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https://t.me/LinkMoa
“““잘먹겠습니다아~!”””
“그래. 맛있게 먹으렴.”
세 명 다 간단하게 세수를 한 다음에 다 같이 아침상에 앉았다.
구성은 뭐, 된장국과 흰 쌀밥.
노릇노릇하게 구운 달걀과 고등어구이,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들이었다.
아이들은 다행스럽게 맛있게 먹어주었다.
식탁에서는 별거 아닌 일상 이야기가 오갔다.
“잘 먹었습니다아~.”
“시간 빠듯한데, 유정이 너는 얼른 준비해야겠다.”
“응.”
다정이의 학교가 시작하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지만, 유정이는 카페의 오픈 타임이기에 빠르게 출발해야 했다.
식사가 끝나고, 유정이와 진현은 준비를 마친 뒤 함께 현관 앞에 섰다.
진현이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나은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면 참 예의 바른데.
“으으응, 아니야. 오히려 집 안이 많이 좁아서 참 불편했을 텐데......”
“아니에요. 되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그런 느낌 전혀 안 들었어요. 아 참. 그리고 저녁때는 제가 유정이 누나랑 같이 이쪽으로 와도 될까요?”
“응? 아, 그래. 편한 대로 하렴.”
아침을 먹을 때 이야기된 일이었다.
다정이가 먼저 오늘도 진현이 놀러 오면 안 되냐고 물었고, 윤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현이 그래도 새벽의 일을 빼면 참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빠아~ 나도 같이 나갈래요!”
“어? 왜. 좀 더 쉬다 나가지.”
“으으응, 그냥 일찍 가려구요. 헤헤.”
평소에는 학교에 딱 지각하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가면서.
다정이는 굉장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딱 싸매고 나와 진현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진현이 중간에 서 있었고, 유정이와 다정이가 양옆에 딱 붙어있는 형태였다.
“......”
원래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셋이서 나란히 서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들었다.
“으음. 자, 잘 다녀오렴......”
“넹!”
다정이 유정이 그리고 진현까지.
셋을 마중한 다음 윤나은은 집 안으로 들어와서 소파에 앉았다.
털썩-
TV를 틀고 보려고 했는데, 살짝 졸렸다. 자연스럽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기가 힘들었다.
‘오늘 잠을 잘 못잤지 참......’
철컥-
끼익-
윤나은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킁킁-
“아......”
여전히 냄새가 살짝 덜 빠졌는지, 약간 달콤한 향기가 났다.
‘창문을 살짝만 열어 놓고...... 응. 이정도면 됐다.’
윤나은은 환기를 한 다음 이부자리에 누웠다.
‘으응......’
정사가 끝난 냄새.
또다시 딸아이들과 진현의 성행위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려고 했지만.
‘후우.’
애써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윤나은은 못 잔 잠을 마저 잤다.
******
삑, 삑삑뻑-
철컥-
“아, 왔나 보다.”
오후 5시.
3시가 될 때까지 넉넉하게 낮잠을 잔 윤나은은 삑삑 울리는 집안 도어락 소리를 듣고 현관 쪽으로 몸을 옮겼다.
잠에서 깨자마자 두 시간 정도 집안 청소를 해뒀기에, 집은 어제보다도 더욱 깔끔해져 있었다.
“엄마, 다녀왔습니다앗~!”
문이 열리고 다정이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싱글벙글한 표정은 언제 봐도 즐거워 보였다.
“다녀왔습니다아~.”
유정이 또한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그래, 왔니?”
두 딸의 기분 좋은 미소를 보니 윤나은 또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여간......’
오늘도 진현이 놀러 온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은지.
여간 기뻐 보이는 게 아니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꾸벅-
딸 둘이 들어온 뒤의 현관에는 진현이 서 있었다. 눈을 마주치자 진현이 고개를 숙였다.
“아, 그래. 어서 들어오렴.”
“이거 받으세요.”
“어? 이게 뭐니?”
윤나은은 진현이 건네는 상자 하나를 받아 들었다.
읏......
좀 무거운데.
“오는데 근처에 고깃집 하나가 새로 생겼더라고요. 오픈 행사라고 할인하는데, 구성이 괜찮아 사 왔어요.”
“엇. 뭘 이런 걸 다......”
상자는 무슨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덮여있었는데, 적혀있는 글귀를 본 윤나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최고급 한우 팩 ]
세상에, 평소에는 손도 못 댔던 1++ 등급의 고기였다.
너무 비싼 고기라 받기가 좀 미안하긴 했지만, 이미 이렇게 사 온 걸 거절하기도 뭣했다.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한 윤나은은 얼른 진현을 안으로 들였다.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해 먹으면 되겠다.’
솔직히 진현을 이렇게 두 번이나 초대하기에는 집이 많이 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항상 혼자서 일하다가, 이렇게 딸들에 진현까지 오니 여러모로 활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짜잔~ 진현아 어때? 나 빅 사이즈 후드 샀다?”
“올, 뭐에요. 꽤 잘 어울리겠는데요?”
“히힛, 잠깐만 기다려봐? 입고 올게?”
진현은 벌써 유정이랑 잘 떠들고 있었다.
“짜라란~ 봐봐. 하의실종 패션~.”
1시간 전쯤에 유정이 이름으로 배달이 와서 방 안에 넣어뒀는데, 아무래도 옷을 샀던 모양이다.
유정이가 한 바퀴 몸을 돌리며 진현에게 패션쇼 비슷한 걸 펼쳤다.
“......하의실종이요?”
“응, 어때에?”
“실종이 아니라...... 누나, 프흐. 그거 엉덩이 보여요.”
“뭐, 뭐어? 진짜아?”
“네, 뒤돌았을 때 살짝. 돌아봐요. 사진 찍어서 보여줄게요.”
유정은 진현의 말대로 다시 돌았다.
진현은 유정의 모습을 찰칵, 하고 카메라에 담았고, 사진을 본 유정이가 울상을 지었다.
“여기 봐봐요.”
“어? 히잉, 진짜넹.”
“하의실종이 아니라 하의 존재 패션이네.”
“뭐야아?”
툭툭, 유정이 애교 섞인 펀치를 날린다.
“그나저나 겨울인데 그거 입게요? 엄청 추울 텐데.”
“아니이. 봄에 입을 건데, 미리 산 거야.”
“아아.”
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다시 유정이의 패션을 보고 살짝 턱을 괴며 고개를 갸웃하기까지.
“근데...... 그거 허벅지 노출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스읍, 좀 야한데......”
진현의 말에 유정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에, 질투나?”
“살짝? 남들 보여주기 아깝네요.”
“흣. 그럼 안에서만 입어두 되고, 어차피 후드는 다른 바지랑 입어도 되니까~.”
“좋다. 그리고 누나는 좀 더 긴 원피스 타입 후드 입어야겠어요. 그러면 바지 다 가려질 것 같아요.”
“아, 그게 좋겠다.”
유정과 다정, 진현은 이런 식으로 계속 꽁냥거리며 대화했다.
서로 옷도 봐주고, 휴대폰을 연결해서 TV로 영화도 보고.
여러모로 재미있어 보였는데, 특히 진현이는 딸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어젯밤 딸들과 그런 야한 짓을 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나.
“잘 먹었습니다아~!”
저녁을 먹은 뒤 밤이 되고.
“이불 깔아줄게.”
야식까지 다 먹은 다음 잘 때가 되니, 윤나은의 가슴은 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밤 11시.
“그런데 너희들...... 오늘도 이야기하다 자려고?”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래 쓰던 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준 윤나은은, 여전히 방에 모여있는 세 남녀를 보고 물었다.
다정이가 웃으며 답했다.
“웅웅. 좀만 이야기하다가 잘 테니까~. 엄마 먼저 자.”
윤나은은 일단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근데 너무 늦게 자지는 말고.”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아.”
걱정하지 말라고?
무슨......
새벽에 그런 짓을 해놓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윤나은은 설마설마했다.
그래.
설마 이번에도 그럴까.
저번에는 약간 사고(?)로 그런 것이고, 이번에는 그냥 평범하게 자고 가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틀 연속은 좀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윤나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마루에 잠자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누워서 TV를 틀었다.
삐빅-
원래는 그냥 잘 생각이었지만......
‘에이, 설마......’
설마 하면서도 도무지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아침부터 낮잠을 많이 자놨기 때문에, 잠이 오지는 않았다는 점도 컸다.
윤나은은 2시간 정도를 가만히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부러 TV를 틀어놓고 잠을 자는 척을 한 것이다.
‘어제는 1시 좀 넘어서 소리가 들렸었는데......’
윤나은은 수시로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기를 몇십 분.
철컥-
마침내 새벽 1시 반쯤이 되었을 경, 갑자기 조심스럽게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살금살금.
‘와, 왔다......’
윤나은은 그대로 눈을 감고 몸의 움직임을 멈췄다.
조용히 자는 척을 하자,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뒤이어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까지.
“어때? 어머님 주무시고 계셔?”
“네에, 오빠. 자고 있어요.”
소곤소곤 말하는 다정이와 진현.
짧은 두 마디 대화를 끝으로 방문이 닫혔다.
윤나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진짜로......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오늘도 할 줄이야......!
윤나은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안절부절해졌다.
일단 안 자고 있기는 했는데, 딱히 무엇을 할지는 정해두지 않았던것이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가만히 있다가.
뭔가 몸이 근질근질해진 윤나은은, 결국 슬그머니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스윽-
TV를 켜놨기 때문에, 작은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살금살금-
윤나은은 살금살금 다정이와 유정이, 진현이 있는 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에 귀를 바짝 댄 채, 안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