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26화 (26/81)

[19] (EP.26) 싱글벙글 혜성처럼 나타난 스트리머

"등장할때 소개 문구도 정해왔어요."

"정말? 어떤건데?"

사장님이 흥미로운듯 판을 깔아주자, 엘로디는 멋있는 포즈와 함께 이렇게 외쳤다.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트리머! 바로 저, 엘로디 입니다."

돌겠네. 저런 말투는 또 어디서 배워온거람.

"어쨌든 환영해. 엘로디."

"서준 오빠. 환영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빠라는 단어에 또 심장이 반응한다. 그 무렵, 서연과 예진이 회사에 출근했다.

"어어어!"

"우리 서연이~ 오늘은 인사가 한층 더 요란하네."

"아, 아줌마 저 사람..."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트리머!"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마다 할 생각인가보다.

"바로 저!"

"이서연."

"으아악! 뺏겼어. 너무해요."

"못 되먹은 서연이는 무시하고. 엘로디 올줄 알았으면 초콜릿 사탕 가져올걸 그랬네."

인사를 나누는 세 사람.

각기 색이 다른 머릿결이 찰랑찰랑거린다.

"헉! 나 갑자기 해보고싶은게 생겼어."

그때 사장님은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건지 의자만 빼와서 자리를 마련했다.

"자자! 우리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제 1회 스트리머 면접이 있겠어요. 다들 자리에 착석해주세요."

의자는 총 세 개.

자리가 모자랐던건지 엘로디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너, 너는 저기 앞에 서서 자기소개를 해야지."

"아하."

무릎 위에서 일어나 저 앞에서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혜성..."

"그건 많이 들었으니 생략할게."

"네~ 사장님!"

"어머. 벌써 사장님이라고 불러주는거야? 후후."

잔뜩 기합이 들어가있는 엘로디의 모습. 움직일때마다 화사하게 입고 온 치맛자락과 은발머리가 살랑거린다.

"먼저 신분증을 제시해주세요."

사장님은 외국인 등록증을 건네받아 읽기 시작했다.

"국적 미국. 한국 나이로 스무 살. 이름은 엘로디. 본인 맞으십니까?"

"맞습니다."

여기까지는 얼추 면접 분위기가 물씬 흘렀는데...

"면접. 그 첫번째 질문!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사장님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요! 매력 넘쳐."

"합격!"

"오예!"

아주 예전 매니저 면접을 보러 갔을때가 떠오른다. 저런 느낌이였었지.

"면접을 누가 그렇게 해요? 진짜 중소기업 수준..."

"그러면 우리 압박면접 담당 서연이의 차례가 있겠습니다."

"아빠 면접? 아빠 미국에 있는데."

단어의 뜻을 모르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매, 매니저 압박 면접이 영어로 뭐야."

"pressuring interview 일걸?"

"뭐가 그렇게 길어."

이거 제대로 면접 진행되고 있는 거 맞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이미 확정인데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라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장님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말이야."

서연은 자세를 고쳐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아댄다.

"네가 우리 회사에 적응 할 수 있겠어? 게다가 이 바닥은 아주 잔인하다고."

"이건 나도 서연이 말에 동의해. 보는 것 처럼 쉬운 일은 아니야."

예진은 자신의 첫방송 때를 떠올리는듯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냥 온게 아니에요. 명함을 받고 밤낮을 고민 했다고요. 전부 각오하고 온 겁니다."

열의에 가득찬 눈빛이 보인다.

"물론 처음이라 서투른 점도 많겠지만 그럴때마다 조금만 도와주시면 바로 성장해나갈게요."

엘로디는 쪼르륵 달려가 서연과 예진에게 두 손을 내민다.

"그러니 잘 부탁드릴게요. 서연 언니! 예진 언니!"

"언니... 내가 언니..."

"네. 서연 언니!"

서연은 고개 돌린채 엘로디의 손을 꼭 잡는다.

"뭐. 어쩔 수 없네. 갑자기 무섭다고 런 하지나 마."

"우리 서연이는 참. 전형적인 츤데레구나."

"시끄럽거든요 이 아줌마야."

예진은 남은 손을 꼭 잡고 엘로디를 보며 웃는다.

"그렇게까지 각오했다면야 환영할게 엘로디. 모르는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네! 잘 부탁드립니다. 예진 언니."

서연은 우스운 표정으로 예진을 쳐다본다.

"쟤한텐 안 물어봐도 돼. 이 언니한테만 물어보렴."

"뭐? 솔직히 서연이보다 내가 낫지."

"개소리 마라!"

엘로디는 두 사람의 기싸움에서 빠져나와 내 옆에 섰다.

"이런 싱글벙글한 분위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매니저라고 하셨죠? 그러면 이제 서준 오빠가 아니라 매니저 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

"오빠만 붙어있으면 돼. 편하게 불러."

"네. 매니저 오빠!"

엘로디가 손을 건네던 순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트리머 엘로디]

-나이 : 20 세

-평균 시청자 수 : 아직 시작 안함

-뉴튜브 구독자 수 : 아직 시작 안함

-추천컨텐츠 : 국뽕 컨텐츠

-성관계 횟수 : 몰?루

-연애 경험 : 몰?루

아직 방송한 적도 없는데 스트리머라고 쳐주는거야? 후하네. 추천 컨텐츠는 국뽕, 하긴 요새 그런게 잘먹히는 추세지. 엘로디 성격상 굳이 추천 안 해도 알아서 할 것 같아 보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잠깐 문자가 와서. 미안해. 무안했지?"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는 엘로디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따스하고 부드럽다. 세번째 호감작은 엘로디... 많이 기대 되는 걸.

"매니저 오빠 손... 왠지 따뜻하네요."

"너도 그래."

[신규 미션 등장!]

[미션 : 스트리머 엘로디 방송 시청자 수 1,000명이상 달성하기!]

[보상 : 확정 보상형 광고 1회 받기 (광고를 받으면 평균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또 하나 재밌는 보상이 생겼네. 하지만 엘로디는 방송 경험, 그 전에 방송을 송출할 아이디 조차 없다. 첫 방송 전에 홍보와 경험을 쌓는게 우선일 거다.

"엘로디. 네 방송 시작하기 전에 서연이랑 합방부터 해보자."

"그 편이 좋겠네. 다짜고짜 하기엔 힘들테니까."

서연은 흔쾌히 허락해준다.

"어쩔 수 없지. 구독자 10만, 평균 시청자 수 2,000명에 빛나는 나, 이서연이 나서는 수 밖에."

"말투 봐. 엘로디보다 한국말 더 못하는 거 같애."

"입 닥쳐라 김예진!"

예진은 피식 웃으며 엘로디를 바라본다.

"그러지말고 나랑 합방할까? 아무래도 서연인 또 아침에 뭘 잘못 먹고 와서 저러나본데."

"시끄럽다고 했지. 그리고 아침은 언니가 해준 된장찌개로 든든하게 챙겨먹었거든?"

서연은 군말 나오지 않게 엘로디의 손목을 잡고 스튜디오로 데려갔다.

"서연이 언니라는 말 듣고 되게 좋아하네."

"그러게."

언니랑 단 둘이 자랐으니까 언니라는 호칭이 남들보다 더 대단해 보일지도 모른다. 서연의 언니,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어진다.

방송 시작전, 스튜디오를 찾아가 두 사람을 살폈다. 의자가 모자랄테니 게이밍 의자도 하나 가져왔다.

"우와아... 여기가 스튜디오! 조명도 있고. 캠도 있고... 마이크도 있네요!"

"사장님이 뭘하던 장비는 좋은 걸로 써야한다고 투자를 아끼지 않거든."

"매니저 오빠! 언제 왔어요?"

엘로디는 내게와 손을 꼬옥 잡는다.

"의자 전해주러왔지. 겸사겸사 분위기도 살피고."

"오! 의자."

내가 가져온 게이밍의자에 앉아 콩콩 뛰어댄다. 그때 서연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쳐다봤다.

"둘이 뭐야. 벌써 연인 사이라도 된거야?"

"아하하. 질투 해?"

"아니거든..."

잔뜩 신난 엘로디의 기분을 더 끌어 올려주기 위해 좋은 소식 하나를 말해주기로 했다.

"사장님이 곧 네 스튜디오를 만들어주기로 했어."

"내 스튜디오?"

"응. 엘로디의 스튜디오. 너만의 스튜디오가 되는거지."

자기만의 스튜디오. 어떤 스트리머들이 들어도 혹할만한 상황 아닐까?

"원하는 게 있으면 사장님께 말씀드려."

"김치!"

정말 나오지 않을것 같은 단어가 나와서 많이 놀랬다.

"기, 김치는 회사 냉장고에 있으니까 없어도 돼."

"김."

"김도 있지."

"크으~ 회사에 들어 오길 잘했어."

그 무렵, 서연은 방송세팅을 마쳤다. 엘로디는 의자가 좋은 건지 일어날 생각을 안해 모니터 앞까지 친절히 밀어주었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들었다.

[방송 제목 : 오늘 신입 들어옴]

-서하서하

-신입?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하필 자기 위에 사람이 이서연...

-좆됐다!

-돔황쳐

방송 대기중... 이라는 검은화면이 걷히자 엘로디는 채팅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헤에... 글자가 진짜 많네요."

-엘하~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전에 게임축제때 만난사람아님?

"엘로디. 여기 캠보고 인사 해야지."

"안녕하십니까! 한국 나이로 스무 살.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에 혜성처럼 나타난 엘로디 입니다!"

-엘로디!엘로디!엘로디!

-와! 은발

-엘로디쨩 날 가져

"미친. 채팅창 존나 빨라지는 거 봐라."

"우와... 채팅을 다 못 읽겠어요. 서연 언니는 다 읽으시나요?"

"당연하지."

-팩트)구라다.

-못 읽음 ㅋㅋ

이서연바보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본인 듣기 좋은말만 골라 읽음 ㅋㅋㅋ

-ㄹㅇㅋㅋ

-어허 팩트밴

"아무튼 편하게 소통하면서 채팅창 읽는 법부터 연습해봐."

"넵."

-소통해요

-엘로디쨩 하이

폭포 쏟아지듯 빠르게 채팅창이 올라가는 사이 엘로디는 한 단어에 꽂힌듯 읽는다.

"이서연 존나 꼴려?"

"그, 그걸 읽으면 어떻게 해?"

"왜여? 존나 꼴려가 무슨 뜻이에요?"

-아 ㅋㅋㅋㅋ

-킹부러 읽네

-외국인 아니라니까

"아니. 그... 존나 꼴려가 무슨 뜻이나면..."

이걸 어떻게 말해야할까 고민하던 서연은 점차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비밀이야."

"네? 알려주세요."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야스마렵다는 뜻이에용

"야스?"

"미친 새끼야. 넌 나가!"

-유료밴 ㅆㅅㅌㅊㅋㅋㅋ

-엘로디쨩 내가 미안해 ㅠㅠ

"존나 꼴려는 약간... 섹시하다는 말을 좀 심하게 한거야."

"칭찬인거네요?"

"음... 그런 느낌?"

그 말을 듣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서연 언니 존나 꼴려!"

"..."

-킹부러 ㅋㅋㅋ

-아 엘로디 개커엽다

"엘로디 너 단어 뜻 알고 있는 거 아냐?"

"몰라용! 진짜로 몰?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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