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301화 (301/303)

EP.301 301화 - 라스베가스와 7P 섹스나이트(13)

“히잉, 또 털렸어어......”

카지노.

들어갈 때는 마음껏 웃을 수 있어도, 나올 때는 아니다.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서 나오자, 울상을 짓고 있는 예화가 보인다.

처음에 나눠준 칩 케이스 안에 2줄 정도 차 있었던 칩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예화는 무슨 빈털터리 거지 신세가 되어있었다.

이게 불과 1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오오, 신이시여. 아무래도 오늘은 운수가 좀 별로인 것 같다.

예쁜 원피스를 청초하게 차려입은 델리아가, 옆에서 예화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언니. 저희가 힘낼게요.”

맞아, 맞아.

“그래, 질 수도 있지. 왜 이렇게 쳐져 있어.”

“우으, 사실 좀 자신 있었는데. 뭔가 아침까지만 해도 오늘은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단 말야아......!”

예화가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예화야, 근데 우리는 그걸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알고 있지?

“진현이는 그렇다 치고, 리아 너는 왜 이렇게 잘해?”

예화의 눈동자가 리아를 향했다.

델리아의 상황은 예화와 정반대였다. 칩을 거의 세 배로 불려 놓은 상태.

예화가 리아의 칩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운이 좋았어요, 언니.”

“피이, 거짓말.”

리아는 마법 같은 걸 쓸 줄 아니까. 본래의 천사 도우미 폼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카드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듯하다.

행운추적자 Ver.2인가.

“진현아아, 나 이제 어떡하지?”

예화가 울상을 지었다.

대회에서 진다고 딱히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다만, 칩을 다 잃으면 예선 탈락으로 자연스럽게 퇴장해야 한다.

사랑의 메신저를 통해서 예화한테 치트급의 답을 알려줄 수도 있지만, 그럼 너무 재미가 없잖아. 예화도 스스로 칩을 따기를 원했다.

“최대한 잃지 않으면서 적게 걸어야지. 리아랑 같이 돌아다닐래?”

“어? 너는?”

“난 마침 테이블 잡힌 것 같아.”

가운데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키자, 예화가 아, 하며 탄식했다.

플레이어 테이블.

딜러와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라, 유저들끼리의 플레이가 중요한 세븐 포커와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소이다.

플레이어 테이블의 경우 예약을 한 다음에 대회 측에서 랜덤으로 배정된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예화나 리아랑 같이 갈 수가 없다.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인 것 같다.

솔직히 딜러와만 승부를 겨뤄도 충분히 칩을 늘릴 수 있지만, 플레이어까지 껴있는 편이 가장 빠르게 칩을 불릴 수 있으니까.

“갔다 올게. 끝나면 다시 같이 돌자.”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웅웅, 알았어. 잘 다녀와!”

“파이팅 안 해줘?”

“히힛, 파이팅? 쪽.”

입술에서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역시 뽀뽀만 한 응원이 없다.

예화 다음에 델리아를 바라보자, 그녀도 헤헤 웃으며 내 입술에 가볍게 뽀뽀해주었다.

오오. 기가 충전된다......!

“타워즈 다이아 룸 꼭 따와야 돼!”

“당연하지.”

“진현님, 파이팅!”

예화와 리아의 응원을 들으며, 상당한 양의 칩을 가지고 플레이어 테이블로 향했다.

“천진현입니다.”

“이쪽 자리로.”

내가 향한 테이블에는 딜러 제외 총 다섯 명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테이블도 깔끔하고 좋다.

카드를 통해 자리를 안내받고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하는데......

스윽, 털썩-

뭐냐고 대체.

“......너 스토커냐?”

“......그거 내가 할 말이야.”

내가 앉은 자리의 테이블에는, 맞은편에 핑크빌런 루비나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 * *

핑크색의 긴 생머리, 새빨간 눈동자, 인형 같은 얼굴. 그러나 입은 예쁘지 않다.

루비나는 내 얼굴을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플레이어 테이블이라니 담도 크네.”

그녀가 낄낄거리며 나를 비웃듯이 말했다.

“뭔 소리야.”

“어제 보니까 딱 봐도 카지노 처음 온 것 같은데, 환수율 좋은 게임이나 할 것이지. 왜 탈탈 털리려고 이 테이블에 왔냐는 거지.”

봐봐.

과연 빌런다운 말투다.

“여기서 털리고 나면 같이 온 여자들한테 망신당할 텐데, 괜찮겠어?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을 긁는 데에 특화되어있다.

솔직히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놔두면 계속 입을 나불댈 것만 같다.

‘게다가, 나도 많이 참았지.’

히로인 어플로 정신력 같은 걸 죄다 올려놔서 그녀가 하는 말은 타격도 별로 없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심지어 예화랑 델리아도 둘이서 돌아다니라고 두고 와서, 아가리의 봉인이 풀린 상태.

‘오랜만에 드갈까?’

그래. 참아서 뭐 되겠냐.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털리는 건 너겠지.”

“뭐?”

“초짜한테 발리고 질질 쳐 짜지나 말라고. 그렇게 아가리 놀리다가 지면 더 추한 거 알지?”

갑작스럽게 확 바뀌어 버린 내 말투에, 루비나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나 말하는 거 처음 보냐?”

“아, 아니. 샌님인 줄 알았지.”

“샌님 맞아. 네 쓰레기 같은 입 냄새에 정신이 오염된 것뿐이고. 좀 닥치고 살아라. 아가리에 칫솔도 좀 물고.”

“무, 뭐......!?”

“입 열지 말라는 소리야. 냄새나니까.”

루비나만 비웃을 줄 아는 게 아니다. 나도 할 줄 안다.

지금 내 표정은 지나가던 강아지도 두 발로 서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릴 만큼 띠꺼웠다. 아이고, 안면 근육 땅기네.

물론, 루비나의 입에서는 딱히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가까이 있지도 않고, 애초에 저렇게 예쁜데. 자기관리는 철저히 하겠지.

하지만, 냄새나는 입담을 가진 건 맞았다.

“너, 너. 시발...... 지금 말 다 했어?”

굳이 대답해줄 필요는 없다.

그냥 코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냄새난다는 듯 손을 저었다.

“이......!”

루비나는 내가 그녀를 이런 식으로 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하며 몸을 떨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좀 더 격하다.

나랑 부딪치자마자 바로 욕 박을 정도의 입담을 장착할 정도면, 이정도 말싸움은 일상처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어쨌든 몸을 부들부들 떠는데,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다.

루비나는 씩씩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후우. 너, 두고 봐.”

이글이글 타오르는 새빨간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근데, 타오르는 건 타오르는 거고.

‘도대체 메인 히로인은 언제 나오는 거야!’

칩을 불리기 위해 많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혹시 메인 히로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주변을 마구마구 둘러봤다.

그런데, 이렇다 할 사람은 없었다.

외모로 따지자면 가장 뛰어나 보이는 게 이 핑크빌런인데.

얘는......

얘느은......

‘하, 그럴 리가 없다.’

이런 게 메인 히로인일 리가 없었다.

솔직히 의심되기는 하는데, 그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해야 할 건 한 가지.

‘루비나를 영혼까지 털어먹는다!’

우연히 이루어진 세 번의 마주침에서, 그녀는 모두 내게 띠껍게 굴었다.

처음은 우연, 두 번은 필연, 세 번은 운명이라는데 이건 나와 루비나가 서로 띠꺼울 운명임을 뜻한다.

보아하니 카지노 게임에 좀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게임은 자신감만으로 하는 게 아니지.

나는, 콧잔등에 걸친 행운추적자를 더욱 깊숙이 밀어 올렸다.

‘이 묵직하고도 서늘한 감각......’

오랜만이야.

평소에도 나는 행운추적자를 많이 사용한다.

코인과 주식으로 돈을 복사할 때나 레전드 리그를 할 때, 항상 우리의 효자 아이템 행운추적자를 애용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 딱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할 때 착용하는 일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맨 처음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행운추적자를 사용했던 그 순간의, 약간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내가 부조리가 뭔지 보여줄게.’

나는 여전히 이글거리는 루비나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했다.

딱 대라 이년아.

참교육 간다.

* * *

“마, 말도 안 돼......!”

부들부들-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이렇게 유쾌할 줄이야.

“너......! 너 이 자식, 사기! 사기 쳤지!”

핑크 빌런 루비나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떨다가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응수했다.

“사기는 무슨 사기. 그냥 네가 못해서 진 거야.”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판 판단이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냐고!”

루비나의 눈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거야 뭐.

우리의 ‘갓갓갓갓갓’님이 언제나 최선의 수를 황금빛으로 훈수해 주니까 그런 거지. 꼬우면 너도 행운추적자 쓰든가. 어?

“그거야 잘하니까 그러지. 너같이 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내가 무슨 사기를 쳤는데.”

“그건......!”

루비나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무 말도 못 하는 루비나를 한번 비웃어주며, 나는 몸을 돌렸다.

루비나가 뭔가 나를 쫓아오려는 듯 보였지만, 옆에서 누가 끼어들었다.

“루비나님, 진정하세요.”

“아니. 그래도 저 자식이......!”

“부정행위는 애초에 불가한 거, 루비나님도 아시잖아요.”

“윽......”

그래. 애초에 이 행운추적자도 검사받고 들어온 거다. 어떻게 잡을 방법이 없다.

“칩은 다시 늘리면 되니까, 얼른 다른 테이블로 가요.”

셀레나라고 했나. 은발을 묶은 여성이 루비나를 끌어안듯이 붙잡고 몸을 돌렸다.

루비나는 나를 한번 찌릿 노려보고는 ‘너, 내가 기억했어’라고 말하며 걸어갔다. 아이고, 무서워라. 아무래도 그녀는 저 셀레나라는 사람의 말은 잘 듣는 듯했다.

어쨌든, 그렇게 플레이어 테이블에서의 사투는 끝났다.

“진현아! 어땠어, 잘했어?”

“응. 왕창 불려왔지. 봐.”

“헉......! 대박, 이게 다 뭐야아. 말이 돼?”

내가 지닌 칩의 개수는, 초기 지급 칩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예선 통과는 확정이나 다름없다. 예선에서는 16명을 뽑고, 본선 대회는 내일 잠깐 치러진다.

그래도 본선은 짧을 테니까. 재빠르게 룸이랑 상금만 잘 꿀꺽하자.

“칩 좀 나눠주면 안 돼?”

“어허, 부정행위로 타워즈 룸 못 얻어도 돼?”

“아니야! 아닙니다. 가만히 있을게요.”

존댓말을 하며 농담을 던지는 예화의 말투에 우리 셋은 다 같이 웃었다.

다음은 그냥 가볍게 소규모 베팅만 하며, 3시간 정도 즐기다가 카지노를 나왔다. 중간에 카지노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도 좀 마셔주고.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나리오 퀘스트가 이래도 돼?

델리아 말대로 진짜 별거 안 일어나네.

“일단은 나가서 좀 쉬자. 어차피 이정도면 그냥 통과할 것 같으니, 밥 먹고 데이트 좀 할까?”

“그래!”

“네, 좋아요!”

예화와 델리아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는 둘의 손을 잡고, 카지노 밖으로 나왔다.

* * *

털써억-

“후으, 좋다아.”

천장을 바라보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새벽 1시.

초저녁부터 데이트를 즐기고, 근처에 있는 세계 최고로 커다란 대관람차를 타며 야경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호텔로 돌아오자, 예화아 델리아가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며 나를 유혹해왔다.

둘의 아기방 안에 내 아기씨를 잔뜩 뿌려주었고, 3시간이 다 되도록 나한테 박힌 둘은 지금 침대에 누워 코 자고 있었다.

쿠울, 쿨-

코오-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01시 18분.

이걸로 12월 22일을 넘어 23일이 되었다.

그 말은 즉, 시나리오 퀘스트가 끝나고 7등급으로 승급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소리이다.

나는 히로인 어플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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