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22화 (22/81)

[19] (EP.22) 구독자 10만 돌파

금발머리에 강아지 머리띠. 대형견이 떠오르는데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

예진눈나 골든 리트리버 같아

"아하하... 개같다는 거야?"

-ㄹㅇㅋㅋ

-아니요 귀엽다는뜻 ;;;

"알아요. 농담 농담. 후원 감사합니다."

주위 시선만 없었으면 저 금발머리를 쓰다듬어보는건데 아쉽다. 그때, 엘로디가 옆으로 다가와 이번에는 예진의 방에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엘로디에여."

"내 방송에도 출연하려고? 어서와."

강아지 머리띠를 쓰고있는 예진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개 같다!"

"개 같다고?! 너무한 거 아냐?"

-아 ㅋㅋㅋㅋ

-악질 시청자 난입 ㄷㄷㄷ

-저 사람 누구에용? 예진눈나 아는사람?

"헉. 죄송해요. 놀리려던 의도는 어, 없었습니다."

정말 의도가 없었는듯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변명한다.

"아하하. 이 사람은 음... 방금 만난 사람인데 합이 잘 맞아서 잠깐 같이 광고하기로 했어요."

"잘부탁드립니당. 미국에서 왔습니다."

-ㅇㅎ

-엘하

-귀엽다 ㅎㅎㅎ

"방금 전 같은 상황에선 개같다고 하면 욕처럼 들리니까 강아지 같다고 해야해."

해맑게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하. 강아지 같아요!"

"옳지. 잘하네. 아까 준 초콜릿 하나 더 먹을래?"

"네. 네!"

예진은 손수 초콜릿 포장을 제거해 입안에 쏘옥 넣어주었다.

"아이구~ 잘 먹는다. 타지에 와서 고생이 많지?"

강아지 머리띠를 쓰고 엘로디를 또 한번 쓰다듬는 예진. 마치 강아지가 강아지를 키우는듯 한 현장이다.

"에헤헤. 한국 사람들 다 착해서 편해요."

"크으... 어쩜 말하는 것도 이리 예쁠까."

슬슬 시간이 다 되어 비스트 테이머 부스로 출발하기로 했다.

[비스트 테이머]

게임 이름으로 되어있는 거대한 판넬, 거의 사람한명 크기 정도 되는 캐릭터들의 등신대 옆에 기다란 책상이 마련되어있었다.

"매니저. 저기 사람들 줄 개많이 서있는데?"

"부담 주는건 아닌데 이번에 나올 비스트 테이머가 올해 최고 기대작이래."

내심 두 사람의 반응이 궁금해져 장난스럽게 말해봤다.

"자, 잘 됐네. 광고 할맛 나겠어."

"으으응 진짜! 부담 왕창 되잖아. 서준아."

두 사람은 온 몸에 힘을 바짝 준 채 사장님을 따라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잘 하고 와. 옆에서 나랑..."

"엘로디가! 열심히 보좌 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주세요."

"... 보좌라는 말도 아는구나."

광고는 크게 1부, 2부로 나뉘었는데 1부는 진행자와 함께 게임 소개 시간을, 2부는 스트리머 사인회 시간을 가진다.

1부 게임 소개 시간.

예상외로 예진은 자연스럽게 진행했고 서연이도 실수는 좀 했지만 다들 재밌게 봐줘서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헤에..."

"왜 그래 엘로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엘로디. 눈빛이 초롱초롱 해진다.

"너무 재밌어 보여서요. 저 분들 스트리머라고 그랬죠?"

"응. 관심있어?"

"...쪼끔?"

화장실에서 생겼던 오해도 나름대로 풀렸고 방금 전 방송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나는 지갑에서 명함 한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싱글벙글 인방 매니저... 권서준?"

"응. 내 직업이야. 스트리머들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거든. 혹시나 관심있으면 전화줘. 아니면 여기 적힌 주소로 찾아와도 되고."

"꺄아아~ 길거리 캐스팅 당했다."

"음..."

그거랑은 쪼끔 다른건데. 뭐. 기뻐하고 있으니 됐지.

게임 소개 이후 2부, 팬사인회가 시작 되었다. 줄은 당연히 사장님 줄이 제일 길지만 서연, 예진 두 사람도 적진 않아 보인다.

"저 세 사람. 유명한 사람들이였어요?"

"어느 정도? 젤 유명한건 저기. 갈색 머리 하신 분. 사장님인데 뉴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명이 넘어."

뉴튜브는 해외에서도 유명하니까 제일 설명하기 쉽겠지.

"오우!"

"나머지 두 사람도 현재 9만명 이상이고."

"리얼리?"

본토 발음으로 리얼이라는 단어를 듣는 날도 오는구나.

"응. 리얼."

"우리 그럼 싸인 받으러가요."

"그럴까. 하긴 메모장에 싸인 받아둔 건 너무 작다."

우린 먼저 서연의 줄에 서기로 했다. 은발 머리에 치렁치렁 장식이 달린 마법소녀 의상을 입은 엘로디 덕에 사람들의 시선이 우릴 향한다.

"하이. 아임프롬 유에스에이."

"...?"

"헤헤. 막간을 이용한 홍보."

스트리머 되는 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줄은 금세 줄어들어 서연이와 얘기할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싸인은 잘 돼가?"

"매니저... 싸인 받으러왔구나."

매니저라는 말을 들은듯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힘들지?"

"아... 괜찮아. 다들 내 팬이라고 생각하니까 힘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의외네. 그런 소리도 할줄 알고."

호감작 전의 서연이랑 너무 다른 느낌이다.

"시끄럽다. 빨리 싸인 받고 가."

"저두요!"

"어. to 엘로디라고 써줄게."

예진의 싸인을 받을땐 고맙다며 초콜릿까지 건네 받았다. 그리고 사장님 줄은 하도 길어서 싸인 받기도 전에 행사가 끝나버렸다.

***

게임축제 2부 팬사인회까지 성공리에 마친 뒤 시계는 벌써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허어... 나 시발 이제 더 못해."

땀범벅에 아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서연과 예진을 찾아갔다. 게임축제 시간이 끝나 남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후우... 서준아. 싸인 하는거 힘든데 그만큼 보람찼던것 같아."

두 사람말고 사장님은 아직 쌩쌩해보인다.

"후후~. 나는 아직 100장도 더 할수 있단다."

"그러고 보면 우린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라도 있었지. 사장님은 줄이 빼곡해서 한번도 못쉬셨죠."

"아줌마 오늘따라 달라보이네..."

"조금 더 칭찬 해주렴!"

고생했을 세 사람에게 수건 세 장과 물 세병을 건넸다.

"엘로디 싸인 못 받았다고 하던데. 혹시 가능할까요?"

"아하하. 그랬어? 우리 엘로디 이리와."

"저! 사진도 한장 찍어도 돼요?"

"당연히 되지~."

사인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스트리머 세 사람 그리고 나까지 팔짱을 낀 채 끌어안으며 사진을 찍는다.

"에헤헤. 평생 간직할게요."

거기다 사장님 싸인까지 덤으로 받더니 금방이라도 날아갈듯 방방 뛰어댄다.

"우와. 100만 뉴튜버 싸인 처음 받아봐요."

"기분이다. 다들 시간있지? 내가 삼겹살 쏜다."

"오. 정말요?! 서준아. 삼겹살이래."

다 죽어가려던 예진의 표정에 생기가 돋는다.

"아줌마 무한 리필집 같은데 데려가는 거 아냐?"

"어허. 나도 가오가 있지. 그런데는 안 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들을 쳐다보는 엘로디. 사장님은 그 표정을 읽고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엘로디 너도 데려가야지."

"꺄아아!"

삼겹살 맛집 안.

테이블 하나에 둘러 앉아 먼저 소주병을 깐다.

"엘로디. 으이?! 이게 뭔줄 알아?"

"초록병... 설마 말로만 듣던."

"그래 임마! 코리아 알콜이다 이 말이야."

서연은 엘로디 앞에서 멋있게 소주를 따는 재주를 보여준다. 그 무렵, 삼겹살이 도착해 보기좋게 불판에 올렸다.

"우와아아... 치이익! 거려요. 맛있겠다."

"서준아 고기 내가 구울까?"

"좀 쉬어. 싸인하느라 팔도 아팠을텐데."

"아. 응... 고마워."

노릇노릇 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자른다. 슬슬 먹어도 되겠다.

"우리 매니저. 오늘 고생했어 소주 한잔 받아."

"어... 사장님 그럼 운전은..."

"내가 할게. 나는 콜라 마실거라."

콜라잔 하나와 소주 잔 네개가 동시에 부딪쳐 고운 소리를 낸다. 이렇게 보면 엘로디는 벌써 우리 회사 소속 스트리머 같아보인다.

"크으... 이게 말로만 듣던 삼겹살 소주군요!"

"잔이 비면 안 되지. 이리와 엘로디 한잔 더 하자. 언니가 따라줄게."

"꺄~ 감사합니다."

서연이 쟤 술 잘못 마시는데 괜찮으려나.

***

사장님 차 뒷자리.

반쯤 죽은 채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서연이를 흔들어 깨웠다.

"더 잘래 언니이..."

저건 아주 반쯤 패시브로 나오는 구만.

"집 도착했어. 그만 가자."

"...으음."

"이것이 코리아 알콜의 위력...!"

"이미 죽은 거 아냐? 술도 못 마시면서 뭐 그리 많이 마셨어?"

앞자리에서 예진의 구박이 들려온다.

취하면서도 들을 건 다 듣는지 이렇게 말한다.

"으음... 김예진 바보."

"얘 그냥 여기 버리고 가죠."

하는 수 없다. 차에서 내려 서연이에게 등을 건넸다.

"제가 데려다 주고 올게요. 이서연. 빨리 업혀."

"언니이..."

"그래. 네 언니다."

서연은 순순히 내게 업혔다. 차 안에서 내 모습이 안 보일때쯤 업혀있는 서연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매너 손 안하냐?"

"술 깼어?"

"하아암. 애초에 별로 취하지도 않았는 걸."

언니가 있을 시간이라 못 볼꼴 보여주기 싫다며 내 등에서 내려온다. 휘청 거리길래 옆에서 어깨를 잡아주었다.

"저기 있지. 나 오늘 게임축제 광고 잘했는데 키스 안 해줄거야?"

"키스? 풉..."

저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거 보면 취하긴 많이 취했나보다. 가볍게 키스한 뒤 알림이 오길래 휴대폰을 바라봤다.

[업적 달성 : 스트리머 이서연 구독자 수 10만 돌파]

"서, 서연아. 너 구독자 수 10만명 넘었다."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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