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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50화 (50/144)

50화

늦은 밤, 지상 주차장에 세워 둔 태주의 검은색 차체가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운전석에 앉은 태주의 허벅지 위에, 차영이 핸들을 등지고 걸터앉았다. 차영의 흐린 눈 바로 앞에 태주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 뒤편에 주차장의 담벼락이 배경으로 걸쳐 보였다.

“하…….”

깊은 한숨을 내쉰 차영은 끝내 뭔가 결심한 듯 눈동자를 빛냈다. 그는 천천히 태주의 든든한 어깨를 두 팔로 지탱하듯 쥐고 길게 제 상체를 곧추세웠다. 그러고는 탄탄한 허벅지 양쪽을 감싸듯 꿇고 있던 제 무릎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주 미세하게 태주보다 시야가 높아진 차영은 땀이 차기 시작한 손아귀를 달싹였다. 꼭 처음 그를 봤을 때처럼 긴장으로 얇은 피부 위가 축축해져 갔다.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상기된 차영의 얼굴과 아주 비스듬한 아래 위치에 태주의 얼굴이 있었다. 초조해하는 기색으로 그의 어깻죽지를 꽉 쥐자, 동시에 태주의 큼지막한 손이 제 상의 안으로 들어와 등줄기를 길게 쓸어내렸다.

“으응…… 간지러워.”

“이차영, 왜 이렇게 뜸 들여. 여기서 밤새울래?”

“잠깐만…… 기다려 봐.”

“너 사람 사이에 신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무고한 애인을 함부로 의심했으면 거기에 책임도 져야지.”

사실 도윤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말의 신빙성을 확인해 보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단지 한태주가 제 것이라는 사실을 그의 입으로 확인한 뒤 안정을 찾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이미 그도 그걸 잘 아는 모양인지 유달리 짓궂게 굴고 있었다.

“안 하면 집에 안 들여보낼 거야. 자, 아.”

태주가 입을 살짝 벌린 채로 차영을 올려다봤다. 그 짙은 눈동자와 관능적인 입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차영이 제 아랫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태주의 입술을 깨물 듯 제 입으로 감싸며 키스했다. 보드라운 살결이 매끄럽게 서로의 것에 흡착하듯 부딪쳤다. 축축한 살덩이들이 상대의 질척한 입 속을 넘나들다가, 허공으로 비집고 나와 잠시 뒤엉켰다.

“하아…….”

정신없이 얽혀 있던 두 개의 혀끝은 차영이 숨을 몰아쉬면서 느릿하게 떨어져 나갔다.

“하, 지금 장난해?”

“이것만 하면 안 돼? 키스로도 내 거 다 넘어가잖아.”

“너 거래 잘 못하는구나. 부자는 못 되겠다.”

“한 기장…….”

“난 네 아랫도리에서 나온 거 삼켜도 돼. 그걸로 할래?”

“한…….”

“내 입에 쌀래, 아니면 침 뱉을래. 난 뭐든 삼키긴 해야겠는데.”

그가 한 손으로 덥석 차영의 바지 버클을 쥐더니 앞섶을 더듬었다. 놀란 차영은 고개를 푹 숙여 그의 귓전에 제 뜨거워진 얼굴을 비볐다.

“거래는 이렇게 하는 거거든.”

“으, 한태주 제발…….”

간절히 부탁하는데도 태주는 자비가 없었다. 그가 결국 제 귓가에서 달싹이고 있는 차영의 얼굴을 떼어 내 눈을 마주쳤다.

“얼른. 결정해. 선택권은 너한테 있잖아.”

그는 단호했다. 아까 전 본인이 했던 말대로 협상의 여지 같은 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겨우 두 가지 선택지만 줘 놓고 권리를 운운하는 건 명백한 궤변이었다.

열기로 달뜬 차영의 두 뺨이 연신 실룩거렸다. 몹시 진지한 얼굴로 그런 차영을 지켜보던 태주가 눈을 감고 제 입을 보다 분명하게 벌렸다. 그걸 내려다보는 차영은 아랫배가 딱딱해지는 기분으로 괴로웠다. 이 광경이 너무 에로틱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알았어. 할 테니까, 여기선 세우지 마.”

“그게 내 마음대로 돼?”

“그래도 세우지 마. 이걸로 세우면 진짜…….”

“글쎄 발기하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니까. 포기해. 아.”

“후우…….”

겨우 호흡을 다잡은 차영이 유려한 이목구비를 담고 있는 그의 잘난 얼굴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쥐었다. 그러고는 보다 높은 위치에서 그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자세를 분명히 고치더니 혀끝으로 정성껏 모은 타액을 그의 입에 쏟아 냈다.

이윽고 차영의 타액을 넘겨받은 태주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목울대 뼈가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했다.

한 번으로 족할 줄 알았는데 태주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읏……. 한 기장. 이제 눈 떠.”

“한 번만 더.”

그가 다시 입을 살짝 벌리는 통에 차영의 가시거리에 붉고 도톰한 혀가 드러났다.

당황한 차영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제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에 있는 태주의 모습이 너무 야해서 제 눈가마저 새빨개질 것 같았다.

숨을 몰아쉰 차영이 하는 수 없이 한 번 더 같은 행위를 반복하자, 태주가 음미하듯 그것을 삼켰다. 그러고도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진짜 그만.”

“한 번만 더.”

마침내 천천히 눈을 뜬 태주가 빤히, 안절부절못하는 차영을 올려다봤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분명히 눈을 차영에게 고정하고 제 입을 벌렸다.

차영은 한 손으로 태주의 눈 위를 가려 시야를 차단한 뒤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턱을 받치듯 쥐고 제 타액을 깊고 어두운 동굴 안에 쏟아 넣었다.

남몰래 몹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죄악감과 아주 약간의 희열이 뒤섞여 일었다.

전신을 파르르 떨던 차영은 태주의 목을 와락 절박하게 끌어안았다.

“이거 왜 이렇게 창피하지? 죽을 것 같아.”

“맛있었냐고 안 물어봐?”

“죽어도 안 물어봐. 한 기장도 대답하지 마. 하는 순간 전쟁이야.”

무척 단호하고 확정적인 말투였다. 차영의 대답을 곱씹던 그는 픽 웃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두 팔을 올려 마른 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아직 어설프게 빨래처럼 걸쳐 있는 차영을 제 위에 안정적으로 앉히는 바람에 발기한 태주의 성기가 차영의 사타구니 사이를 스쳤다.

놀란 차영은 그의 하체와 제 것이 간헐적으로 닿을 때마다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카 시트가 솟았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내가 이걸로 세우지 말랬잖아. 키스도 아니고 침 뱉은 걸로……! 나쁜 놈아.”

부끄러움으로 성대까지 달아오른 차영의 음성이 바들바들 떨렸다.

“가라앉힐 동안 조금만 이렇게 있어 줘.”

“그냥 평범하게 키스하면 되잖아. 대체 이게 왜 좋아? 이걸 왜 해 달래. 더럽지도 않아?”

“안 더러워. 네 몸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 전부 다 씹어 먹고 싶어.”

“한 기장 이럴 때 진짜 변태 같아.”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 태주가 차영의 온몸을 바스러뜨리기라도 할 듯 꽉 끌어안았다. 떨리는 차영의 두 팔이 잠시 망설이다 서서히 올라갔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손으로 서로를 절박하게 감쌌다. 나지막한 호흡이 차내에서 느긋하게 겹쳐졌다.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저마다의 호흡이 안정적인 주파수를 되찾고, 피부색이 원래의 것으로 되돌아왔을 즈음 태주가 말문을 열었다.

“이걸 말한다는 걸 깜빡했다. 내일 뭐 해? 주말이잖아.”

“나 쉬어. 한 기장은? 오늘 귀국했으니까 쉬려나?”

“아니, 나 내일 일이 있어. 아마 지방에 내려가 있을 거야.”

“국내선 비행 잡혔어?”

“그것보다 훨씬 느린 운송 수단 타고 이동하게 될 거고.”

“스무고개 하지 말고.”

“나 어디 무슨 요양 병원에 가서 봉사를 해야 된다는데.”

“봉사?”

순간 잘못 들은 거 아니냐는 듯이 차영이 세상 안 어울린다는 표정으로 태주를 쳐다보자, 그가 양 뺨을 손가락 끝으로 쿡 찔렀다.

“회사 지침이래.”

“아…… 한국 항공은 운항 말고 그런 것도 해야 하는구나. 번거롭겠네. 하긴 뭐 국적기인데 당연히 사회적 기업을 지향해야지. 지역은 어딘데?”

“남해.”

“남해?”

차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가 계신 곳이었다. 태주에게는 그녀가 여기에서 아주 먼 곳에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을 뿐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같이 가 줄래? 혼자 가긴 너무 멀다.”

“한 기장 일하는데 내가 왜 같이 가.”

“실은 운항 팀에서 인근 지역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 편 예매해 준다는 거 가는 길에 너랑 드라이브하려고 내 차로 따로 가겠다고 했어. 명목상 하는 거라 몇 시간 아이들이랑 놀아 주면 되는 것 같아. 괜찮으면 같이 가자. 쉰다며.”

이미 그는 동행을 결정하고 꺼낸 말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차영은 대답을 망설이게 됐다. 물론 그를 따라 하루 정도 훌쩍 내려갔다 돌아오는 일은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되는지 자신이 정확히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어머니가 보고 싶어질 때 당장 달려가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건 그녀에게 부담이 될 터다.

한참 입술을 달싹이기만 하는데도 태주는 보채지 않았다. 대부분 태주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차영이 오늘따라 왜 머뭇거리고 있는지 이유를 전혀 모를 텐데도 얌전히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그는 태주에게 대답했다.

“갈게.”

묵묵히 차영이 하는 양을 시선 끝에 담고 있던 태주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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