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3 303화 - 라스베가스와 7P 섹스나이트(15)
‘흐으음.’
공략 스타일을 바라보는데, 선택 장애가 찾아왔다.
이거.
짜장면과 짬뽕을 고르는 것보다 어렵다.
그래도 다시 말해보자면, 어떤 공략 스타일을 선택해도 별다른 문제 없이 공략을 완료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뜻이다.
‘성장했구나. 천진현......!’
장하다......!
하긴, 이런 사기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성장을 못 하면, 그건 그거대로 또 사람이 아니다.
어쨌든.
그대에게 의존 중, 꿈의 동반자, 두근두근 비밀 연애.
셋 모두 무난해 보인다.
‘그래도 여기서는 하린이한테 조금이라도 더 어울릴만한 걸 고르는 게 좋겠지.’
다시 한번 공략 스타일을 살펴보았다.
일단 1번 선택지인 ‘그대에게 의존 중’은 패스다. 하린이가 나한테 의존하는 건 좋지만, ‘가스라이팅’까지 하면서 너무 심하게 의존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꿈의 동반자인 2번이나, 두근두근 비밀 연애인 3번.
고민은 그렇게까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으음. 2번이 좀 더 괜찮을 것 같네.’
3번은 전에 한번 선택을 해봤던 스타일이다.
같은 공략 스타일을 다른 히로인을 대상으로 또 선택하는 건 별로 상관없는 문제지만, 그래도 안 해본 걸 하는 게 더 좋을 테니까.
이전의 히로인과 같은 공략 스타일을 선택해 스킬을 얻으면, 기존의 스킬들이 강화되긴 한다. 그래도 새로운 스킬을 얻는 게 더 좋지.
‘그리고 무엇보다.’
저번에 다정이의 만화 시상식에 갔을 때, 로열 한즈 호텔에서 하린이가 그녀의 언니랑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때 하린이는 눈물까지 보였다.
벤치에서 하린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해 주고 같이 야식도 먹고 했는데, 하린이의 꿈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좋아!
2번 스타일로 간다......!
꾹-
[ 히로인 ‘주하린’의 공략 스타일이 확정되었습니다. ]
[ 스킬, ‘안정화’, ‘응원’, ‘보좌’를 획득하셨습니다. ]
공략 스타일 선택이 완료되고, 다시 일반 히로인 소메뉴로 돌아왔다. 하린이의 설정을 완료했으니 이제 은주까지 히로인으로 설정하면 마무리가 된다.
가즈아!
히로인 추가 설정의 ‘예’ 버튼을 누르고, 곧바로 정은주를 골랐다.
[ 인물, ‘정은주’를 히로인으로 설정합니다. ]
[ 인연의 실을 연결합니다. ]
쉬익-
가슴으로부터 붉은 실이 나타나더니, 어딘가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몇 초 뒤에 ‘두근’ 하면서 심장이 뛰었다.
은주의 심장과 내 심장이 연결되었다.
[ ‘히로인 공략 모드’로 들어갑니다. ]
[ ‘공략 스타일’을 정해주세요. ]
은주는 무슨 공략 스타일이 나올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공략 스타일 화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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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정은주’ 공략 스타일 선택 *
◆ 1. 너는 내 노예
[ 획득 스킬 : 성감대 공략, 가학증, 맞춤 발기 ]
◆ 2. 친절의 유혹
[ 획득 스킬 : 강인함, 친절, 선행 ]
◆ 3. 찌릿찌릿 삼각관계 ( 히로인 ‘주하린’과의 연계 공략 )
[ 획득 스킬 : X ]
[ 찌릿찌릿 삼각관계 ( 특수 ) : 해당 공략 스타일로 히로인 공략을 완료하면 ‘특수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공략 스타일을 선택하면, ‘정은주’의 기본 공략 스타일도 ‘주하린’과 마찬가지로 ‘꿈의 동반자’가 됩니다. 다만, 거기에 삼각관계를 추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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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옹?”
이게 뭐야.
스타일을 모두 읽어본 내 시선은, 저절로 3번에 고정되었다.
* * *
[ 히로인 설정을 끝마치셨습니다. ]
[ ‘일반 히로인’ 소메뉴로 돌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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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어플 – 히로인 – 일반 히로인 ]
◆ 등록된 히로인 : 07명 / 10명
[ 1. 강수정 ] ( 자세히 보기 )
[ 2. 델리아 ] ( 자세히 보기 )
[ 3. 윤다정 ] ( 자세히 보기 )
[ 4. 윤유정 ] ( 자세히 보기 )
[ 5. 장예화 ] ( 자세히 보기 )
[ 6. 주하린 ] ( 자세히 보기 )
[ 7. 정은주 ] ( 자세히 보기 )
◆ 히로인을 추가로 설정하시겠습니까?
( 예 /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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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으응...... 아름다워.”
짝짝.
이걸로 하린이와 은주까지 모두 히로인으로 등록을 끝마쳤다.
하린이는 꿈의 동반자, 은주는 찌릿찌릿 삼각관계.
결국, 은주의 공략 스타일은 3번으로 정했다.
‘솔직히 특수 보상은 못 참지.’
어떻게 참아.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애초에, 은주는 찌릿찌릿 삼각관계 공략 스타일 말고 딱히 끌리는 게 없었다. 친절의 유혹은 너무 무난하고, 너는 내 노예는 은주를 너무 변태로 만들어야 하잖아!
물론, 호감도 100을 찍으면 다 변태가 되긴 하지만......
변태에도 등급이 있었다.
‘근데, 너는 내 노예가 뜬 거 보니까 은주도 M 성향이 꽤 있나 본데.’
히로인 공략 스타일은 히로인의 바람이나 취향 같은 걸 담아서 나타난다.
안 그래도 은주는 내 사촌이라서 자체적으로 배덕감이 좀 있는데, M 성향까지 있으면 섹스할 때 괴롭힐 맛이 상당히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삼각관계 공략이면...... 둘을 대놓고 동시에 공략하는 건가?’
은주의 찌릿찌릿 삼각관계는 하린이와 연계가 되는 공략 스타일이다.
설명에 따르면, 아무래도 은주도 하린이와 마찬가지로 ‘꿈의 동반자’ 스타일로 진행을 하면서 둘을 동시에 자극해서 공략하면 될 것 같았다.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 때도 둘을 동시에 공략하기는 했는데, 그때는 유정이 누나의 스타일이 ‘두근두근 비밀 연애’였으니까.
다정이는 다정이대로, 유정이 누나는 유정이 누나 대로 따로 몰래 공략했었다.
하지만, 이번은 삼각관계잖아. 그냥 대놓고 동시 공략을 하라는 소리 같은데......
그게 잘 되려나?
아니면 따로 찝쩍거리다가 슬쩍 들키는 식으로 가야 하나.
‘일단은.’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서, 어떤 식으로 둘을 요리할지 잘 좀 생각해보기로 하자.
* * *
“진현아, 리아야! 파이팅! 꼭 좋은 패 떠!”
예화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응원했다.
시저 팰리스 호텔 카지노 대회.
이 맛에 치어리더를 보는 건가. 마음속 깊숙이부터 뜨거운 게 올라온다.
예화 정도의 외모로 치어리더를 하면, 분명 치어리더계의 압도적 여신이 될 게 분명하다.
“금방 끝내고 올게. 좀만 기다려.”
“아냐아~, 금방은 괜찮으니까. 꼭 1등 하고 와!”
“하하, 알았어.”
본선 대회도 예선과 같았다.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다.
시저 팰리스 호텔의 카지노의 테이블을 빌려서, 정해진 종목들을 두고 사람들이 겨루게 된다.
“리아야 가자.”
“네에!”
오후 2시.
오전에 리아, 예화와 달콤한 데이트를 마치고, 대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카지노에 들렀다.
16명이 치르는 본선이라, 토너먼트 형식인 것 같다.
압도적 1등의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나와, 5등의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리아는 서로 다른 풀에 속해 있었다.
좋다. 결승에서 만나면 그림이 예쁠 것 같네.
“리아 파이팅! 좀 이따 보자.”
“진현님도요!”
4명씩 짝지어서 대회를 진행하기에 내가 속한 그룹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 옆 그룹의 사람들 중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핑크색 머리카락. 핑크 빌런 루비나다.
‘으음.’
어제 한번 영혼까지 털어먹어서 그런지 마음이 굉장히 편안하다.
마치 고요한 샘물과 같다.
그래, 역시 참기만 하면 안 된다니까. 나는 루비나 옆으로 다가가서, 태연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뭐야, 용케 여기까지 올라왔네?”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어 주자, 핑크빌런 루비나가 나를 발견했다.
“너......”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는데, 눈빛이 형형한 것이 상당히 살벌하다.
거의 잡아먹을 기세네.
“너...... 오늘은 다를 거야.”
핑크 빌런 루비나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뭐가? 나한테 털리는 방식이?”
“개새끼.”
“올라오기나 해. 기회 정도는 줄게.”
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핑크빌런이 눈가를 씰룩거리며 더욱 강렬한 눈빛을 쏘아댔다.
어우,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올라. 저렇게 심하게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처음의 예화나 수정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호감도 마이너스가 있다면, 아마 마이너스 50 정도는 찍지 않았을까.
음.
그때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진짜로 얘가 메인이면 어떡하지?’
솔직히 그러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미운털 단단히 박힌 것 같은데......
메인은 공략 도중에 코인 후원으로 호감도를 못 올린다고 델리아가 말한 바도 있고.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뭘 어떡해.’
그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은주랑 하린이부터 요리할 거다.
게다가 이런 핑크 머리를 가진 애들은 대체로 몸은 또 굉장히 야하다는 게 정석이다.
메인이면...... 조교 해야지 뭐.
애초에 성격도 더러워서 그냥은 답이 없다.
* * *
쾅-!
“아, 시발!”
“오늘은 다르네~.”
“......”
“어제보다 더 심하게 털릴 줄 누가 알았겠어~.”
“개새끼야. 닥쳐.”
어제 나한테 탈탈 털려놓고 용케도 본선까지 진출한 루비나는, 4강전에서 또 나한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걸로 모자라, 아예 분해서 눈물까지 흘릴 것처럼 눈가가 조금 그렁그렁하다.
오우야.
예쁘긴 진짜 예쁘다.
울면 더 꼴릴 것 같은데.
‘윽, 내가 무슨 생각을.’
순간 울고 있는 루비나를 따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또 S의 기운이 눈을 뜬 것인가.
아무튼 뭐, 루비나도 잘하기는 굉장히 잘한다.
어제 그토록 칩을 잃고도 본선에 올라온 것도 그렇고, 이번에도 매번 거의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나만 아니었으면, 결승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갔겠는데. 좀 안 됐긴 하다.
“하아...... 진짜 오늘 왜 이러지.”
욕하다가, 테이블을 치다가.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머리를 뜯는다.
감정 기복이 아주그냥......
휙-!
“?”
자책하고 있는 루비나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루비나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나를 또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 진짜 레이저 나오겠어.
“야.”
“왜.”
또 무슨 욕을 할지 궁금해서 가만히 눈싸움을 받아줬는데, 루비나가 나한테 뜬금없이 말했다.
“우승해.”
“?”
뭐지, 츤데렌가?
사실은 나를 봤을 때 첫눈에 반했고, 그동안은 틱틱거린 건가?
“너 우승 못 하면 죽여버린다.”
역시 그럴 일은 없다.
그냥 나한테 졌으니까, 내가 우승해야 조금이라도 덜 억울한 그런 심리 같았다.
“말 안 해도 할 거야.”
“하아, 시발. 짜증나.”
루비나는 표정을 구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밖을 향해 걸어갔다.
휙-
그리고 중간에 나를 또 돌아보더니 눈빛 레이저 발사.
“천진현, 한국.”
“?”
“너 기억했어. 조심해.”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짜 이상한 애네.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4강은 끝났고, 이제는 결승만이 남았다.
“진현님......”
“리아야.”
그리고 상대는 예상대로였다.
힘숨찐(?)이었다가 힘을 드러낸 델리아는 무적이지.
델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뭔가 야릇하면서도, 마치 잡아먹을 것만 같은 그런 눈빛을 보냈다.
뭔데.
“진현님...... 각오해요오.”
아니, 무슨 각오.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 했니?
델리아는, 이길 생각으로 꽉 차 있는 듯 보였다.
k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