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27) 엘로디가 하고싶은 컨텐츠
"알았다. 특별히 넘어가준다."
"땡?큐."
"어우... 말투 듣기 너무좋네."
-ㄹㅇㅋㅋ
-커엽기만 한데 왜 그래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칭찬입니다. 이서연 존나 꼴려
"넌 나가라."
"히익! 여러분 조심하세요."
-무
-빙
-잘가라 멀리 안나간다 ㅋㅋㅋ
-무
-빙
"도배 그만!"
두 사람의 방송은 잠시 PIP모드로 만든 다음에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다.
[지금 이서연 방송 역대급 ㅋㅋㅋ]
[엘로디 <<< 이서연 씹어먹으면 개추]
[여캠들 긴장해라 ㅋㅋㅋ 생태계 교란종 떴다]
[이서연방 은발 머리 이름 머임?]
반응이 폭발적이다. 원래는 다른 스트리머들의 얘기도 있어야하는데 엘로디, 이서연 둘 얘기밖에 없다.
"우와... 서준아. 방송 보고있지? 지금 얘네들 시청자 수 4,000명 넘었어."
"역시. 우리 엘로디가 톡톡 튀는 성격이라 잘 어울릴줄 알았다니까."
소문이 점점 퍼져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엘로디를 보려 서연의 방송에 마구마구 모여 들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서준아 나 잠깐 갔다올게."
4,000명이 모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듯 방송 텐션이 더욱 더 높아진다.
"와. 엘로디야 우리 방송 4천명이나 보고있어."
"4,000명?! 손가락으로도 못 세겠네요."
"이 기세로... 개인기 하나 있어?"
"개인기... 애니 흉내 낼줄 알아요."
엘로디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렇게 말했다.
"헤에~ 오니쨩! 엘로디 보러 와줘서 고마워어."
"시청자 500명 빠졌다!"
그 말을 듣더니 꺄아악 하고 소리질러댄다.
"안돼 안돼 서연 언니 미안해여 미안해여! 코리안 넘버원. 사랑해요 여네가 중계!"
-아 ㅋㅋㅋㅋ
-코리안 넘버원 합격
"어쩔 수 없네. 나 하는거 잘 봐."
삐걱 거리며 무반주 댄스를 시작하는 서연. 덕분에 시청자 수는 3,000명까지 떨어졌다.
-개미 털기 ㅆㅅㅌㅊ
-이서연 진짜 니가 ㄹㅈㄷ다
"어땠어?"
"큰일난 거 같아요."
시청자 수를 확인하더니 하늘 무너지듯 소리를 지른다.
"아아악! 3,000명 까지 떨어져 버렸다아."
그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예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가나 했더니 커피를 만들어 온거였다.
"두 사람 다 방송 잘 하고 있어? 커피 한잔씩 마시고 해. 겸사겸사 제 방송도 놀러와주세요."
-예진 눈나ㅏㅏㅏㅏ
-예진! 예진! 예진!
"시청자 빼가려고 하지마라."
"하하. 서로 돕고 살아야지."
서연과 엘로디에게 일회용 커피 컵을 건네준다.
"음. 썩 나쁘지 않네."
"엘로디는 어때?"
"츄으읍..."
두 손으로 커피 한 모금 마신 뒤에 눈을 꿈뻑꿈뻑거린다.
"맛있어요. 달당..."
"꺄악. 대박 귀엽다. 여러분 이거 좀 보세요."
커피 거품이 인중에 묻어 본의 아니게 거품 수염이 생겨 나버렸다.
"아 귀여워. 조금만 이대로 있자."
"헤헤."
인생샷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예쁘게 잘 나온다. 사진이라도 찍어둬야겠다. 스크린샷으로 방송화면을 찍었다.
-엘로디쨩 카와이
-쓰담쓰담해주고싶다
"커피 달다아... 너무 맛있어."
"너 잘왔다 김예진. 지금 우리 시청자 수 2,000명..."
시청자 수를 빤히 쳐다보다 고쳐말한다.
"이제 500명 복구 해서 3,500명 됐는데 와서 개인기 좀 해봐."
"개, 개인기?"
-그만 시켜 ㅋㅋㅋ
-또 큰거온다 견뎌견뎌
"...멍, 멍! 그르릉..."
"와. 진짜 개네..."
"꺄하하. 예진 언니 귀여워요."
의외로 시청자 반응은 셋 중 제일 괜찮아서 시청자 수가 어느정도 방어 되었다.
***
대략 2시간 정도 짧게 방송한 세 사람.
사장님과 함께 스튜디오로 향하자, 엘로디는 신기한듯 자신이 만든 아이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아이디 만들고 두근두근 대던 시절."
"아줌마가 첫 방송하던 시절... IMF 시절인가."
"얼마나 뒤로 가는거니!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 아니거든!"
그때 엘로디가 일어나 우리 네 사람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이 아이디로 제 방송을 시작 하는 거죠?"
"응. 우리 매니저한테 얘기 들었지? 곧 스튜디오도 만들어질 거야."
엘로디는 침을한번 꿀꺽 삼키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스튜디오 하니까 말인데... 해보고 싶은 컨텐츠가 하나 있어요!"
"뭔데?"
눈을 부릅뜨며 대답한다.
"불닭 컵라면 먹기...!"
역시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국뽕 코인을 탈줄 알았다. 한국을 좋아해서 온 사람 답다. 다만 불닭 같은 경우에는 너무 매워서 건강이 상할까봐 걱정된다.
"매울텐데 괜찮겠어? 한국엔 다른 음식들도 많아."
"헤헤. 매니저 오빠. 걱정말아요. 저 김치도 잘 먹는걸요?"
괜찮으려나.
"컵라면은 순한 컵라면이지."
"서연이 말은 듣지마 엘로디."
혹시 몰라 단단히 일러두기로 했다.
"한 두 젓가락 먹고 맵다 싶으면 바로 그만 먹어야해."
"네. 그런의미로 매니저 오빠! 저랑 같이 편의점 가요. 혼자가기 떨려요."
"어쩔수 없구만."
은발 미소녀와 편의점 데이트? 이건 못 참지.
"서준이 좋아하는 것 좀 봐."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엘로디랑 같이 사올게."
"기다려. 나도 간다."
"어... 음. 나도 갈거야 그럼."
어쩌다가 시작된 편의점 데이트. 다들 따라가고 싶다며 들러붙은 결과, 여자3 남자1 편의점 데이트가 시작되어버렸다.
"사장님도...?"
"아니. 엘로디 스튜디오 만들어야지. 우리 매니저. 계산은 이걸로 하렴."
고맙게도 사장님이 카드를 제공해주신다.
"감사합니다."
"와. 사장님 잘 먹을게요. 언제 커피 드시고 싶을때 말씀하세요."
"그러면 견적 좀 뽑아보고 있을게."
"아줌마 것도 뭐 사올까요?"
서연이를 빤히 바라보다 시선을 예진 쪽으로 옮긴다.
"응. 예진이가 골라줘."
"그게 무슨 뜻인데요!"
늘 가던 편의점이지만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가는 경험은 또 색다르다. 얘네들을 보기만해도 배부르고 흐뭇해지는 기분이다.
편의점 안.
서연은 핫바랑 나랑 번갈아 쳐다본다.
"음... 아무래도 매니저가 더."
"너 또 무슨 상상 하냐?"
"아, 아무것도 아냐!"
엘로디와 예진은 컵라면을 가져와 내게 보여준다.
"매니저 오빠! 이거 맞져? 불닭 컵라면."
"이야... 이거 디자인부터 시꺼멓고 불로 활활 타고 있는데 괜찮겠어?"
"제가 원래 좀 활활 타는 여자라 괜찮아요."
웃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치즈 여러장을 건넸다.
"치즈 넣으면 더 맛있을 거야. 덜 매워지기도 하고. 혹시모르니까 사가자."
"그래요."
다들 고른 것 같으니 또 한번 서연을 쳐다봤다. 아직도 핫바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서연 언니 핫바 사게요?"
"아, 아니. 그으... 응."
그때 엘로디는 삼각김밥 코너 앞에 머뭇거린다.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뭐라 말은 안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먹고 싶어?"
"...넹."
괜찮겠지? 사장님이 뭐 삼각김밥 한두개로 뭐라 할 사람은 아니니까.
"이왕 아줌마 카드 들고 나온거 삼각김밥에 음료수 사서 하나 먹고 가자."
"꺄아! 서연 언니 최고!"
"엘로디. 나중에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야해."
언니가 동생을 타이르듯 말하는 예진.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아하하. 지금 말고~."
우리는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삼각 김밥을 먹기로 했다.
"우와. 따끈따끈해요. 서연 언니."
"그야. 전자레인지 돌렸으니까. 그나저나 삼각김밥 깔줄 알아?"
뭔가 말하려던 엘로디를 선수친다.
"몰?루 금지."
"크읍... 매니저 오빠는 잘 알아요?"
"응. 거의 하루에 하나는 먹는 수준이니까."
얼떨결에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기 맨 윗부분 잡고 뗀 다음에 오른쪽 벗기고. 왼쪽 벗기면 끝."
"뭘 자꾸 벗겨 변태놈아."
"...?"
뜬금 없는 얘길 내뱉는 서연.
다들 뚫어져라 서연일 쳐다본다.
"어휴... 이서연 넌 진짜."
"시, 시끄러. 삼각 김밥이나 먹어."
"왜여 뭐라고 했어여?"
"모, 몰라도 돼."
방금 보여줬던대로 삼각 김밥을 뜯고 한입 맛있게 베어먹는 엘로디. 금세 으으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와아... 볼이 녹아내릴 것 같아요."
"엘로디가 고른 건 불고기 삼각김밥이지? 크... 그거도 맛있지."
그러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아직 먹지 않은 내 삼각김밥을 쳐다본다.
"왜여? 삼각김밥은 다 맛이 달라요?"
"응. 내건 고추장 비빔밥 삼각김밥이야. 그래서 이렇게 빨게."
"헉. 맛있겠다."
금방이라도 침을 줄줄 흘릴것 같은 표정이다.
"한입 먹어볼래?"
"어. 그치만 매니저 오빠껀데..."
"먹고 맛있으면 내꺼까지 먹어. 난 괜찮아."
"흑... 이 은혜 잊지 않겠어요.
한입 먹더니 너무 맛있어 한다. 삼각김밥을 엘로디에게 건네주고 양손으로 쥐어 먹는 그녀를 한껏 감상했다.
"서준이는 참. 사람이 착한 것 같아."
"내가 더 착해."
"..."
***
다음날 아침, 오늘은 엘로디의 첫 방송이 있는 날이다.
출근 전 습관처럼 호감작 어플을 확인해보았다.
[추가 미션 등장 !! - 스트리머 엘로디 개인 방송 시청자 수 2,000명 돌파하기! (합방x)]
[보상 - 엘로디 호감작 방법 해금]
1,000명이면 확정 보상형 광고, 2,000명이면 호감작...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야 그럴게 은발 외국인 미소녀의 불닭 먹방이다.
2,000명 쯤이야 거저 먹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