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44) 뉴튜버 강지민
아침,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안.메일은 보내놨다. 답장만 기다리면 된다.
[강지민]
구독자 수 20만 명의 뉴튜버.
주 컨텐츠는 운동, 헬스 트레이너 답게 몸이 꽤 탄탄해보인다.
"야. 야 매니저."
"아. 서연이 왔구나."
휴대폰을 끄고 서연일 바라봤다.
"이제 와서 숨겨도 소용 없거든. 휴대폰으로 여자 보다가 나한테 딱 걸린거지?"
"일 중이였어."
"일은 개뿔~. 야동 봤지!"
"회사에서 그런 걸 보겠냐."
그리고 눈 앞에 걸어다니는 야동이 있는데. 아무튼 오해를 풀려 방금 보고 있던 뉴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강지민...?"
"응. 어제 엘로디 영상에 댓글 달아주셨거든. 같이 영상 찍어보자더라."
"오호. 그래?"
서연은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나저나 너도 운동 좀 해야하지않아? 매번 방송만 하고 나면 쓰러지다시피 의자에 널부러져 있잖아."
"난 됐어. 아직 팔팔해."
"그러냐."
어쩔 수 없지. 일단 엘로디한테 집중하는 수 밖에.
"그만 방송하러 간다."
"잠깐만."
쪼옥♥
스튜디오를 향해 걸어가던 서연의 손목을 잡고 진하게 키스했다.
"방송 잘 하고 와."
"미친놈..."
이후 엘로디와 사장님이 동시에 출근했다. 앞에서부터 우연히 만났다며 시끌벅적하다.
"앞에 머리가 하얗길래 설마! 해서 봤는데 엘로디였지 뭐야."
"하얀 머리면 할머니일수도 있져!"
"헉. 그 생각을 못했어."
"두 분 잠시 이것 좀 보실래요?"
끼어들기 힘든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아까까지 보던 강지민 뉴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우와. 이 사람 되게 멋있어보인다. 누구예요?"
"이 사람이 어제 말했던 강지민이야."
"헉. 진짜요? 그 5분 속성 영상 만드신 분?"
고개를 끄덕거지라 대박대박 거리며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흑... 우리 매니저. 나잇살 들었다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거구나."
"아뇨. 그런게 아니라 엘로디 뉴튜브 댓글 보셨어요?"
"제 뉴튜브 댓글요? 왜요?"
다들 영문을 모르는 눈치다. 나 혼자 댓글을 발견하고 하루종일 고민하고 있었던건가.
"holly... 제 뉴튜브에 댓글 다셨네요. 그것도 영상 같이 찍자고."
"조회수가 벌써 10만이나 됐어? 하하. 이럼 댓글을 안 달수가 없지."
엘로디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하는 표정이였다.
"어때? 가볼래 엘로디?"
"마, 만나는 건 좋은데. 운동은 안 하는걸로..."
"아하하! 엘로디 운동하기 진짜 싫은가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운동은 무조건 시켜야지.
"히잉... 단호해. 단호박 매니저 오빠."
"이, 이상한 드립치지말고."
"근데 연락처는 받았니?"
"이메일 주소 적혀있길래 이것저것 인증할만한 거랑 제 명함 찍어서 보냈기는 한데..."
타이밍 좋게 메일 답장이 도착했다.
[네 ㅎㅎ 완전 좋아요. 편하실때 여기로 연락주세요]
[010 -xxxx - xxxx]
"연락 걸어볼게 엘로디."
"넹넹! 재밌겠다!"
"마냥 즐거워할 건 아냐. 누군가와 협업을 하는 건 모 아니면 도. 중간이란건 없을 수도 있어."
웃음기가 사라진 사장님이 말했다.
"미안. 내가 분위기에 너무 찬물 끼얹었나? 하여튼 검은 머리 짐승은 늘 조심해야해."
"네. 명심할게요."
엘로디는 머리칼을 만지더니 서연이 스튜디오를 빤히 바라봤다.
"검은 머리 짐승... 서연 언니?"
"하하하. 우리 서연이는 예외지."
딱히 긴장할건 아닌데 적막한 분위기에 벨소리만 울려대니까 괜시리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일전에 연락드렸던 싱글벙글 매니지먼트 매니저 권서준 입니다."
"과장도 붙여야지~."
옆에서 사장님이 속닥속닥 거렸다.
"권서준 과장입니다."
"아. 네네. 안 그래도 방금 막 답장 드렸는데 이렇게 금방 연락주실지 몰랐어요. 후후~ 목소리가 멋지신데요?"
"실물은 더 멋져요!"
옆에서 엘로디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아하하. 방금 엘로디 님 목소리 아녜요?"
"네. 하하..."
그 말을 듣더니 휴대폰 앞까지 고개를 내민다.
"지민 님. 안녕하세여."
"반가워요. 엘로디 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yeah! nice to meet you too!"
"엘로디. 우리 과장님 곤란하게 하면 안 되지."
"그러네요. 죄송해여 매니저 오빠. 천천히 일보세요."
순순히 뒤로 빠지는건 좋은데 뒤에서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오히려 더 부담되는 느낌이였다.
"언제 만날까요?"
"시간은 오늘 당장도 괜찮아요."
"어떡할래 엘로디?"
"못 먹어도 고."
휴대폰 너머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촬영 장소는 강지민의 헬스장.
그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통화를 끊었다.
"후우... 어떻게 잘 된것 같네요 사장님."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사장님은 차키를 건네주셨다.
"내 차 빌려줄테니까 회사 걱정말고 다녀와. 무슨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
"네."
저렇게 신신당부하는 모습이 이해가 된다. 이 바닥, 인터넷 방송 업계에는 진짜 온갖 기상천외한 사건과 별에 별 미친놈들이 다 있는 곳이니까.
"좋아요! 얼른 다녀오죠 매니저 오빠."
"응."
하지만 호감작 어플이 있는 한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강지민 다음은 너다.
***
헬스장으로 가는 길.
옆자리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는 모습. 가슴 중앙을 눌러 안 그래도 큰 가슴이 더 커보인다.
"..."
거기다 허벅지도 자꾸 눈에 띄여서 모른척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만져댔다.
"매니저 오빠 나쁜 손."
"미안. 기어 잡으려다 잘못 잡았네."
"아하하. 그 드립 재밌네요."
출발 전, 엘로디 뉴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확인했다.
[드디어 만납니다 엘로디X강지민]
요즘 핫한 뉴튜버시져! 강지민님 만나뵈러 지금 헬스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근데 첫날부터 운동 시키진 않겠죠 ㅠㅠ...)
댓글
-운동하러 가는거 아니였냐고 ㅋㅋㅋ
-사진이 도살장 끌려가는 느낌 ㅋㅋ
"첫날부터 운동시킬걸."
"끄흐흡..."
헬스장 안.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 머리, 나긋나긋 해보이지만 눈매는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여자. 실물로 보니까 훨씬 더 몸매가 좋아보인다.
"어서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장님이 엄마 포지션이라면 이 사람은 누나 포지션으로 봐야할까.
"우와아! 이 사람이 지민 님! 엄청 예뻐요. 섹시해!"
"아하하. 엘로디 님도 엄청 예뻐요. 섹시하고."
엘로디는 어서 옷 갈아 입고 오겠다며 탈의실로 떠났다. 단 둘이 남아 조금 어색한 분위기, 자연스레 휴대폰에 손이 간다.
"듣기론 여러 스트리머분들을 관리하신다던데 힘드시겠어요."
"다들 좋으신 분들이라 편해요."
말 하는데 갑자기 서연이의 얼굴이 떠올라 피식하고 웃었다. 아 웃으면 안되는데 이상한 사람 처럼 보이겠다.
"하하. 괜히 이미지 관리하려다 웃음을 못 참아버렸네요."
"풉. 재밌으신 분이시네. 저희 닮은 점이 많아 보여요. 저도 제 밑에 동생들."
동생...?
"우리 트레이너분들 관리하랴 회원님들 관리하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그렇죠. 사실 사람상대하는게 제일 힘든 일이죠."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올해로 22살입니다."
"한창 좋을때네요. 편하게 서준 씨라고 부를게요."
"예. 그럼 저도 지민 씨로..."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려댔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
"편하게 일 보세요."
[뉴튜버 강지민]
-나이 : 27세
-평균 시청자 수 : 생방송 이력 x
-뉴튜브 구독자 수 : 20만
-추천 컨텐츠 : 게스트 불러서 운동하기
-성관계 횟수 및 연애 경험 : 없음
마치 이 사람을 영입하라고 등 떠밀듯 도착한 호감작 어플 메시지 같았다.
그때 분명 영입하려면 호오감 포인트 말고도 다른 조건이 필요했었지. 어디 한번 볼까.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얼리 엘로디! 빠르게 환복하고 왔습니다."
"화, 환복...?"
저런 단어는 또 어디서 듣고 온거야.
갑작스러운 엘로디의 등장으로 조건은 나중에 보기로 했다.
"오늘 운동 방송! 조져봅시다."
"갑자기 힘이 팍 들어갔네."
아까까지만해도 운동 하기 싫은 표정이였는데 말이지.
"그게 실제로 지민 님의 몸매를 보니까요. 자극 받았어요! 쭉쭉빵빵 엘로디를 향해서 달려보겠습니다."
지금도 쭉쭉빵빵 걸어다니는 섹스 급이라고 말하려다 주변에 보는 눈이 있어 참았다.
"헬스장에서 방송 해도 괜찮죠?"
"물론이죠. 그거 하려고 오신거면서~ 저도 생방하는건 처음이라 왠지 설레네요."
"영상 풀버전은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후원은 또 어떻게 나눠..."
방송 시작 전에 정하고 가야 서로 편하겠지.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거 뿐이라 둘 다 안 주셔도 괜찮아요."
"그런가요."
선심쓰듯 말하는 것 같지만 왠지 꺼려하는 표정이였다.
"안 돼여! 잘 하는 일은 공짜로 해주지마라.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명대사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엘로디 님이 한달 동안 꾸준히 여기 나와서 운동하는 걸로 합의볼까요?"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공짜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