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누운 채로 제 위에 있는 차영의 안을 피차 괴로우리만큼 난폭하게 꿰뚫다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차영의 몸도 일으켜졌다.
여전히 차영의 몸은 태주에게 등을 돌린 채였다. 그러나 누워 있을 때보다는 훨씬 움직이기 수월한 모양인지 태주의 움직임에 점점 더 가속도가 붙었다. 태주가 퍽퍽 쳐올리면 차영은 바람에 인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흔들렸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뒤로 손을 뻗어 태주를 잡고 의지하는 것뿐이었다. 한참 억눌린 신음을 토해 내던 태주는 그것으로도 모자랐던 모양인지 차영의 몸을 뒤에서 밀어 앞으로 굽히도록 만들었다.
어설프게 무릎을 꿇은 차영의 등 뒤에 매달린 태주가, 혹여 다리가 풀려 차영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그의 복부를 단단히 지탱했다. 그러고는 잠시 소강상태였던 허리 짓을 재시작했다.
태주의 성기가 차영의 안으로 진격과 후퇴를 반복할 때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선정적인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렸다. 가쁘게 토해 내는 신음 소리와 젖은 살결이 부딪치면서 나는 마찰음, 그리고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마치 삼중주 오케스트라 같았다.
“엉덩이 힘 빼. 보조개 생기겠어.”
“진짜 개소리 그만 지껄여! 못 해. 아파……!”
“아냐, 너 지금 좋아.”
그들은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의 몸에 대해서 잘 알았다. 어느 지점에서 차영이 가장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는지, 얼마나 그의 성기가 제 안에 침입해 들어와야 태주가 가장 억눌린 신음을 토해 내는지를 서로 익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익숙하게 길을 찾아 헤매지도 않고 도달한 태주의 것이 차영이 가장 좋아서 까무러치는 내부의 한 지점을 인장 찍듯 꽉 눌러 압박했다.
“읏……!”
“아! 아흑! 윽! 아……!”
차영은 자지러졌다.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그를 받치고 있는 태주의 미간도 깊이 패었다.
“읏, 차영아 콘돔……. 하, 콘돔 없이 해도 돼?”
“아…… 안 돼.”
“내가 깨끗하게 씻겨 줄게.”
“읏, 아! 짐승같이 왜 이래!”
“내 정액이 네 다리 타고 흐르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아.”
“미친 새끼, 으응……!”
종잇장처럼 흔들리던 차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음성은 너무나도 야릇했고,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간절했다.
상대가 말이 없자 허락이라고 느껴졌던 것 같았다. 실제로도 아니진 않았다. 임신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사실 후처리가 번거로워 기피하는 것일 뿐 차영도 온전한 그가 제게 와 주는 편이 더 좋았다.
차영의 등에 땀을 뚝뚝 떨어뜨리던 태주가 딱딱한 성기를 뜨거운 내부에서 빼내고는 제 것을 감싸고 있는 콘돔을 거침없이 벗겼다. 이미 쿠퍼액이 흘러나와 끄트머리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것을 침대 아래로 쓰레기 버리듯 내던진 그가 다시금 차영의 등에 달라붙었다.
“하, 씨발!”
“아읏……!”
몸을 부대낀 그가 며칠 굶은 사람처럼 게걸스레 키스했다. 차영은 이걸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태주의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맨살결이 제 안에 느껴지는 감각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외설적이었다. 그가 드나드는 움직임이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부끄러웠다. 차영이 눈을 감고 태주의 허리를 붙잡은 채로 이미 토정하고 있는 제 성기를 침대 시트 위에 쓸었다. 앞뒤로 자극이 돼서 미칠 지경이었으나, 차영은 그가 자신의 안에 있는 이 순간이 좋았다.
퍽퍽 제 것을 박아 넣던 태주는 이제 버티는 게 한계인 듯했다. 꾹, 짓누르듯 제 성기를 내부에 쑤셔 박은 채로 둥글게 굴렸다.
“아윽……!”
“읏……!”
미친 듯이 속도감 있게 치닫던 태주의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마침내 차영의 안에 그가 사출한 액체가 천천히 퍼지는 느낌이 이어졌다. 긴 호흡으로 사정한 두 사람은 침대 위에 털썩 쓰러졌다.
“하…….”
깊은숨을 내쉰 태주가 여전히 제 성기를 차영의 안에 끼워 넣은 채로 허리를 쳐올렸다.
“으응, 미끌거려. 그만.”
차영이 나지막하게 신음하는 사이 제 것을 빼낸 태주는, 그의 늘씬한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제 하반신이 허공을 향해 치솟는 느낌에 화들짝 놀란 차영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뭐 해. 미쳤어?”
그러나 태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시선을 차영의 밀부에 똑똑히 고정했다. 한 손으로 차영의 두 발목을 겹쳐 쥔 그는 중지 끄트머리로 차영의 가장 은밀한 부위를 지분거렸다. 벌름거리는 내부에 쑤셔 박아 그 안에서 정액을 끌어당기듯이 빼내자 차영이 온몸을 파들거리면서 떨었다. 희뿌연색 불투명하고 점성 높은 액체가 그의 둔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 한태주 이상한 짓 좀 관둬!”
그는 허공에 치켜 올려진 차영의 두 다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드러난 공간 너머로 차영의 새빨개진 얼굴을 직시했다. 이윽고 그가 몸을 차영의 위로 무너뜨리고 다시 제 것을 차영의 밀부에 욱이듯 밀어붙이고는 모로 누웠다.
등 뒤에서 차영을 끌어안은 태주는 마른 몸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온몸의 기력이 다 빠진 차영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에게 등을 기댔다. 자연스럽게 태주의 손이 차영의 아래를 더듬었다. 끈적한 정액으로 죄다 젖은 성기 주변을 휴지를 뽑아내 닦아 주곤, 차영의 땀으로 축축해진 얼굴 위에 꼼꼼하게 키스했다.
“좋아? 그거 봐서? 이 변태 자식아.”
“너무 좋아.”
“좋긴 뭐가 좋아.”
비협조적인 차영의 반응이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태주가 반쯤 서 있는 제 성기로 차영의 안 이곳저곳을 찔러 댔다.
“하, 읏. 그만해. 나 힘들어.”
“겨우 한 번 했는데 약한 소리 하지 마. 밤은 길고 우린 화해 인사 끝내려면 아직 멀었어.”
“이것도 적당히 조절하면서 해야 세 번 네 번 하는 거지. 한 번 할 때마다 한 기장은 다음 날 죽을 예정이니까 오늘 몸속에 있는 정액 다 뽑아 버릴 사람같이 굴잖아.”
이 말에 그가 대꾸할 말이 무엇일지 얼추 상상이 가능했던 차영이 가까스로 손을 뻗어 태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졸지에 말문이 틀어 막힌 그는 손바닥 위에 입을 맞췄다. 그 야릇한 촉감에 당황한 차영이 손을 떼자 꿋꿋하게 음성을 내뱉었다.
“더 하자. 난 준비됐어.”
“머리에 뇌수 말고 정액 가득 찼어? 좀 쉬자. 이것도 빼.”
“열어서 확인해 볼래?”
“입은 닥치고, 나 좀 더 세게 안아 줘.”
그 말과 동시에 여전히 차영의 내부에 박혀 있는 성기가 꿈틀거리면서 부피를 키웠다. 강직도도 높아졌다. 차영은 징그럽다는 기색 반, 귀엽다는 기색 반의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그의 복부를 팔꿈치로 툭 쳤다.
“손 놀리면 뭐 해. 그냥 나 끌어안아 달라고. 나 오늘 한 기장 너무 보고 싶었어. 그러니까 꽉 안아 줘.”
“아냐, 내가 훨씬 더 사랑해.”
“여기 너랑 나 중에 그거 모르는 사람 있어? 아, 빨리.”
픽 웃음을 터트린 태주는 요구 조건에 부응하려 애썼다. 등 뒤에서 차영을 필사적으로 꽉 끌어안았다. 사이가 좁혀지는 바람에 자세가 애매해졌다. 결국 날 때부터 하나로 연결돼 있던 것처럼 집요하게 차영의 안을 들쑤시고 있던 태주의 성기가 슬쩍 밖으로 빠져나왔다. 태주는 축축하게 젖은 그것을 차영의 매끄러운 허리 위에 살짝 문질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기를 차영의 음낭 방향으로 밀어붙이자 그가 허튼짓은 관두라는 양 상체를 바르작거렸다. 그 바람에 장난은 그쯤에서 관둬야만 했다.
“한태주.”
“응. 이차영.”
“미리 준비했다는 내 생일 선물 뭐야?”
“차. 한 대로는 부족하잖아. 네 생일 날짜에 맞춰 보내 준대서 일단 키만 받아 왔는데. 어제 내내 비행기 안에 있는 바람에 딜러한테 연락을 못 받았어.”
“나 그거 말고 선물 하나만 더 해 주라.”
“뭐 필요한 거 있어?”
“열기구 축제 가고 싶어. 생각해 보니까 그때 우리 그거 못 갔는데. 어쩌다 보니 작년에도 이맘때쯤 내가 바빴고……. 기회가 안 됐잖아.”
“…….”
“나랑 같이 가 줄 거지?”
순간 생각이 많아진 태주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응, 같이 가자.”
그러고는 마치 앞으로 그가 갈 길을 자신이 뒤따르며 숭배할 것이라는 양, 드러난 차영의 어깻죽지에 정성껏 키스했다.
* * *
본가 명부전의 내부엔 정적이 흘렀다. 이미 집 안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고용하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각자 역할을 맡겨 외부로 내보낸 지 수 개월이 흘렀다. 덕분에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이 거대한 저택 자체에 인기척이 날 일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오가는 손 없는 집이 되어 버린 지 오래라고 해도, 명부전만큼은 반드시 하루에 한 번씩 청소하도록 지시했다. 이곳에 안치해 둔 어머니를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자신이 직접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실 태주는 직접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는 어머니에게 싹싹한 태도를 보일 만큼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 저는…….”
“네, 나가 보세요. 갈 땐 내가 알아서 돌아갈 테니까 볼일 보시면 됩니다.”
자택을 관리하는 상주 직원이 태주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중문에 이어 출입문까지 닫힐 때까지 태주는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세 개의 영정 사진들을 직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을 때라야 그의 시선이 가장 오른편에 있는 제 외할아버지의 사진에 닿았다.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표정을 활용했으면 좋으련만, 날짐승같이 날카로운 눈매를 한 모습이라 아쉬운 감이 남았다. 그 살얼음 같은 시선이 생전에 그가 보였던 잔인한 성품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쯤 회사의 창립 기념일 연회가 본사 빌딩에서 열리고 있을 것이다. 태주는 이 자리에 참석해 달라는 이사회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괜히 태주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려 구설수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영결식을 취소하는 편이 나으리라고 판단했던지 기념행사만을 열겠다는 의결이 되돌아왔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외부의 시선이나 언론의 의혹을 의식한 그들은 요구해 오겠지만, 그때마다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태주는 이 일에서만큼은 차영이 원하는 길로 걷는 게 맞는다고 여겼다. 꼭 그를 사랑해서만은 아니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도리고 의리이기도 했다. 이제 차영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이고, 또 가족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