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268화 (268/303)

EP.268 268화 - 주인공이 공략당함(8)

“은주?”

델리아와 함께 코스프레 쇼핑을 하다가 은주를 만났다.

같이 즐겁게 떠들면서 코너를 돌아서 사람이 오는 줄 몰랐는데, 누군가와 부딪치고 나 때문에 넘어진 사람의 얼굴을 보니 그게 은주였다.

어제도 만났는데 오늘도 만나다니.

은주는 내가 여기 있는 게 굉장히 놀라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나도 놀랐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더 놀란 것 같았다. 정은주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괜찮아?”

“아...... 괜찮아. 응. 아무렇지도 않아.”

은주가 일어나 시크하게 엉덩이를 털었다.

엉덩방아 찔 때 표정은 되게 아파 보였는데, 본인이 괜찮다니까.

“다행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너도 쇼핑하러 온 거야?”

“맞아. 어, 으음...... 그, 옷 좀 사러 나왔어.”

은주가 눈동자를 살짝 굴리다가 말했다.

여기는 코스프레 복장만 파는 코스프레 플로어.

평범한 옷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거의 팔지 않는다. 아마 평소에 입을 옷이 아니라 미튜브 영상을 찍을 복장을 사러 온 게 아닐까.

정황상 그럴 확률이 99%였지만, 입 밖으로 내뱉기는 부끄러울 수 있지.

나는 은주의 말에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가 도로 물어왔다.

“그럼 너는?”

“나도 마찬가지지 뭐.”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에게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은주는 내가 든 쇼핑백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비추는 내용물을 보고는 아, 하고 탄식했다.

은주는 이제 막 도착한 듯싶었지만, 이미 나와 델리아는 30분 정도 돌아다녀 코스프레 세트 하나를 구매한 상태였다.

안에는 내가 델리아와 같이 고심해서 고른 야한 간호사복이 들어있었다.

물론, 포장된 상태에서 보면 이게 야한지 어떤지는 모르기 때문에 은주는 우리가 코스프레 의상을 사러 왔구나, 하는 사실만 알게 된 셈이다.

은주와 나의 대화는 잠시 멈췄다. 그녀의 눈은 자연스럽게 아직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델리아를 향했다.

“......”

힐끔.

음. 방금 넘어졌을 때부터 그러기는 했는데.

은주의 시선은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 델리아를 힐끔거렸다.

그녀는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델리아에게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침 딱 입을 연 순간 델리아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음, 저기.”

“안녕하세요.”

“아. 네에, 안녕하세요......”

델리아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은주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혹시 보스턴에서.”

“네, 맞아요. 은주씨였죠?”

“네, 네. 그 델리아씨?”

“네, 편하게 델리아라고 불러주세요.”

델리아는 특유의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은주와 대화했다.

그러고 보니 델리아랑 은주는 구면이지.

보스턴에서 딱 한 번 본 것뿐이지만, 워낙 그때의 만남이 강렬해서 잊기는 힘들 터였다.

생각해보면 어제 은주의 눈빛이 묘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은주는 델리아가 내 여자친구라는 걸 알고있는 상태이고, 그런 상태에서 내가 예화랑 함께 부동산에 온 걸 봤으니까.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어쩐지. 내가 하린이랑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도 뭔가 묘하더라니.’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하나 하고 생각할 때, 머릿속에 델리아의 말소리가 울렸다. 사랑의 메신저였다.

『 진현님, 두 분이서 같이 있을 수 있게 자리 비켜드릴까요? 』

『 응? 아니, 왜? 』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델리아를 바라보았다. 델리아는 여전히 은주와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 은주님은 진현님이 공략하시고 싶은 분이니까. 제가 비키는 게 좋지 않나 싶어서...... 』

그렇게 말하는 델리아의 목소리에는 아주 조금 시무룩한 기운이 묻어나와 보였다.

내가 최근에 하린이나 은주와 톡하는 걸 많이 본 델리아는 은주가 내가 공략하고 싶어 하는 히로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은주와 친해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려고 한 모양인데......

그건 좀.

델리아한테 너무 미안했다.

모처럼 둘이 나왔는데.

물론, 여기서 델리아가 빠져 둘이 되면 좀 더 은주랑 친해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 내게는 델리아가 우선이니까.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 그렇긴 한데, 델리아. 』

『 네? 』

『 오늘은 둘이 데이트하러 온 거잖아. 공략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괜찮아. 둘이서 놀자. 애초에 비킬 거면 은주가 비켜야지. 왜 리아 네가 비켜. 』

내 대답에 이번에는 델리아가 살짝 놀랐는지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어쨌든 입가에 미소가 일렁이는 게 내 대답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델리아가 은주와의 대화를 적당히 마치고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은주씨.”

“네?”

“모처럼 만났는데 혹시 같이 돌아다니실래요?”

“네에?”

앵?

은주가 생각지도 못한 델리아의 발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 물론 은주씨가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상관없어요.”

“어, 그게......”

은주는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델리아를 바라보다가를 내 쪽으로 힐끔 시선을 돌렸다.

왜.

나 쳐다봐도 아무것도 안 나와.

* * *

“언니, 이건 어떤가요? 섹시한 포인트도 있고, 디자인도 깔끔해요.”

얼씨구.

“어? 어떤 거요?”

델리아의 말에 은주가 얼른 고개를 돌린다.

가게 한편에서 의상을 가져온 델리아는 그녀가 픽한 옷을 은주에게 보여주었다. 은주는 그 의상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거렸다.

“와, 되게 괜찮아 보이는데요?”

“그렇죠?”

“흐으, 네. 역시 델리아는 안목이 좋으신 것 같아요.”

“아니에요. 보니까 은주 언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잠시만요. 입어보고 올게요!”

아주 잘 논다.

분명 델리아와 내가 데이트하러 왔고 은주는 중간에 끼어든 것뿐인데, 어째 둘이서 죽이 더 잘 맞는 느낌이 든다.

나는 델리아가 고른 복장을 어떤 식으로 입어야 하는지 직원의 설명을 들은 다음 쌩, 하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 은주를 바라보다가 델리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델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생긋 미소 지었다.

음. 설마 내가 지금 여자한테 질투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어쨌든, 둘이서 친하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착한 이미지로 다가가서 은주를 공략하겠다는 속 편한 계획은 쓸 수 없게 됐지만, 어차피 소꿉친구니까. 일단 예전처럼 친해지게 되는 게 1차 목표였다.

은주랑 우연히 만난 지도 벌써 3시간이 넘었다.

델리아의 제안으로 은주랑 같이 돌아다니게 됐는데, 처음에는 어색한 둘이었지만 몇 번 말을 섞고 나니 둘은 곧바로 그 서먹함을 벗어던졌다.

사실, 델리아가 은주를 잘 공략했다.

나는 은주가 그냥 조회수를 많이 얻기 위해서 코스프레를 하고 음악 커버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은주는 정말로 애니메이션, 만화,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진성 덕후였다.

나도 히로인 어플을 얻기 전에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종일 애니를 보거나 만화를 보고, 미연시에도 손을 댔던 만큼 상당한 덕후.

내 과거에 관심이 상당했던 델리아는 자연스럽게 내가 이전에 즐겼던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빠짐없이 섭렵하게 되었고, 애니, 만화는 물론 오타쿠 문화에 대해서도 아주 빠삭해져 있는 상태였다.

코스프레도 수정이랑 같이 즐기면서 아주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은주랑은 죽이 잘 맞을 수밖에.

은주는 처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동족을 만난 것처럼 델리아와 신나게 떠들어댔다.

은주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진 상대와는 말도 많이 하고 텐션도 엄청나게 오르는 타입이니까.

드르륵-

“짠! 입어봤는데, 어때요?”

어느덧 델리아가 골라준 의상을 입은 채 탈의실에서 나온 은주는 의상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며 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와아, 언니 너무 잘 어울려요.”

델리아는 감탄하는 표정을 하며 은주를 연신 칭찬했다.

둘은 금세 친해져 말도 편하게 하게 된 상태다.

델리아는 밖에서 나를 오빠라고 부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은주는 언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항상 그렇게 하라고 내가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는데 진현님, 진현님 하면 좀 많이 이상하잖아.

“진현아, 어때?”

델리아한테 충분히 평가를 받은 다음 나한테도 물어본다.

“오, 잘 어울리는데?”

“그래?”

“예쁘다. 멋있어.”

실제로 굉장히 예쁘고 섹시했다.

제국 의상 비슷한 코스프레 의상인데, 노출이 없음에도 몸에 살짝 달라붙어 몸매가 부각되고, 디자인 자체가 상당히 멋있었다.

“......흠흠. 그래? 히히,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아, 이거 사야겠다.”

“그렇게 많이 사도 돼?”

“물론.”

은주는 벌써 다섯 개째 의상을 구매하고 있었다. 참고로, 죄다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의상들이어서 상당히 비쌌다.

“역시......”

“역시 뭐?”

“역시 영앤 리치 은주.”

“아씨. 영앤 리치라고 하지 말라니깐.”

은주는 곧바로 결제를 마치고 쇼핑백을 들었다.

“다음은 델리아 의상이지?”

“그렇지.”

“후으......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지.”

우리는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의상을 함께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델리아와 내가 구매하는 의상은 하나같이 좀 야릇한 것들이라 은주와는 전혀 다른 구역에 들어가야 했다.

지나처럼 발랑 까진 친구도 있으면서, 은주는 성인 코너에 들어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사실, 처녀 판독 안경을 쓰고 은주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가 처녀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은주 같은 애를 가만히 놔둔 걸까.

물론, 그렇게 치면 다른 히로인들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나한테는 한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래서 성감대 공략 스킬도 사용해 봤는데, 은주의 성감대에 겨드랑이, 옆구리, 발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후우, 빨리빨리 고르자.”

은주는 마네킹에 장식된 여러 야릇한 의상들과 드문드문 보이는 성인용품에 일부러 눈길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부끄러우면 나가서 쉬고 있어도 돼.”

“뭐?”

“순둥이한테는 너무 자극이 강하니까.”

“하, 나 너랑 동갑이거든?”

발끈해서 눈에 불을 켜고 매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은주를 잠시 놔두고, 나는 델리아와 수정이, 예화, 유정이 누나, 다정이한테 선물할 의상도 골랐다.

당연히 나은 마망도 빼먹지 않았다. 선물할 의상들은 나만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은주한테 합류했다.

델리아한테 어울릴만한 야한 의상을 빠르게 고르고, 다시 은주 차례로.

“이건 어때? 괜찮다 이거.”

“응? 뭐? 어떤 거?”

“이거.”

“액......? 노출이 너무 심한데.”

내가 의상 하나를 추천해주자 은주가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좀 슬프다.

오늘 내가 추천하는 의상은 죄다 빠꾸를 먹고 있으니까.

이번에 추천한 건 수녀 의상. 검은색 옷인데, 아랫배 부분에 하얀색으로 십자가 모양이 그려져 있는 몸에 딱 달라붙는 복장이었다.

분류만 수녀복이지 이름부터 섹시 수녀 의상 블랙으로 어깨와 등 윗부분, 배꼽이 드러나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노출이 많지는 않고, 곳곳에 프릴까지 달려 있어서 메이드복 같은 느낌도 드는데......

“아,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

“안 돼. 노출은 어깨까지만이야.”

정은주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거 입으면 조회수 폭발할 텐데.”

“놉.”

“왜?”

“부끄럽단 말야.”

은주는 전혀 꺾일 생각이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고른 의상을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

“언니, 이건 어때요?”

“아, 어떤 거요?”

그리고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은주는 델리아가 추천해준 의상을 결제했다.

* * *

띠리링~ 띠리링~

“응?”

정은주는 핸드백의 진동을 느끼고는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 잠시만, 나 전화 좀.”

“아, 응.”

액정에 뜬 발신자는 그녀의 엄마였다. 정은주는 진현과 델리아를 잠시 놔두고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은주야.”

신호 반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엄마 왜?”

“아니, 딸 잘 있나 싶어서.”

“히히, 잘 있지.”

목소리에 즐거움이 섞여 나왔다. 그런 모습에 안심했는지, 반대편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네가 하도 톡에 답장이 없길래.”

응? 톡?

정은주는 그녀의 엄마의 말에 곧바로 톡을 켰고, 몇 시간 전부터 엄마로부터 띄엄띄엄 메시지가 와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미안. 지금 봤어.”

“괜찮아. 아침 일찍 나갔는데 늦게까지 안 들어와서 걱정돼서 전화했어.”

“아하하, 너무 열중해서 노느라고.”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뭐 하고 노는데 그렇게 재미있게 놀아. 쇼핑하러 간 거 아니었어?”

“아, 쇼핑은 맞는데, 우연히 진현이 만나가지고, 지금 잠깐 오락실에서 놀고 있어.”

“응? 진현이?”

엄마가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안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우연히 만났어.”

“하린이랑 같이 만난 거야?”

“아니, 진현이만.”

“그럼 둘이 있어?”

“음. 둘이는 아니고, 진현이 여자친구도 같이 셋이서.”

“뭐? 진현이 여자친구?”

이번에는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깜짝 놀라 하는 표정이 이쪽에서도 보일 지경.

뭔가 전화 내용이 산으로 갈 것 같음을 감지한 정은주는 빨리 통화를 끝내기로 했다.

“아, 일단은 빨리 갈게. 갔다 와서 마저 이야기해!”

“은주야, 잠까.”

뚝-

은주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쉰 정은주는 다시 오락실 안으로 들어갔다.

코스프레를 포함해 여러 의상매장이 있는 커다란 상가. 그리고 백화점까지 붙어있는 건물. 그만큼 놀 만한 시설도 꽤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혼자서 의상 몇 개만 사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진현이랑 델리아를 만나고 같이 쇼핑하면서 무심코 너무 즐겁게 놀아버렸다.

‘드디어 동지를 만나다니......!’

보스턴에서 사귄 베프 두 명.

지나는 남자랑 노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고, 예슬이는 공부벌레라서 이런 취미를 공유할 사람이 없었는데, 뭔가 델리아랑 말이 너무 잘 통하니 정말 동족을 만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델리아를 보고 역시 진현이 양다리 걸쳤고, 이걸 말해줘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그냥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아버렸다.

사실, 델리아가 보스턴에서 지나, 진현이랑 같이 3P를 했다는 것을 알기에 혹시 예화라는 여자도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어 괜한 참견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긴 게 가장 크기는 했다.

서로 코스프레 복장을 골라주고, 점심과 저녁을 먹고, 게임 센터에서 게임도 즐겼다.

진현이랑 이야기하면 항상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니 즐거워진다.

옛날이랑은 다르게 델리아나 그 예화라는 여자를 봤을 때 분명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으음.

그리고 지나처럼 야하고 나쁜 마인드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어제랑 오늘 함께 노니까 옛날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마침 인원도 셋이었고. 하린이가 아니라 델리아지만 아무튼.

“통화 끝났어?”

“응. 근데,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아, 그래? 하긴 시간이 너무 늦었지.”

오늘의 갑작스러운 만남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은주는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델리아의 말에 괜찮다며 고개를 젓고는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

집에 들어서자 엄마와 아빠가 진현이 여자친구는 예쁘냐며 물어왔다. 한숨을 내쉰 정은주는 대충 어어엄청 예쁘다고 답한 다음, 샤워를 마치고 나와 그녀의 방 침대에 누웠다.

“후아, 좋다. 벌써 10시가 넘었네.”

마음 같아서는 오늘 구매한 의상들을 죄다 입어보며 점검하고 싶지만, 너무 돌아다닌 탓에 몸이 기진맥진이었다.

“오늘은 일찍 자자......”

어차피 내일도 돌아다녀야 한다. 스튜디오도 알아봐야 하니까. 이사 갈 빌라 근처로.

정은주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미튜브 댓글을 읽다 잠들면 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 잘 들어갔냐고 메시지를 보내온 진현이와 오늘 막 전화번호를 교환해 톡 친구가 된 델리아한테 답장 좀 하고.

10분 정도 진현이와 델리아랑 톡을 나눈 은주는 다음으로 하린이와의 대화방을 클릭했다.

‘그러고 보니 곧 같이 살 텐데, 좀 더 친해져야지.’

하린이와는 그래도 톡을 나름 자주 하기는 하지만, 항상 짧게 끝냈지 길게 톡을 나눠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정은주는 그래서 그녀와 말도 좀 더 틀 겸, 오늘 진현이와 만나 같이 찍은 사진들을 하린이한테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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