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30) 고독한 엘로디
"마, 마조...?"
이런 단어도 서슴없이 말하는 걸 보면 호감도 MAX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네. 헤헤! 무슨 뜻인지 아시죠? 약간 그러니까..."
말로 설명하자니 쑥쓰러웠나 말끝이 흐려진다.
"에이 모르겠다. 단어 뜻은 비밀."
"..."
마조 히스트.
가볍게 말하자면 누가 괴롭혀주는 걸로 흥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서연이랑 죽이 척척 잘 맞겠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서연이가 엘로디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서연이 언니 어서와용."
"아니... 그. 별건 아니고. 치킨 좀 남았어?"
"네. 많이 남았어요. 와서 드세요."
입맛을 다시며 치킨 옆을 서성거린다. 하지만 이 스튜디오, 의자가 하나 밖에 없다.
"기다려봐. 의자 가져올게."
"고마워. 매니저."
의자를 가져와 두 사람이 맛있게 치킨 먹는 걸 감상했다. 오늘 잉스타 사진은 이게 좋겠네.
"두 사람 다 나 봐봐. 사진 하나 찍을게."
"김치! 사진 찍을때 김치!"
"그래~ 김치."
[방송 종료후 치킨 광고 뒷풀이~ 서연언니랑 함께했어요]
#인방 #일상 #싱글벙글 #서연 언니 #비비치킨 #아매양념
잉스타 팔로워도 부쩍 늘어서 금세 댓글이 달린다.
-엘로디 너무 예뻐
-서엘조합 최고다
-둘이 합방하지 ㄲㅂ
-전세계가 울었다! 엘로디 미모 수준 실화냐
그때, 어플로부터 알림이 도착했다.
[엘로디 호감도 MAX 상태 임박!!!]
'역시...'
못 해도 내일이면 호감작이 끝날 것 같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냐? 넌 안 먹어?"
"맞아요. 매니저 오빠도 와서 좀 먹어요. 오빠 드리려고 닭다리 하나 남겨놨는데..."
"응. 먹을게. 잠깐만."
***
다음날 아침, 출근 전.
엘로디의 뉴튜브 채널을 들어가봤다.
[I am 엘로디]
[구독자 7만 명.]
하루사이 구독자 수가 2만명이나 늘었다. 거기다 어제 한 비비치킨 광고 조회수도 10만을 넘겼고.
["치킨의 본고장은 한국이다." 미국 치킨 전문가(아님) 엘로디가 비비치킨 아매 양념을 먹고 눈물 흘린 까닭은?]
-엘로디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
-오늘따라 저도 치킨이 땡기네요
-제목 뭐냐고 ㅋㅋ
-엘로디!엘로디!엘로디!
-이 사람 방송 어디서 함? 개 예쁘다...
남녀 가릴것 없이 인기가 폭발적이다. 이게 확정광고의 효과? 대박이네.
[호오감 포인트 상점에 확정 보상형 광고가 추가되었습니다.]
필요한 포인트는 2, 지금 당장은 필요 없으니 일단 출근이나 하자.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안.
사장님과 엘로디도 뉴튜브 채널을 보고 있었다.
"오~ 광고 영상이 이렇게 대박나다니. 진짜 인방의 신이 엘로디를 도와주고 있는 거 아냐?"
"에헤헷... 인방의 신은 아니고 매니저 오빠가 도와주셔서 그래요."
가볍게 인사하자 두 사람다 일어나 반겨준다.
"어서와~ 우리 매니저."
"매니저 오빠아!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금방이라도 안길 기세로 내게 다가온다.
"엘로디 곧 구독자 10만 명 찍겠던데 축하해."
"아하하. 고맙습니다. 참! 오빠 드리려고 이거 가져왔는데..."
"응?"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듯 내게 자양강장제 음료 한 병을 건넸다.
"비X500 입니다. 일 하기전에 먹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고마워."
"맞아. 우리 매니저 요새 고생이 많지? 엘로디 도와주면서 서연이, 예진이까지 관리하고 있으니까."
사장님은 콧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켰다.
"인간 비타민, 최하은 보고 힘내렴!"
"...그 컨셉 계속 밀고 가시려고요?"
"이렇게만 말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
사장님은 반듯반듯 해보이는 새 카드를 내게 건네주셨다.
"이게 뭐예요?"
"새 카드! 매번 뭐 살때마다 나한테 보고하고 카드 받고 그러면 번거롭잖아. 들고 다니면서 회사에 필요한건 그걸로 결제 하도록 해."
이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받을 줄이야. 그냥 카드를 맡겨버리시네.
"감사합니다. 절대 허투로 쓰지 않을게요."
"아하하. 그렇게 어깨에 힘 안 들어가도 돼. 사적으로 점심 먹을때 써도 된단다."
"아, 아닙니다."
점심이라고 하니 슬슬 오늘 해볼 컨텐츠를 엘로디에게 말해보기로 헀다.
"엘로디, 오늘 방송은 야외 방송 해보는거 어때?"
"야외방송?"
"응. 맛집 탐방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맛집! 맛집 무슨 뜻인지 알아요."
신난듯 나랑 팔짱을 끼더니 팔을 마구 흔들어댄다.
"재밌겠다."
"팔 빠지겠다."
"빠지면 다시 꽂아드릴게요!"
야외 방송을 하려는 이유는 많지만 하나 꼽자면 호감 스택이 쌓인 김에 데이트를 해보고 싶어서다.
"마침 공원 앞에 유명한 갈비집 체인점이 들어왔대서 이참에 공원 걷기 방송 좀 하다 점심으로 갈비 먹방하려고."
하지만 아닌 척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 매니저는 계획이 다 있구나."
"크으~ 공원에다 갈비! 우리 얼른가요."
"결제는 방금 준 카드로 해. 갈비 먹고 까짓거 냉면도 먹어."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냉면! 저 냉면도 뭔지 알아요. 계란이 중요하댔어요."
"후후. 그래. 우리 매니저랑 한국 구경 재밌게 하다 와."
"갑시다! K 공원 구경, K 갈비 냉면 먹방."
"K를 진짜 좋아 하는구나..."
엘로디가 붙여서 말하니까 왠지 귀여워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간은 대략 오전 11시 정도.
평일이라 그런듯 공원은 한적하다.
"우와... 호수도 있어요! 풍차도 있고."
아주 가끔 운동할때나 오던 공원을 여자, 그 것도 외국 여자와 함께 와보게 될줄이야. 엘로디는 내 팔에 딱 달라붙은 채 여기저기 가보자며 들떠있다.
"엘로디 잠깐만. 방송켜고 가야지."
"아. 맞다. 스트리머왕이 되기위한 방송. 지금 시작합니다."
"그 멘트는 아껴뒀다 켜면 해."
[방송 제목 : 엘로디, 오늘은 공원에 와봤습니다.]
-엘하
-ㅇㅎㅇㅎ
-공원???
방금 했던 멘트를 그대로 말하며 방송화면에 등장한다.
-스트리머왕 ㅋㅋㅋ
-스트리머왕 엘로D
-요즘 엘로디 인기 엄청나던데
"헤헤... 저 무려 구독자 수도 벌써 7만이랍니다. 행운의 럭키 세븐이죠."
왼손은 전부 다 펼치고 오른손은 브이 표시하듯 펼쳐 카메라에 보여준다.
-성장속도 뭐냐고 ㄷㄷ
-비비치킨 광고 조회수 미쳤더라
불닭먹는엘로디님이 10,000원을 후원, thank you!
구독자 10만 까지 가즈아~~~
"꺄아아아! 만원 감사합니다. 오늘은 매니저 오빠와 함께 공원 나들이하고 갈비 먹방할 거예요. 매니저 오빠도 인사해주시죠."
촬영중인 셀카봉을 위아래로 흔들거려 인사했다.
-매니저 되게 신나보이네 ㅋㅋㅋ
-이서연 말고 엘로디랑 방송해서 좋은듯
"아닙니다. 서연이도 방송과 다르게 정말 잘 챙겨줘요."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ㄹㅇㅋㅋ만 쳐라
-ㄹㅇㅋㅋ
-ㄹㅇㅋㅋ
"자! 그러면 가봅시다. 엘로디와 공원 나들이."
은발 머리 덕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엘로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반갑게 인사한다.
"Hi~ I'm Elordi."
"하, 하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하다가 촬영중인 캠을 바라본다.
"여러분 이거 보셨습니까? 인사를 해도 누구하나 무시하는 사람 없이 친절하게 받아줍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
-엘로디가 예뻐서 그래 ㅋㅋㅋ
-은발 미소녀가 인사한다? 나같아도 받아주지
"여러분도 모르는 사람과 인사 나눠 보세요."
-잡혀가요 ㅠㅠ
-저 모르는 사람이랑 말 못해요...
"앗. 그렇습니까."
얼마 뒤, 공원 여기저기를 걷고 벤치에 앉아 잠깐 쉴때 땀 흘리고 있는 엘로디에게 수건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에 지낸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역시 매니저 오빠가 제일 착한 것 같아요."
"하하... 아냐."
-ㅁㅇㅁㅇ
-사겨라!사겨라!
이서연커피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 thank you!
이게 다 이서연 훈련법을 통해 멘탈이 길러진 덕분임
-어허...
-그동안 많이 시달리긴 했지
-멘탈 하나는 보살 ㅇㅈ
"왜여? 서연 언니가 나빠요? 매니저 오빠 때렸어요?"
"아니. 그냥 처음에 시청자가 많이 없을때 조금 초조해서 예민했던 거야."
-포장 잘하네 ㅋㅋㅋ
-팩트) 조금이 아니다
시청자들 말마따나 호감작 어플이 생기기전 서연인 진짜 인성 개쓰레기긴 했지. 어쨌건 지금 서연이는 완전 다른 사람이니까.
"이제 갈비 먹으러 갈까?"
"오예!"
새로 생긴 돼지갈비 체인점 안.
촬영허가를 받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엘로디는 이런 가게가 처음인듯 신기하게 불판을 쳐다보고 또 불판위에 있는 환기구도 쳐다본다.
"만지면 뜨거울수 있으니 만지지는 마."
"넵!"
엘로디만 잘 나오게 휴대폰을 고정시켜 촬영을 시작했다.
"여러분 지금~ 가게 안에 고기 냄새가 미쳤어요. 빨리 먹고싶다앙!"
-오우야;;;
-맛있겠다
-난 오늘 점심 라면인데 ㅠㅠ
"참. 저기 매니저 오빠. 방송 제목 바꿔도 돼요?"
"응? 뭘로...?"
[방송 제목 : 고독한 엘로디]
"개쩔죠?"
"기가 막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