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33) 떡튀순 먹으러 갔어용
왼쪽에는 예진, 오른쪽에는 엘로디를 끼고 거리로 나섰다. 예진은 팔짱을 꼬옥 낀채로 고개만 내밀어 엘로디를 쳐다본다.
"그래서? 이것 저것이 대체 무슨 말이야?"
"말 해도 돼요 매니저 오빠?"
똑같이 내 팔짱을 꼬옥 끼더니 폭탄 발언을 날릴 기세다.
"응. 예진이도 대충 예상 하고 있었을 거야."
"야외 섹스 했는데... 촬영도 하고."
"뭐, 뭐어?!"
[이번에도 엘로디가 꾸민 일인가...]
그래도 예진은 내가 시켜서 그랬을거란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엘로디가 하자해서 한거긴 하지.
내 휴대폰 속 갤러리, 수풀에서 알몸 사진을 찍은 엘로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헤헤. 분위기 타서 제가 찍어달라고 한 거예요. 제 몸 예쁘죠?"
"세상에..."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슬픈 말투로 주절거린다.
"정말 서준이는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이런일에만 엮이는 거야."
이런 능력을 얻은 거 보면 그거보단 나라를 구한 셈일 거다.
"그리고 나서는 매니저 오빠네 집에서 넨네코코 했습니다."
"넨네코코... 그 보다 서준아 너무 한거 아냐?"
"응?"
"엘로디랑 서연이는 자취방에 데려갔으면서 난 왜 안데려가줘?"
"그러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딱히 올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닌데.
"말 나온김에 이따 야외 먹방 방송 하고 가볼래?"
"서준이 진짜...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냐?"
싫지 않은듯 씨익 웃으며 말한다.
"예에~ 섹스다. 매니저 오빠 K자지 갱장해~"
"에, 엘로디!! 그런 적나라한 말 쓰지마."
당황한듯 엘로디의 입을 틀어 막는다.
"일단 지금은 엘로디 옷 부터 사자."
"맞아요. 저 원래 원피스에 가디건 걸쳤는데 가디건은 처녀혈이 잔뜩 묻어서 빨아놨어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드는 예진의 손을 꼬옥 잡고 백화점 의류 코너로 향했다.
"엘로디 이런 옷은 어때?"
"좋네용!"
"이거는?"
"아주 좋아용."
특히 엘로디보다 예진이 더 신난듯 다양한 종류의 옷을 대어본다.
"오늘은 청바지! 청바지로 가자. 근데 서준아 계산은? 많이 사도 돼?"
"음..."
어떻게 보면 엘로디의 옷을 사는 것도 방송에 필요 한 거니까. 그래도 일단 사장님께 문자로 허락을 구해봐야겠다.
[엘로디 옷 사는데 카드 좀 써도 될까요? 참. 오늘 예진이가 방송 도와준대서 회사 안 가고 야외방송 하고 바로 퇴근 할것 같아요.]
[웅~ 돈 걱정말고 팍팍 써두댕]
"사장님 카드로 결제 해도 된데."
"사장님 카드가 있어?"
지갑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우와... 서준이한텐 이런거 까지 주셨구나. 하긴 서준이라면 믿을만 하지. 가자 엘로디! 이 참에 몇벌 더 골라줄게."
"가즈아~"
오늘의 엘로디는 청바지에 반팔티 셔츠, 거기에 후드집업을 걸쳤다.
"매니저 오빠... 저 어때요?"
"크으. 너무 예뻐. 예진이 옷 잘 고르네."
"후후."
계산할때 직원은 양 옆에 팔짱을 낀 날 신기하게 쳐다봤던 것 같다. 한가득 짐을 들고, 이제 점심 먹방 차례다.
"점심 뭐 먹을까 엘로디?"
"예진 언니! 점심 메뉴 추천해주세요."
"오늘 점심..."
***
분식집 문 앞.
예진이 추천한 오늘의 K 먹방 메뉴는 바로...
떡볶이, 튀김, 순대 삼신기의 조합 떡튀순이였다.
"떠포키."
"떡볶이."
"떠뽀, 떠뽀오..."
엘로디는 발음이 어려운듯 분식집 앞에서 발음 연습을하고있다.
"떡튀순 해봐."
"떠티수."
"하하. 발음 어렵지? 하지만 엄청 맛있어! 서준이는 떡볶이 좋아해?"
"딱히..."
솔직히 그 돈으로 햄버거 사먹겠다고 늘 생각하고 다닌다.
"그래도 오늘 너랑 엘로디랑 같이 먹으니까 좋아하게 될것 같아."
"하~ 진짜. 말은 잘 해요. 좋아! 점심 값은 내가 살게."
"꺄아! 예진 언니 최고."
분식집으로 들어가 촬영허가를 받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자리잡아 앉았다.
"떡튀순 조합은 양이 중요하지. 삼박자가 잘 들어 맞아야해. 우리는 세명이니까..."
메뉴판 음식을 흥얼흥얼대며 뭘 시킬지 고민하는 예진.
그리고 따라서 같이 메뉴판을 보는 엘로디.
오늘은 뭐가 이렇게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일까 생각해봤는데 서연이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떡볶이에 치즈도 추가하고. 여기에 쿨X스도 시키자."
"쿨X스?"
"응. 빠져선 안될 조합이지."
그 동안 나는 캠을 책상에 고정시켜 방송 준비를 끝냈다.
"엘로디 방송으로 켜. 난 오늘 게스트로 온 거니까."
"아... 넵! 감사합니다. 후원은 5대5로 나눌까요? 돈에 관한 건 철저하게 해야해여!"
"풉. 난 상관 없으니 너 다해."
"오예!"
[방송 제목 : 고독한 엘로디, 오늘의 음식은...? 그리도 게스트까지...]
-엘하
-엘하
-게스트?
"엘붕이들~ 엘하. 오늘은 말이죠. 떠, 떠뽀... 떠억..."
-???
-뭐라고?
-정답 : 몰?루.
떡튀순 발음에 고전하고 있자 옆에서 예진이 도와준다.
"아하하. 아무래도 외국인이다보니 떡튀순 발음이 어려운 가봐요. 안녕하세요 게스트로 나온 김예진입니다."
-예진눈나아~~~
-예진!예진!예진!
응애응애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금발 은발 조합 뭐냐고 칙쇼오!!!
-칙쇼 ㅇㅈㄹ
-저새끼 보내라 ㅋㅋ
"그리고 앞에는 화면에 담을수 없지만 매니저도 함께 있답니다."
"매니저 권서준입니다."
"떠, 떠뽀..."
"아직도 그러고 있니..."
이서연메롱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매니저 형님 요즘 밖에서 자주 보이시는데 역시... 그분 때문에
아예 밈으로 자리잡은 듯 내가 나올때마다 서연이 얘길 꺼낸다.
"서연이가 괴롭히면 나한테 바로 말해!"
"하하..."
그무렵 떡튀순 + 쿨X스 조합이 도착했다.
코를 찌르는 떡볶이 냄새, 기가 막힌다.
"으으음~ 이 냄새지. 엘로디 어때? 떡볶이 냄새 좋지."?
"떠 떠뽀... 떡볶이! 떡튀순!"
"오. 드디어 해냈구나."
-오 ㅋㅋㅋ
-옹알이하는 애기 보는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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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말한 기념 떡튀순 값낸다.
"꺄악 감사합니다."
그때 뜬금없이 아주머니가 나타나 서비스로 군만두를 건네주셨다.
"어쩐지 은발, 금발이더니. 외국인이셨어요? 타지에 와서 고생이 많으시다."
"아하하... 이거 나까지 외국인으로 오해하셨나본데."
-아 ㅋㅋㅋ 금발은 외국인 ㅇㅈ이지
-예진눈나 이왕 이렇게 된거 영어로 방송 ㄱㄱ
"영어? 하, 하이 아임 예진... 어우 못 하겠다. 그만 밥 먹자. 나 영어울렁증 있어."
웃음을 꾹 참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웃었는데 소리가 방송에 들어갔나보다.
-매니저 웃참 ㅋㅋㅋ
-영어울렁증을 어케 참아 ㅋㅋㅋ
"서, 서준아. 그만 웃어... 후우... 떡볶이 먹지도 않았는데 열 나네."
"예진 언니 부끄러워한다!"
"에, 엘로디. 쿨X스 한잔만 따라줄래?"
쿨X스를 마시고 나서 본격적으로 떡튀순 먹방을 시작하는 두 사람. 튀김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어야 제맛이라며 엘로디를 가르쳐준다.
"으으음~ 우와아. 맛있어요! 쫀득쫀득해서 이빨에 달라붙는 촉감. 너무 좋아요."
-오늘도 한국 1승
-떡튀순맛 한번 빠지면 못헤어나올텐데
그러다 엘로디는 눈물을 훌쩍거린다.
"... 맛있어서 우는 거야?"
"아뇨.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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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떡튀순 전문가 엘로디가 눈물 흘린 까닭은?
"눈에 떡볶이 국물 튀었어요. 살려주세요오!!!"
-아 ㅋㅋㅋㅋㅋ
-방송의 신이 또 도와주네
"나 봐봐."
예진은 당황한듯 휴지를 들어 눈가를 토닥토닥 닦아주었다. 이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매니저 오빠... 이제 괜찮아요?"
"응. 다행이라 해야할지. 눈에 튄건 아니고 눈 아래에 튄것 같네."
"어흑... 그럼 다시 먹방 해보겠습니다."
다시 분위기 잡고 예진과 함께 방송을 이어 나간다. 매울땐 내가 쿨X스를 따라줘서 한모금씩 꼬박꼬박 챙겨먹였다.
"양이 꽤 많네요. 둘이 먹어도 엄청 남았어요."
"이거 원래 셋이서 먹으려고 시킨건데. 서준아 안 먹을꺼야?"
"이제 먹어도 돼?"
"이제라니~ 처음부터 먹어도 됐어. 편하게 먹어."
실은 방송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안먹고 쭉 쳐다본거라, 슬슬 마무리 할단계에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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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져! 아무 말도 안하시는데?"
"안 해도 대충 알 것 같아..."
-아시죠...?
-그래도 서연이...
또 서연이 밈이구나. 그건 제쳐두고 그릇에 떢복이를 옮겨담아 먹었다.
"든든하게 먹어. 여기저기 힘 써야하잖아."
예진은 특히 '여기저기' 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말했다.
"아하하... 그렇지."
"그러면 서준이 점심도 먹게 할겸. 방송은 여기까지 할까요?"
-매니저 복지까지 챙겨주는 참스트리머 예진 ㅠㅠ...
-예진눈나 너무 착해...
-서준형님 밥 맛있게 드십쇼
방송 종료 후...
예진은 한손으로 턱을 괸 채 괜히 내 어깨를 쓸어내린다.
"많이 먹어. 많이 먹고 힘내야지. 그렇지?"
"아하하..."
"맞아여. 에헤. 매니저 오빠 자취방 빨리 가고 싶다. 그래도 급하게 먹지말아요. 체하면 안 되니까."
두 사람 다 기대가득한 눈빛을 내게 보낸다.
***
인생사 어떻게 될줄 모른다더니, 누구 하나 찾아 올것 같지 않던 내 방에 내 또래 여자 둘을 데려오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가 서준이네 자취방이구나.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랐어. 하긴 서준인 정리정돈하는 거 잘할 것 같더라."
이번에는 냉장고 앞으로 다가간다.
"한번만 열어봐도 될까?"
"편한대로 해. 거기 음료수 있는데 꺼내마셔도 되고."
"우와... 제로콜라네. 센스 좋다."
제로 콜라 한잔을 마시면서 방을 돌아다닌다. 모양새가 집 보러 온 사람 같아 웃음이 자꾸 나온다.
"나도 자취 해보고싶다. 늘 부모님이랑 살아서 자취가 어떤 느낌인줄 몰라."
"부모님 없어서 좋은데 부모님 없어서 힘든 느낌이야."
"풉. 그게 뭐야."
그러다 예진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하얀 머리칼을 발견했다.
"...흰머리? 고양이 키워...? 아님 서준이 벌써 흰머리 자라나."
"아. 그거. 엘로디 거일걸."
"아하."
그러고 보니 엘로디가 아까전 부터 조용하네. 입 다물고 있을 얘가 아닌데. 고개 돌려 침대를 쳐다보자 옷을 전부 벗은 채 침대에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엘로디...?"
"섹스 준비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