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277화 (277/303)

EP.277 277화 - 더블 데이트, 모유 vs 항문(2)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진현아.”

“응?”

대략 2주일 전쯤.

예화네 집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을 때.

그녀가 돌연 질문을 던져왔다.

“너어, 나랑 수정이랑 다정이랑 유정 언니랑 델리아랑...... 아무튼 다 포함해서!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누가 제일 예쁘냐고?”

“웅.”

지금까지 히로인들을 공략하면서 이런 질문은 생각보다 많이 받아왔다.

나 천진현.

당황할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말하면 된다.

“다 예쁘지, 그런 걸 왜 물어봐.”

마망까지 포함해서 총 6명의 히로인을 거느리고 있는 나는,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하렘 카사노바답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대답을.....!

“흐으음......? 다?”

“그러엄, 다. 다 너무 예뻐.”

“그래도, 그중에서 특히 더 예쁜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어, 으음......”

“누구?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하지 못했다.

갑자기 예화가 왜 그런 걸 궁금해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뭔가 묘하게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을 보자니 대답을 안 하고 그냥 대충대충 넘기기는 싫어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말하지?’

찰나의 순간 머리를 팽팽 돌렸다.

솔직하게 대답해도 괜찮긴 하다.외모 능력치로 보나 아니면 그냥 내 취향으로 보나, 내 히로인들의 예쁜 정도가 모두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내가 그녀들을 다 사랑한다고 해도, 외형적으로 선호하는 정도가 정말 똑같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예화, 델리아, 수정이 정도?’

하린이나 은주를 제외하고 봤을 때는, 그랬다.

당연히 다정이나 유정이 누나, 나은 마망도 너무 예쁘긴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예화, 델리아, 수정이가 살짝 더 우세한 느낌이었다.

수정이 같은 경우엔 외모 능력치는 예화나 델리아에 비해 좀 떨어지지만, 내 첫 번째 히로인이고, 콩깍지가 쓰였는지 둘과 비슷하게 예뻐 보였다.

예화나 델리아는 뭐 두말하면 입 아프니까.

“빨리이~, 말 해봐. 응?”

예화가 내게 달라붙어 가슴을 부비적거리며 재촉했다.

감촉 봐.

완전 부드럽네.

“아무한테도 말 안 할 자신 있어?”

“당연하지!”

예화는 자기만 믿으라는 듯 히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리고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예화 네가 제일 예뻐.”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말이야.

“어? 진짜? 내가 1등?”

반색하며 기뻐하는 예화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 것이다.

“응. 너랑...... 굳이 또 한 명 꼽자면 델리아?”

“델리아?”

“솔직히 너희 모두 다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예쁜 사람을 뽑자면...... 역시 너랑 델리아가 아닐까.”

“으흐응...... 델리아. 델리아 말이지?”

예화는 뭔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델리아의 이름을 곱씹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미소가 잠깐만 가고 사라질 줄 알았다.

애초에 거짓말은 아니니까.

밖에 나가기만 해도 예화랑 델리아는 비슷비슷했다.

수정이나 유정이 누나랑 팔짱을 끼고 길을 걸으면 가끔 남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정도인데, 예화나 델리아처럼 화려한 히로인과 밖에 나가면 정말 대놓고 사람들이 한 번쯤은 다 고개를 돌려본다.

예화는 그 후에도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뭐, 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무튼.

많은 질문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대답에서 델리아의 이름이 빠지는 곳이 거의 없었다.

“또 델리아......? 흐음, 그렇구나?”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다.

리아랑 잘 지내던 예화가, 뭔가 서서히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게.

물론, 예화랑 델리아의 사이가 갈라진 건 아니었다.

예화는 나나 수정이를 만나려고 우리 집에 굉장히 자주 놀러 왔는데, 델리아와도 상당히 친해졌다.

다만, 언젠가부터 예화는 델리아가 같이 있으면 일부러 나랑 좀 더 붙어있는 다던가, 콧소리를 더 많이 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기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델리아 또한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던 델리아도, 점점 예화의 어필이 심해지자 마치 경쟁하듯 내게 달라붙었다.

그래도 집 안에서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했다.

둘은 서로 있을 때만 경쟁했으니까.

다른 히로인도 같이 있으면 둘은 그냥 얌전히 있었다. 그래서 둘만 있는 상황을 최대한 적게 만들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진현님! 여기 어때요......!? 스시 치엘로라고 되게 유명한 곳인가 봐요.”

“응? 어디? 봐봐.”

“여기요!”

“......오, 그러네. 되게 맛있어 보인다. 근데 여기 예약 잡기 힘들 것 같지 않아? 아예 지인 예약 아니면 받지를 않는다는데.”

“아......”

델리아가 식도락 도중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고.

“어딘데? 나도 보여줘 봐.”

“여기. 너도 알아?”

“어...... 여긴? 잠깐만 기다려봐?”

그곳이 우연히도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예화네 부모님이, 1년에 2~3번은 들르는 단골 가게였다.

“어, 예약 그날로 괜찮다는데? 잡을까?”

“헐, 진짜?”

“응. 펑크 난 자리 중 하나래.”

예화는 그녀의 부모님을 통해 우리들을 소개해 예약을 잡아주었고, 그 후로도 몇 군데 음식점 예약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대신 갑자기 자기도 식도락을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 나와 델리아한테 물었는데......

“그건 안 돼요!”

델리아는 처음에는 아무리 예화 언니라도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대답했다가, 예화의 끝없는 설득에 4일 중에 이틀, 그리고 식도락이 끝난 뒤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기 위해 나랑 예화랑 가는 라스베가스 여행에 자기도 끼겠다는 조건으로 그녀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의 결과였다.

* * *

“자! 진현아, 이거 먹어봐. 내가 싸 왔어.”

“뭐야, 딸기?”

“응. 아아~.”

어느덧 차를 출발시킨 지 20분.

예화는 연분홍색 매니큐어가 예쁘게 발린 손가락으로 딸기 하나를 집어 내 입 앞으로 가져다 댔다.

싱싱하게도 씻었네.

딸기는 아이스박스 안에 넣어둔 지 얼마 안 됐는지, 특유의 새콤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아아~."

예화가 준 딸기를 한 입.

오물오물-

시큼한 맛은 전혀 나지 않고, 씹자마자 입안 가득 과즙이 폭발하면서 달콤함이 차오르는 게 굉장히 맛있는 딸기였다.

“어때?”

“맛있다. 이거 좋은데?”

“울 엄마가 보내준 거야.”

“진짜?”

“웅, 히히.”

생각해보면 예화는 저번에 같이 여행 갔을 때도 내가 운전할 때 멀미하지 말라고 귤을 싸 왔었지.

이렇게 보면 상당히 섬세한 면이 있었다.

“자, 하나 더, 아아~.”

“아~.”

우물우물-

예화의 손을 떠난 딸기가 내 입속으로 쏙 들어왔고, 예화는 내가 먹는 걸 바라보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정말 나만을 위한 미소.

옆에서 봐도 진짜 예뻤다.

그렇게 둘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찰나, 문득 뒷좌석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

이글이글-

백미러를 통해 슬쩍 뒤를 바라보자, 델리아는 팔짱을 낀 채 타오르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삐졌어요, 하고대놓고광고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놔둬도 모자랄 판에, 예화는 나와 같이 슬쩍 뒷좌석을 보더니 아예 델리아에게도 딸기를 내밀었다.

“리아도 먹을래?”

“......아뇨, 괜찮아요. 언니 먹어요.”

“왜? 이거 맛있는데?”

“괜찮아요.”

“그래? 그럼 뭐......”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보고야 말았다.

예화가 평소에 내게 보여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마치 이겼다는 듯이 입가를 슬쩍 비틀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다시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확인했다.

역시나, 델리아의 입술이 아까보다도 훨씬 더 튀어나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의 오리네.

이러다간 델리아가 정말로 서운해할 것 같아서 그녀에게도 말을 걸었다.

“어, 리아야 너는 뭐 싸 온 거 없어?”

“아, 죄송해요...... 진현님 전 음료수 밖에 안 가져왔-.”

델리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다가 말을 끊었다.

그녀는 슬쩍 내 조수석 자리에 앉은 예화와 손에 든 봉지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진현님, 좀 이따 차 좀 세워주실 수 있나요?”

여기 고속도론데?

하지만, 델리아의 표정이 워낙 간절하니까 또 들어줘야지, 암.

나는 5분 정도 더 운전하다가 마침 나온 톨게이트를 지난 뒤, 게이트를 옆에 있는 갓길로 빠져 차를 잠깐 멈춰 세웠다.

“세웠어.”

“목마르죠? 음료수 줄게요.”

“응.”

델리아는 가져온 봉투에서 음료를 하나 꺼냈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오렌지주스였다.

델리아는 음료수의 뚜껑을 따서 내게 건......

쪼릅-

“움.”

네주지 않고, 그녀의 입 안에 음료를 조금 머금었다.

뭐 하려고? 하는 질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아는 앞좌석을 향해 다가오는데......

짙은 눈썹, 오똑한 콧대, 그리고 핑크빛 입술.

너무나도 예쁜 델리아의 얼굴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오고.

“움-.”

쪽-

역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과 맞닿았다.

델리아는 슬쩍 눈을 떠 나를 바라보며 짙은 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자연스럽게 입술을 살짝 벌려 내 입을 열었다.

말랑한 입술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델리아는 입술 사이로 혀를 조금 삐져나오게 한 뒤, 내 치아를 톡톡 건드려 노크했다.

"쭙, 쪼옥-."

마치 길을 열어달라는 아기새 같았다.

내가 이빨을 벌려 안을 허용해주자, 델리아는 혓바닥을 U자 모양으로 살짝 말아서 조심스럽게 내 입 안에 그녀의 혀를 집어넣었다.

토옥, 톡-

말랑한 델리아의 혀 끝부분과 내 혀가 맞닿는다.

“응......”

주르륵-

델리아가 그녀의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오렌지 쥬스를 살살 자신의 혀를 이용해 내게 넘겨왔다.

양이 많았다면 이런 식으로는 되지 않았을 테지만, 애초부터 되게 적은 양만 머금고 있었는지 그녀의 입 안에 있던 오렌지주스는 하나도 흐르지 않고 내 입안에 안착했다.

3초.

대략 3초 만에 오렌지주스가 델리아의 혀를 타고 쪼르르 흘러 전부 내 입안으로 넘어왔다.

“아......”

델리아는 너무 빨리 끝나서 뭔가 좀 아쉬운지 혓바닥으로 내 혀를 괜히 토옥, 톡 치며 맛보다가 이내 내게서 얼굴을 뗐다.

“드, 드셔보세요......”

델리아가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그럼, 당연히 먹어야지.

이게 바로 오렌지 쥬스 프리미엄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준 오렌지주스를 바로 삼켰다.

꿀꺽-

“진현님. 맛 어때요......?”

“아, 맛있어.”

내가 그렇게 답하자 델리아가 헤헤, 웃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또 마시고 싶으면 말해요. 바로 드릴게요.”

양이 워낙 적어서 오렌지주스의 맛은 조금밖에 안 나는데, 익숙하고도 야릇한 델리아의 달콤한 혀와 침 맛이 워낙 강렬해 일반적인 오렌지 쥬스보다 훨씬 좋았다.

“예화 언니도 좀 드실래요?”

얼굴에 미소를 띤 델리아는 이내 옆에서 우리의 애정행각을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보고만 있던 예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 세상에. 진짜?

델리아랑 예화 레즈 키스?

머꼴......!

“아니...... 사양할게.”

“진짜요?”

“어......”

“아쉽네요. 맛있는데.”

예화가 했던 대사를 그대로 그녀에게 돌려준 델리아는, 마찬가지로 입가를 살짝 비틀며 마치 승리했다는 미소를 지은 뒤 다시 뒷자리에 앉았다.

헐, 세상에.

나 델리아가 저런 거 하는 거 처음 봤어.

“......”

예화도 그건 마찬가지였는지 잠시 동안 스턴에 걸려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진현아!”

“응?”

“딸기......! 나도 딸기 더 줄게!”

아움-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아까와는 달리 딸기를 3분의 1정도 입에 베어물더니 내게 입술을 내밀었다.

기껏 승자의 미소를 지었던 델리아가 또다시 앗! 하는 소리를 내며 예화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예화는 내 목에 팔을 두른 후였다.

눈앞의 키스를 거절할 남자가 어디에 있는가.

딸기...... 딸기 맛좀 보자!

“으응, 응......”

츄릅, 쭙, 쪼옵-

“쭙, 쪽, 헤움......”

결국, 나는 20분간 델리아와 예화. 두 명의 여자들과 미칠 듯이 입맞춤을 하고 타액을 나누다가, 이러다 비행기 시간에 늦겠다는 말로 겨우 다시 자동차 핸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물론, 딸기나 음료의 맛 따위는 별로 혀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예화랑 델리아의 침만 잔뜩 삼킨 것 같다.

식도락 1일 차.

출발하기 전의 둘의 경쟁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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