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64화 (64/81)

[19] (EP.64) 부장 승진 그 다음에는...?

실눈으로 예쁜 눈웃음을 짓는 사장님.

게다가 완전 예상못한 대답이라 잠깐 멍하니 바라봤다.

"왜 그러니? 싫어?"

"아, 아뇨. 정말 좋아요..."

항상 호감작을 할때에는 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 늘 여유로웠는데. 사장님 앞에만 서면 긴장되는 이 기분은 뭘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풉. 그렇게 긴장할 건 없어."

그때 사장님은 자리에 일어나 내게 손을 건넸다. 뭐지 어디로 가려고? 바로 모텔 급발진 밟는 건가.

"우리 매니저. 지금 무슨 생각 중인 걸까? 옷 사러가자고 하려했는데."

"아... 아하하."

아니였구나. 사장님의 손을 꼬옥 잡자 금세 팔짱을 껴대신다.

"매니저 품 든든하네. 보는 것보다 더 탄탄한 몸이잖아."

"사장님도..."

보는 것보다 더...

"응?"

"아, 아뇨."

"싱겁긴. 얼른 가자."

운전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운전석에 앉으셨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 다가온다.

"안전 벨트 메야지."

"아."

사장님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옷 가게 앞. 내게 셀카봉을 건넨다.

"방송 켜고 갈까?"

"네?"

갑자기 옷 사는 방송을? 아. 요즘 유행하는 룩북인가 그거 하시려고 그러는 가보다.

[방송 제목 : 큰거온다 ㄷㄷㄷ 다들 숨참아]

-또 뭔데용???

-헉

-대기대기

방송을 켜고 옷 가게안으로 들어가 어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저희 어머니가 운영하는 옷 가게에 왔습니다."

"뭐야. 이번에는 둘이만 왔네? 이거 혹시..."

"억결 금지!"

-아 ㅋㅋㅋ 어머니

-결혼 떡밥 ㄷㄷㄷ

"오늘 컨텐츠는 고생하는 우리 매니저 맞춤 정장 사주기야."

"맞춤 정장이요?!"

또 예상못한 거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ㅗㅜㅑ;;

-사장님 하끈하시네(하은이라하끈이라썼음ㅎ)

"응. 그리고 그다음엔..."

피식피식 웃으며 말을 돌리신다.

"비밀."

"비밀이라뇨..."

-뭔데

-우리한테만 알려줘!

-결혼이네

"자자. 이따 알게 될거니까. 우리 매니저 이리온."

의문점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사장님을 따라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근데 맞춤 정장 엄청 비싸지 않아요?"

"이 정도 쯤이야. 네가 해준게 얼만데. 눈치 보지말고 어른이 뭐 줄땐 네~ 하고 받는 거야."

"하하. 네."

-ㄹㅇㅋㅋ

-매니저 부럽다

하은눈나좋아님이 10,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하은 눈나도 네하고 받으세용

"오예~"

한편, 줄자를 가져오신 하은의 어머님.

내 몸 여기저기를 재보는 동안, 사장님은 내 옆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며 셀카봉으로 촬영중이시다.

-매니저 은근 몸 좋네

-다리 핏봐 ㄷㄷㄷ

-매형...

-형아♡

"이 정도면 사윗감으로 딱인데."

"엄마."

"아하하. 미안해요. 내가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를..."

"괜찮습니다."

은근히 이렇게 커플 느낌나는 것도 싫진 않으니까.

그보다 거슬리는 건 옆에 계신 사장님이다. 자꾸만 유혹 하듯이 머릿결도 휘날리고 향수냄새도 나고.

"오케이 됐어. 다들 잠깐 앉아있어. 1시간 정도면 돼."

"마, 맞춤정장이 원래 이렇게 빨리 나와요?"

"그럼. 우리 그이가 얼마나 대단한데."

사장님의 아버지가 티비에도 나오셨던 양복 재단사 달인이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커피 타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테이블에 사장님과 사이좋게 바라보며 앉았다.

"여기 맞춤 정장도 같이 하는줄은 몰랐네요."

"후훗. 설레지? 이제 곧 네게만 맞는 단 하나뿐인 정장이 생기는 거야."

그렇게 말하시니까 나 진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잖아.

"어안이 벙벙하네요. 제 생일은 아직 멀었는데."

"곧이지? 여름때라고 했던 가."

그때, 사장님 휴대폰이 울린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 발신자를 확인했는데 서연이였다.

"풉. 얘도 참. 잠깐 통화 좀 하고올게."

캠까지 가져가신다. 무슨 컨텐츠라도 준비중인걸까.

"오잉. 얘 어디갔지?"

"아. 잠깐 다른 스트... 직원분이랑 통화하러 가셨어요."

"아휴~ 그래요."

그러자 자연스럽게 사장님이 앉던 자리를 차지하셨다.

"커피 마셔요. 요즘 웰빙이 대세니까 설탕 적은 걸로 타왔답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말투는 어머니를 닮으신 거였구나. 어색한 분위기, 어머님은 뚫어져라 날 쳐다보고 계신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권서준입니다."

"어쩜~ 이름까지 하은이랑 찰떡 궁합이네."

"커흡..."

저런 얘기 하시려고 쳐다보신 거구나.

"아휴. 미안해요. 제가 아무 남자한테나 이러는 건 아닌데 좀 신기해서 그래요."

"신기하다뇨?"

되물어보자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긴 설명을 해주셨다.

"우리 하은이가 이렇게 남자 데려온 건 처음이거든요. "

그렇게 사장님의 예전 얘기를 빙자한 자식자랑이 시작되었다.

"얘가 생긴건 진짜 연예인 저리가라여도 글쎄 남자 사귄적은 한번도 없다니까. 남자 만나는 것보다 일 하는게 좋다면서 맞선도 다 거절하고..."

연애 경험, 성 경험이 0회인게 전부 자기가 하고싶은 일, 스트리머로서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거리를 둔거였구나.

"아이고 미안해요. 갑자기 말이 너무 많았죠?"

"아뇨. 좋았어요. 덕분에 사장님에 대해 더 알게 됐네요."

그러자 웃음이 진해진다.

"그래요? 우리 하은이 어때요? 얘만큼 똑부러지는 여자 요즘 세상에 찾기어려워요."

"아하하하. 그렇죠."

"관심있으면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내가 잘 밀어줄테니까~."

곤란한때에 마침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둘이 무슨 얘기 해? 엄마 또 결혼 얘기했지?!"

뭐라 변명도 안 하고 후다닥 도망가셨다.

"하여튼 우리 엄마 오지랖은 알아줘야한다니까."

"일 관련된 전화였어요?"

"아... 서연인데. 이따 있을..."

좋아. 이대로 실수로 말해버려라.

"말해줄 줄 알았지~! 비밀이지롱."

"..."

-ㅋㅋㅋㅋ

-우리는 이제 아는데

***

완성된 맞춤 정장을 입고 방송 화면에 들어왔다.

"크으~ 인물 사는데? 안 그래도 멋진 우리 매니저. 훨씬 더 멋져진거 같다."

-오 ㄹㅇ 괜찮다

-헤으응...

-이게 3대500은 거뜬한 매니저...

그때 난데없이 사장님의 호감도가 올라갔다.

[호감도 ♥♥♥♥♡]

옷이 날개라더니 설마, 내 맞춤 정장 입은 모습 보고 반하신거야?

"이거 뭘로 만든거야? 재질 되게 부드러워 보인다."

자연스럽게 내 몸 여기저기 터치를 하는 거 보면 맞는것 같다.

"어때? 불편한 데 없지?"

"우리 그 이가 정장하나는 똑 부러지게 만든다니까."

"네. 너무 편해요."

그러자 방송에 보이지 않게 손을 덥썩 잡으신다.

"좋아. 우리 매니저. 이대로 이제 회사가자! 여기 더 있다간 자꾸 억결떡밥 굴러갈 것 같아."

"이대로 결혼식 바로 해도 되겠다."

"저거 봐."

회사에 도착하자 사장님은 문을 열어보라며 비켜주신다.

문을 열자 폭죽 소리가 여러번 들려왔다.

"매니저 오빠!"

"서준아~"

"서준 씨..."

"매니저!"

합을 맞추는 듯 숨을 고르고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부장 승진 축하해!"

"...헐."

거기다 플랜카드, 권서준 승진을 축하합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고개 돌려 사장님을 쳐다보자 방긋 웃으며 날 바라보고 계셨다.

"부장이요? 제가?!"

"응. 마침 승진 시켜줄 생각이였는데 그때 나 깜짝 파티해준 거처럼 나도 해주고 싶어져서."

서연이는 내게 명함이 담긴 통을 건네주었다.

"이거 받아. 저 아줌마가 오늘 아침에 시켜서 만든 거야."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부장 권서준.]

[010- xxxx - xxxx]

"와..."

맞춤 정장 사주신 이유가 이거였구나.

부장... 과장 단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근데 부장이 되면 뭐가 좋나여?!"

엘로디는 신기한듯 사장님을 보며 물었다.

"부장이면 부장개그를 할 수있지."

"헉. 대박."

-부장개그는 사장님이 하시잖아요;;;

-에반데

"쯧쯧."

"우리 서, 서연이 저렇게 반응 하니까 오히려 더 거슬려. 농담이고..."

사장님은 내 어깨를 토닥이셨다.

"우리 매니저 아니 권부장님. 그 동안 엄청 고생했잖아? 그 만큼 대우 해줄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지갑에서 황금 카드를 꺼내셨다.

"그 대우의 첫번째로 좋은 레스토랑 하나 예약해놨어. 가자."

"어제 뷔페에 이어 레스토랑! 엘로디 완전 먹을복 터졌습니다."

자기 배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맞아. 안 그래도 나랑 서연이 빼고 뷔페갔다고 시청자분들이 그러던데. 진짜야?"

"엘차차!"

말하면 안될걸 말한 사람처럼 두 손을 입으로 가렸다.

"너무하네. 특히 서준이! 우리 빼고 셋 한테만 사주고 말이야."

사실 계산은 사장님이 하셨긴 한데.

"우리 예진이. 오늘 레스토랑 가니까 그걸로 퉁치자. 좋은 날에 화내기 금지."

"리얼. 김예진 넌 뭐 그런 걸로 화내냐. 쪼잔하게."

"지가 제일 화냈으면서."

"시끄러!"

그렇게 우리는 코스 요리 레스토랑에서 또 한번 양주를 마셨다.

"자~ 건배!"

"술 너무 자주 마시는 것 같은데..."

"괜찮아! 좋은 날에 안 마시면 손해잖아. 내가 운전할테니까 얼른 마셔."

***

어느새 해가 져서 노을이 생길 무렵, 하은은 다른 직원들을 데려다주기로 했다. 마지막 남은 직원은 자신의 매니저, 권서준.

"...꿀꺽."

오늘 맞춤 정장을 입혔을때부터 자꾸만 묘한 흥분감이 들어 참기 어려웠다. 거기다 어젯 밤, 술에 취했을때 횡설수설 하는 모습이 귀여워 오늘 또 잔뜩 마시게 해버렸다.

"으음..."

옆자리 조수석에 앉아있던 서준이 뒤척인다. 이틀 연달아 마시게 한건 조금 심했나? 싶다가도 무방비하게 자는 모습을 보며 해맑게 웃는다.

"우리 매니저. 자니?"

"후우. 괜찮아요. 얼른 가서 자야죠."

"이리와봐."

하은은 열을 재듯 서준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갑작스런 스킨십에 당황한 건지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음~ 조금 후끈 달아오른 것 같기도."

"하룻밤 푹 자면 괜찮을 거예요."

"또 지각하려고?"

그러자 서준은 대답대신 멋쩍게 웃는다.

첨엔 그저 운전을 잘할것 같아서 단순히 그런 이유로 채용한 직원이였는데 이렇게 반하게 될줄알았다면 조금 더 잘해줄 걸. 하은은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다고 생각하며 피식 미소 지었다.

"...사장님?"

"그러지말고 내 집에서 자고 갈래?"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