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58) 중간 점검 파티 전 헤어샵
"나 왔다."
"왔냐."
첫번째로 도착한 건 서연이. 지난번에 샀던 크롭티를 가리려는듯 검정 후드집업을 입고있다.
"크롭티는 제대로 입고 왔어?"
"..."
웃으면서 빤히 쳐다보자 군말없이 검정 후드티 지퍼를 쭈욱 내린다.
"하여튼 변태같은 놈."
"난 지퍼 내리라고 말한 적 없는데~."
"...으으."
안 그래도 군살 없는 배가 요새 계속 지민따라 운동하다보니 더 튼튼해보인다.
"농담이야. 이리와. 나 배 만져볼래."
"뭔 배 만져볼래야! 저리 안 꺼져?"
점점 달아오르는 표정을 즐기다가 여기에 앉으라는 뜻으로 무릎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다른 사람 올지도 모르니까 잠깐만이야."
"옳지."
"옳지는 개뿔."
서연이를 무릎에 앉히고 쪼물쪼물 드러난 아랫배를 만져댔다.
"으흣 후으읏... 잠깐만... 손톱으로 긁지마..."
"다른 사람 올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소리내도 돼?"
"시끄러워..."
또각 또각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후다닥 일어나는 서연.
"히이익...!"
다행히 두번째로 도착한건 예진이였다.
"아주 밖에서부터 신음소리가 다 들리더라."
얼굴을 확인하곤 안심한 표정으로 다시 내 위에 앉았다.
"어휴...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간 말고 서준이 옆에서 떨어져. 아, 아니다! 서준아 나도 무릎에 앉을래!"
"풉. 그렇..."
이미 내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앉는 예진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배를 잔뜩 만지다가 사장님 얘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요즘 사장님 뭐 힘든 일 있으시다거나 그런거 없어?"
"응? 갑자기?"
"그 아줌마가 힘들어 하는 일이 있어?"
사실 서연이나 예진이같은 반응이 자연스러울거다. 나도 호감작 어플이 말해주기 전까진 완전 모르고 살았으니까.
"사장님 말이야. 원체 힘든일있어도 겉으로는 잘 안들어내잖아."
"그건 서준이 말이 맞아. 회사 처음 만들었을때 기억나?"
예진은 고개 돌려 서연을 쳐다본다. 내가 들어오기 전 단 세명만 있을때를 말하나보다.
"기억나지. 뭔 하꼬들 데리고 회사놀이하는 거냐며 욕하고 그랬지."
"몇달 전까지 쭈우욱... 우리가 성장하기전까지 계속 욕만 들으셨잖아. 그런데도 힘든 티 하나 안내셨지."
맞아. 그런 걸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인데. 대체 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잘 됐지 뭐. 씨발 이따 파티가서 우리 욕한 새끼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거다."
"괜히 위키에 박제될 일이나 하지마."
"내가 넌 줄 아냐?"
예진이는 계속 고민중인 내 표정이 마음에 걸린건지 손을 뻗어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너무 걱정 마. 서준아. 사장님은 네가 걱정해야 할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셔."
"리얼. 그 아줌마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부터 해. 너 노리는 사람 많더라."
내 걱정...?
그 무렵 엘로디가 도착했다.
"으허헝! 치사해요 두 사람만 매니저 오빠 무릎에 앉아있어!"
"일찍 온 사람만 누릴수 있는 사치야."
너무 슬픈 목소리를 내길래 뒤에 앉아 등에 기대라고 말했다. 또 뒤에 온 지민도 남는 자리에 대충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저, 저기... 다들, 이제 사장님 올 것 같으니까 그만..."
"그러면 하나 둘 셋 하면 놓아여!"
엘로디가 힘차게 하나 둘 셋 구령을 넣지만 아무도 떨어지질 않았다.
"돌겠네."
밖에서 사장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다들 떨어졌다.
"얘들아 좋은 아침. 음~ 좋아. 다들 예쁘게 잘 입고 왔네. 자! 출발."
"벌써요? 아직 파티시간 많이 남았는데..."
"가보면 알게 될거야."
***
사장님을 따라 간 곳은 큰 미용실 안.
뜬금없지만 차는 내가 몰았다.
"하은씨~ 어서오세요~."
"아는 지인 분 미용실 빌렸지롱. 여기서 머리도 만지고. 메이크업까지 하고 갈거야."
"우와아... 우리 뭔가 연예인 된 것 같아요."
"우리 예진이 연예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미모 가지고 있잖아."
"아, 아니이~ 그건 아니에요! 그런 말 방송 켜고 하시면 안돼요! 알았죠?"
사장님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예진이를 무시하고 내게 셀카봉을 건넸다. 무조건 말하겠구나.
"내 방송 잘 부탁할게. 우리 매니저."
"넵. 제목은요?"
"큭큭."
[방송 제목 : 존버 끝에 떡상! 싱글벙글 코인 안 탄 흑우 없지?!]
-하은하
-제목 ㅋㅋㅋㅋ
-싱글벙글 코인 탑승!
하으니조아님이 100,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오네요 ㅠㅠ 하은님 다른 스트리머분들 모두 화이팅
"꺄아... 10만원 고마워요."
방금 셀카봉을 건네주셨는데 흥분하신건지 다시 가져가 회사 스트리머들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우리 서연이랑 연예인 뺨치는 예진이!"
"꺄아아! 하지 말라니까요!"
-ㅋㅋㅋㅋ
-예진눈나면 연예인 인정이지
-서하 예하
-ㅅㅎㅇㅎ
"연예인이 좆으로 보이나."
"닥쳐. 내가 한 말 아니거든."
포커스를 다른 쪽으로 맞춘다.
"그리고 우리 엘로디랑 지민이!"
"엘하!"
"반갑습니다..."
-민하 엘하
-하나같이 왤케 예쁨
"그리고 마지막은 회사에서 제일 예쁜 나, 하으니!"
-헉
-이거 논란있겠는데
-;;;
-사장님 추해요...
"우리 회사 스트리머들 이제 전부 다 구독자 30만명 넘지롱~ 평균 시청자들도 최소 이 삼천명은 넘는 추세고."
-캬 개지린다
-언제 이렇게 커졌어요
-싱글벙글 인방 머기업 뺨치는 곳이였네;;;
"으헤헤."
그간 큰 상승폭을 보이며 성장한 스트리머들, 나도 이렇게 뿌듯한데 사장님은 오죽하겠어.
"우리 회사 이러다 상장까지 하는거 아냐~?"
"상장! 저 엘로디는 올해의 스트리머 상 받을겁니다."
하긴 엘로디한테 어려운 말이겠지. 막상 영어로 번역해보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겠으니까.
"그러면 사장님은 밥상!"
"헉."
-엘로디 표정봐 ㅋㅋㅋㅋ
-개드립 쳐서 찐으로 당황했다
-하은소리가 또...
"아하하. 재밌당. 잠깐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치 그치? 코드가 잘 맞는다니까 우리 엘로디."
-엘로디 사회생활 마스터;;;
-엘피셜) 사장 비위 맞추기 x같아...
"자. 그러면 하은 씨, 하은 씨네 직원 여러분. 여기 앉아보시겠어요?"
일렬로 나열된 미용실 의자에 하나 둘 앉는 스트리머들, 일단 사장님을 중앙으로 양 옆, 엘로디와 지민을 촬영하기로 했다.
"지민 씨는 머리 자를때 보통 뭐라 말 하세요?"
"저 옛날에는 스포츠 머리하는 선수들이 부러워서 막 밀어버릴까 하고 그랬었는데. 머리 길면 감고 말릴떄 진짜 귀찮잖아요."
-ㄹㅇㅋㅋ
-본인 귀찮아서 3mm반삭함
"요즘은 그런 생각보단 자꾸 꾸미고 싶은 마음 뿐이네요. 머리도 예쁘게 만져달라고 할 거예요."
"아하하. 스트리머가 되셔서 그런가?"
"후후.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면서 나만 보이게 살짝 윙크했는데 어플 없이도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거구나. 이따 칭찬해줘야지.
"저, 엘로디는 약간 풍성하게 웨이브 넣어보려고 합니다."
"예쁘겠네."
너나할 것 없이 잔뜩 들떠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사장님도 별 다른 이상 없어보이고.
"사장님은 어떤 느낌?"
"20대 같은 느낌 아닐까여?"
옆에 있던 엘로디가 끼어든다.
"지금도 20대인데!"
"아이쿠. 엘차차."
-엘차차 ㅇㅈㄹㅋㅋㅋㅋㅋ
-엘로디 짱귀엽네 ㅋㅋㅋ
그리고 예진과 서연을 찾아갔다. 예진은 염색약을 보충한다고 그런다.
"금발이 점점 풀리는 것 같아서~."
예진카페와이파이털이범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예진눈나 자연금발 아니였어?
"자, 자연 금발이라뇨. 저 한국인인데..."
-아 ㅋㅋㅋㅋ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빡했다
-하긴 엘로디도 한국인인데
"자연 금발 소리 들을 정도로 항상 티 안나게 관리한 덕이려나? 하하..."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잘 쓸게용~
역시 연예인...
-ㄹㅇ...
-연예인은 다르구나
"아아악! 사장님이 또 이상한 밈 묻혔어!"
***
현재시각 AM 11 : 30 분.
중간 점검 파티가 열리는 클럽 앞.
어떤 여 스트리머가 대본을 읽으며 방송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좋습니다. 시작해보죠!"
[방송 제목 : 공식입니다! 중간 점검 파티]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눈나아아ㅏㅏㅏ
-예쁘당
-헤으응... 나 주거
"공식방송과 함께하는 중간 점검 파티..."
엘로디로디님이 1,000원을 후원!
내가 엘로디 머리 하는거보다 바로 공식방송 켠 엘붕이면 개추 ㅋㅋㅋ
-ㄱㅊ
-ㄱㅊ
-엘붕단 그켬;;;
-엘로디펀치!엘로디펀치!
"아이고. 도네 소리를 안꺼놨네요."
다시 방송 점검을 셋팅하는 사이, 채팅창은 스트리머들 닉네임 도배로 개판이 되어버렸다.
-이
-엘
-서
-로
-연
-디
-응애응애
-댕댕콘 잘생겼다~
"으아악. 채팅창 도배 자제 부탁드려요!"
난처한 상황에 채팅창 매니저가 나타나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공식 방송과 함께하는 중간 점검 파티. 올해 인방판에는 정말 지각변동이라 할 정도로 큰 변화가 많이 일어났는데요..."
-ㄹㅇ;;
-이서연 떡상 존버는 승리한다
-엘로디커여웡
-예진눈나 최고오
-어휴 싱글벙글단 벌써부터 난리네
"아하하.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얘기를 해주시는데요! 맞습니다. 큰 상승세를 보이는 스트리머가 모두 이 싱글벙글 인방 소속이죠! 혹시 자료화면 띄우기 가능한가요?"
-자료 화면 띄우기가 되나?
-여기 공중파 방송아닙니다
그러자 방송 화면에 서연, 예진, 엘로디, 지민의 얼굴이 나타났다.
-되네 ㅋㅋㅋ
-채신기술;;;
-오우야;;;
-눈나들 넘예뻐
-엘로디펀치!엘로디펀치!
"거기에 올해의 스트리머 상 유력 후보중 하나! 구독자 100만 이상의 뉴튜버 겸 스트리머 최하은 님이 사장님으로 계십니다."
자료화면으로 최하은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은!하은!하은!
-그 회사가 이렇게 클줄 몰랐네...
-사장님 기대하고 있어요
-유일신 '최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