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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56화 (56/144)

56화

제 체온을 잠시 놓친다고 해서 자신이 멀리 사라져 버리거나 도망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차를 타고 인근 호텔로 오는 길에도, 주차장에서 호텔 승강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가는 길에서마저 태주는 차영의 손목을 단단히 붙든 채로 얼굴을 얼음장처럼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그는 애당초 작정을 하고 아까 전 차영의 앞에 나타났던 듯했다. 로비에서 따로 객실을 체크인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랬다.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곳은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이었다.

침묵한 상태로 입구까지 올라온 태주는 카드 키를 꺼내 들었다. 문을 여는데 손이 두어 번 엇나가서 그걸 보다 못한 차영이 그의 손 위에 제 것을 얹었다. 부드럽게 카드 인식 면에 부딪히니 문이 아주 손쉽게 열렸다.

“읍……!”

문이 열리고, 안으로 입성하자마자 그들은 키스했다. 자동으로 닫히는 출입문이 열린 빈틈을 완전히 좁히기도 전이었다. 있는 힘껏 상대를 끌어안은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 위에 제 것을 문질렀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각자의 입을 벌려서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살덩이의 온기를 교환했다. 처음에는 애써 부드럽게 접근하는 듯하던 태주는 어느 틈에 그들의 치아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난폭한 입맞춤을 강행했다.

“하아…….”

“하……. 뜨거워. 차영아, 네 입술 뜨거워.”

“나 화 풀린 거 아냐. 닥치고 키스나 해.”

살짝 떨어져 나간 두 개의 입술이 다시 달라붙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가볍게 숨만 내쉰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더듬으면서 입 안의 열기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거의 온몸을 부딪친 채로 더디게 걸었다.

그러다 불쑥, 태주가 차영을 번쩍 안아 들었다. 침대까지 걸어가는 시간마저도 아까웠던 듯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 차영이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균형을 잡았다. 더 가까이에 닿을수록 허리가 들썩였다. 그러면서도 서로 간에 입술은 떨어뜨릴 줄을 몰랐다.

일반 객실과 달리 이곳은 꼭 미로 같았다. 한참 걸어 침실로 도착한 태주는 광활하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넓은 침대 위에 차영을 눕혔다.

“아…….”

그가 부드럽게 뒤통수를 감싸고 최대한 충격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것까지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는데, 태주가 제 위에 우뚝 자리를 잡은 순간부터는 기묘한 불안이 싹텄다. 두 사람 간의 위치가 이럴 거라고 처음부터 상호간에 예상은 했으나, 실제로 같은 남자가 제 전신의 위를 마치 점령군처럼 버티고 있는 모습은 차영에게 꽤나 이질적이었던 탓이다.

물론 그와의 관계를 상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땐 그저 벗고 뒹굴고 있어서 두려움이나 낯선 감각이 덜했다. 그리고 막상 맞닥뜨려 보니 상상은 실제를 못 따라왔다.

이 호텔 고층의 객실은 외벽 부분이 창문으로 되어 있었다.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왠지 함께 침대 위에 있다는 게 부끄러워진 차영이 창가를 통해 도시의 야경을 직시하고 있는데, 저쪽에 시선이 딸려 있다는 것을 못 견딘 태주가 그의 턱을 단단히 붙잡아 자신을 향하도록 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창피한데…….”

여기까지 와 놓고 차영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태주가 단호한 태도로 협탁의 리모컨을 이용해 사방의 불을 꺼 버렸다. 작은 조명 하나 켜지 않아서 사위는 어두컴컴했다. 창을 통해 밤하늘과 도시가 쏘아 대는 색색의 불빛들이 희미하게 뒤섞여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거기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네가 말한 장애물을 하나 치웠다는 듯이 차영을 빤히 내려다보는 태주의 눈동자가 처음에는 흐렸다가 점점 선명해졌다. 눈이 어둠에 적응을 해 가고 있는 것이다.

“많이 겁나?”

“씻고 하면 안 돼?”

“미안. 더는 못 기다리겠어. 하고 씻자.”

“나 아파서 기절하는 거 아니야?”

“좋아서 기절할 때까지 할 거야. 잠들면 씻겨 줄게.”

그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고 빠르게 차영의 셔츠까지 벗겨 냈다. 앞섶을 더듬던 손길로 버클을 풀고 지퍼까지 순식간에 내렸다. 뻣뻣한 청바지를 노련하게 벗겨 낸 뒤 속옷까지 전부 끌어 내려 버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1분, 1초라도 다른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끊임없이 키스를 해 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차영은 창피해서 숨고 싶어졌을 것이다.

이윽고 태주는 차영의 턱을 꼼꼼히 어루만지듯이 자신의 입술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늘씬한 옆구리를 만지작거렸다.

“하…… 으응.”

입을 벌리면 실내의 시원한 공기의 온도를 높일 것만 같은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힘겹게 호흡을 정리하던 차영도 처음 침대 위에 누웠을 때와 달리 조금 용기를 냈다.

천천히 태주의 넥타이를 끄르고, 답답하게 잠겨 있는 셔츠의 제일 윗부분 단추부터 순차적으로 하나씩 풀어냈다. 대부분의 경우 침착함을 유지하는 차영의 손도 여유를 잃고 덜덜 떨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까지 엄청 급하게 밀고 들어왔던 태주는 의외로 차분하게 제 숨을 고르면서 차영을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단추를 전부 풀기에 성공한 차영이 그의 어깨 뒤로 셔츠를 넘기자, 태주가 마저 벗어서 침대 아래로 던져 버렸다. 그사이 태주의 바지까지 조심스럽게 벗겨 낸 차영은 그를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담긴 눈길로 올려다봤다.

전라가 된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뜨겁게 마주쳤다. 꼭 애벌레가 껍질을 모두 벗은 듯한 원초적인 기분을 느끼면서, 그들은 그대로 푹신한 침대 위에서 몸을 겹쳤다.

“아윽……!”

“읏…….”

판판한 차영의 복부에 어느 틈에 뻣뻣하게 발기한 태주의 성기가 직접 맞닿았다. 차영의 것도 꽤 곤두서 있는 상태여서 그들이 몸을 가까이 할수록 서로의 강직도가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태주가 차영을 놀리듯이 제 성기를 그의 것에 살짝 대고 부드럽게 쓸어 올리자 차영이 자지러질 듯 파르르 떨었다.

“아……! 윽……! 으응.”

눈을 바쁘게 깜빡깜빡하는 모양새가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차영은 누군가 자신을 구해 주길 바랄 때의 행위를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두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탄탄한 태주의 상체를 힘주어 부여잡았다. 그러다 문득 호기심이 인 듯 천천히 손을 끌어 내려 태주의 딱딱해진 성기를 매만져 봤다.

“하…….”

“나 태어나서 다른 사람 거 처음 만져 봐.”

“모양 마음에 들어? 좋아?”

“무슨 소리야. 미쳤어…….”

“더 자세히 구경할래?”

“놀리지 마. 안 그래도 창피해 토할 것 같아.”

셀 수 없이 많은 키스를 나누고 서로의 몸을 만졌어도 본 게임과는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가 달랐다. 차영은 인체의 구조가 완전히 일치하는 같은 남자와, 알몸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다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 됐다. 방금 전 자신이 만진 그의 성기가 제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도 어딘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마 그도 제 안에 박아 넣는 행위가 낯설 것이다. 그만큼 서로를 선택한 결정의 중압감은 남달랐다.

뒤늦게 마음이 무거워진 차영이 그의 성기에서 손을 떼어 내려고 하자, 태주가 갑작스럽게 제 손으로 가로막더니 서로의 것을 한데 겹쳐 차영이 직접 애무하게 만들었다.

“아, 응……. 아!”

“느껴져? 어떤 모양인지?”

“아…… 한태주…….”

“원래 교육엔 직접 말고 간접도 있는 거 알지. 만져도 잘 모르겠는 부분은 네 안에서 확실히 알려 줄게.”

“아, 그런 말 하지 마 진짜…….”

“이대로 박고 싶어. 씨발, 미치겠다.”

아직도 차영의 손아귀 아래에서 딱딱해진 그의 것과 제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 위를 태주의 손이 감싸 쥔 상태였다.

결국 부끄러운 나머지 두 개의 성기에서 손을 떼어 낸 차영이 잔뜩 구겨져 있는 제 미간 주변을 죄다 가렸다. 시야를 가로막아 차라리 태주를 안 보겠다는 듯했다.

제 입술을 지그시 깨문 태주가 가린 손등 위에 꼼꼼하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살짝 얼굴을 옆으로 해서 부드러운 차영의 머리카락에도 키스했다.

이윽고 그는 차영의 뒤통수를 살짝 받쳐서 베개 위에 안착시켰다. 달빛 아래 희미하게 드러난 상체의 윤곽을 정성스럽게 쓸어내렸다. 가슴팍을 더듬다가 유실을 손가락 끝으로 굴려서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입에 물었다. 차영은 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는 것도 잊고 그의 머리를 서둘러 끌어안아 탄성을 내뱉었다.

“읏…… 아.”

허리가 움찔 떨렸다. 자연스럽게 둔부가 들썩거렸다. 그런 반응을 의식한 건지 아닌 건지 서서히 복부 위로 혀끝을 굴린 태주가 단전부터 옆구리를 입술로 지분거렸다. 그러고는 서혜부의 터럭을 지나 곤두선 성기 선단에 입을 맞추더니 확, 제 입 속에 담았다.

“아윽! 윽……! 하지 마!”

태주의 머리카락을 쥔 차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만 차영의 발기한 성기 기둥을 혀로 쓸어내리는 데 몹시 열중했다. 입 안에 한가득 삼켰다가, 살짝 치아를 세워 핏줄이 선 표면을 미세하게 긁자 차영이 바르작거리면서 온몸을 떨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은 태주는 차영의 음낭을 혀로 핥았다. 자연스럽게 차영의 허리 아래에서 머무르게 된 태주가 기다란 두 다리를 제 어깨에 걸쳤다. 동시에 차영이 종아리를 그의 어깻죽지 위에서 문질렀다가 미약하게 들썩거리기를 반복했다. 아마 태주의 아래에 깔려 일방적으로 애무받고 있는 이 느낌이 아주 좋으면서도 한편 부끄럽고 불편한 것 같았다.

짓궂은 태주는 제 가시거리에 훤히 드러난 차영의 회음 부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걸 느꼈는지 차영이 그만 관두라는 듯 종아리로 어깨 위를 황급히 쳤다. 알겠다는 듯이 다정하게 허벅지를 토닥거린 그가 고개를 차영의 다리 사이로 깊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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