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4 294화 - 라스베가스와 7P 섹스나이트(6)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소녀한테 욕을 들으면 짜릿할 때가 있다.
특히 상황극을 할 때가 그렇다.
내가 나쁜 사람 역할을 하고, 수정이나 예화, 다정이, 유정이 누나가 순진한 역할을 하며 강제로 그녀들을 범하는 상황극을 플레이할 때......!
‘으음, 좋지.’
가끔 욕을 해달라고 하면, 그녀들은 뭔가 망설이면서도 내가 부탁하는 말은 전부 다 해주고는 한다.
아쉽지만 델리아는 안 해준다.
델리아한테는 아무리 욕을 부탁해도, 내게 멍청이나 바보, 나쁘다 이상의 단어를 절대로 내뱉지 않았다. 나은 마망한테는 아직 부탁해본 적이 없었고.
어쨌든, 그렇게 욕을 들으면 몬가...... 몬가 알 수 없는 흥분감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왜~, 시발 뭘 보냐고.”
아니, 근데.
‘이건 아니지......’
뜬금없이 밖에서 생판 모르는 남한테 듣는 욕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게 아무리 미소녀라고 하더라도.
이 핑크 머리 여자.
개념을 어디 다른 곳에 버려두고 오기라도 한 건가.
그녀를 바라보며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저기요.”
부처와 같은 멘탈을 가진 건 아닌지라 나서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예화가 내 옆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응?
그녀는 내 앞에 서서 팔짱을 끼더니, 핑크 머리 여자를 강력하게 쏘아보았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오오.
역시 우리 예화야.
예화는 히로인 어플의 언어 알약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은 상태인데도, 영어가 엄청나게 유창했다.
핑크 머리 여자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 넌 뭐야.”
“그건 알 필요 없으시고, 지금 뭐라고 하셨냐고요.”
“귀먹었어? 뭘 보냐고 했잖아.”
표독스러운 눈을 하며 핑크 머리 여자가 예화를 노려보았다.
엄청나게 강렬한 눈빛이다. 사나운 야생고양이한테서나 볼 법한 눈빛.
보통 갑자기 저런 눈을 마주하면 조금이라도 움찔할 법한데, 예화는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 참. 그거 말고, 욕도 하셨잖아요.”
핑크 머리 여자가 그래서 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럼. 사람을 존나 기분 나쁘게 꼬나보는데, 욕이 안나와?”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그쪽이 먼저 욕을 하니까 쳐다본 거잖아요.”
“아~ 그거? 혼잣말한 건데?”
마치 비웃는듯한 표정을 하는 핑크 머리 여자에 예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 들리게 말하면 그게 혼잣말이에요? 들으라고 한 거지.”
“들었어? 그거 안 됐네.”
핑크 머리 여자의 이죽거림에 예화의 표정이 한층 더 살벌해졌다.
두 여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마치 잡아먹기라도 할 듯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옛날에 호감도가 굉장히 낮았을 때 나한테 뭐라고 하던 예화가 저런 모습이었나.
아니, 그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예화가 나 보다도 훨씬 더 열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과하세요, 빨리.”
“사과? 내가 왜?”
“욕했잖아요. 사과하세요.”
“좆같은 걸 좆같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이쯤 되면 그냥 사과할 법도 한데, 대단한 빌런이다.
똥 밟았다 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딱히 예화를 말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럴 때 어설프게 끼어들어 예화한테 하지 말라고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나를 위해서 화내주고 있는데 말이야.
솔직히 같이 화내주고 싶기도 한데.
꾸욱-
예화는 지금 내 손목을 꼬옥 잡으며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어필하는 중이었다.
......진짜로 싸움 날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지켜주자.
표독스러운 예화의 모습은 박력이 넘쳐 보이고 굉장히 예뻤다.
“그건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입으로 뱉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어깨 존나 세게 맞았어. 무심코 말이 나오더라고?”
“그쪽이 휴대폰 보면서 다니다가 부딪친 건 생각 안 하고요? 게다가 우리는 바로 사과까지 했는데, 그쪽은 아예 무시하고 욕하기까지 하고.”
“응~, 사과 안 해~.”
이죽거리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오자, 예화도 상당히 열받은 것 같았다.
“하,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성이야. 쓰레기 같은 새끼.”
오우, 쉐에트.
핑크 머리 여자가 눈을 부릅떴다.
“야, 미친년. 지금 뭐라고 했냐?”
“아~, 이거. 혼잣말한 건데요?”
예화도 같이 이죽거리자, 핑크 머리 여자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년이 진짜 미쳤-.”
탁탁탁탁-
“루비나니임!”
그때, 복도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
순간적으로 손을 빼 들며 예화를 때리려고 한 핑크 머리 여자가 복도 쪽을 바라보더니 인상을 구겼다.
곧바로 핑크 머리 여자를 제압하기 위해 움직일 준비를 마쳤던 나도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복도를 달려오던 사람은 핑크 머리 여자 앞에서 멈추더니 그녀를 향해 말했다.
“루비나님,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
핑크 머리 여자가 시선을 조금 피하며 답했다.
“아니, 그냥 이곳저곳 구경 좀.”
“방안에 얌전히 계시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시면-.”
“아. 알았어, 알았어.”
루비나라고 불린 핑크 머리 여자는 조금 귀찮은 듯 그렇게 말하더니 우리를 한번 휙 바라본 다음, 약간 비웃는듯한 표정을 하더니 복도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어어, 저거......?
점마 어디가노?
욕만 잔뜩 하고 이렇게 그냥 뛰어간다고?
“아니, 어디-.”
어안이 벙벙해서 예화도 당황해할 그때, 핑크 머리 여자를 루비나라고 부른 사람이 나와 예화, 델리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
그녀는 굉장히 미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예화가 좀 얼떨떨한 얼굴로 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사과를 하시겠다고요. 게다가 이런 건 본인이 사과해야 의미가 있는데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원하시는 보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들어드리겠습니다.”
“......”
예화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모양이었다.
이미 당사자는 달아나버린 상황.
그런데, 그 보호자처럼 생각되는 사람이 대신 사과를 한다.
좀 찝찝하긴 하지만 사과하는 상대의 표정이 워낙 미안해 보이기도 했고, 진짜 나쁜 건 이미 없어진 후인 루비나라고 불린 그 핑크 머리 여자였기 때문에, 이 사람한테 화를 내기도 뭐했다.
예화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진현아...... 괜찮아?”
“응, 괜찮아. 내가 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해.”
“예화 너 혼자 싸우게 둬서. 고마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좀 전까지 화났던 게 싹 풀렸는지 예화는 헤헤, 하고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아직 다른 사람이 남아있다는 걸 깨닫고는, 순식간에 표정 관리를 했다.
“흠...... 아무튼, 당사자가 괜찮다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은발을 깔끔하게 묶은 여성은 그렇게 고개를 숙이더니 루비나라는 핑크 머리 여자가 떠나간 복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박, 타박-
“아......!”
그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우리를 다시 돌아보았다.
“저, 혹시나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드리겠습니다.”
“......? 이게 뭔가요?”
그녀가 내게 건넨 건 세 장의 카드였다.
“모레, 가 아니라 이제 내일이구나. 이틀간 진행되는 카지노 대회가 하나 있습니다. 참가비가 인당 250달러인데...... 그걸 면제해주는 초대권이에요.”
“카지노 대회요?”
“어......!”
내가 뭔지 몰라서 물어보려고 하는데, 옆에서 예화가 카드를 보더니 조그맣게 탄성을 질렀다.
“왜? 예화 너 알아?”
“아, 응. 알 것 같아. 여기 안 그래도 진현이 너한테 나가보지 않겠냐고 말하려 했는데......”
“오, 그래?”
“아,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이걸 보여주기만 하면 되나요?”
“네, 자세한 사항은 여기 이 종이를 봐주시면 됩니다.”
여자는 내게 종이 세 장도 함께 건넸다.
그다음에, 다시 한번 죄송했다는 사과의 인사를 남기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그나저나 카지노 대회라니.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에서 카지노 크게 하면 안 되지 않나?
‘아닌가?’
생각해보면 어차피 델리아도 히로인 어플의 아이템으로 완벽한 가짜 신분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럼 그냥 나나 예화도 가짜 신분 하나 더 만들어서 즐기면 되지 않을까.
“근데, 예화 너 카지노 대회 나가고 싶었어?”
“응? 아니 그게에......”
예화는 수줍게 웃으며 내게 종이의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우승자에게 상당한 상금을 지급한다고 적혀있음과 동시에......
“타워즈 다이아 룸?”
어느 호텔의 최상위 클래스 룸을 제공한다고 적혀있었다.
“여기 아무나 못 묵는 룸이래! 어엄청 넓고, 어엄청 좋다는데에.”
예화가 내게 유혹하듯 말했다.
그런데 이거 날짜가......
“24일이랑 25일이네? 크리스마스?”
“웅웅.”
“근데 이거 좋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수정이나 다른 애들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라스베가스도 예화랑 델리아만 데리고 왔는데, 일정을 이틀 늘려서 크리스마스에도 없으면......
오우.
상상만 해도 아찔한데.
“에이, 괜찮아아. 멋진 선물 사서 가면 되지. 정 뭐하면 그 포탈로 불러와도 되고.”
“으음......”
예화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뭐, 하긴.
이정도로 좋은 룸 잡아놓고 블랙 홀웨이를 통해 부르면 수정이나 다른 히로인들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카지노 대회라면 분명 블랙잭이나 뭐 카드 게임 같은 것도 할 텐데......
내게는 행운추적자라는 희대의 사기적인 아이템이 있으니까.
좋아.
준비됐지, ‘행?’
“그래. 아무튼, 오늘은 빨리 들어가서 쉬자.”
“그러게, 진짜 또라이 만나서 기분 다 잡쳤어.”
예화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하여간 세상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구나.
아무리 예뻐도, 저런 인성이래야 답이 없었다.
보호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냥 상황도 안 보고 바로 사과를 할 정도면, 얼마나 저런 빌런짓을 많이 한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저년은 루비나가 아니라 핑크빌런이라고 불러야겠다.
‘메인 히로인은 저런 애랑은 정 반대겠지?’
나는 속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분명 델리아처럼 천사 같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