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P.2) oooo은 좀 그런데
경계심을 풀지 않고 계속해서 쳐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말하기 뭣하지만 잠에 깬 서연이도 꽤 매력적이었다.
"아침은...?"
"아직 안 했는데. 라면 끓여줄까?"
"아니, 너 말이야. 아침 안 먹었어?"
"난 씨리얼 먹었지."
"그렇구나..."
뭔가 실망한듯 잠결에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인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변화는 없어보인다.
호감도가 오른 상태라면 어느 정도 스킨십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욕 조금 먹는다 치고 실험좀 해보자.
"옆에 눈곱 묻었어."
"어?! 어, 어디 왼쪽?"
"내가 떼줄까?"
"응... 뭐. 맘대로."
"!"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였어?!
"왜 그래. 닦아줘."
"아... 응."
휴지를 한장 가져오자 눈을 꼬옥 감는 그녀. 너무 예뻐서 키스라도 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고 애꿎은 눈을 두드렸다.
"됐어? 나. 히, 이제 씻고 올게."
"어... 응."
"...그리고 매번 아침 차려줘서 고마워."
뭐라도 잘못 먹은 듯 갑자기 말투가 달라진 서연.
그제서야 나는 휴대폰에 나온 멘트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진짜 호감도가 올랐구나.
정말로 조만간 섹스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서연 시점]
"...?"
매일 똑같이 보던 매니저의 얼굴이 오늘따라 왠지 달라보였다.
"이, 일어났어..?"
멍청하게 말하는 건 똑같은데 왜 자꾸 심장이 두근거리는거야?
"아침은...?"
"아직 안했는데. 라면 끓여줄까?"
이 멍청이는 무슨 헛소릴... 아니 내가 말을 잘못한 건가.
"아니, 너 말이야. 아침 먹었어?"
안 먹었다면 나랑 같이...
"난 씨리얼 먹었지."
"그렇구나."
눈치도 없어. 어휴 그러니까 아다지.
답답한 심정에 머리를 긁어댔다. 그리고 왠지모를 오른 손의 축축함을 느꼈다.
물...?
아니면 자는 동안 땀 흘린건가. 됐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가서 씻어야지.
"옆에 눈곱 묻었어."
"응?"
순간 깜짝놀라 허둥지둥대면서 눈을 막 비벼댔다.
평소에는 별 생각없었는데 갑자기 이런게 왜 부끄러워지는거지.
"어?! 어, 어디 왼쪽?!"
"내가 때줄까."
"응... 뭐. 맘대로."
휴지를 한장 뽑아 눈가를 톡톡 상냥하게 두드려주는 매니저. 휴지 말고 그냥 손으로 만져주지 라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 진짜 계속 무슨 소릴 하는거야.
"됐어? 나. 히, 이제 씻고 올게."
"어... 응."
씻으러 가기전에 계속해서 눈에 밟히던 매니저를 쳐다봤다.
"...매번 아침 차려줘서 고마워."
이런 칭찬은 익숙하지않아 몸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그냥 아무말도 하지말걸.
"아, 아냐 신경 쓰지마."
"..."
이유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는 매니저를 보니 애써 참고있던 심장이 또 한번 두근거린다.
"후우..."
화장실 안, 찬물을 한껏 받아놓고 연달아 세수했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계속 매니저가 떠올랐다.
이, 이거 뭐야? 나 설마 매니저 좋아하고 있었던거야?
아니야. 아니겠지...
***
라면을 끓이는 중에 자꾸만 서연의 얼굴이 떠오른다. 빨리 다시 잠들었으면 좋겠다. 그럼 바로 대딸로 호감작하는 건데.
푹 잘수있게 수면제를 넣어볼까. 아니구나 어차피 넣을 수면제도 없구나. 그러면 불면증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줘야겠다.
회사 탕비실을 뒤지다가 문득 사장님과 서연이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요즘~ 불면증이 오는거 같아서 오미자 사놨어. 너희들도 마시고 싶을때 마셔.]
[으. 아줌마 같애.]
[서연이 너 제 정신이 아니구나.]
[틀.]
라면을 끓이면서 주방 서랍에 있는 오미자 차 티백을 꺼냈다. 라면에 오미자, 참 근본 없는 조합이네.
그때,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확 퍼졌다. 뒤를 돌아보니 서연이가 머리를 닦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음~ 냄새 좋다. 무슨 라면 끓이고 있는 거야?"
보통때 같았으면 다가오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대화했을텐데 엎어지면 코닿을 만한 거리까지 걸어온다. 더 진하게 느껴지는 샴푸항 때문에 말을 더듬거렸다.
"수, 순한 라면."
"내가 좋아하는거네. 고마워."
자지가 빳빳해질뻔한 흥분감을 꾹 누르고 오미자를 먹일 방법을 생각했다.
"아 그리고 그 뭐야..."
뭐라고 말해야 자연스러울까.
"오미자 많이 남았다고 타 드시래."
"누가? 사장님이?"
"응."
"그 아줌마, 자기나 마실 것이지. 난 그냥 커피 마실..."
커피 마시면 안 되는데. 아.
"그래도 한잔 정도는 마셔볼까. 네가 타준다니까."
"정말?"
"왜 좋아하는건데?"
"아, 아니 안 좋아했어."
괜히 흥분한 티 내지말자.
이후, 나는 완성된 라면과 오미자를 식탁에 차려놨다. 서연이가 아침 먹는 동안 밀린 모바일 게임 일일 퀘스트를 시작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그냥 폰겜."
"무슨 폰겜?"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겜."
호감도가 쌓인탓일까. 내게 관심을 보이는 행동을 자주 한다.
"...그런거나 하니까 아다인거지."
자기는 처녀면서. 하지만 평소와 다른 상냥한 말투라 별대꾸하지 않고 넘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안 왔어?"
"이제 8시잖아. 곧 오겠지."
"하여튼 나처럼 성실하지가 않다니까..."
24시간 노방종 때리다 잠든 거 아니였나.
"방금 속으로 이상한 말 했지?"
"그럴리가~."
서연이는 내가 준 오미자를 깔끔하게 비우고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문득 든 생각, 호감작 덕이 아니라 그냥 착해지기로 마음 먹은거라면? 그런 생각이 들어서 바로 방송을 들어가봤다.
[방송 제목 : ㅎㅇ]
"하암~ 잠을 덜 잤나. 오늘은 아침방송만 잠깐하고 더 잘까."
-???
-미쳤냐?
-뒤싫방키 ㅡㅡ
"진짜 안 되겠다! 얘들아 오늘 방송은 아침만 하고 방종할게. 피곤해서 더 안 할래."
-미친련...
-혐성련 나가 뒤져ㅕㅕ
-24시간 노방종 개지랄할때 알아봤다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서연이였다. 한술 더 떠서 이런 말도 하고 있다.
"여러분 이번에는 겜이 안 켜지는데요. 그냥 방종할까요?"
-????
-아니요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 해주셨어요.
야 진짜 나쁜말 해도 되냐?
"하지마. 드립 한번 쳐본거니까."
방송 도중에 문자가 도착했다.
[미안한데 저기 게임이 안켜져서 나 좀 도와주면 안돼?]
이전보다 길어진 문자 메시지.
나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방금전까지 함박웃음 짓다가 스튜디오에 들어갈땐 무뚝뚝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나 왔어. 무슨 일이야?"
"아 왔어? 이번에는 게임이 안 되네."
이서연바보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극한직업 서연 매니저
-ㄹㅇㅋㅋ
-월급 올려줘라
배고파밥줘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랜선 뽑혀있는거 아니냐?
"내가 그런것도 확인 안 하겠냐?"
"...잠깐만."
먼저 여기저기 선을 확인했다. 컴퓨터에 이상은 없어보였다.
"뭐가 문제지?"
"모르겠어? 큰일이네..."
서연이ㅄ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말투 착한척 하는거 바 그켬
"닉 바꾸고 와라. 밴 한다."
-잘가라 멀리 안나간다 ㅋㅋㅋ
-팩트밴 당했네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그냥 자리 옮기셔야겠는데요?
"여기가 어디 피시방도 아니고... 엄연한 회사거든!"
이서연바보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회사에서 24시간 노방종하다 꿀잠자는 스트리머가 있다?!
-ㄹㅇㅋㅋ
-월급루팡은 못 참지
"..."
다른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오직 날 대하는 태도만 상냥하게 달라진 모습.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매니저 웃참중 ㅋㅋㅋ
-매니저 ㅅㅂㅋㅋ
"우, 웃지마..."
"컴퓨터 해결방법 찾았어."
이 방법이 맞았는지 게임이 원활하게 실행되었다.
"오... 역시 내 매니저야."
"다른 사람 매니저기도 한데."
"그럴땐 그렇다고 해주는거야..."
-ㅁㅇㅁㅇ
-사귀면 매니저 개 고통받겠다
-cc임?
-돔황쳐
"사, 사귄다는 얘기 하지마. 매니저 불편하게."
"그만 나가볼게."
"응."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참고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대략 1시간 정도 후...
서연이는 아직까지 어제했던 게임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더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 피곤한데 억지로 방송중이라 그럴거다.
"아 씨발 눌렀다고 이 병신겜!"
-응 아니야 ^^
-반응속도 개ㅄ이네
ㅇㅇ님이 1,000원을 기부해주셨어요.
눌렀다 특) 안눌렀다
-ㄹㅇㅋㅋ
-팩트밴이요 ㅋㅋ
"아 오늘 게임할 맛 뒤지게 안 나네. 그냥 여기서 방종하고 잘래."
-???
-혹시 돌으셨나요?
"몰라. 몸에 열도 있는거 같으니까 좀 쉴거야."
본능적으로 기회가 왔음을 깨닫고 침을 꿀꺽 삼켰다.
자는데엔 시간이 걸릴테니까 조급하게 행동하면 안된다.
"그렇게 알고 나 방종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소리나지않게 스튜디오로 들어갔다.만약 깨있어도 변명거리를 생각해놨으니 괜찮다.
스튜디오 안.
방문을 잠그면 외부에서는 무슨일을 하는지 볼 수가 없다.
서연이는 이불을 펴고 자기도 귀찮은 모양이였는지 스튜디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는거 같아 미소가 흘러나왔다.
일단 먼저 곤히 잠들어있는지 확인하는게 우선이다.
"서연아! 서연아!"
"..."
완전 잠들었다. 이대로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다.
꼴에 한번 해봤다고 익숙해진건지 발걸음이 처음보다 가벼웠다.
그런데 막상 대딸하려고 보니 두 손을 베개 삼아 엎드리고 있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허리까지 늘어뜨려진 검은 머리카락이였다. 머리카락은 좀 그런데.
"하아..."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호감작을 위해서니까. 나는 서연이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만져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