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화 〉# https://t.me/LinkMoa
‘손님?’
컴퓨터 전원 버튼을 켜려던 찰나, 밖에서 아르바이트생 이신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다정이는 아직 학교에 있을 터였다.
애초에 다정이였으면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이라며 데리고 올 리도 없고.
올라와서 혼자 노크한 다음, 오빠아! 하며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내게 달려왔을 것이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코코아톡 세례를 보내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오늘 찾아올 사람도 없을 텐데......’
생각할 찰나,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신아야. 아직 말하지 말라니깐......!”
“왜에, 이미 오셨는데? 아, 이쪽이에요!”
유정이 누나와 이신아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의 목소리는 살짝 당황스러워 보였고, 이신아는 좀 신나 보였다.
누구길래 저러지?
“아니, 엄마 이렇게 갑자기 오면 어떡해......!”
......응?
엄마?
“갑자기는 얘가. 저번에 한 번 들리겠다고 말했잖아.”
“아, 그래도오...... 오기 전에 나한테 연락을 해줘야지!”
“연락하면 뭐가 달라져?”
“응, 많이.”
유정이 누나의 말.
“그럼 나 지금 그냥 다시 돌아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어어, 아. 응! 그냥 내가 다음에......”
‘아.’
누군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유정이 누나의 어머님이 찾아온 모양이다.
‘잘됐네.’
안 그래도 슬슬 공략하려고 했는데.
블랙룸 업그레이드도 완료했겠다. 이제는 진정한 나만의 하렘 하우스를 차릴 차례였다.
심지어 다정이와 유정이네 어머님을 통해 깰 수 있는 ‘도전 퀘스트’ 또한 상당히 많았다.
[ 히로인 도전 퀘스트 ]
- 친모녀의 호감도를 모두 100 달성하세요.
- 보상 : 250,000코인, 호감도 100을 달성한 모녀의 평균 등급의 무작위 스킬 상자( 등록 당시 기준 )
이건 당연하고.
[ 히로인 도전 퀘스트 ]
- 유부녀(미망인 포함)의 호감도를 100 달성하세요.
- 보상 : 200,000코인
[ 히로인 도전 퀘스트 ]
- 히로인 2명에게 코인을 후원하지 않고 1차 공략을 완료하세요( 단, 등록 시 호감도 50미만 / 현재 완료 : 1명 ).
- 보상 : 300,000코인
이 둘 또한 가능했다.
등급을 올리기 위한 승급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또 분기가 끝나기 전에 최소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도, 나는 도전 퀘스트를 가능한 한 많이 완료해야 했다.
때문에 내게는 이런 퀘스트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히로인’ 도전 퀘스트가 아닌, ‘섹스’ 도전 퀘스트 또한 존재하고 말이다.
[ 섹스 도전 퀘스트 ]
- 친모녀와 함께 섹스하세요( 단, 금전적이거나 강압적인 관계는 인정되지 않음 ).
- 보상 : 250,000코인
‘가능.’
나 천진현.
지금 가능충의 영혼이 들끓는다.
뭐, 그렇다고 오늘부터 바로 수작질을 부린다는 건 아니고.
음음.
나는 그렇게까지 짐승이 아니었다.
“아니, 그럼 언제 다시 와.”
“으응, 내, 내일이나 모래? 내가 진현이한테 미리 말해놓을-.”
아직도 둘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어머님이 돌아갈 것 같았기에, 나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철컥-
“어?”
“앗......!”
그리고 문을 열었다.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 어머님과 유정이 누나의 탄식이 들려왔다.
“유정이 누나 어머님이시죠? 어서 들어오세요.”
나는 생긋 웃는 친절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이신아를 바라보며 말햇다.
“아, 신아씨. 저희 음료 3개랑 빵 종류 몇 개만 세팅해서 가져다주시겠어요? 지금 바로.”
“아, 네.”
이신아는 도도도 내려갔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머님과 누나를 사무실 안쪽으로 안내했다.
이신아는 금방 쟁반에 음료와 베이커리 몇 종류를 가지고 올라왔다.
“여기요.”
“고마워요.”
나는 쟁반을 받은 다음 그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으음.
‘다행이네.’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그녀가 가져온 쟁반에는 자칭 TOP 5음료 민초라떼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인천 국제공항, ICN행 비행기 내부.
“하으우아암......”
일반석 창가 자리에 앉은 정은주는 성대하게 하품을 내뿜었다.
마치 드래곤의 포효.
뭐, 오랜 비행에 지쳐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졸리고, 피곤하고......
정은주는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이제 한국 도착까지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아직 학교 졸업식까지는 조금 남아있었지만, 그전에 일단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뵙고, 하린이 얼굴도 보고 할 겸.
그녀는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 귀향길에 올랐다.
“......그런데 지나 너는 왜 따라왔냐.”
정은주는 옆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몸매가 좋은 외국인 여성, 지나가 앉아있었다.
지나의 옆에는 또 다른 친구인 신예슬까지 타고 있었지만, 예슬이야 뭐, 그녀 또한 유학을 왔으니까.
자신이 잠시 한국에 돌아갔다 온다고 하자 그녀도 부모님의 얼굴이 그리웠는지 같이 가자고 했다.
하지만, 지나는 아니었다.
한국에 아무런 접점도 없는데.
은주의 질문에 지나가 약간 삐진 표정을 하며 답했다.
“왜. 나는 뭐, 여행도 못 가나?”
“아니, 그게 아니라 너...... 해외여행에 별 관심도 없잖아.”
이건 팩트였다.
지나는 자국 여행을 나름대로 자주 다녔지만, 해외여행은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애초에 유흥거리만 찾지, 뭐 문화 같은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친구였다. 당연히 한국 문화에는 더더욱.
자신과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지나가 딱히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아니었다.
유일하게 한국에 대해 잠깐 관심을 보인 것이 딱 먹거리 정도.
하물며 그마저도 부대찌개를 먹었을 때, 꽤 맛있는데? 정도의 반응이었지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꽤 비싼 돈을 주고 비행기 표를 끊어, 자신들을 따라 한국에 오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정은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솔직히 말해. 진현이가 목적이지.”
“어? 에이. 그런 거 아니라니깐? 뷰티풀 컬쳐~,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어휴.”
정은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지나가 아양을 떨었다.
“왜~ 진짜야. 진짠데?”
“거짓말.”
“NO. 팩트, 다.”
아휴.
저 정도면 병이었다.
‘역시 진현이가 목적이야.’
정은주는 속으로 확신했다.
아주 그동안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자지 천재~, 자지 천재 다시 만나고 싶다~, 하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직 그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것이 한이 됐는지, 아예 한국까지 따라 나온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려줘.’
진현이는 진짜 자신의 사촌인데.
맨 처음 보스턴에서 그와 마주 보고 이름을 들었을 때만 해도 혹시나 동명이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엄마한테 물어보고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것으로 자신이 어릴 적 놀았던 그 사촌인 진현이가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나는 아무리 봐도 그와 또 야한 짓을 할 생각인 것 같은데......
그는 여자친구가 있어 보였다.
지나보다도 훨씬 더 예쁜 금발의 여성.
아직도 그녀의 모습은 정은주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다른 가슴이 큰 한국인 여자와도 굉장히 친해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그와 지나가 성행위를 할 때 같이 있던 건 금발의 여성이었다.
지나로 인해 관계가 더 파탄 나면 어쩔 것인가.
그때는 뭔가 지나가 기절해있었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거의 막 3P를 즐긴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혹시 몰랐다.
커플 브레이커인 지나가 관련돼 봐야 좋을 점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따라오면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
정은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번호를 안 주는 것까지는 할 수 있어도, 그 이상 자신이 지나나 진현의 행보에 방해를 놓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진현이 그런 아이가 될 줄은......’
어렸을 적에는 되게 착하고, 밝고, 또 성실한 아이였는데.
정은주는 어렸을 적의 진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보는 외국인 여자를 섹스로 기절시키고, 그 바로 옆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또 섹스한다?
이건 천진현과 매칭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거의 지나급 아닌가......
심지어 요즘에는 지나도 진현과 섹스한 다음 뭔가 인생의 현자타임이 찾아왔는지 문란한 생활도 엄청나게 줄었다.
지나가 저렇게 집착하는 남자도 처음 보고.
어쩌면 진현이야말로 지나를 뛰어넘는 정말 문란한 양아치일수도......
‘그것 때문에 소문이 안 좋았나?’
아닌데, 하고 정은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들려온 진현에 대한 소문은 뭐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고, 미래도 생각 안 하고, 막 그런 식이었는데.
자신이 본 천진현은 그런 이미지와는 아예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 직접 보면 알겠지.’
그가 준 명함은 아직 자신의 지갑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카페에 오면 분명 서비스를 많이 준다고 했지.
‘구라는 아닐거야.’
한국인 친구라고는 하린이와 진현이밖에 없으니까.
졸업한 다음에는 곧바로 한국에서 살 건데, 그와 인사를 나눠두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진현이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뭐, 그거야...... 응.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전에 일단.’
하린이부터 봐야지.
이번에 한국에 들르게 된 이유에는 부모님을 뵙기 위함과 진현이의 카페에 들리는 것도 있었지만, 자취할 집을 구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
하린이는 같이 자취하면 어떻겠냐는 자신의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에 수락하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이야 다른 외국인 여자 룸메이트와도 지내본 경험이 있고, 정 스타일이 안 맞으면 다음에 가서 따로 살면 되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린이가 몇 가지 후보들을 추려놨으니 이번에 같이 돌아다니면서 어디서 사는 게 좋을지 보자고 했다.
[ 승객 여러분 편안한 여행 되셨습니까. 현재 이 항공기는...... ]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곧 착륙의 시간이 다가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예슬이와 지나와 함께 공항 1층에 도착했다.
“예슬, 너는 이거 타면 된다고 했나?”
“응, 부모님이 종암동 사시거든. 먼저 갈게?”
“오케이~. 갈 때 봐~!”
“응!”
예슬이는 공항버스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1층에는 자신과 지나만 남아있었다.
정은주는 힐끗 지나를 바라보았다.
“너 진짜로 나 따라오게?”
“응. 한국 알려주라. 플리즈~.”
한국이 아니라 진현이겠지.
“마지막 날에는 어쩌려고, 나 부모님 댁에서 잘 건데?”
“아, 그때는 당연히 나도 빠져야지. 따로 뭐 호텔에서 자든가 할게.”
뭐, 울 엄마랑 아빠 성격이면 그냥 지나도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겠지만......
후우.
한국행 비행기 표가 그리 싼 것도 아닌데, 진짜.
‘섹스에 대한 열정, 존경합니다.’
정은주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나는 종종 너도 섹스하면 분명 뿅 간다는 말을 내뱉는데.
‘아니, 사촌이랑 그런 걸 할 수 있겠냐고......!’
설령 사촌이 아니더라도, 도무지 자신은 그런 문란한 성 습관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미친 게 틀림없다.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덜렁덜렁.
문득 호텔 문을 열었을 때 본 진현이의 흉측한 물건이 생각났다.
‘으으. 부...... 불가능.’
흉측하게 덜렁거리는 그 괴물.
아무래도 자신은 태생이 유교걸인 듯했다.
어쨌든.
“후우, 그럼 가자.”
“오, 어디. 한즈 호텔?”
“응.”
지나의 물음에 정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열 한즈 호텔.
원래는 하룻밤만 해도 돈이 뭉텅이로 깎여나가는 엄청나게 비싼 호텔인데, 하린이 덕분에 거의 공짜로 이용할 수가 있었다.
“내가 하린이 소개해 줄 테니까, 너무 장난치지 말고. 알았지?”
“그거야 당연하지.”
그 당연하다는 말을 어디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어쨌든 가자. 저거 타면 돼.”
“응.”
은주와 지나는 그렇게 공항버스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