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213화 (213/303)

〈 213화 〉# h‍t‍tps:‍/‍/t‍.me‍/Li‍nk‍Mo‍a

똑똑-

“리아야. 들어가도 돼?”

“아, 진현님.”

노크하자마자 델리아가 방 안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문이 열렸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델리아의 모습.

금발을 찰랑이는 델리아는 언제 봐도 미소가 참 눈부셨다.

“언제든지 들어오셔도 돼요.”

“오, 뭐야. 식물들 또 되게 많이 바꼈네?”

“네에.”

리아의 방은 식물들로 가득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싱그러운 냄새가 콧속을 가득 채울 정도니까.

그녀의 방은 언제나 다양한 꽃들이 활짝 웃으며 아름다운 디자인을 이루고 있었으며, 특이한 식물들 또한 가득했다.

애초에 방이 커다랗기도 하고.

리아의 방 구조는 특이해서 문을 열고 나가면 햇볕을 받을 수 있는 썬룸으로 바로 통하기도 했다.

‘카페 델리아에도 리아가 준 꽃들이 많지.’

덕분에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있어서 한층 더 편해진 감이 있었다.

비단 카페뿐만 아니라, 우리 집의 이웃이나 카페 이웃들에게도 꽃을 꽤 나눠주었고.

어쩌면 카페뿐만 아니라 꽃가게까지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진짜 괜찮은데?’

카페 델리아 근처에 꽃가게를 하나 더 창업하는 것.

물론, 리아가 직접 판매하지는 않고, 그녀는 아름답게 꽃을 디자인한 걸 공급만 해주는 식으로만 해도 좋을 것이다.

내게도 직업 칸이 확장되어 이득일 것이고, 리아 또한 상당히 기뻐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 창업 하니까......

‘요즘 PC방 신경을 못 썼네.’

참고로, 수정이를 위한 ‘크리스탈 PC’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에 있었다.

카페 델리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지하 1층.

상당히 커다란 PC방으로 자리를 마련했는데, 몇 주 전에 다 같이 자가용을 사러 간 날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수정이와의 100일을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한 건데, 아무래도 타이밍이 딱 맞을 것 같았다.

곧 있으면 수정이와의 100일이 다가오니까, 깜짝 놀래켜주기에 꽤 괜찮지 않을까.

수정이도 PC방에서 근무할 일은 없다만, 자기 이름으로 된 PC방이 있으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저번에 카페를 델리아 이름으로 내서 질투했던 모습도 훤했고.

“진현님 과일 드실래요? 깎아 올게요.”

“아, 그래. 우리 이야기는 마루에서 하자.”

“네에.”

리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델리아가 사과와 배, 귤을 접시에 담아 내왔다.

“근데 이런 건 어떻게 자르는 거야?”

특히 토끼 모양으로 깜찍하게 자른 사과가 특히 눈에 띄었다.

신기한 듯 사과를 바라보다가 입에 넣고 오물거리자, 델리아가 답했다.

“알려드릴까요? 수정이 언니한테 배웠어요.”

“응, 궁금하다.”

“아, 그럼 내일 아침에 수련할 때 알려드릴게요.”

“아...... 수련 그렇지.”

천리염기공의 수련.

여행 간다고 어제랑 그제 수련을 쉬었는데, 이제 다시 해야했다.

솔직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력을 수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수련은 매일 델리아와 함께하기에 같이 꽁냥거리는 것도 즐겁기는 했다만, 리아는 꽤 철저한 성격이었다.

부비적 거릴 때는 부비적 거리다가도, 수련에 집중해야 할 포인트가 오면 가차 없었다.

“근데 내일까지만 쉬면 안 될까?”

내가 말하자 델리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안 돼요, 진현님. 저번에 천리염기공 수련은 전적으로 저한테 맡기신다면서요.”

“응, 그건 그런데.”

“진현님도 미래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수련해 두셔야죠!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커다란 무력적 차이가 날 수 있어요.”

델리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긴, 좀 공감한다.

수련은 집의 지하 트레이닝룸에서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 델리아의 지도에 더해 효과 부여 스티커들까지 있으니 내 무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만큼 강해질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이미 충분히 강해진 상태였다.

마력을 운용하면 커다란 침대라도 한 손으로 번쩍 들었다 놨다가 가능한 수준이니까. 일반인 수준의 공격에는 데미지 자체를 안 받는다.

여기서 더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오늘 도전 퀘스트들을 살펴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쩝, 알았어, 그럼 내일부터 다시 하자.”

“네에, 진현님......!”

그냥 같이 수련하자는 걸로 싱긋 웃으며 기뻐하는 리아를 보니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뭇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리아야.”

“네, 진현님.”

“에인션트 드래곤의 처녀는 어떻게 해야 가져갈 수 있을까?”

“......?”

갑작스러운 질문에 델리아의 두 눈이 커졌다.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델리아는 아~ 하고 금방 원래의 표정을 되찾았다.

리아가 쿡쿡, 하고 낮게 미소 지었다.

“혹시 도전 퀘스트를 보셨나요?”

“응. 거기 뭐 되게 많더라. 서큐버스 처녀도 있고, 막 엘프도 있고, 수인도...... 아니 애초에 지구에는 그런 존재가 없잖아. 나 말고 히로인 어플 사용자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묻자 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현님이 유일한 사용자십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히로인 어플은 6개의 세계의 수호 신격을 뽑는 시스템이니까요. 드래곤이나 서큐버스가 지구에는 없어도, 다른 세계에는 존재합니다. 엘프, 수인같은 종족이 있는 세계가 존재해요.”

“그래?”

“네.”

델리아의 대답을 듣고 나는 생각에 빠졌다.

그럼 뭐 판타지 같은 세계가 있다는 건데......

진짜로 드래곤을 따먹을 수 있다고?

7천 년 묵은 숙성 드래곤의 보지를?

오우야.

처녀 서큐버스......

드래곤 뿔잡 펠라......

‘씨, 씹가능......!!!’

가능충의 혼이 발동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 도전 퀘스트 깨려면 그 세계로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네. 맞습니다.”

“어떻게 해서 넘어가?”

“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만...... 차후 진현님이 등급을 올리다 보면 다른 세계에 가셔서 도전 퀘스트를 완료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물었다.

“그게 몇 등급인데?”

“일단 6등급이 되면 한 곳의 다른 세계에 가실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8등급이었다.

“근데 한번 가면 다시 못 돌아오는 건 아니지?”

“물론입니다. 그냥 진현님이 원할 때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실 수 있습니다.”

“막 게이트 열리는 건 아니고?”

“게이트요?”

델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최근에 읽은 소설이 떠올랐다. 갑자기 하늘에 게이트가 생기고 많은 몬스터들이 넘어오고, 던전이 생기고......

헌터물의 클리셰였다.

“응. 막 여기에 몬스터들 나타나고 던전 생기고, 사람들 초능력 각성하고......”

“아......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오직 진현님만 다른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아, 원하신다면 진현님의 히로인들도 데리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요.”

“그래서 계속 천리염기공도 수련하라는 거였구나.”

내 말에 델리아가 긍정했다.

“네, 다른 세계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진현님이 무사히 수호 신격이 되려면 어플의 최고등급을 찍어야 하는데, 그러면 무력은 필수입니다. 미리미리 수련해 두어 나쁠 게 없습니다.”

“아하.”

하긴, 7천 년 묵은 드래곤의 처녀를 가지려면 무슨 짓을 해야 할까.

보상도 9억 코인이 넘던데, 그냥 깨지 말라는 것 같기도 했다.

다가가서 인사만 해도 브레스를 맞고 뒤지지 않을까?

‘뭐, 어차피 지금 일은 아니니까.’

수련을 열심히 하면서 6등급까지 빠르게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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