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아흑! 아!”
“좁아 터졌어.”
“당연히 좁지, 말이라고……!”
“뒤로는 자위 전혀 안 해? 너 여기도 좋아하잖아.”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뒤로 뭘 해?”
“내 거 말고 다른 거 넣어 본 적 없어?”
“으……. 미친 새끼!”
“우리 안 하는 동안 뭘로 했어? 손가락? 기구? 나는…… 읍.”
태주의 아름다운 입을 통해 무슨 음란한 말이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차영이 급히 그의 입술 위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그러자 태주가 그 손을 고스란히 틀어쥐고 보드라운 손바닥을 혀로 애무했다.
위로는 그의 혀가, 아래로는 그의 손가락이 예민한 곳을 마구 들쑤시고 있었다. 통증과 수치심으로 괴로운 차영이 태주의 어깻죽지를 퍽퍽 쳤다. 동시에 마디뼈가 선명한 그의 손이 좀 더 박자감 있게 움직였다. 겨우 평정을 찾은 차영이 그의 손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제 둔부를 이동시켰다.
평소 태주는 차영의 온몸 구석구석을 손바닥 안 들여다보듯 잘 알았다. 그러니 당연히 보지 않고도 어딜 좋아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제일 미치는지 꿰고 있었다. 손가락 두 개를 한 번에 밀어붙인 그가 여린 내부의 안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찔러 댔다. 차영의 눈앞이 아찔했다. 동시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두 사람은 모두 환자였다. 제 몸 가누기도 제대로 못 하는 환자 둘이서 섹스를 하겠다고 꼴사납게 붙어 있는 모양새였다. 이런 행위는 지양해야 맞았다. 다만 더는 떨어져 있는 시간들을 견딜 수가 없어서 달라붙어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해. 아……. 아윽. 엄청 천천히. 아…… 거북이 기어가듯이.”
잠시 웃던 차영이 그를 설득하듯 목울대를 만지작거리면서 속삭였다. 그러자 태주가 싫다는 양 차영의 안을 좀 더 집요하게 괴롭혔다.
왜였을까. 차영은 언제나의 그처럼 짓궂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태주에게서 아직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 듯한 감상을 느꼈다. 손짓 하나하나에 그가 느끼고 있는 초조함들이 고스란히 전이됐다. 굳이 눈동자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그의 생각을 다 알 것만 같았다.
“나 어디 안 가. 내가 한태주 씨의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전부 돼 줄게.”
“그렇게 말해 놓고 나 버렸잖아.”
“한 기장 이제 혼자야. 나밖에 없어.”
그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피붙이를 버리고 자신을 선택했다. 그걸 모른 척할 정도로 차영은 모질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핑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제 결정은 빠르고, 명확했다.
그들의 해묵은 악연은 그날의 입 밖으론 말할 수 없는 유대감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책임질게, 내가.”
태주의 뺨을 어루만지던 차영이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귓불에 꼼꼼하게 키스했다.
그때였다.
“아흑! 응!”
“읏……!”
어느 틈에 손가락을 빼내고 성기 선단으로 차영의 입구 주변을 지분거리던 태주가, 예고도 없이 그의 것을 내부에 푹 욱여넣었다. 봐주는 기색이라곤 없이 한계까지 밀어붙이고는 뒤늦게 숨을 골랐다. 이 순간 차영은 그의 몸 위에서 파르르 떠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 으. 엄청 조여. 안에서 막 꿈틀거려. 좋은 거지?”
“아!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쪽도 진지해.”
앞을 볼 수 없으니 자극이 극대화된 것 같았다. 차영의 밀부에 빼곡하게 들어찬 태주의 성기가 끊임없이 움찔거렸다. 더 뻣뻣해지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 비좁은 열락의 내부에서 크기마저 키우고는 고개를 쳐들었다.
흥분한 사정은 차영도 마찬가지였다. 태주가 제 복부에 닿는 발기한 성기를 손으로 쓸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차영의 골반을 안정적으로 쥐고 허리를 움직였다. 본격적인 삽입 운동이 시작됐다.
“아윽! 아! 아! 아!”
“읏! 하…….”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신음을 고스란히 허공으로 내뱉던 차영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태주의 뒤편으로 양손을 뻗었다. 튼튼한 침대 헤드를 절박하게 붙잡고 그의 움직임에 속도와 박자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태주가 너무 흥분해서 불편한 몸으로 따라가기가 쉽진 않았다.
끼익, 끼익.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외설적인 소리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정신없이 고개를 젓던 차영이 그에게 키스했다. 허리 짓을 하면서 몸이 들썩거릴 때마다 맞닿아 있던 혀가 자꾸만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했다.
이윽고 두 개의 혀가 애초에 하나인 양 질척하게 얽혀 들었다.
“하…….”
“으읏…….”
서로가 타액을 교환하는 낯 뜨거운 마찰음들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은밀한 접합부에서 나는 찌걱거리는 소리들과, 난폭한 인터코스를 이어 가면서 발생하는 요란한 소음들이 귓전을 간지럽혔다.
처음 차영이 부탁했던 ‘거북이 기어가듯이’는 음악의 ‘아다지오’쯤 되는 것일까. 이미 그들은 악보의 서두가 어떤 음정들을 지녔었는지를 까맣게 잊고 매혹적인 소나타를 연주하듯 정신없이 뒷장을 펼쳐 가고 있는 상태였다.
철벅거리는 소리가 반복될수록 차영의 미간도 흠씬 구겨졌다. 태주에게 상체를 거의 기울이듯이 기대고 하반신을 움찔거렸다. 딱딱한 성기가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을 거칠게 드나들 때마다 자지러질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제 것을 쑤셔 대던 태주가 일순 느긋하게 성기를 뒤로 길게 뺐다. 그러다가 있는 힘껏 다시 성기를 콱 박아 넣는 순간, 차영이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흑! 아!”
눈앞이 핑 돌았다.
바짝 깎은 손톱이 태주의 옷자락 아래 탄탄한 살결을 날카롭게 긁었다.
“읏!”
그러자 태주가 통증 때문에 더욱 흥분감이 차오른 모양인지 짐승처럼 게걸스럽게 퍽퍽 박아 넣으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천천히’나 ‘조심스럽게’ 따위의 단어는 머릿속에 전혀 없는 사람 같았다.
“윽! 아! 아파! 응! 읏!”
아프다고 말했는데도 태주의 움직임은 여전히 거칠기 짝이 없었다. 차영의 마른 뱃가죽 위를 매만지며 제 것이 뚫고 들어올 때마다 모양을 그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 촉감이 너무 아찔했던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상체에 힘을 주게 된 차영이 입을 제 손으로 틀어막았다. 자칫했다간 까무러칠 듯 비명 같은 교성을 내뱉을 뻔해서였다. 태주가 선사한 하반신의 짜릿함은 아직 환부인 제 상체의 압박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죽을상을 하고 그의 너른 어깨에 매달린 차영은 숨을 최대한 잘게 쪼개어서 내쉬었다.
“으응! 아! 아아!”
그가 익숙한 지점을 허겁지겁 공략하자 하반신에서 성기가 정액을 토해 내는 것이 느껴졌다.
어차피 그가 볼 수 없으니 모든 걸 혼자서 견디면 되리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참아 내던 차영은, 너무 아픈 동시에 오르가슴까지 더해져 결국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차영을 눈치챘는지 태주가 그의 목울대를 손으로 지탱하고 얼굴을 끌어당겨 가볍게 쪼듯이 키스했다.
“하, 난 조금만 더.”
“아파! 이 개자식아. 나 환자랬잖아. 몸이 다 쪼개지는 기분이야.”
“알아, 조금만.”
“아프면 말하라면서!”
“멈춘다곤 안 했잖아.”
“이 미친 새끼……! 아흑!”
얇은 상의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마른 등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쓰다듬은 태주가 아이 어르듯 차영을 달랬다. 차영이 겨우 숨을 몰아쉬면서 진정한 듯하자, 제 것도 막판 스퍼트를 올리려는 심산인지 허리를 들썩였다. 그는 차영의 쫀득한 내부에 박혀 있던 성기를 동그라미를 그리듯 둥글게 굴렸다.
이윽고 차영의 둔부를 한 손으로 단단히 받쳐 든 그가 다른 한 손을 허벅지 아래로 밀어 넣어 두 다리를 제 위에 똑바로 고정했다.
뒤이어 차영의 엉덩이를 반으로 쪼개듯 가르고는 한계까지 치달은 성기를 허리 힘을 이용해 힘껏 욱여넣었다. 결국 태주의 탄탄한 하체에 걸쳐 있던 차영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아흣! 아!”
“읏……!”
동시에 환락에 빠져든 그의 것이 뜨거운 내부에서 토정했다.
점도가 높은 액체들이 제 안에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차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내쉬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키스했다.
처음 말끔한 상태로 마주쳤던 그들의 얼굴에서 축축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차영의 정액이 모두 튄 태주의 복부도, 태주의 것이 흘러내린 시트 위도 죄다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차영과, 그런 차영이 온몸으로 짓누르고 있는 태주는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