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감작 하는 인방 매니저-21화 (21/81)

[19] (EP.21) 이름은 엘로디

남자 화장실에서 오줌 싸는 미친년이 새 스트리머...

싱글벙글 인방 매니지먼트 좆됐다!

내가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그 여자는 당황한듯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악! 잠깐만 노 폴리스! 코리안 넘버원!"

"오, 오기 전에 팬티나 올리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할 상황이니까 팬티를 올리자마자 손목을 잡고 화장실 밖 의자에 앉혔다.

보통 여자였으면 그냥 미친년 취급하고 튀었을텐데 호감작 어플 알림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게 무슨 운명적인 만남이야. 오해 받아서 경찰서 끌려가기 딱 좋은 상황 이구만.

심각한 내 표정과 다르게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있다. 어디서 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저기... 왜 남자 화장실에서..."

"네? 여자 화장실 아니에여?"

이거 뭐지. 상식개변 당한 사람인가.

"그치만 저거 보세요!"

"..."

남자화장실 표식 밑에 woman이라고 적혀있다. 난 그 옆에 화살표를 가리켰다.

"여자화장실은 저기 뒤에 있다는 뜻이잖아요."

"..."

멍하니 그 화살표를 보다 크게 소리지른다.

"꺄아아악!"

"어우. 놀래라."

"어떻게 해여. 저... 나 그러면 모르는 남자한테 보여주면서 오줌 쌌던거야...?"

정확하게는 제대로 보지를 보지 못했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닌가.

그녀는 뜻을 알기 어려운 영어를 섞어대며 막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착각한 모양이였나. 이상한 사람은 아니였네. 다행...이 아니지. 아직 한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다.

"일단 진정하시고요. 그... 착각한건 알겠는데 왜 서서 ... 하신겁니까."

"한국은 그런 줄 알았어요. 이것이 K화장실! 그런건줄~"

미친년인 게 확실하다.

예쁜 몸매랑 예쁜 얼굴이 성격에 가려 눈에 들어 오지 않는 이 경험, 처음이다.

"예. 뭐 아무튼 게임축제 잘 즐기시고. 가보겠습니다." "오줌 안싸고 가요?"

"쏙 들어갔습니다."

일단 이 사람을 스트리머로 영입하는 건 보류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될것 같다. 다시 광고중인 부스로 걸어가는데 다짜고짜 그 여자가 팔짱을 껴댄다.

"예~ 그러면 우리 같이 축제 즐겨요!"

"자, 잠깐."

팔짱을 내빼려다 자꾸 가슴 감촉이 느껴져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것이 서양인의 발육이구나.

"이름이 뭐예요? 저는 엘로디! 나이는 한국 나이로 스무살.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한국에 왔어요."

"권서준입니다. 나이는 22살이고."

"서준! 나이 22살, 난 20살이니까..."

계산이 어려운가 손가락을 이용한다.

"나보다 나이 많네요. 그럼 서준 오빠."

"오빠...?"

"네. 오빠. 서준 오빠."

오빠라는 단어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회사 안에서는 다 나랑 동갑이거나 나이가 많아 들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아니야. 그래도 이런 걸로 흔들리면 안 돼.

얼떨결이지만 은발 마법소녀와 팔짱 낀 채로 부스 대기실 문 앞에 도착했다.

구미호 귀를 끼고 있는 사장님.

멍멍이 귀를 끼고 있는 예진.

그리고 확 튀는 바니걸을 입고 있는 서연.

"서준아 어딨다가 이제 왔어? 안 그래도 전화 하려고 했는... 헉."

"어디 갔나 했더니 여자 하나끼고 왔구만 그래."

두 사람의 눈초리가 따갑다.

"우리 매니저 능력 좋은 걸~."

"다들 해명할 시간을 조금만 주십쇼."

화장실에서 있던 일을 솔직하게 말하면 서로 곤란할테니까 대충 길잃은 외국인이라고 둘러 대었다.

"아하. 그렇단 말이지."

흥미가 생긴 사장님은 영어를 하기 시작했다.

"HEY! what's your name?"

"엘로디 입니다."

"엘로디! where are you from?"

"USA. 미국!"

"USA? 아임 US."

US가 어디지?

"유에스가 어딘데요 아줌마."

"울산."

"..."

나이까지 서로 물어보고 말을 편안하게 하는 두 사람.

외외로 죽이 척척 맞는 모양이다. 그때 사장님은 재밌는 제안을 하나 건넸다.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랑 같이 게임 광고 하지 않을래? 보수도 넉넉치 않게 챙겨 줄게."

"광고요! 우와~ 재밌겠다!"

그건 좀 곤란한데...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을..."

"면전에다 세울 생각 없어. 우리 매니저처럼 간단한 허드렛일만 도와달라고 할거니까."

"아 그럼 다행이네요."

간단한 허드렛일이지만 되게 신이 난듯 방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재밌겠다! 코스프레도 하고 오길 잘했네요."

뜻 밖이지만 같이 일하게 된 엘로디를 데리고 서연과 예진에게 인사시키기로 했다.

"두 사람도 사장님처럼 말 편하게 해. 스무 살이랬으니까. 너희 동생이야."

"맞아요. 엘로디는 스무살!"

"아. 응... 서준이가 그렇다면야."

서연은 퉁명스럽게, 예진은 신기한듯 은발을 쳐다보며 통성명을 나눴다.

"은발은 염색한 거야?"

"아뇨. 태어날때부터 은발이였어요."

예진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우와... 이게 자연 은발! 예쁘다. 갑자기 나도 은발 염색하고 싶어지네."

"금발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후후. 그런가."

그 사이, 서연은 팔짱을 낀 채 엘로디를 째려본다.

"아줌마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말이야. 광고. 호락호락 하지않을 걸."

"열심히 할게요 서연 언니!"

"언니...!"

나처럼 윗사람을 대하는 호칭에 마음이 사르륵 녹은듯 곧바로 팔짱을 풀고 홍삼 캔디를 건넸다.

"그래. 언니 하는거 잘 봐. 기특하니까 이거 하나 줄게."

"이게 뭐예요?"

"홍삼 캔디. 한국의 대표 사탕이지."

"야. 얘한테 이상한 거 먹이지마."

"한국의 대표... K사탕...!"

보기좋게 사탕을 입안에 집어넣는데 금세 구웨엑 하며 뱉어냈다.

"맛 없어!"

"서양인 입 맛엔 무리였나."

"하여튼. 그건 한국인 입 맛에도 무리 거든? 미안해 대신 사과할게. 대신 알파벳 초콜릿 먹을래?"

"으헤헤. 감사합니다."

예진도 엘로디가 꽤 맘에 들었는 모양인지 앞머리를 쓰담쓰담 해댄다.

"엇. 내 정신좀 봐. 나도 모르게... 동생같아서."

"괜찮아여! 예진 언니."

"그러면 다들 인사는 나눈 것 같으니까..."

사장님은 서연과 예진에게 셀카봉을 건넸다.

"자! 게임축제 방송 시작하렴."

"넵!"

"아. 좆됐네. 나 지금 바니걸 입고 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돼서 피식하고 웃었다.

"웃어?"

"셀카봉이랑 휴대폰 줘봐. 내가 켜줄게. 방송 제목 뭘로 할까?"

"아무거나 해. 바니걸 입었습니다 하던지."

[방송 제목 : 바니걸 입었습니다.]

-우효wwww

-메이드 다음은 바니걸이냐 ㅅㅅㅅ

-헤으응... 서연눈나 나주거

"나쁜 말 하면 바로 밴이야! 매니저 잘 잡아줘야해."

"응."

서연이바보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촬영 마저 매니저한테 짬처리하는 이서연 당신은 대체...

"시끄러워! 원래 이런 일하라고 매니저가 있는거거든?"

서연은 아직 부끄러운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슴골을 가리고 있다.

"어쨌거나, 예정대로. 오늘은 바니걸 입고... 게임축제에 광고 하러 왔습니다."

-딱대 ^^ 게임축제에서 대기중

-바니걸 자주 입어

-와 시발 존나 예쁘네 진짜

그러던 와중 방송 화면 안으로 엘로디가 콕 하고 들어온다.

"그리고 저는 엘로디입니다!"

-???

-엘하

-누구임

-마법소녀 등장 ㄷㄷㄷ

"뭐야. 너 방송하게?"

"그냥 재밌어 보여서 왔어요. 이거 공중파 방송인 거예요? 저 그럼 티비에 나오는 거예여!? 엄마 나 티비 나왔어."

-아 ㅋㅋㅋㅋ

-티비 비슷한거긴 하지

"아니. 인터넷 방송 알지? 뭐 뉴튜브나 트X치 그런 거. 그거야."

"아하. 그래도 좋아요. 저 자기소개 해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서연인 지금 너무 부끄러워해서 방송 진행을 못 하고 있다. 잠깐 진행을 맡겨보는 수 밖에.

"제 이름은 엘로디! 한국 나이는 스무 살. 미국에서 왔구요.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예요."

-합격

-김치는 못 참지

서연이바보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햄에 김치를 싸서 드셔보세요

"아 그거 진짜 맛있죠! 김까지 싸서 먹어요."

-그냥 한국인인데?

-한국어 어디에서 배움? 왤케 잘함

"한국어는 독학 했어요. 요즘 유행어도 알아요. 몰?루. 몰?루. 몰?루."

-ㅁ?ㄹ

-아 어지럽네 ㅋㅋㅋ

-정신 나갈것 같애ㅐㅐ

-한국어를 커뮤니티로 배웠나 ㅋㅋㅋ

갑작스러운 엘로디의 등장으로 채팅창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플이 괜히 영입을 추천한게 아닌 듯 방송감이 장난 아니다.

한편, 서연은 슬슬 부끄러움이 사라진건지 허리를 곧게 펴고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자. 그, 그러면... 다시 나한테로 초점을 맞춰서."

"서연 언니 바니걸 너무 예뻐요."

"알고 있어. 난 늘 예쁘거든."

-나

-락

-엘로디가 진행해

-저분 누구신데 엘로디 방송에 끼어드시는거죠

"다 죽여버린다. 매니저 이제 셀카봉 줘도 돼."

"안 무겁겠어?"

"음... 팔 아프면 그때 가서 말할게."

서연, 엘로디 합방은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것 같아 이대로 두고 예진의 방송을 보러갔다.

셀카봉을 든 채 어떤 미션을 받은 건지 강아지 흉내를 내고 있었다.

"예진눈나 님. 만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멍멍! 크르릉... 머엉..."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진듯 고개를 푹 떨군다.

"꺄아악!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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