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6 266화 - 주인공이 공략당함(6)
@HappyMusic_EunJu
- 오늘은 드디어 집 계약하는 날!
- 조만간 올릴 커버곡도 기대해주세요!
#신청곡은 #언제나 #환영 #새집이당 #한국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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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
새하얀 벽을 등진 뒤,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가면과 함께 셀카를 찍은 정은주는 곧장 그녀의 SNS에 사진을 업로드했다.
나름대로 잘 나왔다. 좋아요와 댓글 또한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튜브를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정은주는 비슷한 시기에 SNS도 하기 시작했다.
미튜브에서 그랬던 것처럼 막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볍게 일상을 공유하고 색다른 층의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얼굴과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나, 그녀가 외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이제 막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팬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 beautiful ♡♡♡
└ So cute
얼굴을 가렸지만, 예쁘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아무래도 몸매가 충분히 부각 될 수 있도록 셀카를 찍었기 때문일까. 정은주는 웃으며 몇몇 댓글들에 감사하다고 답글을 달아주었다.
└ Thank you :)
미튜브 구독자층의 상당수는 외국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SNS의 댓글 또한 영어가 많았다. 한국어 댓글도 꽤 보였지만, 비율이 30%를 넘어가지 않았다.
이제 한국에 왔으니 한국인 구독자나 팔로워도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는데.
“엄마, 아빠. 나 이제 나갔다 올게~!”
“아, 지금 가니?”
“응.”
댓글들을 감상하다가 시계를 확인한 정은주는, 이내 핸드백을 챙겨 현관으로 나섰다. 준비는 다 끝마친 상태였다.
“그래. 조심하고, 잘 다녀오렴.”
“오케이~~.”
“은주야.”
“응?”
마중하러 온 엄마와 인사하며 현관문을 닫으려는데, 아빠의 말이 잠시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하린이랑 진현이랑 친하게 지내. 누구 고민 있으면 상담도 좀 해주고, 밥값은 그냥 네가 계산하고.”
“아, 응. 흐, 알았엉.”
정은주는 웃으며 문을 닫았다.
아빠의 눈빛에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저런 눈빛이 싫지는 않지만, 솔직히 너무 고평가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상담인가.’
물론, 친구끼리 고민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아마도 여기사 아빠가 말한 상담은 뭐 진현이의 미래 그런 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냥 말할 걸 그랬나.’
정은주는 몇 시간 전 부모님과의 아침 식사 때를 떠올렸다.
진현이가 요즘 뭘 하는지 모르냐는 정은주의 물음에 부모님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런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곧장 진현이가 카페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요즘 상당히 유명한 카페라고.
“카페? 요즘 진현이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나?”
“음. 카페 좋지.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건 도움이 되니까.”
“아니면 바리스타 준비하는 걸 수도.”
“일리 있어.”
둘은 서로 말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카페를 하고 있다고 말해도 카페 사장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알아들어 살짝 당황한 정은주지만,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진현이가 갑자기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다는 선택지를 떠올리는 게 더 힘들 테니까.
아르바이트하는 게 아니라 카페를 차렸다고 정정해 주려는데,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현이가 혹시 일부러 말 안 한 게 아닐까?’
저번에 만났을 때 정은주는 진현이한테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카페를 차렸냐고 놀라며 물어봤었다.
그때 진현이는 뭐 하나가 대박이 터졌다고 살짝 웃으며 두루뭉술하게만 말해줬었는데, 생각해보면 진현이의 나이에 이렇게 큰 카페를 차리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나 로또 같은 게 대박이 터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그걸 굳이 우리 부모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을 만도 했다.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듣기로는 요번 추석 때 진현이가 올라오지 않아서 부모님이 그를 가장 최근에 만난 것도 벌써 1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그전에는 군대에 있었으니 또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봤고.
옛날에는 서로의 집에도 자주 놀러 다니며 같이 자기도 하고, 그래서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았는데...... 그건 어렸을 적 일이니까.
좀 섭섭하긴 해도, 정은주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흠. 진현이는 기술을 배우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기술? 어떤 기술?”
“전기기사 같은 거?”
“그거 쉬운 건가?”
“어렵지.”
부모님의 추론은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정은주는 얌전히 밥을 먹었다.
급기야 다시 진현이가 정신을 차렸네, 마네 하는 둘의 입에서 소리가 오갔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는 자신의 미국 유학 생활로 돌아왔다.
은주는 지나나 예슬이의 이야기, 미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 등등을 하며 나머지 아침 식사 시간을 보냈다.
******
하지만......
“으으음......”
철컹, 철컹-
지하철 안.
왜인지 약속 장소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정은주는 부모님의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걸 느꼈다.
정신을 못 차렸다.
물론, 최근에 만난 진현이는 그러한 문장에 어울리지 않게 뭔가 되게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래.
저번에 보스턴에 놀러 온 진현이를 우연히 만났을 때. 오랜만에 진현이를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적인 광경은 아직도 생생하게 정은주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지나를 기절시키고 금발의 여자와 알몸으로 자신과 예슬이의 호텔 방에 있던 그 광경.
자꾸만 진현이가 지나처럼 방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은주의 머리를 쿡쿡 찔러댔다.
어쩌면 진현이는 정말로 정신을 못 차린 걸 수도......
[ 나 : 하린아 출발했어?? ]
[ 하린 : 응, 나 20분 뒤 도착. ]
[ 나 : 아, 나도 그쯤 도착해~ ]
[ 하린 : ㅇㅋㅇㅋ ]
[ 하린 : ( 햄스터가 따봉하고 있는 이모티콘 ) ]
이건 최근에 진현이랑 하린이를 넣어서 판 단체 톡방이 아니라, 그냥 하린이와의 개인 톡방이었다.
오늘 진현이랑 셋이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3시.
그전에는 하린이랑 오후 2시에 둘이서만 먼저 만나서 일단 부동산에서 계약을 완료하기로 했다. 진현이한테는 굳이 오늘 계약을 한 다음 만나는 거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좀 더 일찍 도착할 것 같네.’
목적지인 지하철역에서 나와 버스로 두 정류장을 지난 후 정은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여기서는 걸어서 가까웠다.
저번에 한 번 와봤던 만큼, 정은주는 헤매지 않고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P.M 01:48 ]
부동산으로 가려면 커다란 거리에서 나와 약간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은주는 3분 정도를 걸어서 길 안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골목을 걷고 있는데, 문득 반대편 길 저 멀리서부터 뭔가 좀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응, 진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 인영을 바라보는데, 뭔가 생김새가 진현이인 것 같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진현이가 확실했다.
오늘은 3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진현이가 이 근처에 살고 카페도 운영하다 보니 걷다가 우연히 만난 것 같았다.
정은주는 반가운 마음에 진현이한테 다가가 인사하려고 했다.
“아, 진현......!”
그런데, 진현이 옆에서 나온 또 한 명의 인영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
진현이는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진현이랑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누구지?’
정은주는 무심코 넋을 놓고 여자의 외모를 바라보았다. 흑발을 길게 기른 여자는 잡지 속 모델을 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예뻤다.
아니, 그보다.
둘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뭔가 되게 사이좋은 커플 같아 보이는 팔짱이다.
“......?”
정은주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보스턴에서 봤을 때 진현이는 분명 예쁜 금발의 여자랑 사귀고 있던 걸로 기억했는데?
지금 보이는 저 여자도 이전의 그 금발의 여자만큼 예뻤지만, 생김새는 전혀 달랐다.
‘어, 뭐야? 그럼 그때 그 금발 여자랑은 헤어진 건가? 아니면 지금 둘은 그냥 친구?’
정은주의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그때였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며 걷던 진현이와 여자, 둘의 시선이 앞을 향했다.
‘아!’
정은주는 왜인지는 모르게 그 시선을 피해 재빠르게 골목에 주차되어있는 차 뒤로 몸을 숨겼다.
“휴우.”
짧은 한숨.
정은주는 살짝 고개만 내밀어 진현이와 여자를 살폈다.
빼꼼-
굳이 숨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긴 했지만, 이 행동은 본능에 가까웠다.
정은주는 미약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누르고 둘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둘이 팔짱을 끼고 걷다가,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고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는 장면까지도 목격했다.
‘헐...... 대박.’
정은주는 입을 살짝 가렸다.
아무래도 둘은 사귀는 사이가 맞는 것 같았다. 진현이는 대체 어떻게 매번 저렇게 예쁜 사람들만 골라서 사귀지?
‘아니, 아니. 그보다.’
정은주를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면 진현이는 그럼 벌써 여자친구를 바꾼 게 된다.
분명 보스턴에서 본 그 델리아라는 여자랑은 다른 사람인데, 이렇게 빨리? 카페 이름도 델리아라고 지어 놓고?
‘으음, 아니. 그럴 수도 있나?’
하지만 또 곰곰이 따져 보니, 처음 진현이를 우연히 보스턴의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벌써 3개월이나 전이니까.
어쩌면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또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기까지 충분한 기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카페 이름이야 뭐...... 그냥 놔두거나 나중에 바꿀 수도 있고.
‘근데 저번에 카페에서 다 같이 봤을 때 지나랑 둘이서 뭐한 것 같던데......’
한 달 전에.
으음.
아니, 근데 또 한 달이면 충분히......
‘으으.’
모르겠다.
정은주는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냈다.
다만, 한 가지.
부모님끼리 다른 의미로 말한 진현이 아직 정신 못 차렸네 하는 소리가 더 강하게 정은주의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정은주는 계속해서 차 뒤에 숨어 얌전히 둘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지금은 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부동산이나 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차분히 기다리는데.
‘으응?’
진현이랑 그의 팔짱을 낀 여자가 조금 더 걷더니, 정은주가 목표로 한 부동산에 들어가 버렸다.
정은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