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 https://t.me/LinkMoa
식사를 마친 뒤, 주하린은 일행과 함께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라 그런지 시선이 상당히 쏠렸다. 정은주는 물론이고 민지아나 지나의 몸매와 얼굴도 굉장하니까.
남자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린은 그런 시선들을 무시한 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오늘 볼 월세 집들이 다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은 어디 갈 거야?”
휴대폰을 보고 있자 옆에서 정은주가 물어왔다. 하린은 그녀를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
“사당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꽤 괜찮은 곳이 하나 있어서 부동산한테 말해놨어.”
“아하.”
오늘은 돌아다닐 곳이 꽤 많았다.
이럴 때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으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하린은 면허증이 없었고, 면허증이 있는 지아와 지나는 차가 없었다.
살짝 아쉽긴 했지만, 독립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자신도 빨리 면허를 따고 차를 구매하리라.
주하린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심심했는지 지아가 은주와 지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둘은 어떻게 해서 알게 된 거야?”
“아, 나랑 지나? 이야기하자면 좀 긴데, 나 대학교 1학년 일 때 우연히-.”
셋은 조용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함께 떠들며 이야기하자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지금 내리면 되지?”
“응. 여기 맞아. 7번 출구로 가면 돼.”
사당역에서 내린 하린과 은주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와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부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그녀들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어제 전화드렸던 사람인데요. 주하린이요. 월세 좀 보려고요.”
“아~. 하린씨. 시간에 딱 맞게 오셨네요?”
미리 말해두었던 만큼 하린은 별다른 시간 낭비 없이 곧바로 오피스텔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알아본 건 복층 구조의 오피스텔이었다.
지하철역이 5분 거리에 있어 교통적으로도 좋은 깔끔한 오피스텔인데, 사진으로 보기에 내부 구조도 좋았고 크기도 둘이 살기에 넉넉해 보여서 후보에 넣어놨다.
“여기가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분들한테 인기가 아주 좋아요. 굉장히 넓기도 하고 탁 트인 전망도 시원해서. 아, 교통도 좋구요.”
“그러게, 여기 되게 괜찮은 것 같은데?”
부동산 아주머니는 자세하게 오피스텔에 대해 설명해주셨고 지아는 마치 자신이 살 곳이라도 되는 양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품평했다.
“그러게, 가격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당연하죠~. 여기가 또 햇볕도 잘 들고, 구조 자체가 좋아서 많이들 선호하세요.”
은주 또한 오피스텔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하린도 묵묵히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자신이 보기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찜해둔 후보군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다른 곳도 돌아본 다음 결정하는 편이 옳았다.
“다른 곳들도 보고 다시 올게요.”
“네~ 연락주세요.”
마음에 들면 다시 오겠다고 한 하린은 일행들을 데리고 오피스텔에서 나왔다.
“다음은 어디야?”
“여기서 지하철 타고 또 두 정거장. 거기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돼. 마찬가지로 오피스텔이야.”
두 번째 오피스텔 또한 첫 번째 오피스텔과 평가가 비슷했다.
다만, 두 번째는 복층 구조가 아니었고, 첫 번째 오피스텔보다 교통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린은 일행을 데리고 오피스텔에서 나왔다.
“이제 또 다음 둘러봐야지.”
“응. 다음은 빌라. 여기서 그렇게 안 멀어.”
넷은 그런 식으로 총 세 군데의 오피스텔과 두 군데의 빌라를 방문했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내부를 보니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곳도 있었고, 살짝 아쉬운 곳 또한 존재했다.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네.”
그런 식으로 살 집을 둘러보고 있자, 어느덧 시계가 거의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 9시 정도에 호텔에서 나왔는데,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지아가 말했다.
“그러게, 우리 슬슬 점심 먹어야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점심은 내가 살게.”
“아냐, 하린아. 호텔까지 싸게 해줬는데, 당연히 내가 사야지.”
하린은 자신이 점심을 사려고 했다가. 은주의 강력한 주장에 밀려 그녀에게 계산을 양보하게 되었다.
다 같이 버스 정류장 근처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마지막 남은 한 군데의 빌라를 보기 위해서 움직였다.
“이번에 가는 곳은 지아가 알아봐 준 곳이지?”
“맞아.”
버스를 타는 도중에 은주가 물었고 하린이 답했다. 둘의 말에 지아는 손을 저었다.
“에이, 알아봤다기보다는 그냥. 아는 언니 부모님이 부동산 해가지고 괜찮은 곳 소개해달라고 한 거지.”
“그게 알아봐 준 거잖아. 고마워.”
“히이.”
약속 시간은 오후 2시.
점심을 먹고 이동하자 딱 약속 시간에 맞춰 부동산에 들를 수 있었다.
“아, 오셨네요.”
“네, 저희 빌라 좀 보려고요.”
“네, 바로 가시죠. 이쪽으로.”
하린과 은주 일행은 부동산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서 빌라를 둘러볼 수 있었다.
“쓰리룸 빌라에요. 폴리싱타일 시공이 되어있어서 바닥이 굉장히 깔끔하고 난방비도 적게 들어요.”
“우와아.”
지아는 빌라 안에 들어서자마자 감탄했다.
“여기 엄청 좋은데?”
지금까지 본 오피스텔이나 빌라 중에서 가장 깔끔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 교통적으로도 괜찮았고, 크기 자체가 둘이서 지내기에도 굉장히 넓어 보였다.
“그러게, 거의 아파트나 다름없다.”
“여기 월세가 60이라고 했죠?”
“네, 건물 소유자도 굉장히 젊으셔서 그런지, 보통 보다 더 되게 싸게 내놓으셨어요. 403호가 빠진 지도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월세 60이면 둘이서 달에 30씩 내면 되었다. 가장 좋아 보이는 곳인데, 월세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고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다.
‘보증금은 은주가 내준다고 했지.’
하린은 은주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고마워도 되나 싶었다.
은주의 피아노 미튜부는 지금 폭발적으로 잘 되고 있으니까.
구독자 수도 엄청나게 높고 조회수도 잘 나온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저 정도 구독자에 조회수면 막 달에 억을 벌 수도 있다는데......
혼자 살아도 되는 것을 자신을 생각해서 같이 살자고 제안해 줬으니까. 거기에 보증금까지 그녀가 내준다.
‘나도 언젠가는......’
은주처럼 스스로 성공하고 싶다.
하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정도면 충분히 살만하다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잘 봤어요.”
“네, 마음에 들면 다시 연락주세요~.”
주하린은 마음속으로 마지막 빌라에 살기로 거의 확정 지었다.
그래도 일단 근처의 카페에 들러서, 다 같이 한번 사진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았다.
하린은 일행을 데리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카페에 가서 한번 정리해보고 결정하자.”
“아, 그래. 좋다. 카페는 어디 카페 갈 거야? 여기 근처에 좀 많은 것 같은데. 저기 스타북스?”
보통이면 스타북스가 좋은 선택이겠지만, 은주의 말에 지아는 쯧쯔, 하고 혀를 찼다.
지아가 말했다.
“아니, 저기는 하수야. 여기는 더 싸면서 어엄~청 좋은 곳 있어.”
“진짜? 어딘데?”
“흐흐. 그렇게 안 멀어. 우리 같이 가봤잖아 하린아~. 거기 가자 거기,”
“응. 안 그래도 나도 거기 가려고 했어.”
하린의 대답에 정은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길래 둘이서 저렇게 좋아하면서 말할까.
지나는 그런 세 여자를 바라보며, 뒤에서 조용히 따라올 뿐이었다. 애초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금 ‘자지천재 천진현’이라는 일곱 글자의 단어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왔어. 횡단보도만 건너면 돼.”
하린과 은주 일행은 대략 5분 정도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어떤 건물 앞에 서자, 민지아가 과장스럽게 말했다.
“짜잔~ 여기야. 카페 델리아! 분위기도 대박인데 메뉴들도 되게 맛있어. 특히 휘낭시에가 짱이야. 으흐흐. 벌써 군침 돈다.”
민지아의 말에 정은주는 그녀가 가리키는 건물 1, 2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엄청 커다란 카페였다.
장사가 굉장히 잘 되는지 유리창 너머로 안에 보이는 사람들 또한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가만, 카페 델리아?
정은주는 갑자기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에 빠르게 지갑을 꺼냈다.
그다음 보스턴에서 자신의 사촌 천진현이 준 명함을 바라보았다.
명함에는 진현이의 이름에 더해 그의 전화번호, 그리고 카페의 주소가 적혀있었다.
‘그러고 보니 진현이랑 같이 보스턴 여행온 그 여자 이름이 델리아 아니었나?’
너무 예쁜 여자라 이름도 까먹지 않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이름이 카페 델리아라고?
은주는 확인 삼아 옆에 있는 민지아한테 물었다.
“지아야, 여기 명함 주소 혹시 이 카페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