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6 296화 - 라스베가스와 7P 섹스나이트(8)
부스럭, 부스럭-
“흐아암~.”
“뭐야아~, 이제 일어났어?”
“끄응~ 응.”
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을 깜빡이니, 옆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던 예화가 보였다.
“......지금 몇 시야?”
예화의 미소를 바라보고는 눈가를 비비며 물었다. 예화가 히히 웃었다.
“글쎄에~ 몇 시일 것 같아?”
“음...... 한 9시?”
“때앵~.”
“그럼, 10시?”
“그것도 땡~.”
또다시 고개를 젓는 예화를 향해 물었다.
“그럼 몇 신데?”
“11시~.”
“헐...... 엄청 많이 잤네.”
스테이크 대신 예화의 보지를 즐기고, 와인 대신에 델리아의 침과 모유를 잔뜩 마셔서 그런가.
둘과 함께 끈적한 밤을 보낸 뒤, 아주 시원하게 늦잠을 자버렸다.
‘뭐, 근데 무리도 아니지.’
행위가 끝나고 잠자리에 든 게 3시 정도였는데, 한 새벽 5시쯤?
델리아가 갑자기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진현님...... 같이 수행하지 않으실래요......?’ 하고 천리염기공 수행을 도와주겠다고 유혹하듯 말해오는 바람에, 또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중인 예화 몰래 델리아와 함께 허리 운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는데, 델리아가 너무 원하는 표정을 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못 참긴 해.’
델리아가 강하게 유혹해오는데 어떻게 참아. 어?
그녀를 품에 안고 입맞춤을 몇 번 해주니, 금세 헤실헤실 얼굴이 풀어졌다.
결국, 최대한 소리를 참으며 내게 꼬옥 안겨서 키스를 하고 허리를 흔드는 델리아의 섹시한 모습을 끈덕지게 즐기게 되었다.
‘델리아도 많이 쌓여있긴 했나 봐.’
요즘 하도 여행을 많이 다니는 바람에, 델리아와 단둘이 천리염기공을 수행하는 날이 점점 적어지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최근 들어서는 이게 수행인지 섹스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델리아랑 그냥 꽁냥거리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수행한다고 치면, 30분 정도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 1시간은 서로 쪼옥쪼옥 거리면서 몸을 탐하기 바쁜 느낌?
그래도 30분이라도 하긴 하니까,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한가.
어쨌든.
“오늘은 뭐 할 거야?”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예화와 델리아를 바라보며 묻자, 그녀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일단 다운타운부터 가자!”
“그리고 올라와서 정원도 보고 관람차도 타요.”
오오, 대답 바로 나오는 게 아주 바람직하네.
반짝이는 둘의 눈빛에도 얼른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좋아, 좋아. 기껏 라스베가스에 왔는데 즐기긴 해야지.
“오케이, 그럼 바로 씻고 나올게~.”
“웅웅.”
“네에.”
쏴아아아-
스윽, 슥-
화장실로 가서 몸을 씻고 난 뒤에,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 다 끝났어?”
옷을 다 갈아입자마자, 예화가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 처럼 물어왔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됐어.”
“좋아, 그럼 빨리 출발하자!”
예화와 델리아가 기다려왔다는 듯 손을 맞잡아왔다.
좀 템포가 빠른 것 같기는 한데.
호텔에서 나오면서 둘에게 자세한 계획을 들으니,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아주 일정표가 꽉 차 있어.
어차피 카지노 대회와 시나리오 퀘스트는 내일이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실컷 놀면 된다.
나도 즐기기 모드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택시 타고 가는 게 빠를까?”
“응, 그럴 것 같아!”
“오케이, 그럼 타자.”
델리아, 예화와 함께 호텔 앞의 택시에 올라탄 뒤.
그렇게 우리는 다운타운으로 내려갔다.
* * *
번쩍, 번쩍-!
“와아아, 진짜 예뻐요.”
“헐, 이게 다 스크린이야?”
“그러게, 엄청나게 잘 만들었다.”
맨 처음으로 본 것은 라이트 쇼였다.
다운타운에 내려 프리몬트 스트리트를 걸어 다닌 우리는, 지붕 전체를 덮은 불빛들과 온갖 화면들을 보며 감탄했다.
한 시간마다 하는 라이트 쇼였는데, 때마침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12시가 되어서 운 좋게 바로 볼 수가 있었다.
네온으로 반짝이는 호텔들과 천장의 불빛들은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와아, 이건 찍어야지. 리아 너는 저거 찍어봐!”
“네, 언니!”
예화와 델리아는 호들갑을 떨며 동영상을 남겼고, 나는 기뻐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다음은.
데롱, 데롱-
“읏, 지, 진현아아...... 나 떨어지면 잡아줄 거지이?”
“에이, 설마 떨어지겠어?”
“그래도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는 확률이 있잖아아.”
“으흐흐, 알았어. 떨어지면, 내가 멋지게 구해줄게.”
“믿는다아?”
공중에서 스트리트를 구경할 수 있는 짚라인을 탔다.
스트리트를 걸어 다니며 라이트 쇼를 구경하고 갖가지 거리 공연들도 보며 다니자, 때마침 예화와 리아가 계획하고 있었던 짚라인을 타는 장소가 나왔다.
짚라인에는 23m와 33m 두 가지의 버전이 있었는데, 당연히 한 번 경험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다 같이 33m짜리를 골랐다.
그런데...... 이게 맨몸 상태로 줄에 매달려서 나아가는 일종의 스릴만점 놀이기구 비슷한 것이라 그런지, 솔직히 내가 봐도 좀 아찔하기는 했다.
‘심지어 나는 히로인 어플도 있잖아.’
이제는 육체 능력도 델리아처럼 거의 90을 바라보고 있고, 마력도 익히고, 심지어 이전에 얻은 ‘구미호의 꼬리’라는 스킬도 있는데, 내가 떨릴 정도니까.
“으읏, 진현이 손잡고 타면 하나도 안 무서운데에......”
오들오들-
예화가 저러는 건 당연하긴 했다.
예화는 다 완벽한데, 무서운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한다.
이전에 공략을 완료하기 전에도 같이 놀이동산 데이트를 할 때, 바이킹도 안 타려고 해서 내가 강제로 손잡고 같이 타 줬을 정도였지.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스스로 이런 아찔한 기구를 타겠다는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했다.
덜컹, 덜컹-
“으꺄아아악-!”
짚라인이 출발하자마자 예화는 마치 익룡처럼 소리를 질렀다.
덜커덩-!
터벅, 터벅-
“괜찮아? 많이 무서웠어?”
다 끝난 다음에는 얼른 그녀한테 다가가서 감상을 물어보았다. 진짜 충격이라도 받았으면 어쩌지 싶어서 손도 꼬옥 잡아주었다.
“어...... 아니이. 괜찮았어! 이거, 생각보다 엄청 재밌는데......?”
굉장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데, 예화는 의외로 평범하게 대답했다. 말만 들어보자면 전형적으로 놀이공원에 온 학생 같은 멘트.
물론,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럼 우리 한 번 더-.”
“자! 앞으로 할 거 많으니까 빨리 가자!”
당연하게도, 예화는 한 번 더 타자는 내 제안을 곧바로 묵살해 버렸다.
첨벙, 첨벙-
“헐, 진짜로 상어가 덮칠 것만 같아.”
“심지어 엄청 많아요......”
세 번째로는 다운 타운 호텔의 상어 아쿠아리움과 합쳐져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다.
“그러게. 게다가 워터 슬라이드는 저기 상어들 사이로 통과하는 것 같은데, 우리 한번 타볼래?”
“어, 으음...... 그게......”
“흐, 예화 너 스릴 놀이기구만 못 타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무서워하는구나?”
“읏, 뭐라고......!? 전혀 아니야......!”
수족관이 옆에 있고, 그 바로 앞의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는 건데, 이게 꽤 재미있었다.
사람이 많기는 했는데, 어차피 잠깐 헤엄치고 말 거니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단지, 둘 다 수영복이 래쉬가드라는게 조금......
‘에바야.’
전에 외국에 놀러 갔을 때, 델리아가 래쉬가드를 입고 나한테 ‘진현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맨살을 보여주기 싫어요오......’라고 말해서 점수를 땄다는 게 여자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밖에서 수영할 기회가 있으면 히로인들은 죄다 래쉬가드를 입곤 했다.
마음이 감동적이긴 한데...... 그래도 막 야한 비키니 같은 것만 아니면 된다고......
수영장이니까...... 배꼽이나, 등이나, 옆구리나......
그 정도는 좀 노출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30분 정도 수영을 재밌게 즐기고 나서 워터 슬라이드를 탄 다음, 다시 밖으로 나왔다.
상어들이 드글드글한 수족관 가운데의 유리 튜브로 통과하는 특수한 워터 슬라이드는, 정말 그 자체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물오물-
“오, 여기 되게 맛있는데?”
“그러게, 음식 스타일이 우리랑 꽤 잘 맞는다. 리아는 어때?”
우물우물-
꿀꺽-
“맛있어요!”
“흐, 그래. 천천히 먹어.”
점심으로는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서 밤에 먹지 못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즐겼고, 저녁에는 명물 햄버거와 함께 팬케이크 후식을 먹었다.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예화와 델리아가 계획한 것들을 다 해보고, 유명하다는 쇼도 즐긴 다음.
우리는 다시 다운타운에서 올라왔다.
* * *
“끄흐응~. 재밌었다아.”
“계획한 것들은 다 잘한 것 같아?”
“응! 벨라지오 정원이나, 관람차 같은 건 아직 못 타 봤긴 한데에, 내일도 즐길 수 있으니까.”
호텔 로비를 걸으며 예화가 말했다.
델리아의 표정도 싱글벙글한 게, 오늘 데이트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었다.
나도 엄청 즐겁게 즐겼고.
어느덧 밤 9시.
호텔로 가서 바로 휴식을 취해도 되고, 가볍게 오락을 즐겨도 되었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팰리스 호텔에 왔으면, 놓칠 수 없는 게 있지.
바로 카지노!
내일 카지노 대회를 할 거라서 굳이 지금 바로 즐길 필요는 없지만...... 예화가 대회의 연습도 할 겸 오늘 조금만 체험해보고 싶다고 해서, 맛만 살짝 보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시나리오 퀘스트가 내일이면...... 내일 메인 히로인을 만날 수 있다는 건가?’
아니면 뭐 메인 히로인에 대한 떡밥이 풀린다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지만, 만약 전자라면 그래도 메인 히로인이 누군지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분명 메인 히로인이면 엄청 예쁘고, 천사 같을 게 분명하니까......!
카지노에 있는 예쁜 여자들을 모조리 체크 하다 보면, 그래도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읏......”
“응?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런 생각을 하며 카지노에 도착해 막 안으로 입장하는데, 예화가 갑자기 묘한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별 건 아니었다.
“아니, 그게, 나 잠깐 화장실 좀.......”
“아, 오케이. 우린 여기서 기다릴게.”
“아냐아, 먼저 같이 뭐라도 하고 있어어. 금방 갔다 올게!”
도도도도-
예화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화장실을 향해 뛰어갔다.
뭐, 어지간히 급한가 보네.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델리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델리아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저는 진현님이 원하는 거라면 다 좋아요.”
“그래도, 하나만 뽑아보자면.”
“으음...... 블랙잭이요!”
“좋아, 그럼 그쪽 테이블로 가자.”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나는 델리아를 데리고 카지노 안쪽 테이블로 걸어갔다.
규모가 워낙 커서 테이블도 엄청 많았는데, 아무 곳이나 비어 있는 자리를 골라 앉으면 되었다.
그렇게 앉을 자리를 찾고 있는데......
“아.”
“아......”
“?”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마주쳤다.
얼굴을 보자마자 탄식이 나왔다. 웬만한 일에는 특별히 반응을 안 하는 델리아도 나와 같이 아, 하고 싫은 소리를 냈다.
상대방도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약간 인상을 구겼다.
“뭐야. 재수 없는 새끼. 또 만났네.”
이 핑크빌런년......
왜 하필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