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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248화 (248/303)

〈 248화 〉# ‍https://t.‍me‍/‍Li‍nkM‍oa

“와, 우연이네요. 장 보러 나오셨어요?”

터벅터벅-

우연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 다가오는 진현의 모습에 윤나은은 살짝 몸을 떨었다.

시원한 공기가 순환되는 냉장 코너.

거리낌 없이 거리를 좁혀오는 진현이.

상쾌한 바람과 함께 진현이 다가오자, 그 특유의 향기가 화악, 하고 윤나은을 덮쳐왔다.

‘아......’

요즘 매일같이 맡는 향기였다.

그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가까이 붙어서 꽈악, 안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윤나은의 코는 자연스럽게 진현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다.

‘읏.’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진현의 태도에 윤나은은 머릿속에서 꿈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 지나감을 느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린다.

분명 꿈에서의 일은 꿈에서의 일일 뿐인데......!

그걸 잘 알고 있는 윤나은이었지만,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가 꾼 꿈들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안마를 잔뜩 받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마음껏 몸을 섞은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가슴과 아랫배에 착실하게 남아있었다.

마트에 오기 전에는 현실에서도 그와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하며 잔뜩 자위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지금은 자위한 다음 그와 섹스하는 꿈까지 꾸고, 깨자마자 마트에 온 것이었다.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욱 선명했다.

“어머님?”

“어? 어어...... 맞아. 장 보러 나왔는데......”

약간 멍하니 있자, 진현이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윤나은은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답했다.

그래, 침착하자......!

애초에 이렇게 어린 남자애한테 당황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윤나은은 차분하게 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현이 너는...... 너도 장 보러 온 거니?”

진현의 손에도 장바구니 하나가 들려있었다. 윤나은의 물음에 진현이 웃으며 답했다.

“네, 저는 먹을 것 좀 사러 왔어요.”

“아하.”

진현은 그렇게 잠시 윤나은을 바라보다가 슬쩍 말했다.

“그, 어머님.”

“응?”

“혹시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돌아다닐래요?”

“어? 같이?”

“네,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장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진현의 제안에 윤나은은 고민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음......”

원래라면 딱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같이 돌아다니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실은 장을 보러 온 것도 자꾸만 꿈속에서 나타나 자신의 몸을 탐하는 진현이를 잊고, 또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온 것이니까.

그런데, 정작 잊으려고 노력하는 대상인 진현이와 돌아다니면 아무런 소용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진현이 약간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죄송해요.”

“어?”

“그, 싫으시면 그냥 갈게요......”

그는 마치 상처 입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앗, 그러고 보니......’

윤나은은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자신이야 매일같이 그를 꿈속에서 보고 있긴 하지만, 진현은 아니었다.

진현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은 언제인가. 헤어지기 전날 자위하는 걸 들킨 뒤 집을 나설 때였다.

그날은 정말 어색했었지.

생각해보면 그는 지금 애써 어색하고도 부끄러운 감정을 이기고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거리를 두면 훨씬 더 부끄럽지 않을까.

윤나은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싫을 리가. 그래, 같이 돌아다니자.”

“아, 그래도 돼요?”

“그럼 상관 없어.”

그래, 꿈속의 일이 뭐라고.

윤나은은 그가 웃는 모습을 보고 괜히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

“어머님은 뭐 사러 오셨어요?”

“으음. 우유랑 계란 간장 또오...... 뭐, 여러 가지?”

“여러 가지요?”

“으응, 이것들.”

윤나은은 미리 메모해둔 휴대폰의 리스트를 진현에게 보여주었다. 진현은 휴대폰 리스트를 잠시 훑어보더니 작게 감탄했다.

“와, 많네요...... 그럼 쇼핑 카트 끌고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럴까?”

“네.”

“그런데 진현이 너는 뭐 사러 왔어? 무슨 먹거리?”

“아, 저는 즉석식품이요.”

“즉석식품? 햇반?”

“그것도 있는데 치킨이나 회 같은 거 사려고 왔어요. 점심으로 먹으려고요. 여기가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싸가지고.”

“아아, 하긴. 여기가 더 싸긴 하지.”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현이 너 그러면 괜히 나 때문에 빙빙 도는 거 아니야? 그냥 바로 즉석 식품 코너로 가면 될 텐데.”

실제로 진현이는 지금 돌아다니는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있었다. 괜히 미안해서 말해보자 진현이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그냥 어머님이랑 이야기하면 즐거워서 괜찮아요.”

“앗...... 그, 러니?”

“네.”

“그, 그럼 다행이네.”

윤나은은 진현의 순수한 대답에 야릇한 상상을 하며 그와 돌아다니는 것을 고민했던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래, 같이 돌아다니길 잘했어.’

진현이도 그렇고 자신도 그랬다.

자신은 항상 혼자였는데, 애초에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쇼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그동안은 아무 말도 없이 기계적으로 물건을 담아왔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진현이 옆에 있으니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었다.

윤나은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진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가 즉석식품 코너지? 여기서 점심에 먹을 거 산다고 했나?”

“네.”

한창 돌아다니다 보니 필요한 물건은 다 담게 되었다.

쇼핑 카트가 생각보다 많이 찼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진현이 음식을 고를 차례였다.

“급하게 고르지 말고, 천천히 골라.”

“네에.”

진현이는 점심으로 먹을만한 것을 고른다고 했다.

윤나은은 차분히 진현이 음식을 고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즉석식품 코너에는 떡부터 회, 닭강정, 피자, 족발, 보쌈 등등...... 정말로 다양한 먹거리들이 쭈욱 진열되어 있었다.

진현은 그중에서도 닭강정, 치킨, 피자에 가장 눈길을 많이 주었다.

치킨 박스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하며, 그는 여러 가지 인스턴트 식품들을 보며 고민에 빠져있는 듯했다.

‘그런데, 저런 거...... 몸에 좋지는 않은데......’

윤나은은 엄마의 마음이 발동되는 것을 느꼈다.

치킨이나 피자가 맛있기야 할 수 있었지만, 가끔 먹어야 그런 것이지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았다.

윤나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현이 너 근데, 평소에도 여기서 자주 먹니?”

“네? 네에, 꽤 자주 와요.”

“그래? 얼마나?”

“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아...... 두세 번...... 점심 메뉴 고르러?”

윤나은은 그렇게 묻고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30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딸들의 아침밥을 차려주고 배웅한 다음, 곧바로 자위한 뒤에 다시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진현을 만나 야릇한 짓을 하고, 꿈에서 깨자마자 마트에 왔는데 또 진현이를 만난 것이다.

“네 점심도 있고...... 나중에 저녁 먹을 것까지 미리 사두면 좋거든요.”

“아......”

윤나은은 그의 말에 탄식했다.

진현이는 좀처럼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지 굉장히 고민하는 표정으로 치킨과 피자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었다.

‘으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윤나은은 괜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차피 또 집에 초대하기로 했잖아.’

저번에 헤어지면서 진현이보고 다음에도 또 놀러 오라고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진현이가 자위하는 모습을 우연히 봐 버린 상황.

조금 더 대화를 많이 나눠 어색한 관계를 푸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윤나은은 마음을 먹은 듯 진현에게 말했다.

“잠깐만, 진현아.”

“네?”

진현이 음식을 고르다가 말고 윤나은을 바라보았다.

“그...... 저기, 우리 집에 올래?”

윤나은의 말에 진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윤나은은 살짝 변명하듯 말했다.

“아, 내가 점심 차려줄 테니까. 집에서 먹고 갈지 않을래? 하는 뜻이야.”

“어? 점심을요?”

“으응. 너무 그런 것만 먹으면 안 좋으니까, 장 보는 것도 도와줬고...... 아, 원하면 저녁도 해줄 수 있는데......”

윤나은이 말하자 진현은 살짝 고민되는 투로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좀 죄송한데......”

“뭐가 죄송해. 당연히 괜찮으니 말하지.”

“아, 그러면 갈게요. 저는 너무 좋아요.”

진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윤나은은 또다시 뿌듯한 마음이 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럼 그거 사지 말고 가자.”

“네.”

진현은 윤나은의 말에 곧바로 들고있던 치킨과 피자 박스를 내려놓았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있으면 그거 해줄 수 있는데.”

“으음, 저는 어머님이 해주시는 거라면 다 좋은데......”

“으음...... 그래? 그럼 마음대로 만든다?”

“네.”

진현의 답에 윤나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집.

“에이, 안 도와줘도 괜찮은데.”

진현과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윤나은은 빠르게 사 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물건의 양이 상당히 많았지만, 진현이가 짐을 드는 것도 도와줘서 딱히 배달을 시킬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부엌.

손을 씻고 나온 진현이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래도요.”

“훗, 그러면 양파 좀 썰어줄래? 진현이 너 칼 쓸 줄 아니?”

“네, 조금은요.”

그렇게 말한 진현은 곧바로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어, 잘하네?’

아주 익숙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칼을 잘 썼다.

“이렇게 썰면 되죠?”

“으응. 와, 진현이 잘하네.”

“아하하.”

쑥스럽게 웃는 그를 보니 살짝 귀엽기도 했다.

윤나은은 진현이 도와주는 아래에 요리를 무사히 끝마쳤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맛있게 먹으렴.”

음식의 세팅까지 같이 도와준 진현은 맛있게 먹겠다는 말과 함께 각종 반찬을 맛보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어요.”

“후훗, 많이 먹어.”

윤나은은 굳이 하나하나 반찬을 맛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진현의 모습에 굉장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렇게 기분 좋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같이 장을 보고, 같이 요리하고, 같이 먹고.

어떤 집안에서는 이게 당연해도, 윤나은은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된 지 너무나도 오래됐다.

진현이 함께 있으니 삭막했던 집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잘 먹었습니다아.”

“진짜 많이 먹었네?”

“네, 너무 맛있었어요.”

진현의 말에 윤나은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으...... 괜찮으면 저녁도 먹고 갈래?”

“어? 그래도 돼요?”

혹시나 마음에 안 들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진현이는 되게 좋아하는 눈치였다.

“물론이지. 진현이 너만 괜찮으면. 아...... 카페 일 때문에 바쁘려나?”

“아뇨, 사실 카페는 저 없어도 잘 돌아가서...... 하하. 저는 하나도 안 바빠요. 유정이 누나가 워낙 잘해줘서.”

“아하. 그렇구나.”

진현이는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가기로 했다.

후식으로는 과일과 과자 음료를 내와 진현이와 몇십 분이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설거지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손님한테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거절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니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진현은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TV라도 볼래?”

“아, 괜찮아요. 제가 사실 TV는 잘 안 봐서...... 휴대폰도 있어서 괜찮아요.”

“아, 그래?”

진현은 식탁 의자에 앉아있었고, 윤나은은 걸어서 소파에 몸을 털썩 기댔다.

‘휴우.’

오후 2시 반.

‘저녁밥은......’

한 다섯 시부터 차려서 다섯 시 반이나 여섯 시에 먹게 해주면 될 것 같았다.

응, 그럼......

‘그동안은 좀 쉬자.’

윤나은은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러자 뭔가 또 몸이 나른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응......”

살짝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몸이 편안하다.

뭔가 잠이 왔다.

‘아침에도 낮잠 잤는데......’

윤나은은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진현이도 있다.

자면 안 되지만......

슬쩍-

진현이는 식탁 의자에 앉아 여전히 집중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살짝.

으응, 한 5분 정도는 눈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윤나은은 스르르 눈을 감아 몸에 긴장을 풀었다.

******

[ 아, 진수아씨. 여기서 매직 세이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 네, 사용합니다! ]

“응, 으응......?”

깜빡깜빡-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린 윤나은은 두 눈을 깜빡깜빡 떴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TV 소리.

오래전에 구매한 낡은 소파와 허름한 거실의 풍경.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은 윤나은은 살짝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셨어요?”

‘아.’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진현의 모습에 윤나은은 지금의 상황이 혹시 꿈속이라는 확신을 내렸다.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또 꿈을 꾸나 보네.’

그녀가 꾸는 꿈의 레퍼토리는 매번 똑같았다.

거실에서 눈을 뜨고, 왜인지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진현이 야릇한 안마를 해주다가 결국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는 스토리.

처음에는 꿈에서 눈을 뜨면 현실과 구분하기가 너무 어렵고 혼란스러워 당황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같이 같은 꿈을 꾸니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이틀인가 전부터 윤나은은 눈을 뜨자마자 상황이 꿈인지 아닌지를 곧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니까.

꿈속의 가장 큰 특징은 깨자마자 진현의 저 어딘지 모르는 상냥한 미소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싱긋-

물론, 저 상냥한 미소는 가짜에 불과하고 금방 야릇하게 바뀐다.

그 밖에도 진현이 소파에 앉아있다거나, TV를 보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있는데 지금은 그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많이 피곤하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진현이.

처음에 깨면 하는 저 대사와 표정, 행동까지도 똑같았다.

‘으으......’

진현이가 놀러 왔는데, 오늘 또 이 꿈을 꾸다니......!

그래도 꿈속이니까 후딱 해치워 버리자!

그녀는 괜시리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안마, 해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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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248화 - 행복한 모녀자매덮밥(26)

“안마, 해줄거지......?”

“어, 네?”

“안마 말이야...... 안 해줄 거야?”

뜬금없이 안마 이야기를 하자 진현이 살짝 당황해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윤나은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아,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맞다. 중간과정이 너무 생략됐구나.’

윤나은은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원래는 꿈속에 들어오면 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진현이가 먼저 안마 이야기를 꺼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간의 대화도 하나 없이 그녀가 먼저 안마를 해달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윤나은은 언제나 꿈속에 들어오기만 하면 진현에게 끌려다니기만 했기 때문에, 그녀가 스스로 상황을 주도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진현이가 피곤하신 것 같다며 대화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먼저 생각났다는 듯 안마를 해주겠다는 말을 꺼내왔으니까.

이렇게 안마를 해달라고 먼저 말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진현이...... 당황하는 모습 보니까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윤나은은 진현의 표정을 보고 생각했다.

꿈속의 진현은 항상 주도권을 잡고 휘두르는 입장이었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좀 색다름이 느껴졌다.

특히나, 오늘 진현이와 같이 장도 보고 요리도 하고 밥도 먹어서 그런가...... 뭔가 더 그래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그리고 생각해보면...... 여긴 꿈일 뿐이잖아?’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에서 윤나은은 두 딸을 혼자서 부양해야 한다는 많은 짐을 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 짐을 조금 덜어놔도 될 만큼 딸들이 잘 성장했지만, 그동안은 많은 욕구들을 참고 그냥 쌓아 둔 윤나은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녀도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고 싶었다.

마음껏 응석도 부려 보고 싶고......

편하게 애교도 부려 보고 싶고......

또 막 사랑받고 싶기도 하고...... 그랬다.

어쩌면 이 꿈도 그러한 욕망이 실현된 것이 아닌가, 윤나은은 생각했다.

‘무, 물론 그 대상이 진현이인 건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어차피 꿈속인 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해도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들.

야한 짓도 그랬다. 딱히 피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현실의 욕구 불만인 신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즐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꿈을 후딱 끝내야겠다는 생각은 윤나은의 머릿속에서 없어졌다. 그녀는 다시 진현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오늘도 야한 짓을 당할 거, 이번에는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안마 해드릴까요?”

진현이 이걸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윤나은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해주라.”

“그...... 네, 원하신다면 해드릴게요. 어디를......”

“여기, 어깨부터 해줘.”

털썩-

윤나은은 곧장 몸을 움직여 진현이 앉아있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힐끗 눈을 돌려 진현을 바라보자, 여전히 살짝 당황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윤나은은 피식 웃었다.

“안 해줄 거야?”

“아, 아. 해드릴게요......!”

진현은 윤나은의 말에 얼른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꾸욱꾸욱-

“아......”

진현의 안마가 시작되었다.

‘으읏, 역시......’

어깨를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적당한 강도로 두들겨주는 진현의 안마는 몇 번을 받아도 질리지 않았다.

뭉친 근육들이 시원하게 풀리고, 짜릿한 쾌감이 찾아왔다.

“으응, 흐응......”

그런데...... 지금까지 받은 안마 중에서 제일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원래도 너무나 시원하고 좋은 안마였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그 느낌이 짜릿하고 묵직했다.

윤나은은 달콤한 숨을 내뱉으며 진현의 안마를 즐겼다.

“하아, 으응......”

“......”

지금까지는 안마를 받을 때 신음을 참으려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굳이 참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뒤에서 안마하고 있는 진현이도 뭔가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좀더 뻔뻔한 느낌이었는데.

윤나은은 어쨌든 그런 새로운 진현의 반응을 즐기며, 계속해서 안마를 받았다.

“후, 다 됐어요.”

“하아......”

대략 5분 정도가 지나고, 어깨 안마를 마친 진현이 손을 떼며 말했다.

“후훗, 고마워?”

“아니에요.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다행이에요.”

진현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이제 이 뒤로는 또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진현이가 다른 곳도 뭉쳐있는 곳이 많다며 슬쩍 전신 안마를 제안할 타이밍이었다.

윤나은은 진현이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현아.”

“어, 네?”

“나 어깨 말고 다른 곳도 뭉쳤는데.”

현실에서는 잘 내지도 않는 콧소리를 내며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진현이 반문했다.

“어, 다른 곳이요?”

“응. 다른 곳들도 안마해주라.”

“그, 어디를요......?”

“하체랑 상체 전부 다.”

“아......”

진현이 잠시 말을 흐리다가 되물었다.

“어...... 그럼 전신을 해달라는 건가요?”

“응, 싫어?”

“아, 아뇨. 해드릴게요......”

윤나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지와 윗도리를 벗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어, 어머님......!?”

“왜?”

“아, 아니. 그, 가, 갑자기 옷은 왜......”

“전신 마사지니까. 옷이 방해되는 거 아니야?”

원래 옷을 벗는 것도 상체 마사지를 한 다음 진현이 하체 마사지를 제안할 때 말을 꺼내는 사항이었다.

그런데 아직 상체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옷을 다 벗어버리니, 진현이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겠지.

“아니, 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뭐야. 부끄러워?”

윗돌이와 바지를 벗자, 언제나 즐겨 입는 검은색 팬티와 브라가 드러났다.

“저, 최대한 안 볼게요......!”

진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돌렸다.

‘훗, 뭐야아......’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가?

원래랑 반응이 상당히 다르다.

진현이 주도권을 뺏었을 때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역시 상황을 먼저 끌고가니 또 색다른 표정을 보는 맛이 있었다.

“왜? 봐도 되는데.”

“아, 저, 그래도오......”

윤나은은 피식 웃고는 이불 위에 몸을 눕혔다.

누우면서 슬쩍 진현을 바라보자, 안 본다 안 본다, 하면서도 자꾸만 몸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어, 그럼...... 우선 등부터 할게요......”

“응.”

윤나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어깨 밑으로 진현의 손길이 느껴졌다.

꾸욱꾸욱-

“으응......”

어깨와 마찬가지로 진현의 손가락이 뭉쳐 있던 근육들을 꾹꾹 누르며 풀어주자 시원하고도 짜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맨살을 내놓은 등에 닿는 커다란 남자의 손은 윤나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꾸욱꾸욱-

“응...... 흐응......!”

“......”

“으응...... 응! 흐응, 하아......”

엎드린 채로 안마를 받으며 계속해서 달콤한 숨을 내뱉자, 진현이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 그, 혹시 좀...... 아픈가요?”

“으응......? 아니, 기분, 으응......! 그냥 기분 좋아서, 하아......”

“아......”

조물조물-

윤나은은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신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근육이 풀리며 짜릿한 시원함이 찾아오는 쾌감에 더해, 진현의 마사지는 아랫배가 저릿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의 그런 야릇한 쾌감도 함께 느끼게 해주니까.

“으응, 응......! 흐응......!”

움찔, 움찔-

진현이 손가락으로 살을 꾸욱꾸욱, 하고 눌러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려왔다.

‘그, 그런데 역시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오......?’

윤나은은 엎드려 신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모, 몸이 물들어서 그런가......?’

꾸욱꾸욱-

“응...... 흐응, 흐읏......!”

평소도 너무 좋았지만, 오늘따라 더욱 손놀림 한번 한 번에 허벅지 사이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윤나은은 달아오른 얼굴로 계속해서 신음을 내뱉었다.

진현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했는데, 슬쩍 얼굴을 보니까 굉장히 빨개진 표정으로 열심히 몸을 구석구석 눌러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선을 마주치자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눈을 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꾸욱꾸욱-

“읏, 흐응...... 으응......!”

찌릿-

움찔, 움찔-

어느덧 상체를 마치고 하체까지 내려온 진현은 허벅지, 종아리를 지나 발바닥을 정성스럽게 눌러주었다.

이미 마사지가 시작된 지 한창이 지났기 때문에, 팬티는 애액으로 흥건해진 상태였다.

수컷을 유혹하는 야릇한 냄새가 풀풀 올라오고, 진현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그렇게, 50분이 넘도록 이어진 전신 마사지는 마지막 새끼발가락을 눌러주는 진현의 손놀림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저어...... 그, 다 했어요.”

“하아, 하아아......”

윤나은은 달콤한 숨을 내쉬었다.

어깨부터 팔, 등, 허벅지, 종알, 그리고 발까지. 성실하게 안마를 한 진현의 얼굴은 굉장히 새빨개져 있었다.

‘평소보다 더 오래 했어......’

원래는 마사지가 다 합쳐야 30분이면 끝나는데, 이번에는 그 배 정도는 한 것 같았다.

“끝이야......?”

“네......? 네에, 전신 다 했어요......”

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윤나은에게는 아직이었다.

‘그런데 왜...... 가슴이랑 엉덩이는 안 하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원래라면 당연히 하체 마사지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엉덩이 마사지로 넘어가야 했는데, 진현은 엉덩이는커녕 허벅지의 안쪽도 조심조심하며 마사지를 했다.

여기까지 해줬으면 알아서 엉덩이랑 가슴까지 하면서 본방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가?

‘으읏, 이제 슬슬......’

윤나은은 다리를 배배 꼬았다.

이제는 참기가 힘들었다.

훨씬 더 오래 한 마사지 때문에 몸이 너무 달아올라 있었다.

아랫배도 간질간질하고 애틋해서, 얼른 물건을 넣고 싶었다.

윤나은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아직이잖아.”

“네?”

“아직...... 안 끝났잖아. 엉덩이랑 가슴 안 했잖아.”

진현이 당황한 듯 물었다.

“가, 가슴이랑 엉덩이요?”

“응, 가슴이랑 엉덩이.”

윤나은은 그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살짝 흔들었다.

“빨리 해줘......”

그리고 항상 진현이 했던 것처럼 팬티를 위로 잡아당겨 엉덩이 살이 적나라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치 T팬티처럼 당겨진 속옷은, 그녀의 균열에 꽈악 끼어서 옆으로 튀어나온 보짓살을 한껏 드러나게 만들었다.

“......”

그와 동시에, 갑자기 진현이 말이 없어졌다.

“하아......”

낮은 한숨.

‘어......?’

윤나은은 살짝 당황했다.

마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만 같은 기분.

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님.”

“어, 으응?”

“전 많이 참았어요.”

차, 참았다니?

뭘?

그러나 의문을 품기도 전에 윤나은의 몸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꺄앗?”

어느새 앞을 보고 눕게 된 윤나은은 그녀를 깔아뭉개듯 양팔을 붙잡으며 얼굴을 가까이 댄 진현을 보고 당황했다.

“옷을 벗으실 때도 참았고, 마사지 받으시면서 팬티 젖으셨을 때도 참았는데......”

“어?”

“지금 이러시면, 저 유혹하시는 거 맞죠?”

“어, 어어......?”

그리고, 그제서야 윤나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이거......

꿈이랑은 많이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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