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63) 미연시 모드 ON
"매니저 오빠! 뭐해요?"
엘로디는 셀카봉을 든채로 내게 다가왔다.
"아... 잠깐."
"그거죠. 그거! 표정보니 알겠다. 모바일 게임 하시는구나~."
"아, 아니. 일 때문에..."
"헉."
그때였다. 눈 앞이 마치 미연시 게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미연시 모드 ON. (언제든지 ON/OFF 할수 있습니다.)]
[엘로디/20세.]
[호감도 ♥♥♥♥♥ MAX]
오... 되게 신기하네. 뭔가 영화 속에서 보던 최첨단 렌즈를 낀 기분이야.
"저. 그러면 매니저 오빠가 하는 게임 볼래요!"
"가, 갑자기...?"
-엘로디 멈춰!
-흑흑 엘로디 씹덕 죽이기 가는거냐
-무섭다 엘로디!
[매니저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 취향을 알지도 모르니까!]
속마음마저 굳이 휴대폰으로 보지않아도 바로 보여진다.
"음... 확실히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이걸로 서준 씨. 취향을 알아내야겠다.]
지민이 대화를 거들자 곧바로 속마음과 정보가 나타났다.
[강지민/27세.]
[호감도 ♥♥♥♥♥ MAX]
"하하. 나도 궁금했었는데. 우리 매니저 항상 뭘 그렇게 열심히하나 하고 말이야. 가끔 일본어로 게임 이름 소리 들리기도 하고 그랬지"
-셋다 씹덕죽이기 멈춰 ㅠㅠㅠ!
-매니저 음소거 안해놨구나...
-이렇게 강제 덕밍아웃을
사장님까지 내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보인다.
사실 이런 거 보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중요한건 사장님의 호감도다.
[최하은/28세.]
[호감도 ♥♥♡♡♡]
벌써 두개나 차있다. 어쩌면 지민처럼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일지도. 아냐 괜히 김칫국 마시지말자.
휴대폰을 들어 모바일 게임에 들어갔는데 이거 되게 야한 게임이라는걸 깜빡했다.
미연시라는 건 호감도를 쌓을수도 있지만 때론 떨어질수도 있는 노릇. 괜히 이런거 보여줬다고 떨어지진 않겠지.
"아하하. 매니저 오빠! 비키니, 비키니 좋아하시는군여."
-씹덕죽이기 멈춰 ㅠㅠㅠ
-매니저 덕밍아웃 ㅠㅠㅠ
-아 그 게임 아시는구나~
"비, 비키니는 한정이라 월급 털어서 뽑았거든..."
"그러면 안 되지. 저축 차곡차곡해서 집 사야지."
-ㄹㅇㅋㅋ
-매니저 월급 모아서 집 사지나...
-집사겠다는 엘로디 본받아
사장님의 호감도는 변화없었다. 이런걸로 호감을 살 수 있을리는 만무하지. 안 떨어진 것만 해도 미친 이득이야.
"아하하..."
엘로디로디님이 10,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매니저 취향 비키니 확인
-비키니 안좋아하는 남자가 있냐 ㅋㅋㅋ
-언제 한번 비키니 방송 각이네
"비키니 방송~? 날도 더워지는데... 음."
-헉
-큰거오나요?
-헤으응... 하은눈나 비키니
사장님은 이유 모를 웃음과 함께 방송을 종료하셨다.
다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점심은 내가 쏘겠다고 말했다.
"꺄아아! 진짜여? 매니저 오빠가?!"
"풉. 또 햄버거집 가시려고요?"
이번에는 햄버거집이 아니다.
"에이~ 그럴 수 있나요. 다들 7일간 열심히 운동방송 했는데... 뷔페 갈까요?"
"우리 매니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걱정하시는 것 같아 지갑에 주섬주섬 호텔 뷔페 할인권 4장을 꺼냈다.
얼떨결에 이벤트 응모했다가 100명만 주는 거에 당첨 되어버린거다.
"하하하! 그런 건 또 언제 준비해뒀대."
"서준 씨. 정말 알뜰살뜰 하시다니까요."
***
호텔 뷔페 안. 들어가기전부터 내 옆에 앉겠다며 지민과 엘로디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사장님이 이 상황을 오해하지 말으셔야할텐데.
"앞에 앉으면 우리 매니저 보면서 밥먹을 수 있잖아."
"그릉가. 그럼 엘로디는 매니저 오빠 앞에 앉겠습니다."
덕분에 신경전은 금방 끝나버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사장님을 빤히 쳐다봤다.
"얘들아. 너희 먼저 음식 가지고 와. 내가 자리 지키고 있을게."
미연시 경험을 살린다면 여기서 이런 대사를 하는게 좋을거다.
"그러면 저도 같이 지키고 있을게요."
"그러면 저도..."
"엘로디도...!"
사장님은 빵터진듯 크게 웃으며 우릴 쳐다봤다.
"요즘 우리 매니저 왜 이렇게 인기 많아졌어? 예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녔는데."
"대기만성이니까여!"
"그런 말도 아는거야? 후후."
그렇게 우리는 누구하나 남겨두지 않고 네 사람 모두 그릇을 들고 음식을 가지러 향했다.
"뷔잘알 엘로디의 첫픽은 수프입니다. 위벽을 보호해줄거예요."
"오..."
두번째부터는 고기라면서 마구마구 고기를 담기 시작하는 엘로디.
"야채도 먹어야지."
"그릉가."
"맞아요.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한게 균형있는 식사니까요."
김치로 퉁치겠다며 그릇 반은 고기, 반은 김치를 담아갔다.
"엘로디 씨는 하는 행동이 참 귀엽다니까요. 저런 아이 낳으면 좋지 않을까요? 서준 씨랑 저랑 결혼해서..."
"아. 벌써 결혼까지 생각하신겁니까?"
"네. 미리 상 받고 계획짜면 늦으니까. 신혼 여행 갈곳이랑... 아이는 다섯명 이상 낳기로 했어요."
사뭇 진지해보이는 표정이라 뭐라 태클하기 어려웠다.
한편, 저 멀리 음료칸 앞에 서있는 엘로디와 사장님이 보인다.
"이게 뭐냐. 바로 식혜!"
"시게..."
"식.혜."
"시... 으엑! 혀 씹었습니다."
"발음하기 좀 어렵긴 하지. 하지만 이 식혜야말로 대표적인 K음료라고 할수 있어."
"대표적인 K음료...!"
엘로디가 식혜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킨다.
"우리 엘로디. 식혜 앞에 나무를 붙여볼래?"
"나무식혜?"
"아하하. 엘로디 무식하다고?"
"네에에?! 아니에용!"
잘들 놀고 있구만.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한가득 푸짐하게 쌓인 음식을 먹고 있는데 지민은 내게 더 관심을 보였다.
"서준 씨 저 이것도 가져와봤어요. 먹어봐요."
"음... 맛있네요."
"다행이다. 이것도."
"으음..."
내가 가져온 음식보다 지민의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기분. 거기다 음식들은 알고보니 전부 정력에 좋은 음식들이였다.
"입맛에 맞아 다행이네요. 먹고 힘내요."
"예... 돌봐주셔서 고맙네요. 뭔가 아기가 된 느낌입니다."
"아하하."
그 무렵, 엘로디는 포크로 스파게티를 우물우물 먹으며 테이블 메뉴판을 확인해본다.
"양주!"
양주...
나 지금 양주 살 돈이 있던가.
"양주까지 우리 매니저가 사면 부담 되잖아. 그건 내가 사줄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운전은 내가 해야할테니 세 잔만 양주를 채워 하나씩 건네주었다.
"아냐. 우리 매니저. 이런 자리에 항상 혼자 빠졌잖아. 이번에는 내가 운전 할게."
사장님께 드린 와인잔을 그대로 다시 받았다.
"나는 아까 엘로디랑 떠온 식혜 마시면 되니까."
"..."
몸에 밴듯 자연스레 배려하시는 행동...
내가 미연시 여주인공이였으면 호감도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뷔페에서 양주 한병까지 한가득 먹고 계산하러 갔다.
"이 일. 우리 서연이랑 예진이가 알면 엄청 질투하려나? 비밀로 하자."
그러면서 사장님은 내가 낼 뷔페 비용까지 한번에 계산해버리셨다.
"진심은 전해졌으니까. 그거면 된거 아니겠어?"
[사장님의 호감 스택이 +0.5 쌓였습니다.]
"후후. 그러네요."
차 안, 먼저 엘로디를 집에 내려다주고 지민은 헬스장 앞에 내려다주기로 했다.
"두 분 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특히 서준 씨. 집 가면 꼭 연락하시고."
아까 양주가 맛있어서 잔뜩 마시는 바람에 또 걱정하는 거처럼 보였다.
"네. 내일 봐요."
속이 자꾸 울렁거린다. 술기운에 알딸딸하고 하필이면 바로 옆에 사장님이랑 단 둘이 있어서 흥분 되기도 하고 그런다.
"으음..."
여기서 뭔가 호감스택을 더 쌓아야할 것 같은데. 미연시로 따져봐도 이런 이벤트 씬은 흔하지 않을테니까.
"속 울렁거려? 약하나 사줄까?"
"아뇨. 아뇨. 정말 괜찮아요."
신호가 빨간불이 되어 차가 멈췄을때 사장님이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신다.
"으이구. 양주라고 그렇게 막 마시면 어떡하니? 우리 매니저. 어른스러운 척 해도 아직 애라니까."
"아하하... 흔치 않은 기회다보니..."
자취방 앞에서 내릴때 사장님은 차를 주차하고 같이 내려주셨다.
"저기니?"
"네."
"같이 걸어가자. 괜히 비틀비틀 넘어지거나 계단에서 누워 잘라."
"그, 그 정도까지는 아니긴 한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단 둘이 아무말 없이 천천히 내 자취방을 향해 걸어간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응. 오늘 고생 많았어. 푹 쉬고 내일 보자."
술기운에다 호감 스택이 조금 쌓여서 자신감이 생긴건지 그만 급발진을 밟아버렸다.
"사장님...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다음날 아침. 살면서 이렇게 늦은건 처음이라 후다닥 뛰어서 회사로 들어갔다.
"우리 매니저 안녕."
"아, 안녕하세요..."
다른 스트리머들은 방송 중이고 사장님 혼자 테이블에 앉아 커피 마시고 계셨다.
"네가 지각 하는건 처음 보네."
"죄송합니다..."
"풉. 신경 쓰지말고 이거 하나 마셔."
숙취해소음료를 건네주셨다. 점점 제정신이 들어서 어제했던 이야기가 떠올라버렸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멘트가 그게 뭐냐. 미연시를 그렇게해도 인생은 실전인가보다.
"어제했던 이야기 기억 나?"
"그, 글쎄요오..."
"반응을 보니 기억하는 모양이네."
역시 눈치가 빠르시다.
"그 질문에 대답 이제 해주려고 하는데."
"대, 대답이요...?"
어라 잠깐.
[호감도 ♥♥♥♡♡] 호감도가 한칸 더 쌓여있어.
"사장, 매니저... 보다 더 좋은 관계가 되고 싶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