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 https://t.me/LinkMoa
“후아아, 배부르다아아...... 배터진다아...... 푸흐.”
로열 한즈 호텔 안.
침대에 걸터앉은 민지아는 임산부처럼 볼록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많이 먹었다.
먹어도 너무 많이 먹었다.
근데, 솔직히 어쩔 수 없잖아?
돈 내고 사 먹어도 많이 먹을 최고의 카페에서 빵과 음료를 무료로 주는데, 폭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주하린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무료라고 해서 너무 많이 먹었어, 너.”
“히히.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카페에서 폭식해. 아~ 주하린 나이스. 설마 카페 사장님이랑 소꿉친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민지아는 드물게 주하린의 인맥을 칭찬하며, 사장님이 포장해 준 휘낭시에 20봉을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걸로 적어도 3일간은 디저트 걱정이 없다! 하는 흐뭇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
그녀는 곧바로 휘낭시에 하나를 까서 냠냠 먹었다.
“우움, 쩝쩝. 아, 게다가 설마 사장님이 호텔까지 데려다줄 줄이야. 차 타고 오니까 진짜 편하다.”
“그러게, 진현이 언제 차까지 뽑았지.”
주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운전해서 자신들을 호텔까지 바래다줬던 진현이의 모습.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텔인데도 진현은 흔쾌히 직접 차를 몰아 자신들을 바래다주었다.
저런 커다란 카페의 사장이 된 것도 놀라운데, 그만의 차까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성장했을까.
‘분명 내가 알던 진현이가 맞는데......’
주하린은 턱을 괴었다.
뭔가 좀 더 분위기가 성숙하게 바뀌고, 몸이나 키도 옛날에 비해서 몰라보게 커졌지만...... 그 특유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직접 이야기해보니 더욱 확실했다. 살짝 장난끼가 있는 것도 옛날이랑 너무 똑같았고.
‘옛날에는 분명 나보다 키가 작았는데.’
주하린은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댔다.
옛날에는 같이 서기만 하면 자신이 진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도였다. 뭐, 그것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의 일이니 엄청 옛날 일이지만.
그런데 이제는 진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다.
진현이가 한 20cm 정도 더 크지 않을까. 얼굴도 그렇고 너무나도 몰라보게 바뀌니 살짝 어색한 감은 있었다.
‘그래도 진현이랑 은주...... 나 빼고는 다 성공했네.’
주하린은 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은주는 미튜브로 대박을 터뜨렸고, 진현이는 자신의 카페에 자가용까지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이 가진 것은 부모님의 이름값뿐.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으으응, 괜찮아.’
주하린은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앞으로 노력하면 되는 거니까......!
자신도 그들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해 주리라.
그렇게 미래를 다짐하고 있을 때, 민지아가 아 맞다, 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하린이 너, 그 사장님이랑 이야기하니까 표정 되게 잘 나오더라?”
“응, 어?”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고개를 갸웃하자 민지아가 마치 아저씨처럼 웃으며 말했다.
“으흐흐, 막 가벼운 개그에도 웃고, 와아. 보면서 너 맞는지 의심했다니까 진짜로.”
“내가 그랬다고? 언제?”
“아까~. 그랬잖아. 하기야, 표정이 잘 나온다고 해봐야 평소보다 조금 더 다양해진 거니까. 너도 못 느낄 수 있겠다.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차가울 수 있고.”
민지아는 암암 그렇지, 나니까 알 수 있는 거지~ 하면서 묘하게 콧대를 세웠다.
자신의 표정 감지 능력에 대해서 자랑하던 민지아는 화제를 진현이로 바뀌었다.
민지아가 툭 하고 던지듯 말했다.
“아. 근데, 그 사장님 있잖아. 좀 바람둥이 스타일 아니야?”
“......바람둥이?”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갑작스러운 민지아의 말에 주하린이 얼굴을 찌푸렸다.
“지나 있잖아. 둘이서 위에서 뭐 했는지는 안 봐도 뻔하잖아. 내려올 때 완전 천국 갔다 온 표정이던데.”
“아......”
주하린이 살짝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기는 했다.
진현이랑 이야기하다가 그가 중간에 일어설 때, 지나도 같이 일어나 그를 따라갔었지.
그 뒤로는 카페에 한 1시간 반쯤 앉아있으면서 은주, 지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나는 그동안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나갈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내려왔는데, 지나는 정말이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살짝 수상하긴 했지만......
“야. 억측하지 마. 아직 모르는 거잖아.”
“아니이, 그렇긴 한데......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막 안기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수상하단 말이지. 아! 생각해보면 우리가 맨 처음 고깃집에서 봤을 때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랑 되게 분위기 좋았잖아.”
“음, 그건 뭐.”
그렇기는 하다.
진현이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을 그때. 고깃집에서 봤을 때는 그 아르바이트생과 커플인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진현이 개인의 일일 뿐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상관할 일 아니야. 야, 너 또 막 방송에서 억측으로 이상한 썰 풀면 안 된다? 팩트로만 이야기해.”
“에이 야. 내가 언제 그랬다구. 거기까진 아니지...... 히이. 그래도 카페 음료랑 빵 잔뜩 공짜로 얻어먹은 썰은 풀어도 되지? 조회수 30만 각. 대박스.”
“응? 어, 뭐 그거야 상관없지......”
주하린이 고개를 주억이자 민지아가 끄흥, 하고 기지개를 켰다.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흐아아~. 아무튼, 하린이 네가 이사를 간다니...... 푸흐. 이사 가면 나도 근처로 따라갈까?”
“? 근처로 따라온다고?”
“웅.”
이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어디서 살지, 주하린은 은주와 함께 집을 잘 결정할 수 있었다.
결국, 마지막에 본 빌라의 403호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애초부터 집 내부도 좋고, 교통도 마음에 들고...... 또.
‘진현이가 하는 카페도 근처에 있으니까.’
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왜? 넌 PC방 세워서 스트리밍 룸까지 만들었잖아. 안 아까워?”
“이씽...... 그건 그런데. 근처에 친구 너밖에 없단 말야. 생각해보면 너 가면 나 외톨이임. 흑흑.”
민지아의 말에 하린이 피식 웃었다.
“그래? 참. 나보고 친구 없다고 놀렸던 주재에. 너도 없구나?”
“야, 그게 무슨......! 온라인에는 많거든!? 만나기가 힘들 뿐이야......!”
민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방송 인맥을 나열하여 자랑하기 시작했다.
주하린은 그녀의 말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 식으로 말을 넘기고 있을 때, 또 민지아가 갑자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무튼, 너 조심해.”
“? 뭐를.”
“그 사장님 말이야...... 소꿉친구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내가 봤을 때 그 사장님, 95% 확률로 바람둥이야. 아주 바람둥이 아우라를 진하게 풍기고 있어. 풀풀~ 진짜루.”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나 했더니. 하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또 그 소리.”
“아, 야. 진짜라니까. 내 직감, 마이 삘링~. 엄청나게 잘 맞는다고. 세상에 너 어떻게 해보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응?”
진현이가, 나를?
주하린은 오늘 본 진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종일관 여유 있고, 자신과 편하게 농담도 주고받고. 그런데 딱히 뭐 작업 멘트? 그렇게 느낄 만한 대사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하고 편한 소꿉친구, 그런 느낌.
에이, 설마.
“그럴 일 없어.”
주하린은 단정하듯 고개를 저으며 민지아의 말을 가볍게 넘겼다.
******
한편, 같은 시각.
블랙 홀웨이의 1번 방.
지나를 아주 뿅가게 만들고, 하린이의 일행을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온 나는 침대에 누워 히로인 어플을 바라보았다.
“아, 좋다.”
오랜만에 하린이랑 은주의 얼굴을 보니 너무나 좋았다.
어렸을 적 거의 매일 매시간을 함께 했던 소꿉친구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했고, 친구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둘 다 너무 예쁘잖아......!”
정말로, 보는 내내 그녀들의 외모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속에서 당장 그녀들을 히로인으로 만들라며 악마가 소리치고 있었다. 아니, 악마의 목소리가 아니라 천사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예쁜 소꿉친구 둘을 히로인으로 만들지 않고 다른 남자한테 가게 놔둔다?
“오우, 쒵.”
절대, 네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히로인 어플이 있는데 그녀들을 히로인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남자가 아니지.
애초에 소꿉친구라는 건 내가 미리 찜해 둔 그런 히로인이 아닌가?
그래서 우선 하린이한테 인연의 실을 연결하려는데......
[ 해당 인물은 등급이 높아 현재 천진현님의 등급으로 히로인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
[ 주인공 등급을 올린 뒤, 다시 선택해 주세요. ]
“끄응, 뭐. 그럴 것 같긴 했어......”
이어지는 메시지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아직 8등급에 불과하니까. 솔직히 하린이는 그냥 겉으로 딱 보기만 해도 등급이 겁나게 높아 보였다.
아마 장예화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어 정은주나 민지아 한테도 인연의 실을 꽂으려고 해봤지만, 둘 또한 하린이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높아 인연의 실을 꽂는 것이 불가능했다.
장예화의 경우 도전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최초 1회에 한해서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히로인을 공략이 가능했던 것인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었다.
“이러면 진짜 7등급이 절실한데.”
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델리아의 말에 따르면 7등급으로 가면 내 등급보다 높은 여성에게 인연의 실을 꽂아 히로인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상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한 등급 높은 여성을 히로인으로 만드는 아이템이 5만 코인.
두 등급은 20만 코인으로 상당히 비쌌지만, 이미 주에 4만 코인씩 이자가 나오는 내 입장에서 결코 못 살만한 건 아니었다.
‘뭐, 그래도.’
7등급이야 다음 달이 되면 바로 찍을 수 있으니까.
시나리오 퀘스트만 깨면 곧바로 승급하게 된다.
어차피 하린이가 이사 오는 것도 내년.
은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기적으로도 내가 7등급으로 승급하는 순간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완벽해.”
그렇다면 그동안 해야 하는 것은?
하린이와 은주랑 톡을 자주 하며 어색함을 지워놓는 것......!
그리고......
‘마망......’
마망을 공략하는 것이다.
나는 델리아와 윤나은이 마망력 대결을 펼칠 미래를 생각하며 가슴이 웅장해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