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290화 (290/303)

EP.290 290화 - 라스베가스와 7P 섹스나이트(2)

“라운지가 좋기는 진짜 좋다아. 시설도 그렇고, 특히 음식이 전부 공짜인 게 마음에 들어.”

항공사 전용 라운지.

맞은편에 앉은 예화가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내부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저번처럼 장기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빠르게 보안 검색과 출국심사를 마쳤다.

당연히 그 뒤에 향한 곳은 라운지.

델리아나 예화도 딱히 공항 면세점에서 뭘 살 예정은 아니었기에, 그냥 이곳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일본에 갈 때도 느끼긴 했는데 라운지가 좋기는 하다.

“그러게, 게다가 저번보다 이번 라운지가 더 좋은 것 같은데.”

“웅웅, 나도 그런 것 같아.”

이번에는 일본에 갈 때와는 다른 항공사를 선택했다.

항공사가 다르다 보니 라운지도 달랐는데, 여기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가 좀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여기는 각각 자리마다 공간이 나뉘어 있었고, TV도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심지어 게임 콘솔도 있어서 게임도 할 수 있네.

대박.

뭐, 그렇다고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근데 넌 왜 그런 좋은 라운지에서 풀떼기만 먹고 있어. 더 맛있는 것들도 많은데.”

“응?”

깨작깨작-

예화는 모처럼 라운지에 왔는데, 무슨 초식동물 마냥 샐러드에 드레싱도 눈곱만큼만 뿌려서 정말 조금씩만 집어 먹고 있었다.

아니, 아메리카노 한 잔에 샐러드라니.

너무 심플하잖아.

예화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12시니까. 완전 밤인데, 다른 거 먹으면 살찐단 말야아.”

“에이, 하루 좀 많이 먹는다고 별로 안 쪄.”

“아니거덩~. 그렇게 방심하다가 훅 가는 거야.”

“너 운동도 매일 하잖아. 델리아 좀 봐봐. 얼마나 든든하게 먹어.”

오물오물-

“우움?”

자신을 언급하는 목소리에 델리아가 음식을 씹다 귀엽게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리아는 무슨 무한 리필 뷔페에 뽕 뽑으러라도 온 것처럼 파스타, 닭강정, 갈비, 스프를 종류별로 꽉꽉 채워 왔냐.

심지어 아까 오더로 인천공항 특수메뉴인 비빔밥 정식도 시킨 걸 나는 봤다.

하여간 든든하게 먹기는 해.

처음에는 많이 먹는다는 걸로 부끄러워하던 델리아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자신이 많이 먹는 걸 별로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귀엽게 여긴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제는 보란 듯이 먹는다.

음, 뭐. 귀엽긴 하니까.

근데 저렇게 먹어도 살 하나 안 찌고 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다니. 진짜 만인이 부러워할 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예화가 델리아와 나를 보더니 키득키득 웃었다.

“든든...... 으힛. 너 방금 완전 우리 할머니 같았던 거 알아?”

“할머니?”

“응. 울 외할머니신데 맨날 나 보면 밥 많이 먹으라고, 거의 이만큼씩 퍼준단 말이야.”

예화가 과장된 손짓으로 원을 그렸다.

할머니가 든든한 걸 좋아하는 건 만인 공통사항인가.

“좋으신 분이네. 음음.”

“그치? 아...... 그러고 보니 부모님 뵌 지도 꽤 됐는데.”

예화가 초록색 풀떼기를 한 점 먹으며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부모님을 자주 보러 가지는 않았다. 아니, 거의 안 보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통화나 톡은 자주 하니까.

요즘은 선물도 많이 보내드리고, 용돈도 선물에 끼워서 드린다.

부모님은 그걸로 굉장히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좀 많이 드려도 부담이 없어서 저번에는 한 500만 원 끼워 드렸는데, 이렇게 많이 필요 없다면서 아예 반품하신 적도 있다.

게다가 어차피 울 부모님은 아들 상관없이 밑에서 둘이 알콩달콩 토마토 농사지으면서 잘살고 계시니까.

오히려 가겠다고 하면, ‘무리해서 내려올 필요 없어! 편할 때 와! 음!’ 하면서 딱히 아들 보는 걸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냥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런 것 같다.

아마 여자친구들을 데려가면 기절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내 히로인들도 뭔가 우리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특히 수정이가 가끔 막 어필을 하곤 한다.

마음만 같아서는 히로인들을 전부 다 소개하고 싶기는 하지만, 애초에 하렘을 차리고 있는지라...... 그건 나중 일이 될 것 같다.

아직은 좀.

우선 하렘 결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나도 별로 자주 안 만나. 오히려 너 정도면 되게 자주 보는 것 같은데? 톡도 많이 하잖아.”

“그치 많이 하지. 엄마는 먹을 것도 많이 보내주고, 아빠는 여행선물이라고 이상한 것들만 주긴 하는데...... 으으, 요즘 톡 보면 남친은 만들었냐는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아서 피곤해.”

예화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짚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냥 확 남친 있다고 말해버려.”

그러자 예화의 눈가가 비좁아졌다.

“......즈기여? 울 부모님이랑 수정이 부모님이랑 친하거든여? 말하면 바로 폭동 각이거든?”

“으흐흐.”

수정이네 부모님은 수정이의 남친이 나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확실히 폭동 각이긴 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긴 하네.

근데, 내 말은 그게 아니었다.

“나라고 말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랑 사귀고 있다고 말하라는 소리야. 그럼 안 돼?”

예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으음...... 근데 그러면 무조건 데리고 오라고 할 것 같은데.”

“에이, 요즘에 남친 사귀었다고 바로 상견례 하는 사람이 어딨어. 몇 년 사귀고도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근데 울 부모님은 그럴 것 같아...... 만약 안 데리고 오면 무조건 몰래 조사해서라도 알아낼 거야아......”

예화가 슬픈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확실히.

카페 차릴 때 예화네 아빠의 도움이 있었는데, 수정이네 아버지랑 비슷하게 좀 뭔가 그럴 것만 같은 느낌을 풍기긴 했다.

우리는 예화네 부모님 이야기로 몇 분간 더 떠들며 대화를 나눴다.

“근데, 우리 무슨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예화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예화의 접시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왜 풀떼기만 먹냐는 이야기.”

“아.”

예화가 탄식하며 풀떼기를 하나 더 집어먹었다.

깨작깨작-

“내가 뭐 맛있는 거 가져다줄까?”

“아니이! 필요 없어.”

“왜에, 넌 좀 쪄도 된다니까?”

“그렇게 말해놓고, 막상 찌면 별로라고 하면서 다른 여자들 더 만나게?”

뭐라고......!?

내가 예화를 별로라고 말하다니 절대 그럴 일은 없다.

......후자는 몰라도.

“진현이 너어 지난번부터 자꾸 나 뭐 먹여서 살찌우려는 것 같애애.”

예화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사실 최근에, 마주 보며 섹스할 때 귀여울 정도로 살짝 접히는 뱃살이 정말 최고의 대꼴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를 ‘말랑뱃살꼴림수치’라고 정의했는데, 이 수치가 가장 낮은 것이 바로 예화였다.

그런데, 이걸 직접 말하면 좀 변태 같잖아.

몰래, 아주 조금만 찌우면 된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조금 느끼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예화를 바라보았다.

눈에 힘을 주고 예화와 눈을 마주치자.

“웅.”

이라고 답하며 예화는 히히 웃었다.

이상하다......

유정이 누나도 그렇고 분명 신뢰도가 높은데 왜 이러지.

* * *

타박타박-

“세상에 퍼스트 클래스를 일주일에 두 번이나 탈 줄이야......”

예화가 비행기에 탑승하며 감탄하듯 말했다.

“왜, 예화 너 정도면 넉넉히 탈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말하자 예화가 크게 고개를 저었다.

“허얼, 절대 아니거든. 편도에 6백만 원이나 하는데, 이걸 어떻게 넉넉히 타. 울 부모님도 여행 다닐 때 퍼스트는 잘 안 타.”

“그래?”

“응. 게다가 일본 여행 때도 진현이 네가 비행기 표값 다 내줬잖아. 나 너무 받기만 하는데......”

“에이, 또 그 소리야. 괜찮다니까.”

내가 손을 저었지만, 예화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남아있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심지어 다 내가 낸 것도 아니잖아.”

예화가 하도 자기도 돈을 내겠다고 해서 이번 라스베가스 여행은 호텔을 둘이 같이 예약했고, 비행기 표도 예화가 자신의 이코노미 클래스 몫은 스스로 계산했다.

나는 그냥 그걸 퍼스트로 업그레이드해 준 것뿐이다.

그리고.

“데이트할 때 예화 네가 사줄 때도 많고.”

“그거랑 이거랑은 금액이 다르잖아.”

“자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드갑시다아.”

“으흣, 알았어어.”

예화의 등을 잡고 살짝 간질이면서 밀자, 그녀가 간드러진 웃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델리아는 나랑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갔다.

그런데.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예화는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에 뭔가를 탁탁 치기 시작했다.

‘으음...... 또 폰?’

나는 예화를 물끄러미 보다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부터 폰으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어?”

“아니, 그냥 오늘 폰하는 비중이 되게 높길래...... 뭐 친구들이랑 톡 해?”

솔직히 나도 히로인들의 사생활에 아주 크게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신경 쓰이잖아......!

일본 식도락 때는 델리아랑 같이 지도 볼 때를 빼면 폰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차 안에서 계속 폰하고.

라운지에서도 나랑 이야기하다가 폰을 많이 힐끗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지금도 바로 폰을 꺼내서 뭘 하는 걸 보면 굉장히 뭐랄까...... 신경이 쓰인다.

‘설마, 남사친!?’

진짜 그런 건 아니겠지......

물론, 평소 예화를 볼 때 그런 낌세는 아예 없기는 했는데.

오늘 차에서 델리아랑 예화랑 둘 다 내 조수석에 앉지 않고 폰만 하는 것도 그렇고.

라운지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내게 그렇게 크게 공세를 해오지 않은 것도 그렇고......!

몬가...... 몬가였다.

예화는 내가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자마자 되게 깜짝 놀란 얼굴이었는데, 곧이어 내 표정을 보더니 뭔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었다.

“히이, 왜에. 신경 쓰여?”

“어어, 조금?”

“조금? 그럼 몰라도 되겠네?”

“많이 신경 쓰여.”

내가 곧바로 답했다.

예화는 나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프흐흐, 그래도 비밀이야.”

“왜에.”

“알았어, 그럼 대신...... 움.”

츄릅, 쭙......

예화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와 입술을 포갰다.

하긴, 여긴 입구에서 앞쪽으로 따로 들어와야 하니까.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랑 마주칠 일은 없었다.

쪼옥, 쪽, 츄릅, 쭙, 쪼옥......

“파하, 하아...... 어때에?”

예화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으음. 예화 입술......

맛있긴 진짜 맛있다.

......야미.

* * *

스륵, 스륵-

같은 비행기 안.

“으우, 언니 좁아요.”

윤다정이 엉덩이를 비틀며 말했다. 왼편에 앉은 강수정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어쩔 수 없어. 원래 비행기가 좀 좁아.”

“예화랑 리아 언니 좌석 보니까 엄청 넓던데.”

“그게 바로 자본주의...... 너 왕복에 1200만 원 낼 수 있어?”

“허얼, 아니요. 와. 네 번 왔다 갔다 하면 공모전 상금 다 날아가네.”

윤다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오른편에서 윤유정이 말했다.

“근데 너 공모전 상금 어디다 쓸 거야?”

“아, 그거야 당연히 저금했다가 오빠...... 아, 맞다 톡 답장 해야지.”

윤다정은 말을 하다 말고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꾹꾹 눌렀다.

[ 나 : 저희 다 무사히 탔어용! ]

톡을 하자마자 1이 사라지고 답신이 도착했다.

[ 예화 언니 : 그래? ]

[ 예화 언니 : 다행이다 ㅋㅋ ]

[ 나 : 언니네는 별일 없었어요? ]

[ 예화 언니 : 당연히 없었지 ]

[ 예화 언니 : 아, 아니다! ]

[ 예화 언니 : ㅋㅋㅋ 진현이가 폰 많이 한다고 의심은 조금 했어 ]

[ 나 : 네에???? ]

윤다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안 되는데?

[ 나 : 진짜요??? ]

[ 예화 언니 : 응응 ]

[ 나 : 벌써 들키면 진짜 안 되는데 ㅠㅠㅠㅠㅠ ]

[ 예화 언니 : ㅋㅋㅋ 근데 괜찮아 ]

[ 예화 언니 : 막 의심한 건 아니야 ]

[ 나 : 그럼요? ]

[ 예화 언니 : 그냥 내가 톡 너무 자주 하니까 ]

[ 예화 언니 : 막 질투하더라 ㅎㅎㅎ ]

윤다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 나 : 질투요? ]

[ 예화 언니 : 응응 ]

[ 예화 언니 : 표정 보니까 남자랑 톡 하는 거 아닌가 하고 ]

[ 예화 언니 : 막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던데 ㅋㅋ ]

[ 나 : ㅋㅋㅋㅋㅋ ]

[ 나 :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

[ 예화 언니 : 키스하니까 좀 괜찮아지더라고 ]

“에엑?”

윤다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키스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 나 : 네?? ]

[ 나 : 이번에는 다 같이 공평하게 가기로 했잖아요! ]

[ 나 : 키스 이상은 하면 안 되죠! ]

[ 예화 언니 : 에이 ㅠㅠ ]

윤다정이 재빠르게 톡을 보내자 예화 언니로부터 답장이 왔다.

[ 예화 언니 :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

[ 예화 언니 : 진현이 입술 보고 있으니 진짜 순간적으로 못 참겠어서 ㅋㅋ ]

[ 예화 언니 : 솔직히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한 것도 ]

[ 예화 언니 ; 엄청난 거야 ]

[ 예화 언니 : 이정도는 좀 봐주라 ㅠㅠ ]

주르륵 올라온 답신에, 윤다정이 입술을 삐죽였다.

“흥, 아주 그냥 봐주다가 펠라랑 섹스까지 다 하겠네.”

옆에서 화면을 같이 보고 있던 강수정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예화는 완전 옆에서 같이 가니까 그 정도는.”

“헐...... 수정 언니 예화 언니 편이에요?”

분명히 수정 언니는 예화 언니랑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따끔하게 한마디 해줄 줄 알았는데!?

윤다정의 말에 강수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이정도는 뭐...... 예상 해야지.”

강수정이 윤다정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우리가 선택한 서프라이즈잖아.”

그녀가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낮게 읊조렸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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