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287화 (287/303)

EP.287 287화 - 농담입니다~(1)

“그럼 수정아 갔다 올게?”

“웅, 잘 다녀왕! 아 잠깐!”

“왜?”

“움, 쪽-.”

카페에 출근하기 전, 수정이가 내게 기습키스로 인사를 했다.

“히히.”

오우야.

언제나 하는 키스지만,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말랑말랑한 입술이 잠시 닿고 떨어진 뒤, 그녀가 내게 언제나처럼 밝게 웃었다.

“사랑해에.”

“나도.”

그녀의 사랑고백에 달콤한 목소리로 답을 들려주자, 수정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히힣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12월 19일.

델리아, 예화와의 식도락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어제까지만 해도 지난 4일 동안 집에 없어서 수정이가 약간은 삐짐 상태였는데......

그래도 저녁에 같이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기고, 밤새 찐득하게 몸을 섞어주니 그런 마음이 다 녹아내린 모양이었다.

수정이한테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는 5일 만에 카페에 출근했다.

철컥-

“안녕하세요~.”

“엇!”

탁, 탁, 탁-!

“사장니임! 잘 쉬다 오셨어요?”

뒷문을 통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출근해서 한창 커피를 제조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 이신아가 밝은 표정으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신아의 얼굴에는 방실방실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진짜 언제 봐도 텐션이 높은 사람이야. 어떻게 하루하루 이렇게 에너지가 끊이지를 않지.

일도 잘하는데 카페 아르바이트생들의 분위기까지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신아는 대단한 인재였다.

“네, 편하게 잘 쉬다 왔죠. 신아씨도 잘 지내셨어요?”

“흐흐, 잘 지냈어요. 어제 하루종일 쉬면서 드라마도 정주행도 해서 컨디션 완벽!”

“다행이네요. 카페는 별일 없었고요?”

“네! 으음...... 굳이 따지자며언~ 유정이가 맨날 ‘진현이 언제와앙~’ 하면서 외로워했다는 것 정도?”

이신아가 으히힛 하고 이상하게 웃으며, 빨대와 설탕통에 여분을 채워 넣고 있는 유정이 누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랬어요?”

“네네. 아! 유정이한테는 비밀이에요?”

“물론이죠.”

이신아가 나를 향해 무언가를 즐겁게 떠들고 있자, 유정이 누나가 우리 쪽을 흘겨보더니 금세 다가왔다.

“왜에, 야. 너 또 진현이한테 뭐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아~니거든! 그럼 전 일하러 가볼게요!”

쌔앵-

이신아가 사라지고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유정이 누나는, 내게 슬며시 몸을 기대왔다.

“진현아, 이따 점심 같이 먹자.”

“그럴까요?”

“응. 나가서, 내가 좋은 곳 알아 왔거든? 여기서 별로 안 멀어.”

유정이 누나는 내게 체중을 조금 실으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나를 유도했다.

1층 직원용 휴게실.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누나는 내 복근을 살살 만지며 그녀의 가슴을 기대왔다.

역시 누나도 애정이 좀 고팠나.

하기야 5일 만에 보는 거니까, 그럴 만도 했다.

잘 때 드림월드를 이용해 꿈속에서 몇 번 괴롭혀 주기는 했는데, 확실히 꿈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진현아아......”

그렇게 누나가 촉촉한 눈빛으로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려던 찰나.

“저, 진현씨.”

“흣!”

밖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지연 누나.”

유정이 누나는 화들짝 놀란 채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내게서 금세 떨어졌고,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한지연.

현재 내가 운영 중인 이 카페 델리아에는 총 두 명의 매니저가 있었다.

한 명은 당연히 유정이 누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오픈 초에 뽑은 한지연이라는 30대 초반의 누님.

카페 경력이 길고 일도 굉장히 잘해서, 지금까지 내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나 주말에는 지연 누나가 카페 관리를 모두 담당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물어왔다.

“오늘 추가 인원 면접 보는 날이죠?”

“네, 맞아요.”

“그, 몇 시쯤에 올지......”

“아, 면접자들은 오늘 2시에서 3시 사이에 오라고 했어요. 이따 점심 드시고, 위에 손님용 방에서 유정이 누나랑 같이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에. 그렇게 할게요.”

나긋나긋한 음성이다.

분명 처음에 봤을 때부터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까 내게 반말을 써도 괜찮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존대를 유지하기도 한다.

“뽑는 건 총 세 명이면 될까요?”

“아뇨. 그건 두 명으로 줄여주세요.”

“아, 그럼 두 명으로. 혹시 따로 원하는 사람은 있을까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지연 누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편하게 뽑아주세요.”

원래는 추가 인원을 세 명 뽑으려고 했는데, 하린이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다고 하니까.

당연히 하린이 자리는 남겨줘야지.

음음.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꾸벅-

지연 누나는 내게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는 또 나긋나긋한 미소와 함께 카페의 제빵실 쪽으로 사라졌다.

좋다.

목소리가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야......

느껴지는 분위기도 편안하고.

이신아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분위기 담당이라면, 한지연은 뭔가 힐링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누나를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찌리잇-

“......”

유정이 누나가 수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뭐......

왜.

여자만 좀 바라보면 저런다. 이건 억울하다.

“왜요.”

“너 설마 지연이 누나도 노리는......”

유정이 누나가 지극히 의심된다는 말투를 하며 내 복근을 손가락으로 콕, 하고 찔렀다.

나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예요. 나이 차이가 얼만데.”

“나이 차? 그럼 우리 엄마는 뭐야.”

어......?

스읍, 그러게.

그건 또 할 말이 없네.

근데 자매모녀덮밥은 못 참잖아. 어쩔 수 없다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지연 누나는 남자친구도 있잖아요.”

저번에 밖에서 한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누가 번호따려고 하는 걸 결혼을 준비한 남자친구가 있다면서 아주 철벽으로 막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남자친구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

유정이 누나는 내 말에 따박따박 반론했다.

‘......’

아무래도 지금 내 히로인들이 6명이나 되다 보니, 새로운 여자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아진 게 아닐까.

근데 어쩌지...... 이제 곧 8명으로 늘어날 텐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설마 제가 남친 있는 여자를 건드리겠어요?”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반론 불가능한 말을 꺼냈는데.

“......”

뭐야.

왜 답이 없어.

어!?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누나. 절 뭐로 보는 거예요.”

유정이 누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턱에 손을 괴더니, 이내 나에 대한 험담을 하나하나씩 내뱉기 시작했다.

“으으음...... 변태?”

“......”

“아니면 나쁜 짐승?”

“......”

이럴 수가.

나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까지 무너져내렸다니......!

근데 신뢰도는 왜 올라 있는 거지.

어쨌든, 이건 혼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누나는 지금 나쁜 변태 짐승이랑 사귀고 있는 거예요?”

“어, 어어......? 그, 그렇지이......?”

탁-

내가 갑작스럽게 벽에 손을 짚으며 누나한테 얼굴을 들이대자, 그녀가 눈동자를 약간 떨며 답했다.

“그럼 진짜 그렇게 행동해야겠네. 응? 유정아.”

“으응, 움......! 지, 진현아 잠깐, 지금응흣......!”

찌르읍-

말투를 반말로 바꾸고 순식간에 치마와 속바지 안에 손을 넣어 팬티 속의 보지를 만져주자, 누나가 귀여운 신음을 흘렸다.

방금까지는 누나 행세하면서 나를 쿡쿡 찌르더니, 순식간에 몸을 떨며 신음을 참는 모습이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찌릅, 찌릅, 찌륵-

“으응, 흐읏, 지, 진현아아, 나 소리, 응흑, 힉......!”

“괜찮아. 마음껏 내도.”

이미 사일런스 필드는 쳐뒀으니까.

딸깍-

찌릅-

“응흣......!?”

휴게실 문을 잠근 뒤, 나는 유정이 누나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 * *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으...... 이름은 김정아고. 나, 나이는 스물셋이에요.”

시급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지원자가 많이 몰린다.

오후 2시 30분.

사무실에서 돈 복사 놀이나 하고 있으려고 했는데, 지연 누나나 유정이 누나가 면접을 어떻게 볼지 궁금해서 나도 그냥 손님용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중이었다.

딸깍, 딸깍-

아, 근데 이놈 이거 개트롤이네.

저걸 들어가? 진짜 뭐하지.

“지금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나 근무해보신 적 있나요?”

“아...... 그으, 없어요.”

“이력서 경험 칸에 아무것도 안 적혀있는데, 그럼 카페 아니더라도 다른 아르바이트 뭐 해보신 적 있나요?”

“아뇨, 그냥...... 없어요.”

김정아라는 아르바이트 지원자가 고개를 젓는다. 지연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저어, 그게 그동안 아르바이트는 한 번도 안 해봐가지고오......”

“그러면 혹시 평소에 커피에는 관심이 있으신가요? 인스턴트 말고 커피를 만들어 마셔 봤다든가......”

유정이 누나가 재빠르게 다음 질문을 던졌지만.

“아, 그게...... 하, 한 번도......”

이번에도 도리도리.

“저어, 그래도 뽑아주시면 그, 열심히 배울게요......!”

“아, 그러시구나...... 만약 뽑히시면 어느 정도 근무하실 생각인가요?”

“저, 한...... 3개월 정도?”

“아......”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지원자의 답에 과연 치유의 대명사인 우리 한지연 누나의 미소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면접자도 진짜 천차만별이다.

평일 아르바이트 부문 기준으로 시급을 12,000원이나 준다고 하니까 48명씩이나 지원을 했는데, 그중 행운추적자로 본 이력서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19명만 추려서 면접을 오라고 했다.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행운추적자로 판별을 하니까, 정말 준비가 잘 돼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이게 정말로 합격을 바라고 온 건 맞나 싶은 사람도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합격 여부는 오늘 안에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아, 네에...... 이제 끝인가요?”

“네, 혹시 밖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 있으면 들어오라고 전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아......”

아르바이트생이 나가고, 지연 누님이 미약하게 한숨을 쉬었다.

“김정아씨는 안 되겠네요.”

“그러게요.”

둘은 1차적으로 확실히 아닌 사람, 괜찮은 사람을 적당히 분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다음 지원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끼이익-

“저, 안녕하세요......?”

맑은 목소리, 청아한 톤.

응......?

뭔가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길래 문을 바라보니까, 하린이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뭐야.

앵?

“아, 네에. 반갑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네.”

“혹시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될까요?”

“저 주하린이라고 해요. 나이는 지금 스물둘이고......”

하린이는 자리에 앉아 지연 누나와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다가, 나를 힐끗 보고는 뭔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아니, 잠시만.

진짜 면접을 보러 왔다고?

그거 농담이었는데......?

사실 내 카페는 친구 프리패스인 인맥 주의 카페라고.

“혹시 지금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보신 적 있나요?”

“저, 아르바이트해본 적은 없는데, 기본적으로 기계는 다 다룰 줄 알아요.”

“아, 그런가요?”

게다가 거의 준 정장까지 차려입고, 그녀는 굉장히 성실하게 질문에 답변하고 있었다.

“......”

모르겠다.

지금 갑자기 일어나서 ‘넝담이었어~ ㅎ’하면 몬가...... 몬가 불타오를 것 같으니까.

나는 그냥 존나 가만히 앉아서, 하던 레전드 리그나 계속해서 했다.

아, 근데 이거 요즘 벨런스 똥망이네.

아이템이랑 신 챔프들 실환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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