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그가 머릿속으로 차영의 야윈 몸을 유린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 모양인지 숨을 헐떡였다. 두 눈 멀쩡한 차영은 누운 채로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뺨이 살짝 상기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무척 야했다. 결국 난폭하게 제 것을 부대끼던 태주가 차영의 병원복 바지 위에 사정했다.
“읏. 하, 씨발.”
“아…….”
불투명한 색의 끈적거리는 정액이 차영의 옷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물끄러미 그걸 내려다보던 차영은 아득한 기분을 느끼고 허리를 살짝 들썩였다. 조금 전 사정한 태주와 달리 여전히 자신의 것은 발기한 상태였다. 도리어 태주의 자위를 지켜보면서 흥분이 가해져 한계치까지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왠지 창피한 마음에 마찰을 피하려고 하자, 태주가 그걸 재빠르게 눈치채고 차영의 하반신을 제 쪽으로 더욱 가까이 붙였다.
“한 기장…….”
“아프면 이야기해.”
인내심이 바닥난 태주는 입술을 짓이겼다.
동시에 그의 손이 다시금 자신이 설정한 선로를 이어 갔다. 가슴팍에서 재출발한 길이 차영의 옆구리, 아랫배와 골반, 서혜부를 지나 허벅지와 사타구니까지 도달했다. 옷 위로 만지고 있는데도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만지는 쪽도, 만져지는 쪽도 피차 미칠 것 같았다.
“아읏, 응.”
직접적인 손길은 언제나 눈앞이 아찔할 만한 자극으로 이어졌다. 차영은 그의 커다란 손이 느리지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제 전신을 훑어 내려가자,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뻗어 태주의 팔뚝을 짚었다. 보이지 않는데도 손의 감각과 본능만으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은 이곳에 들어오면서 저 문을 잠글 생각도 못 했다.
“아, 읏. 한 기장. 생각해 보니까 나 들어올 때 출입문을 안 잠갔어.”
“괜찮아. 아무도 내 병실에 너처럼 노크도 없이 안 들어와.”
“하지만…….”
중단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리라고 느꼈던지 태주가 제 고개를 깊게 기울였다. 한쪽 다리를 차영의 무릎 사이에 끼운 좀 더 노골적인 자세로 위치를 고치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매끄럽게 혀가 딸려 들어오는 통에 차영은 거부할 틈도 찾지 못했다. 그의 어깻죽지를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붙잡고 정신없이 입술과 혀를 내맡겼다.
“으응……. 뜨거워.”
그의 까칠한 살덩이가 비좁은 입 속에 침투했다. 아래로 서로의 것을 비비면서 위로 두 개의 혀가 얽히는 순간, 너무 짜릿했던 나머지 차영은 자신도 모르게 사정할 뻔했다.
열광할 만한 대상에게 홀린 사람처럼 서로의 입 안을 탐닉하는 두 사람의 행위는 점점 외설적으로 변모했다. 차영이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태주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입술을 떨어뜨리는 순간 두 사람의 쫀득한 살결 위에 기다랗게 타액이 걸렸다. 그걸 본 차영은 기분이 묘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야릇한 장면이라 태주가 보지 못했다는 게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봤다면 폭주했을지도 모른다.
“하아, 하…….”
“차영아, 다리도 불편해?”
“다리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데…… 상체가 많이 불편해. 조금만 세게 눌러도 숨 막히고 아파.”
“내 위로 올라올래?”
“아……. 그래. 그게 낫겠어.”
허리 아래로 부딪친 그의 성기가 토정 후 금세 다시 곤두섰다는 건 이미 느끼고 있었다. 제 것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이제 와 뒤로 물러설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태주가 차영의 상체를 지탱해서 제 위에 올리려고 하기에, 차영도 그를 도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어설픈 자세로 서로 끌어안았다. 바로 그때였다.
병원 내선 인터폰이 울렸다.
차영이 이곳에 올 때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토록 늦은 시간에 연락이 올 만한 일이란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눈동자를 굴리면서 태주를 살피는데, 그가 한 손으로는 여전히 차영의 상체를 지탱한 채 익숙하게 위치를 잡고 인터폰을 귀에 댔다.
“뭡니까.”
- 이차영 관제사께서 사라지셨습니다.
희미하게 들리는 것은 안 실장의 음성과 유사했다. 차영은 아차 싶었다. 간호사에게 5분이면 된다고 애원하고 이곳에 올라왔던 일이 떠올랐다. 5분은커녕 50분가량은 흘렀을 듯했다.
태주가 제 아래 깔려 있는 차영을 향해 힐끗 고개를 내렸다.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아 괴롭다는 듯 입술을 짓이겼다. 그러고는 꾹꾹 억누른 음성으로 대꾸했다.
“이차영 지금 여기 와 있어요.”
순순히 이실직고한 그의 등을 차영이 찰싹 때렸다. 그러나 태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 마세요.”
일방적으로 경고한 그는 인터폰을 내동댕이치다시피 놓아두고 차영의 몸 위치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침대 위에 누워 차영을 자신의 복부 위에 목말 타듯 태웠다. 그러고는 옆구리 사이에 얌전히 놓인 차영의 두 발뒤꿈치를 만지작거렸다. 서서히 발목과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던 그의 두 손이 무릎의 툭 도드라진 뼈 위를 손바닥으로 훑다가 허벅지를 꽉 붙잡았다.
“아윽…….”
처음엔 느긋하게 차영의 몸을 더듬어 대던 태주의 손길도 좀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탈바꿈된 뒤였다. 본궤도에 오른 그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태주는 지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핸디캡을 지닌 상태였다. 그럼에도 주도권이 전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얇은 환자복 위로 살짝 불거진 차영의 성기를 더듬는 손길이 야릇했다. 그 위가 본인의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괴롭고 뜨거운 숨만 토해 내던 차영은 이렇게 끌려가선 안 되겠다 싶었다. 보이지 않는 채로 그에게 전부 맡겼다가 다칠 수도 있었다. 차영은 그의 손이 더는 제 몸을 만지지 못하도록 살짝 저지했다. 그러고는 어떻게 하는 게 두 사람 모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지 침대 위를 잠시간 살폈다.
마침내 차영이 가볍게 상체를 일으켰다. 태주의 상박 위치까지 몸을 기울여서 그의 훤히 드러난 목울대에 입을 맞췄다. 태주는 손의 진로를 옮겨 차영의 환자복 안으로 밀어 넣고 등을 더듬었다. 그러는 사이 차영이 태주의 턱선을 타고 꼼꼼하게 키스했다. 마침내 입술에 도달했을 때 두 볼을 쥔 채로 혀를 밀어 넣자 그가 자연스럽게 질척하게 혀를 얽어 넣었다.
“하…….”
“한태주.”
“차영아, 당장 넣고 싶어. 내 거 박아서 헤집어 놓고 뼈까지 먹어 치우고 싶어 미치겠어. 하, 이차영. 읏.”
“잠깐, 으응…… 기다려.”
어두운 공간에서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차영은 힘겹게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그를 헤드에 기대앉게 했다. 시야가 흐린 태주는 아이처럼 순순히 따랐다.
이윽고 차영이 그의 바지와 속옷을 아래로 끌어 내리고 제 것도 종아리까지 벗었다. 너무나도 손쉬웠다. 골치 아프게 버클을 풀고 낑낑댈 필요가 없었다. 태주의 허벅지 위에 가랑이를 벌려 앉은 차영은 그의 성기에 제 회음 부위를 문질렀다.
“아. 하읏, 아.”
커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차영의 등허리를 든든하게 받쳤다. 차영은 뿌리쳤다.
“안 돼. 상반신 잡지 마.”
“어째서? 싫어.”
“한 기장 흥분하면 너무 난폭해져. 손에 엄청 힘준단 말이야. 나 던지는 것도 안 돼. 나 진짜 부서져. 알아듣지? 살살, 천천히. 그래야 넣게 해 줄 거야.”
갈 곳을 잃은 태주의 손을 제 허벅지 위에 놓아 준 차영이 한 번 더 그의 발기한 기둥 위에 제 사타구니 사이를 비볐다. 그러다가 자신의 엉덩이 양쪽을 손으로 직접 벌리고 그 빈틈에 태주의 성기를 끼웠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움찔했다.
곧이어 본능적으로 태주의 손이 다시 올라오려고 해서 차영이 슬쩍 밀었다.
“아읏, 안 된다니까.”
“하, 씨발……. 읏.”
욕설을 뱉으면서도 그는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랐다. 게다가 어떤 행위를 하든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자신이 해도 된다고 허락한 일만 하고, 허락하지 않은 일은 삼갔다. 꼭 매우 위험하고, 짜릿하며, 까무러칠 듯 기분 좋은 인형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 우리 뭐 바를 거 없어?”
“없……. 아니다, 기다려.”
협탁을 정신없이 더듬어 서랍을 연 태주가 의료용 재생 크림을 꺼냈다. 혹여 병원을 떠올리게 만들 만한 고약한 향이 있었다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향이었다.
그것을 넘겨받은 차영은 투명한 색의 크림을 태주의 발기한 성기에 꼼꼼히 발랐다. 반 이상이 가려져 있어서 눈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의 이마가 엄청나게 좁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의 성기 선단부터 뿌리까지 전부 크림 범벅으로 만들어 놓은 차영이 뒤이어 태주의 손가락을 공략했다. 중지와 검지에 크림을 발라 주자 태주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성급하게 차영의 밀부에 쑤셔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