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https://t.me/LinkMoa
자판기의 물품은 매일매일 바뀐다.
물론, 마음에 드는 아이템은 바뀌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었기에 피임약, 쾌감 증폭 등의 필수적인 아이템들은 고정을 해뒀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매번 물품이 바뀌는데......
“이거 괜찮네.”
지금까지 딱히 끌리는 것들이 안 나와서 평소에 사는 것들 말고는 안 사고 있었는데, 이번 물품들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저 ‘너, 내 개가 돼라!’라는 아이템은 예전에 한 번 나온 적이 있지 않나 싶었다. 아마 그때는 막 전 재산이 1,000코인 이럴 때라 구매하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1000개라도 구입이 가능했다.
‘이거 수정이랑 예화한테 쓰면 딱이겠는데......?’
아니면 다정이나 유정이 누나. 델리아한테 써도 꽤 괜찮을 것 같았다.
힐끗 옆을 바라보자 델리아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베시시 예쁜 웃음을 지었다.
‘이번 식도락에서 확 써버려?’
어쨌든 구매는 확정이다.
혹시 나중에 5P나 그 이상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나는 200만 코인 이상을 가진 대부호(?)기 때문에 각각의 아이템을 3개씩 구매하는 사치를 부렸다.
그다음 곧바로 10만 코인을 자판기에 지급했다.
“10만 코인의 지급이 확인되었습니다.”
“블랙룸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킬명과 설명이 달라집니다.”
스킬 설명이 달라진다고?
나는 곧바로 블랙룸 스킬 설명을 터치했다.
[ 블랙 홀웨이 ]
◆ 등급 : 07등급
◆ 설명 : 블랙룸이 업그레이드된 스킬. 스킬을 사용하면 아공간 블랙 홀웨이로 이동 가능한 포탈이 열린다.
◆ 옵션
1. 블랙 홀웨이 ( 액티브 )
- 쿨타임 및 소모값 : 없음
- 첫 번째 사용 시 : 아공간 ‘블랙 홀웨이’로 갈 수 있는 포탈을 생성한다. ‘블랙 홀웨이’ 내부에서 사용 시, 블랙 홀웨이에 들어오기 전 가장 최근 있었던 장소로 향하는 포탈을 생성한다.
- 두 번째 사용 시 : 첫 번째 사용에서 생성했던 포탈을 닫는다.
“음?”
블랙룸이 블랙 홀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딱히 뭔가 스킬 자체가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다.
“진현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별로 달라진 건...... 아.”
방을 둘러보던 나는 지금까지와 똑같은 방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자판기가 있던 쪽을 보고 탄식했다.
자판기가 사라졌다.
그 대신에 자판기가 있던 자리에 문이 하나 생겨났다.
원래 블랙룸은 문이 하나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철컥-
“오.”
문을 열고 나가자 무슨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운 복도가 펼쳐졌다.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샹들리에가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다.
기다랗고 넓은 복도는 양옆으로 총 12개 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각의 문을 열어보니, 전부 이전 블랙룸과 같은 크기와 디자인의 방이 펼쳐졌다.
“대박인데?”
복도 끝에 도달하자 갈림길이 나왔는데, 왼쪽은 화장실 그리고 오른쪽은 무슨 목욕탕이 자리하고 있었다. 크기가 거의 대형 온천 수준이다.
“그런데 자판기는 아예 사라진 건가?”
“아니요. 복도 맨 첫 부분에 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복도 끝부분에 자판기가 박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였다.
왼쪽에 있는 자판기는 기존에 내가 봐왔던 자판기였고, 두 번째 자판기는 처음 보는 자판기였다.
“신나는 성생활~! 당신의 파트너, 블랙 홀웨이 성생활 도우미 자판기 2호에요~!”
“해당 자판기에서는 블랙 홀웨이의 청결 관리나, 포탈 관리가 가능해요~!”
나는 자판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포탈 관리?”
옆에서 델리아가 답했다.
“네.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이제 진현님이 직접 스킬로 소환하는 포탈 말고도, 항상 열려있는 포탈을 소환해두는 것이 가능해요.”
“아, 그래?”
“네. 그 포탈을 특정 사람만 탈 수 있게 하거나, 다른 사람한테는 안 보이게 하는 것도 되니까 혹시 모를 사태 또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
그렇다면 편안했다.
우리 집에 포탈을 박아놓는다면 앞으로 나는 어디서든 포탈을 열어 집으로 귀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기존에는 포탈을 열어두어도 다른 곳에서 새 포탈을 열면 원래 열어뒀던 포탈은 사라졌으니까.
집에 포탈을 열어두고 다른 곳에서 귀환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가능해졌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해외도 그냥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해외에 나나 히로인만 보고 건널 수 있는 포탈을 하나 열어둔다면, 블랙 홀웨이를 통해 어디로든 가는 것이 가능했다.
‘음, 일단은 집으로 향하는 포탈을 하나 생성해 두고.’
딱 현재의 내 히로인들.
나, 델리아, 수정이, 예화, 다정이, 유정이 누나까지만 포탈을 보고 이동할 수 있도록 설정해두었다.
이제 방도 많아졌으니 히로인들한테 하나씩 배정해줘야지.
“리아 너는 어느 방 쓰고 싶어?”
사실 방의 넓이도 다 똑같아서 고르는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일단 물어봤다.
“아 저는...... 진현님은 어느 방 쓰실 건가요?”
“나는 원래 우리가 지냈던 블랙룸 써야지.”
“그럼 저는 그 바로 옆방으로......”
그럴 줄 알긴 했다.
그렇게 해서 리아는 내 옆방, 수정이는 내 반대편 방.
“이것도 리아 네 옷이지?”
“네에, 수정이 언니랑 같이 쇼핑 나가서 샀어요.”
“예쁘다. 다음에 데이트할 때 이거 입고 나와봐.”
“네, 꼭 입을게요.”
대충 방 배정이 끝나고 나는 기존의 내 블랙룸에 있던 리아의 옷이나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으응, 진현님......”
뭐, 당연히 그러다가 눈이 맞아서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고......
“진현아아! 나 방송 끝났...... 어? 문? 헐...... 대박.”
뒤늦게 합류한 수정이한테도 업그레이드 된 블랙룸에 대해 설명해주고 3P를 즐겼다.
각자의 방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 예화, 다정이, 유정이 누나가 합류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셋이서 한 침대에서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델리아와 함께 평소대로 천리염기공을 수행한 나는,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카페에 출근했다.
“후아, 좋다.”
가을 바람이 아주 상쾌하다.
산책 겸 걸어서 카페에 도착하자, 역시나 문이 열려있었다.
나름 7시 20분까지 일찍 도착한다고 했는데, 유정이 누나를 비롯한 오픈 파트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미 준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오, 사장님! 굿모닝~! 히이.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내가 들어가자 직원용 출입구 근처에 있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긴 머리를 찰랑이는 밝은 인상의 아르바이트생.
“네, 잘 다녀왔죠. 근데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표정이 좋아보이는데.”
“흐흐. 내기 말이에요 내기. 이번에 제가 이겼거든요.”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V자를 그리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민초 라떼 인기 TOP 5 음료 등극! 퍼펙트 아이디어!”
그녀의 이름은 이신아.
카페 오픈 때부터 한 아르바이트생으로 유정이 누나가 데리고 온 친구로 아주 텐션이 높은 여자였다.
민트초코 라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의견이 메뉴에 반영된 첫 번째 아르바이트생이기도 했다.
“TOP 5? 민초 라떼 인기가 그렇게 많아요?”
“네, 이거 보실래요? 봐봐요~? 음료 부분, 판매율, 총 4위~. 10위 안에 들까 말까로 치킨 내기했는데 흐흐, 이겼어요.”
“누구랑요?”
“사장님 여친이랑요.”
아, 유정이 누나.
카페에서는 나랑 유정이 누나가 거의 사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유정이 누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나타났다.
“으...... 저건 사고야. 어떻게 민초 라떼가 판매율 4위를 할 수가 있지.”
“흐흐. 이게 다 시대의 트뤤~드를 읽어야 한다는 말씀.”
“아, 다시 해 다시.”
“어, 콜? 자신 있어?”
이신아가 까불거리며 유정이 누나를 자극한다.
“콜, 당연하지.”
“이번에는 뭐로?”
“으음, 똑같이 판매 순위로. 몇 등 할지 더 가깝게 맞추는 사람이 피자 깊콘 쏘기 어때?”
“옼키, 이거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이신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사장님도 하실래요?”
“아뇨, 전 별로-.”
“아 뭐야아. 같이 해요오.”
“그래, 진현아 같이 하자. 나랑 똑같은 거 골라줘, 응?”
“으음...... 그럴까?”
내가 의견을 바꿀 것처럼 되자 이신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오올, 여친 말은 들어주고, 어디 솔로는 서러워서 살겠나.”
“아, 안 해 안 해. 전 올라갑니다.”
“아, 뭐야아. 왜 이리 잘 삐져요. 으흐흫.”
“흐, 농담이고. 대신에 샌드위치 사 왔으니까, 다 같이 나눠 먹어요.”
“오! 샌드위치요? 대박, 내가 좋아하는 거다.”
이신아가 내게서 봉투를 받더니 서로 무슨 맛 샌드위치를 먹을지 유정이 누나와 의논하기 시작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안쪽에서 베이커리 오픈 파트를 맡은 정채은 아르바이트생과도 인사를 나눈 뒤 2층으로 올라와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휴, 오늘은 주식 좀 열심히 해볼까.”
돈이 복사가 된다고?
행운추적자를 착용하고 마술을 펼칠 차례였다.
그래도 아직 주식 시장 오픈까지는 좀 남았으니까.
일단 그전에 레전드 리그에 들어갔다.
[ 죽음은 바람과 같지, 늘 내 곁에 있으니...... ]
원래 부모님이 사라지는 욕을 듣고 접었던 게임이지만, 최근에 다시 잡게 되었다. 능력치가 올라가면서 뭔가 게임이 잘 되기도 했고......
‘이거 솔직히 거의 핵 아닌가?’
행운추적자를 끼고 지금 뭘 해야 하는지 물으면, 무슨 운영을 해야 할지 안경이 황금빛 동선으로 다 알려주었다.
질 수가 없다.
오늘도 전승 가도를 달리던 도중, 문득 휴대폰이 울렸다.
[ 예화♡ : 진현아 오늘 점심 같이 먹을래? ]
예화였다.
[ 나 : 좋다. 우리 어디서 먹을까? ]
[ 예화♡ : ㅋㅋ 그건 지금 생각해 볼게, 오늘 카페 출근했어? ]
[ 나 : ㅇㅇ 지금 2층 사무실 ]
[ 예화♡ : 알았어, 그럼 내가 한 12시 쯤에 카페로 갈게~. ]
‘오늘은 이제 돈 벌고, 예화랑 같이 점심 먹고.’
이따 헤어진 다음에는 수정이를 위한 PC방 인테리어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까지 한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슬슬 돈 복사 버그를 쓰려던 찰나.
똑똑-
사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손님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