나... 막상 말을 꺼내니 부끄럽네요."

"그러면 말이야~ 하은 누나. 라고 해볼래?"

"어음..."

속마음을 굳이 보지않아도 여기서 망설이면 또 아줌마라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실테지. 누구한테 누나라고 부르는건 정말 처음이라 막상 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하, 하은... 누나."

"음~ 잘 안 들리는 걸."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하던 짓을 똑같이...

"... 하은 누나."

"옳지. 잘 말해줬어요."

상인듯 머리를 쓰담쓰담해주셨다.

"미안. 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기분이였을까 싶어서. 나 외동이거든."

"나쁘지않네요. 사장님한테 이런 대접 받는..."

그러자 입술에 손가락을 대시며 막는다.

"오늘 하루는 사장님이 아니라 하은 누나."

"아하하... 네. 하은 누나."

"응. 우리 서준이 조금만 기다려봐."

사장님은 부엌에서 와인잔을 꺼내 건네주셨다.

"편의점에서 산 양주라 성에 안 차겠지만..."

"술이 중요한가요?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죠."

라고 인터넷에서 본 오글거리는 멘트로 호감작을 실행했다.

"푸흡. 하하하! 그런 말도 할줄 알아? 진짜 귀여워 죽겠다."

[최하은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효과는 굉장했다.

와인잔이 보랏빛깔로 채워져간다. 가득 찼을때 사장님은 내게 러브샷을 권했다.

"미안. 나 너무 나갔나?"

"...한번 해보죠."

나도 슬슬 못 참겠으니까. 러브샷으로 술을 마실때 의도한건 아닌데 실수로 술을 조금 흘려, 사장님 옷을 더렵혀버렸다.

"어머."

"... 죄송해요."

"괜찮아. 빨면 되지."

스스럼없이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벗자 연한 분홍색의 브라가 드러났다. 내가 보기에 너무 예쁜데 [너무 아줌마 같은 브라는 아닐까...]라며 걱정 중이시다.

"우음... 나 갑자기 벗으니까 부끄러운데. 우리 서준이도 벗어."

입고있던 정장에 손을 대자 친절히 자기가 벗겨주겠다며 단추를 풀어대신다. 하나 둘씩 풀때마다 손가락 너머로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많이 흥분했나보네. 몸 엄청 후끈후끈거려...]

사장님도 똑같이 내 체온을 느끼고 있고.

"이렇게 벗으니까 몸이 더 좋네."

"...사장님도요."

"맞아. 아까 아침에 뭐라고 하려 그랬지. 사장님도... 뭐라 하려 그랬어?"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날 쳐다보신다.

"보기보다 훨씬 더 예뻐서 설렌다고 말하려 했어요."

"풉. 우리 서준이 요망하네."

그때였다.

내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뺏어 몸에 주르륵 술을 흘려보내셨다.

"우읏..."

"계곡주라는 말 알고있어? 후후. 표현이 너무 아줌마 같아보이려나?"

"아뇨. 잘 알죠."

그리고 자기가 들고있던 술잔은 가슴 위에다 흘려보낸다.

"이렇게 마시면 아까처럼 흘릴 일 없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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