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난폭한 그의 움직임 때문에 안이 다 찢어지고 헐어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동시에 머릿속에 별이 마구 떠다니는 느낌이 함께 들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까무러칠 정도로 소름 끼치는 흥분이 뇌리를 쿡쿡 찔렀다. 사람들이 왜 하나가 된다고 이 행위를 표현하는 건지 어렴풋하나마 알 것도 같았다.
“아! 아윽! 아! 하, 한태주, 응…….”
본능적으로 허리를 떤 차영의 아랫도리가 잔뜩 수축했다.
겨우 쥐어짜 낸 음성마저 흥분감으로 덜덜 떨렸다.
“읏, 갑자기 너무 조여…… 여기가 좋은 거지? 응? 차영아……. 젠장.”
나지막한 태주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조바심과 흥분이 가득했다. 파들거리는 차영의 손이 차마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의 허벅지만 힘주어 짚었다. 그러나 금세 떠밀리듯 땀에 미끄러져 추락했다. 머리끝까지 흥분한 태주가 차영의 복부를 단단히 끌어안고 막판 스퍼트를 올리듯 퍽퍽 박아 넣자 차영이 숨도 못 쉬고 헐떡이기 시작했다.
“읏, 아! 읏!”
질척해진 차영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경련이 일었다.
너무 좋으면 이 순간이 스러질까 자연히 공포가 생기기 마련이다. 차영이 제 뒤통수를 러그에 콱 박듯이 부딪치자 그걸 신호탄으로 태주가 차영의 내부에 뜨거운 정액을 토해 냈다. 이미 예열이 모두 끝난 상태였던 차영도 그의 복부 위에 토정했다.
“윽……!”
“아…….”
털썩, 태주의 늘씬한 몸이 차영의 위에 고이 덮였다.
두 사람은 겹쳐진 채 헐떡이는 숨을 고르느라 한참을 그 상태로 머물렀다. 여전히 태주의 것은 차영의 안에 있었다. 느릿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몸속에 퍼져 나가는 액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얌전히 누워 그 생경한 감각을 곱씹고 있는데, 태주가 사정과 함께 살짝 죽은 성기를 안쪽 깊숙이 밀어 넣는 바람에 허리가 들썩였다. 미끄덩한 액체와 함께 깊은 곳으로 맞물려 오는 그의 것은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기분이 묘했다.
“으응, 태주 씨, 이거 기분이 이상해.”
차영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내뱉자, 태주는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절박하게 제 얼굴을 차영의 어깨 위에 비볐다. 차영은 그 순간 태주를 너무나도 안아 주고 싶었으나,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릴 힘조차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까웠다. 이대로 기절해 버리고만 싶었다. 제 위를 깔아뭉개고 있는 이불은 여름용 천이 아닌 사람이라서 지나치게 무거웠다.
“그리고 무거워…….”
그가 픽 웃으면서 땀에 젖은 제 몸을 더욱 노골적으로 차영에게 문질렀다. 차영도 웃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낮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제 것을 빼내고 차영의 위에서 내려온 태주가 러그 위에 모로 누워서 여전히 숨결에 헐떡임이 남아 있는 차영의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가볍게 붙잡아 입술을 부딪쳤다 떼어 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봤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아픈데? 하……. 온몸이 저리고 아파.”
“아프기만 해? 좋은 점은 없었어? 왜냐하면, 난 너무 좋았거든.”
입술 위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던 태주가 되물었다. 차영은 빤히 그를 올려다봤다.
사실 차영은 낯선 상황이 도래하면 늘 한 번쯤은 겁을 내고 물러서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만큼은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대답하곤 했다. 마치 애써 감추고 있는 태주의 두려움을 불식시켜 주겠다는 듯이 용감하게 말이다.
“나도 좋았어.”
“…….”
“좋았다고. 아파서 그렇지. 와, 열 시간이 넘게 비행기 타고 온 사람 맞아? 한 기장 체력 정말 짐승 같다. 이거 연속으로 두 번 했다간 난 기절하겠어.”
“…….”
“그런데 우리 언제 바닥으로 떨어졌어?”
“차영아, 나 아직 부족해.”
동문서답을 듣고 깜짝 놀란 차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기절하겠다는 말 못 들었어?”
“들었어. 절대 기절 안 하게 이번엔 내가 강약 조절 잘할게.”
“그 말 못 믿겠어.”
“응, 실은 나도.”
차영이 헛웃음을 터트렸으나 태주는 웃지 않았다.
계속 에둘러 거절했는데도 태주의 눈동자는 무척 완강했다.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하니 도리어 단단히 손목을 붙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하, 한태주를 누가 이겨?”
졌다는 듯이 두 팔을 뻗은 차영이 안아 달라는 양 어리광을 부리자, 그가 끌어안고 천천히 일으켜 주었다. 이미 서로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곳의 온도는 시종일관 적당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상하리만치 더웠다.
그에게 부축을 받아 일어선 차영의 발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찐득한 정액이 밟혔다. 설상가상으로 제 허벅지를 타고 그의 것이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리는 야릇한 감촉마저 이어졌다. 허리 아래는 쑤시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창피해하는 차영을 알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태주가 그를 번쩍 안아 들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체력인 건지 모르겠다.
“잠깐만. 일단 씻고…….”
“우선 한 번만 더.”
그는 ‘한 번만 더’가 습관인 모양이다.
얼마 전 그의 차 안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며 차영이 방심한 사이, 태주가 마른 두 손을 제 쪽으로 이끌어 상체를 감싸 안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다급히 제 성기를 차영의 밀부에 밀어 넣었다.
“아흑!”
“읏…….”
선 채로 걸음을 옮긴 태주는 침대 위로 차영을 옮겨 가 눕혔다. 살짝 고개를 돌린 차영의 시야에 근사한 야경이 바로 들어왔다. 그러면 처음과 같은 일이 반복됐다. 태주가 다른 것 말고 자신만 쳐다보라는 듯이 턱을 잡고 고개를 억지로 돌린 것이다.
상체를 어설프게 들어 올린 차영이 그의 귀를 아프게 깨물었다. 태주는 이걸 신호로 알아듣고 다시 키스했다. 그의 무자비한 허리 운동이 시작됐다.
밤이 그들에게 허락한 시간은 아직 까마득했다.
“으응……. 천천히 해. 나 어디 도망 안 가.”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쓸어 넘겨 준 차영도 힘겹게 태주의 상체를 끌어안았다.
* * *
온몸의 기력이 죄다 고갈된 차영은 거의 반기절 상태였다. 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따뜻한 물이 자신을 대지의 여신처럼 감싸 안고 있었다. 반만 떠진 눈꺼풀을 완전히 들어 올리자, 욕조 안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차영은 물끄러미 시선을 허공으로 던졌다. 욕조 옆에 걸터앉은 태주가 자신을 정성껏 씻겨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깨를 어루만졌다가, 팔을 들어 올려 꼼꼼하게 씻기는 모습이 꽤나 신중했다.
“간지러워…….”
“세게 하면 피부 일어나. 조금만 참아.”
알겠다는 양 고개를 숙이던 차영은 제 팔등 아래 여린 살을 힐끗 쳐다봤다. 그 위에는 그가 중구난방으로 남겨 놓은 키스마크들이 가득했다.
“여름인데 잘하는 짓이다.”
차영이 다 갈라진 목소리로 그를 힐난했으나, 태주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긴팔만 입으면 되잖아.”
“나 외출 안 해?”
“실내에만 있으면 되지. 누가 네 맨살 보는 거 안 그래도 싫었어.”
“반팔 입은 상태의 팔 같은 건 맨살이라고 안 해. 그런 야릇한 의미가 아니거든.”
“내가 싫어. 그게 중요하지.”
“하……. 자꾸 이렇게 응석 받아 주면 안 되는데.”
투명한 물을 훅 튀기자 그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물에서 향긋한 꽃향기가 났다.
“한 기장이 이러면 난 부잣집 아들들한테 편견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표본이 하나라서.”
“본인 의견은 보다 분명한 표현으로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아?”
“완전히 제멋대로라는 말을 꼭 내 입으로 들어야겠어? 원한다면 해 주고.”
이 역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태주가 위치를 옮겨 차영의 다리를 쓱 들어 올렸다. 길쭉한 한쪽 다리를 최대한 쭉 뻗게 만들더니 뼈가 도드라진 무릎 위에 입을 맞췄다. 다리도 그가 치아로 새긴 벌건 상처들로 엉망진창이긴 마찬가지였다. 차영이 창피해서 빼내려고 하는데, 문득 발등 위에 선명한 치아 자국이 보여 멈칫했다.
“이거 간밤에 산에서 내려온 짐승이 물고 간 거 같지 않아?”
태주는 그저 웃었다.
“반성 안 해?”
“난 그런 거 안 해.”
뻔뻔한 소리를 하던 태주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흠뻑 젖어 있는 차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차영은 그가 저런 식으로 자신을 쳐다보면 어찌할 바를 잘 몰랐다. 그는 맨 처음 관제탑에서 만났을 때에도 저렇게 자신을 쳐다봤다. 꼭 전부터 차영을 알던 사람처럼. 애틋하게. 또 애타게. 그런 표정을 지은 건 찰나였지만 너무 강렬한 기억이라 잊히지가 않았다.
“그렇게 에로틱하게 보지 마. 내 허리 아작 나기 일보 직전이야.”
“아직 아작 안 난 거지? 자존심 상한다.”
“그걸 말이라고 해? 집어 던지고, 내동댕이치고. 내가 여자였으면 나 어디 한군데 부러졌어!”
“계속 기다렸던 일이라 너무 흥분돼서. 그 순간엔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어.”
“그런 것치곤 그 상태 너무 오래가던데? 앞으로도 계속 이러는 거 아냐?”
원망을 담아 다시 한번 물을 탁 튀기자, 어느 부분에서 스위치가 눌린 건지 갑자기 태주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제 허리 아래의 곤두선 성기를 감추고 있던 배스 타월을 던져 버리고 욕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미쳤나 봐. 그거 계속 서 있었어?”
“너 알몸으로 씻기고 있는데 안 서 있으면 그건 더 싫었을걸?”
“어딜 들어와?”
“넓잖아. 여기.”
그러고는 차영을 뒤에서 안더니, 다짜고짜 사타구니 사이를 집요하게 건드렸다. 차영을 제 허벅지 위에 앉힌 그가 마른 등에 꼼꼼하게 키스했다. 차영의 하반신에도 그의 단단해진 성기의 촉감이 전이됐다.
마침내 그는 살짝 공간이 뜬 차영의 둔부 아래로 손을 밀어 넣어 부어 있는 회음 부위를 만지작거리기까지 했다. 식겁한 차영은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무슨 짓이야?”
“내 거 네 안에 얼마나 부드럽게 들어가나 실험해 볼래?”
“그런 아무 소득도 없는 실험을 왜 해. 안 해.”
“나 때문에 얼마나 벌어졌나.”
“진짜 양심 탑재 안 해?”
“들어갔다 나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크기는 딱 맞을 거야.”
그가 차영의 귓가에 야릇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차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조금 전 그가 제 뒤쪽에 자리를 잡던 순간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예감하고는 있었다.
“한 기장, 난 남들이 실험한 결과물로 공부하는 게 좋아.”
“난 실험이 좋아. 이직하고 과학자 같은 걸 할까 봐.”
“하아……. 한 번이 무섭지 두 번 세 번은 쉬운 거 아니까 섹스는 최대한 천천히 하고 싶었는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차영, 너 나한테 물렸어. 난 한번 문 건 안 놓쳐.”
억지를 쓴 그가 부드럽게 차영의 내부에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마치 전투를 하듯 난폭한 섹스를 몇 시간이나 벌이고 난 뒤라 입이 벌어져 있던 밀부에 꽤나 매끄럽게 진입했다.
“아읏! 아…….”
“하……. 바로 끝까지 들어갔어.”
“으응, 읏.”
“네 안 따뜻해. 차영아. 물고 안 놔주는데?”
“그런 말 하지…… 아!”
허벅지 주변이 간지러워진 차영이 둔부를 살짝 움직였다.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닌데 태주에게 자극이 된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뒤편의 그가 윽, 하고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반응을 듣고 멈칫한 차영은 한 번 더 확인하듯 그의 허벅지를 붙든 채로 좌우로 움직여 봤다. 그러자 태주가 커다란 손으로 차영의 복부를 감싸 안고는, 옆구리를 애틋하게 쓸었다. 그러다가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 제 것을 내부에 퍽, 쑤셔 박았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물이 그와 함께 밀려들어 오는 느낌이었다.
“아윽! 아!”
그에게 붙들린 차영이 들썩거릴 때마다 물이 첨벙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