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35화 (35/81)

[19] (EP.35) 서진엘 호감 트리오 입갤

"일단 얘기는 이따 하고 점심 먹으러가자."

"점심? 점심이 넘어가냐?"

라고 말하던 서연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

"점심 메뉴는 제일 배고파하는 서연이가 고르는걸로 할까?"

"그래여! 서연 언니 오늘의 메뉴는요?"

"음..."

지난번 서연이와 단둘이 갔던 부대찌개 앞.

"이걸 먹어줘야 진정한 한국인이지. 여기에 디저트까지 민트 초코로 때린다? 그냥 끝이야."

"민트 초코랑 한국인이랑 아무관계 없거든?"

예진은 서연의 말에 태클건다.

"민트초코에 김치를..."

"미친년아! 이상한 소리 하지마."

그러자 마음을 고쳐먹은듯 이렇게 말한다.

"사실 민트초코 아니여도 여기 부대찌개집에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공짜로 줘. 지난번에 매니저랑 왔을때... 깜빡하고 못 먹었지만."

"지난번에?"

지난번 거의 꽐라가 된 서연을 자취방에 옮기고 면간 대딸을 존나 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뭐야... 서준이 갑자기 무슨 생각하는거야."

"아냐. 하하... 그만 들어가자."

부대찌개집 안.

서연, 예진은 내 휴대폰을 가져가 엘로디와 찍은 사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런 일이 있었구만. 진짜 매니저 이거 씹미친놈 아냐?"

특히 예진은 자지를 빨며 브이하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아무리봐도 엘로디가 더 즐기는것 같지 않아?"

"헤헤. 사진찍히는 것도 재밌어요! 모델이 된 기분?"

"..."

계속해서 갤러리를 보다 서연은 예진의 사진도 발견한다.

"야 잠깐만. 와... 김예진. 자기는 아닌 척..."

"아, 아니이...! 이거는 그냥 분위기 타다 그만..."

더 변명하기 어려웠던 예진은 휴대폰을 뺏어 내게 건넸다.

"이, 이제 그만 봐. 매니저 사생활 지켜줘야지."

"네 성생활을 지키려고 그러는거겠지. 어쩜 회사에 제정신인 사람이 없냐."

"네가 할말은 아니거든!"

내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엘로디, 서연, 예진.

분위기가 좋아보여 휴대폰을 가로로 들고 바라봤다.

"너희 셋 사진 찍어도 되지?"

"가, 갑자기? 그래 뭐. 잠깐마안..."

예진은 서둘러 빗으로 머리를 정돈한다.

"매니저 오빠! 사진 찍을때 김치하고 찍어야해요."

"알았어."

찰칵!

사이좋게 모여있는 세 사람을 사진에 담고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제목 : 고독한 엘로디... 오늘의 게스트는요?]

먼저 캠을 살짝 옮겨 엘로디와 서연이만 비치게 촬영했다.

"네! 오늘은 서연 언니와 함께합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군

-호감듀오 입갤 ㄷㄷㄷ

"니네들 엘로디 방에서 내 뒷담깐다는 소문이 있던데."

-전혀요

-누가 그럼

-들켰네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이서연 미모수준 실화냐? 엘로디 옆에 있어도 밀리지가 않네 ㄷㄷㄷ

-ㄹㅇㅋㅋ

-???

-충신 쳐내

내심 싫지 않은듯 씨익 웃는다.

"듀오라고 하시는데여... 사실 한명 더 있습니다!"

이제 캠을 뒤로 당겨서 세 사람이 잘 보이게 촬영했다.

"빠지면 섭섭한 예진 언니!"

"아하하. 또 뵙네요. 엘청자 여러분."

"엘붕이!"

"에, 엘붕이 여러분..."

-예진눈나아아ㅏ

-어떻게 팬이름이 엘붕이 ㅋㅋ

-서진엘 호감 트리오 입갤 ㅋㅋㅋ

엘로디로디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은발, 흑발, 금발 조합 실화냐고 어이

게스트로 서연, 예진 두 사람이 모두 온 덕인지 시청자 수도 4,000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캬. 시청자 수 많아 진 거 봐라. 하여튼 우리 회사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

-저분 이미 술드시고 오셨나

"헉. 서연 언니 나락이래요."

"누구? 빨리 보내."

"안돼요옷! 제 시청자 건들이기 금지."

-엘로디 극락!!!

-뭐만 하면 쳐내는 이서연 각성하라

"나 말만 쳐내라고 하지. 진짜 악질 아니면 안 쳐내."

-???

-와 정말요

"악질 스트리머 이서연 쳐내래여!"

"닉네임 기억해둔다."

시끌벅적한 사이 부대찌개가 도착했다. 엘로디는 보글보글 끓고있는 찌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으음... 김치도 있고 햄도 있고 뭔가 온갖게 다 들어간게 비빔밥 찌개버전 느낌인데용?"

"마! 니 부대찌개 안 먹어 봤제? 디진다 안카나?"

"한국말이에요...?"

-엘로디 ㄹㅇ 당황하는데 ㅋㅋㅋ

-서연아 되도 않는 사투리 쓰지마라

하긴 부대찌개는 의외로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잡탕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 엘로디한테 힘든 음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먹어보고 맛 없으면 다른 거 시켜도 돼. 여기 돈까스도 팔거든."

"그러면 매니저 오빠말 듣고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먹기 좋게 세 그릇에 옮겨담아 하나하나씩 건네주었다.

-매니저가 배식해주는 느낌 ㅋㅋㅋ

-오늘도 열일하는 매니저

-매니저 형님 서연이는 알아서 처먹으라고 하죠

"크으~ 이 맛이지."

"으음. 맛있다. 회사 주변에 이런 집이 있었구나."

"마! 김예진 니. 부대찌개..."

"그만해."

다들 맛있게 먹는 사이, 엘로디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빤히 바라본다.

"어떤 맛이 날까요? 어렸을때 자주 먹던 햄을 찌개로 끓이다니요...! 긴장 됩니다."

한모금 맛을 보더니 맛있어~! 를 남발한다. 이때가 시청자 반응이 제일 뜨거워지는 순간이다.

-한국 또 1승!!!

-다음에는 국밥먹으러가자

"거봐라. 맛있지 엘로디? 여기에 소주까지 까면 딱인데."

"이서연 너 술 못 마시잖아. 지난번에 삼겹살 집에서 두잔 마시고 뻗어놓고."

"그, 그거는 게임축제 광고하느라 힘들어서 그런 거야. 원래 내가 컨디션에 따라 주량이 오락가락하거든."

그리하여 엘로디와 서연은 소주 한잔씩 걸치기로 했다.

"두 사람 괜찮을까."

"내가 좀 고생하면 돼. 너무 신경쓰지마."

"서준아..."

-매니저 형님 ㅠㅠ

-이서연은 부대찌개집에 버려놓고 가죠

"너희 둘은 안 마실거야?"

"같이 마셔여! 기쁨과 술은 나누면 두배랬어여."

그런 말이 있었던가. 그래도 술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 같이 마시기로 했다. 예진도 내가 마시려고 하니 빠지기 조금 그랬는지 소주잔을 들이밀었다.

짠~! 하고 술잔 네잔이 부딪친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엘로디와 예진, 냅다 부워버리는 서연.

"캬아~ 이 맛이지. 매니저! 나 한잔 더 따라줘."

아무래도 오늘도 자취방에 손님이 늘어날 모양이다.

소주 몇 잔이 더 들어가더니 서연이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으이! 엘로디 내가 네 나이때는 말이야..."

"우와. 여러분... 서연 언니가 갑자기 빨갛게 변신했어요."

-걍 ㅄ이지 ㅋㅋㅋ

-서연아...

"에휴... 쟬 누가 말리겠냐."

"다들 배는 좀 어때? 더 들어갈 수 있겠어? 여기 국물에 라면사리 끓여서 먹으면 또 맛있거든."

이왕 부대찌개 먹으러 온거 뽕을 뽑을 생각이다.

"오옷! 먹어볼래요. 이거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거예요."

"크으~ 역시 내 매니저다. 맛잘알이야. 맛잘알."

라면사리를 추가 주문하고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방송에 담았다.

-캬~

-군침 돈다

"서준아. 방송하랴 요리하랴 안 힘들어? 내가 할까?"

"익숙해져서 괜찮아. 그보다 서연이 좀 챙겨줘. 머리 책상에 박으려고 하네."

"응..."

저래서야 라면이랑 아이스크림은 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귀신같이 그릇을 건네자 벌떡 일어나 먹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야. 적당히 면이 퍼졌네. 딱 우리 언니가 해주던거 그대로야."

서연이 언니는 진짜 어떤 사람일까.

일단 성격은 말도 안되게 착하시겠지?

"음. 신기하네요. 같은 국물에 밥을 먹을때와 면을 먹을때 또 다릅니다."

엘로디도 후루룩 소릴 내며 라면을 먹는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방금 멘트 ㅋㅋ 홈쇼핑 멘트인줄 ㅋㅋㅋ

-ㄹㅇㅋㅋ

-커여운데 왜 ㅋㅋ

후원 메시지를 듣더니 곧바로 홈쇼핑 말투를 꾸며낸다.

"네. 무한으로 즐기는 부대찌개가 단돈 얼만지 모르겠지만 마감임박이에여! 얼른 사주세요."

한편, 서연은 그릇을 탁 내려놓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제 아이스크림 먹자."

"꺄. 기대되네요."

엘로디는 신기한듯 아이스크림 콘과 냉장고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번갈아 쳐다본다.

"뭐예요 뭐예요?"

"직접 퍼먹는 거야. 물은 셀프입니다 같은 느낌."

가게 안에 있는 안내문구를 보며 말했다. 호기롭게 아이스크림 스쿱을 들더니 낑낑거리며 허공에 삽질을 시작한다.

"끄윽... 뭔가 생각보다 잘 안됩니다."

"기다려봐 도와줄게."

초코, 바나나 2단 아이스크림 콘을 만들어 주었다. 그 무렵, 지켜보고있던 서연과 예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장님한테 민트 초코 들여다달라고 부탁해볼까."

"영업방해로 고소당해."

-ㄹㅇㅋㅋ

-예진눈나 맞말추

"매니저 내 것도 만들어줘."

"어."

서연은 신난 표정으로 갓 만든 아이스크림을 낼름낼름 핥다 시청자들 몰래 내게 윙크한다. 뭐지? 따먹어달라는 건가.

"예진이 넌 무슨 맛으로 퍼줄까."

"아냐. 거기 있어봐 서준아. 특별히 넌, 내가 색다른거 만들어줄테니까."

"응?"

-ㅁㅇㅁㅇ

-두 사람 사귀나요??

-특별?!

"사, 사귀다니요. 서로 난처할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말은 그렇게하지만 전혀 난처한 표정은 아니여보인다.

-억지 우결충 그켬

-매니저는 킹반인이니까 건드리지말라구

어디선가 사이다 잔을 가져와 그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넣는다. 그 후 자판기 커피를 뽑아 그 위에 시럽을 뿌리듯 부워버린다.

"막간을 이용한 아포가토. 한번 마셔봐."

"... 달짝지근한게 맛있네."

-예진눈나 개쩔어

-아포가토가 먼데???

"뭐냐? 둘이 왤케 꽁냥꽁냥 대?"

"그, 그런 말 말래도...!"

-악질 우결충 이서연 입갤 ㅋㅋㅋ

-삼각관계 ㄷㄷ

"엘로디도 아헤가오 먹어보고 싶습니다~."

"아헤가오가 아니라 아포가토!"

아포가토 먹방 이후... 엔딩 멘트를 치고 방종했다.

시청자 수는 놀랍게도 5,000명을 넘겨버렸다. 뉴튜브 채널도 쭉 상승중이라 조만간 10만 명을 돌파할 지도 모르겠다.

"하아암~ 간만에 낮 방송 빡세게 했더니 낮잠마렵네."

"다들 수고 많았어."

그때, 갑자기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나 있지~ 낮잠 잘만한 곳 아는데."

"아. 정말? 내가 아는 곳이랑 똑같아보인다?"

"저도 알아여!"

세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다 같이 서준이 자취방 놀러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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