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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214화 (214/303)

〈 214화 〉# https‍:‍//t.me/L‍inkMoa

“오늘은 그 점이 궁금하셨나요?”

더이상 질문이 없자 델리아가 말했다.

“응, 뭐. 그러기도 했고. 근데 일단 본론은 상자깡이야.”

“상자깡이요?”

내가 휴대폰을 흔들었다.

“무작위 상자.”

8등급의 아이템 상자와 5등급과 8등급의 스킬 상자. 리아와 함께 깔 생각이다.

“아, 리아가 직접 한번 까볼...... 아, 맞아. 나만 터치할 수 있었지 참.”

“네.”

내가 히로인 어플을 하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있는 걸로 보인다.

내가 의지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면 내가 보고 있는 히로인 어플의 화면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히로인 어플을 조작하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그럼 리아가 지금, 하고 외치면 내가 누를 게 어때?”

“네에, 좋아요.”

리아가 생긋 웃었다.

“그럼 간다? 원할 때 지금이라고 말해?”

“네에.”

일단은 8등급의 아이템부터.

나는 인벤토리에서 무작위 아이템 상자를 터치한 뒤, 사용하기 버튼 바로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한 3초 동안 그러고 있자, 리아가 옆에서 지금이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버튼을 터치했다.

[ 아이템, ‘무작위 아이템 상자( 등급 : 8급 )’를 사용합니다. ]

그 뒤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

깔끔하게 꾸민 방.

“그럼 전 이만 방종할게요~. 여러분들도 푹 쉬세요!”

예쁜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진다.

[ 매화율리우현 : 쁌바~ ]

[ 시아엉덩이reap예아 : 헤으응 눈나... 내일 봐 ]

[ Maycos1101ㅎㅎ : 쁌바~! ]

[ 천진난만SQ유앤미 : 안돼 ㅠㅠ ]

채팅창에 채팅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이를 본 여자 스트리머는 피식 웃고는 다시 깔끔한 목소리로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내일도 이 시간에 올 테니까, 미튜브 많이 봐주시고요. 내일 봐요. 그럼 굿바이~! 다들 안녕~!”

[ 하트동빌런Rober : 쁌바~ ]

[ 우유좋은헤엄chappy : 현생살러가자 흑흑 ]

[ 마아은영의종888 : 쁌바~~! ]

[ 참치아스조아라kiso : 이제 뭐하지? ]

[ back갸오dvr : 생방 후 미튜브, 행복이란 이런 게 아닐까? ]

뚝-

채팅을 어느정도 감상하다가 방송 프로그램을 종료한다.

방송용 컴퓨터의 전원을 끈 뒤에 마이크까지 OFF상태로 바꾼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댄 한다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시발. 오늘도 힘들었다......”

스트리머겸 미튜브 크리에이터 쁌쁌이. 이름 한다은.

유치한 닉네임과는 다르게, 그녀는 가식 없고 거침없는 방송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여쁜 외모와 재미있는 입담.

그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스트리머.

생방송 평균 시청자수도 8천 명을 넘어가고, 미튜브 구독자는 이미 100만을 넘겼다.

하지만, 방송 텐션 유지하기가 정말 더럽게 힘들었다.

“후우, 시발. 오타쿠 새끼들......”

미연시 좀 작작 신청하지.

까보면 죄다 씹덕겜들 뿐이야.

방송을 오타쿠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1, 2, 3부로 나눠서 3부에는 그런 류의 게임을 하겠다고 선언한 자신이 잘못이 크다면 크겠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오늘도 강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찌질한 주인공이 예쁜 여자 5명한테 이유 없이 사랑받는 미연시 게임을 하나 클리어했다.

“아니이, 주인공이 잘생겼으면 또 몰라.”

존나 보고만 있어도 재밌는 게 존잘남의 얼굴이었다.

때문에 잘생겼다면 어느정도 여자 5명이 앵기는 것이 이해가 가는데......

“아무리 봐도 존못이란 말이야.”

오늘 한 게임의 주인공은 생각해도 생각해도 아스팔트에 얼굴을 갈아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걸 존예녀들이 좋아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지.

“그래도 미튭각은 잘 나왔다. 히이.”

피식 웃은 다은은 세수를 하고 물을 한잔 마셨다.

그다음 자연스럽게 레전드 리그에 들어갔다.

방송을 오래 했기 때문에 지금은 누워서 좀 쉴 법도 했지만, 그녀에게는 시청자 없이 혼자서 레전드 리그를 하는 것이 곧 휴식이었다.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니까.

애초에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스트리머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레전드 리그에 접속하고 친구 창을 둘러보는데, 그녀의 눈에 익숙한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수정이 들어와 있네?”

나이스!

[ 강한 크리스탈 : 온라인 ]

그녀의 친구 스트리머, 강수정.

아무리 봐도 닉네임이 존나 구리지만, 그래도 그녀는 마음이 상당히 잘 맞는 스트리머였다.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말을 걸고 싶었다.

채팅을 치려다가, 멈칫했다.

생각없이 행동할 수는 없지.

이건 비밀 계정이니까.

다은은 혹시 몰라서 수정이가 방송을 하고 있는지 들어가 봤다. 지금은 방송 시간이 아니었지만, 꼭 정해진 시간에만 방송을 켜리란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 아, 오늘 왜 롤하냐고? 원래 오늘은 방송 안 켜려고 했어. 지금까지 컨텐츠 많이 했잖아? 오늘 하루쯤은 롤데이 해~. ]

[ 뭐? 노잼? 걍 닥치고 봐라. ]

“프흡.”

여전한 입담이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지. 그때 좀 욕을 줄인다고 해서 줄기는 했는데, 역시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하아, 씁쓸한 솔큐 인생.”

하필 방송 중이냐.

다은은 한숨을 내쉰 다음 혼자서 솔로큐를 잡았다.

그녀의 비밀 계정, ‘반포동 교회 오빠’라는 닉네임이 홀로 펄럭였다.

그렇게 큐가 잡히기를 한창.

지이이이잉-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 민지아 ]

“응?”

지아가 지금 무슨 일이지. 다은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지아야.”

“언니, 혹시 방송 중이에요?”

“방금 종료했는데, 너는?”

“아, 저는 방송 안 하고 있어요.”

“그래? 무슨 일인데?”

한다은은 지아와도 상당히 친한 편에 속했다. 애초에 워낙 인기가 많은 스트리머다 보니 발 자체가 넓었다.

휴대폰 건너편에서 지아가 말했다.

“언니, 언니 부모님이 부동산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그렇지?”

“아, 역시. 잘됐다! 마침 그쪽 동네 월세로 이사 가려는 친구가 있는데, 언니 부동산 소개해주려고 하거든요. 혹시 전화번호랑 위치 좀 줄 수 있어요?”

지아의 말에 다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야 당연하지. 근데 친구 누구? 혹시 나도 아는 앤가?”

“으음, 주하린이라고...... 몇 번 내가 언니한테 이야기하긴 했는데, 혹시 기억나요?”

“아~, 그 호텔 대표 딸이라는 애? 걔가 이쪽 동네에 월세로 이사 온다고?”

“네. 독립하고 싶나봐요.”

호텔 대표의 딸.

그것도 그냥 딸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 격인 한즈 호텔 대표의 딸이었다.

뭐, 그래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아~, 뭐 암튼 알았어. 내가 톡으로 울 부모님 연락처랑 부동산 위치랑 찍어줄게. 걔한테 전해줘. 잘해주라고 말도 해놓을 테니까. 알았지?”

“와! 히히. 역시 언니 천사! 감사합니다!”

“뭘.”

지아는 이래서 귀엽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다은은 기분이 좋아졌다.

“아, 참.”

“네, 왜요?”

“고마우면 레전드 리그 들어와.”

“어, 어? 지금요......?”

“응. 내가 존나 빡캐리해줄게.”

다은의 말에 지아가 살짝 멈칫했다.

“어...... 음...... 아, 그게 저.”

“왜, 바빠?”

“아뇨, 바쁜 건 아닌데......”

“그럼 빨리 들어와.”

뭘 그렇게 빼고 있냐.

설마 자신과 듀오하기 싫을 거라고 한다은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네, 네에. 알았어요. 근데 언니...... 그, 정글 갈 거죠?”

정글?

다은은 생각했다.

정글이 주포지션이긴 했지만, 지금은 정글이 별로 땡기지 않았다.

모처럼 듀오기도 하니까.

게다가 자신은 모든 라인을 다 잘했다.

“아니, 우리 봇듀가자. 나 이번에 스미라 마스터했거든? 진짜 개빡고수. 플라잉 스미라가 뭔지 똑똑히 보여줄게.”

“그, 으음. 프, 플라잉......”

“응, 플라잉 스미라. 오키? 어디보자...... 오, 너 때마침 승급전이다? 잘 됐네, 빨리 들와.”

“아, 그게......”

“끊는다? 기다리고 있을게.”

뚝-

한다은은 전화를 끊었다.

민지아는 그렇게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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