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https://t.me/LinkMoa
“그, 오렌지 쥬스 줄까? 아니면 바나나 우유도 있는데......”
고요한 집 안.
딸들을 먼저 내보낸 뒤 진현을 다시 집 안으로 들인 윤나은은, 식탁 맞은편에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 저 바나나 우유로 부탁해요.”
상쾌한 아침을 맞아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
자신이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모르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겠지......
윤나은은 살짝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바나나 우유? 으응, 알았어.”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일단 마실 걸 물어보았다.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꺼내 쪼르르 컵에 따랐다.
집에 있는 쥬스들도 그제 진현과 딸들이 마트에 가서 사 온 것이지만......
탁-
“자, 여기......”
“아,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식탁 위에 잔을 올려두자 진현이 곧바로 컵을 들어 우유를 들이켰다.
윤나은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걸 정말로 말하는 게 맞을까......?’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고민이 되었다.
‘막상 부르기는 했는데......’
딸들과의 야한 관계에 대해서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불렀는데, 막상 진현이 눈앞에 앉아있으니 약간의 망설임이 들었다.
그래도 딸들도 다 컸는데......
아무리 자신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라고 보인다고 해도, 유정이는 이미 스스로 돈을 벌고 있는 사회인이었고, 다정이 또한 엄연히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둘도 어른이니 충분히 알 것이다.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그렇게 야한 짓을 하는 게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전, 진현과 사귀냐고 딸들에게 물어봤을 때 그녀들이 대답을 회피한 것만 보아도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들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요즘 애들은 대담하니까......’
어쩌면.
먼저 속궁합을 보고 누구랑 사귈지 정하는 걸 수도......?
‘아, 아니아니. 그것도 이상하잖아......!’
문득 든 생각이었지만, 윤나은은 금세 고개를 저었다.
어딘가에서 듣기는 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사귀기 전에 야한 짓을 하고 속궁합을 먼저 보는 커플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역시나 셋이 같이하는 건 이상했다.
무엇보다, 딸들이 그렇게 문란하게 자라는 것을 윤나은은 원치 않았다.
“후우......”
“어디 안 좋으세요?”
“으응, 아니. 그건 아닌데......”
고민을 하며 한숨을 내쉬자 진현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윤나은은 진현과 눈을 마주쳤다.
똘망똘망한 눈동자.
‘그래...... 말하자......!’
그것이 진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리라.
“진현아.”
“네.”
이름을 부르자 진현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으...... 있잖아. 오늘 새벽에......”
윤나은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으응, 그래. 조심히 들어가렴......?”
“네......”
철컥-
“......”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던 윤나은은 미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 밖으로 진현의 뒷모습을 살짝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거실로 향했다.
윤나은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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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나오는 TV소리를 멍하니 들으며, 윤나은은 방금 진현과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이야기는 결국, 어찌어찌 잘 끝났다.
‘말했어......’
그래.
결국 다 말해버렸다.
딸들과 야한 짓을 하는 걸 우연히 봤고, 관계도 다 알게 되었다고.
대화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었다.
주된 이야기는......
딸들과 너무 문란한 관계를 이어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
대화를 나누면서 진현이 정말로 딸들을 좋아해 주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지만...... 그래도 셋이서 그런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에게는 앞으로 딸들과 성적인 관계는 자제해달라고 했고...... 사귀는 것도 한 명만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딸들과 조금 거리를 벌려달라고.
‘......잘한 일일까?’
진현은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시무룩하고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딸들이 진현에게 너무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만약 진현이 앞으로 딸들에 대한 지원을 운운하며 협박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좋게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싱숭생숭하지......’
말하고 나면 마음의 짐을 덜어놓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으응, 쳐져 있지 말자.’
맞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문제였다.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파에서 일어났다.
집이라도 좀 더 정리하고, 딸들이 돌아오면 맛있는 저녁밥을 먹을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두자......!
그렇게 다짐하며, 윤나은은 얼른 청소기부터 들었다.
******
“으으응......”
부스럭-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좀 편해질 거라는 윤나은의 기대는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목요일.
진현과 이야기를 나눈 지 벌써 이틀.
‘시간 진짜 빠르네......’
아침에 눈을 떠서 휴대폰을 확인한 윤나은은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다시 가게에 출근해야 했다.
일할 때도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었는데, 일을 안 하고 집에서 쉬고 있으니 시간은 더욱더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러하게 빨리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도 편치 않으니, 윤나은은 아침에도 상쾌한 기분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게 되었다.
뭐, 마음이 불편한 이유로는 당연히 달콤한 휴식이 끝나고 다시 힘들게 일해야 하는 날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왜 자꾸 밤이 되면 생각이 나는 거야......’
우선은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몸.
진현에게는 딸들과 더이상 성적인 관계를 갖지 말고 거리를 벌려달라고 말했으면서, 도리어 자신이 밤만 되면 몸이 달아올랐다.
워낙 오랜만에 터져 나온 성욕이라서 그런가.
자꾸 밤에 눈을 감으면 딸들이 교성을 흐르는 모습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결국, 요 이틀간도 윤나은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언니, 오늘 진현 오빠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어? 나도...... 어제 오늘 뭔가 좀 우리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던데......”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딸들의 태도였다.
근래 들어서 항상 행복으로 물들어있던 딸들의 표정도 요 이틀에 걸쳐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진현이 자신의 말을 잘 지켜주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럴수록 딸들의 표정은 안 좋아질 뿐이었다.
그건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
“......”
“......”
아침을 준비한 뒤, 딸들을 깨우고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전 유정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분위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말없이 식기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딸들의 기분이 좋지 않아 자신 또한 덩달아 기분이 다운될 찰나 다정이가 문득 입을 열었다.
“엄마아아.”
“응? 다정아, 왜에?”
반가운 딸의 목소리에 윤나은은 웃으며 물었다.
“있잖아 오늘...... 진현 오빠 집에 초대하면 안 돼?”
“어? 으응? 또?”
“웅......”
갑작스러운 다정이의 부탁. 윤나은은 말릴 생각으로 말했다.
“이틀 전에도 와서 자고 갔잖니......”
“그래도오...... 그건 이틀 전이잖아. 응? 엄마 제바알.”
다정이가 콧소리를 내면서 애교를 부린다.
딸의 애교에 워낙 약한 윤나은이기에 약간 고민이 되었다.
‘내가 거리를 벌리라고 해놓고 초대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딸이 원하는 거니까.
일단 육체적 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지금 딸들의 기분이 다운 된 것도 자신의 말을 잘 지켜주고 있다는 반증이고.
게다가 진현이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셋이서 같이 하는 게 이상한 거지.
나중에는 딸들 중 한 명과 사귀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 그래. 한번 말 해봐.”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
“어, 안녕하세요......”
“으응, 그래. 어서 오렴......”
저녁.
약간은 어색한 인사를 하며 진현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전에는 굉장히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는데, 이렇게 약간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니 조금 새롭기도 했다.
그런데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기도 하는데......
“혹시 어디 아프니?”
“네? 아픈 곳은 없는데...... 왜요?”
“그냥......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여서.”
“아...... 하하. 그냥 오늘 컨디션이 조금 별로인 것뿐이에요.”
그런가?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있으렴. 금방 저녁 차려줄게.”
“네.”
진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윤나은은 주방으로 향했다.
아직 저번에 진현이 선물해준 한우를 다 먹지 못했기 때문에, 고기를 중심으로 한 저녁상을 준비했다.
치이익-
요리를 하면서 흘끗흘끗 진현이 딸들과 뭘 하나 훔쳐봤는데,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진현이 딸들과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는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터치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진현 쪽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달그락- 달그락-
그건 식사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늘은 좀 덜했다.
그리고, 이윽고 밤이 되었다.
“오늘은 더 이야기 안 하다 자니?”
“으응. 오빠가 피곤하데......”
밤 11시.
이틀 전이나 삼 일 전에는 자신이 잘 때까지 방에서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딸들은 밤이 되니 자기들의 방에 들어갔고, 진현은 얌전히 이부자리에 몸을 눕혔다.
“휴우.”
윤나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오늘은 저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거니 생각을 하며, 윤나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부스럭-
“으응......”
하지만, 윤나은의 잠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직까지 새까만 하늘이 보일 때,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 윤나은은 중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몇 시지......?’
휴대폰을 확인하니 아직 새벽 1시쯤이었다.
며칠 전에 연속으로 이 시간에 딸들이 섹스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봐서일까. 오늘도 진현이 놀러 와서 뭔가 자동으로 깬 것 같았다.
최근에는 눈을 감을 때만 되면 야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겨우겨우 생각들을 떨쳐 내고 잠에 들었는데, 지금 깨니까 또 몸이 살짝 달아올랐다.
‘후우, 빨리 다시 자자......’
윤나은은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야한 생각을 떨쳐내며 이불을 끌어 올리는데.
철컥-
‘으응?’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윤나은은 가만히 자는 척을 했다.
숨을 죽이고 있자, 이전에 진현이 딸들과 몰래 야한 짓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뭔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잠깐 느껴지더니 다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철컥-
윤나은의 심장이 뛰었다.
‘뭐, 뭐야......? 설마 오늘도......?’
딸들이 오늘은 진현과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고, 진현은 자신의 말을 잘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윤나은은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아닐 줄이야......’
만약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딱히 진현이 이 시간에 깰 리가 없었으며, 잠시 자는 모습만 확인하고 다시 방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분명히 성적인 건 자제해 달라고 말했는데......’
후우.
윤나은은 한숨을 내쉰 채 상체를 일으켰다.
타닥-
조용히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윤나은은 살짝 뿔난 표정을 하며 자신의 방 앞에 섰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방에 불을 켜고 야한 짓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소리에 집중하자, 무언가 남자가 미약한 신음을 내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딸들이 진현을 애무해 줄 때 나는 소리였다.
‘내 말에 다 알았다고 했으면서......’
결국, 못 참고 딸들과 야한 관계를 또 맺는 것인가?
‘후.’
윤나은은 진현에게 실망의 감정이 들었다.
드물게 화가 남도 느꼈다.
윤나은은 방의 문고리를 돌렸다.
‘이건 따끔하게 혼내야겠어.’
말해도 안 듣는 거라면, 딸들과 하는 상황을 급습해 확실하게 충격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칵- 찰칵-
어?
그런데, 문고리를 돌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뭐, 뭐야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고......!?’
이건 안에서 문을 잠근 것이 분명했다.
‘이전에는 잠그지 않고 해서 들켰으니까, 이번에는 잠그고 하겠다......?’
윤나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루로 가 TV장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드르륵-
‘방 열쇠가...... 아, 여깄다.’
방 열쇠는 전부 TV 아래의 서랍을 통해 잘 관리하고 있었다.
문을 잠그더라도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 손에 방 열쇠를 쥔 윤나은은 다시 방 앞에 섰다.
한번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열쇠를 통해 잠긴 문을 땄다.
찰칵-
그리고.
이제는 돌아가는 문고리를 잡으며, 윤나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너희들 지금 뭐......! 어......?”
하지만, 화난 표정으로 말하던 윤나은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
분명 셋이서 야한 짓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 한 방에는, 딸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진현 혼자 있을 뿐이었다.
커다랗고 우람한 물건.
탁탁탁탁-
진현은 스스로 그의 물건을 흔들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아아, 아......”
중간중간 나는 신음도, 자위를 하면서 내는 미약한 흐느낌이었다.
윤나은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몸이 바짝 굳었다. 세상에, 설마 자위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당황과 민망함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 찰나.
“어......?”
“아앗......”
윤나은은 진현과 눈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