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https://t.me/LinkMoa
“어......? 수, 수, 수, 수, 수정아......!?!?”
예화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절친 강수정.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수정이가 자신과 진현을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화는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진현이가 부탁한 항문 섹스.
진현이와 첫 섹스를 하고 며칠 지났을 때, 그가 자신에게 부탁한 행위였다.
세상에 섹스를 엉덩이로 하다니......!
예화의 상식선으로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면서 부탁하자, 확고했던 예화의 마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진현이와 섹스하면 너무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와 몸을 겹치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가슴이 크게 두근거릴 정도였다.
그래서 항문 섹스도 내심 기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고......
또 이미 진현이가 좋아진 마당에, 그가 바라는 걸 해주고 싶다는 마음 또한 컸다.
항상 당당한 진현이.
그런 그가 자신이 안 된다고 하니까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하게 귀엽다고도 느껴지기도 했다.
......아, 아무튼!
정말로 하고 싶구나, 라고 느껴서 인터넷에 항문 섹스에 대해 검색해보았고. 진짜 그런 성 취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리 주의사항들을 읽어보고, 또 도구도 구입하고.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한 다음 집에 들어간 그가 자신에게 이번 여행 때 한번 그쪽으로 해보자고 톡을 보내왔길래, 부끄럽게 얼굴을 붉히며 도구까지 챙겨서 왔다.
그래서 진현이와 함께 항문 섹스를 하는 순간인데......
“수, 수정아...... 너, 너 대체 어디서......!”
분명히 펜션에는 자신과 진현이 둘밖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수정이는 오늘 친구랑 함께 어딜 간다고 했었는데......!
분명히 자신에게 해변 사진도 보내줬......
‘아......!’
그때, 수정이가 보내온 해변의 사진이 다시 한번 예화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속초.
어쩌면 그 사진의 배경이 지금 자신과 진현이 놀러 온 속초의 바다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수정이는 애초부터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방에 있는 커다란 붙박이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자신이 장롱 안에 숨어서 진현이와 수정이의 관계를 훔쳐봤던 것처럼, 수정이 또한 저 붙박이장 안에서 자신들의 관계를 지켜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럼 처음부터 봤다는 소리인데......?’
예화는 몸을 덜덜 떨었다.
키스를 나누고, 섹스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인 모든 걸.
게다가 지금 상황도 그냥 뭐 사이좋게 데이트하는 순간도 아니고, 아예 항문 섹스까지 시도하는 도중이니.
진현이와의 관계를 완벽하게 들켰다고 봐야 했다.
예화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얼굴이 완전히 새빨갛게 익었다.
“수, 수정아 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수정이가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망했다.
이제 다 끝이야.
혹시나 이런 일이 언젠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을 먼저 유혹한 건 진현이였지만, 애초에 그런 그의 마음을 받은 건 자신이니까.
설령 그가 양다리, 삼다리 이상을 걸친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절친인 수정이의 남자친구와 몰래 바람을 피웠던 건 사실이었다.
“수, 수정아...... 진짜, 진짜로 미안해. 나, 나아......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사과부터 했다.
말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었다.
더 뭐라고 뒷말을 붙이고 싶지만, 막 다시는 안 만날 게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진현이 너무 좋았으니까......
그래서 수정이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수정이의 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예화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수정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말 실망이라고 뺨을 때릴까? 아니면 의절을 선언할까?
만약에...... 진현이랑 헤어지라고 하면 그때는 어떡하지?
“예화 너어......!”
온갖 고뇌가 예화의 머릿속에 난무할 찰나, 드디어 코앞까지 온 수정이가 입을 열었다.
예화는 숨을 죽이고 수정이의 말을 들었다.
“하, 항문은 안돼......!”
응?
뭐, 뭐라고?
“어, 으응......?”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저절로 의문문이 튀어나오고, 두 눈이 떠졌다.
하지만 수정이의 발음은 매우 정확했다.
“항문 섹스는 안 돼! 적어도 내가 먼저 할거야......!”
너무나도 뜻밖의 말이었다.
예화가 두 눈을 수정이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아......’
지금까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생각한 수정이는 눈동자는, 분노가 아닌 자신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 담겨있다는 것을.
혼란스러움 속에서 놓쳤던 그녀의 복장 또한 심각했다.
팬티가 내려가 보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그 보지에서는 애액이 뚝뚝 흐르는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예화의 머릿속에서는 ‘3P’라는 단어와 함께.
수정이가 오늘 아침 잘못 보냈다고 한 다정이와 진현이 셋이서 함께 찍은 야한 사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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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아, 쪼옵, 쫍, 기분 좋아......?”
“아, 좋아...... 좀 더 흔들어줘.”
“으응.”
떠오른 건 떠오른 건데, 정말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 아니.’
대,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솔직히 수정이와 함께 하는 걸 상상해 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옆에서 우물쭈물 있자, 진현이 자신을 불렀다.
“예화 뭐해. 너도 멀리 있지 말고 이리 가까이 와.”
“지, 진짜로 셋이서 하는 거야?”
“그럼, 앞으로 더 친해져야지.”
수정이한테는 용서를 받았다.
아니, 정확히는 용서라기보다는 수정이와 진현이가 자신에게 사과했다.
사실 수정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여행도 원래 셋이서 같이 하려고 짰다고 하니까.
‘칫......’
그럴 거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좀 말해주지.
그동안 마음고생을 한 건 대체 뭐란 말인가.
들키면 어쩌지 생각하며 그동안 진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아까 전에도 수정이가 나타났을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어쩐지 진현이가 계속 수정이한테 말하자고 하고,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듯 확신하듯이 행동하기는 했다.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점.
또 이 여행이 자신과 단둘이 즐기기 위해 계획한 여행이 아닌 점에 서운함이 들어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지만......
[ 진짜 미안해 예화야. ]
또 진현이가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자신을 토닥여주자, 그런 마음들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진짜 바보가 된 기분.
그래도 진현이랑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고 하는데......
“아......! 수정아 슬슬 쌀 것 같아.”
“잔뜩 싸줘. 헤헤, 내가 다 먹어줄게. 쪼옵, 츄웁......♡”
솔직히, 진현이가 수정이랑 먼저 사귄 것도 알고 있고, 수정이가 진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지만.
과연 진현이가 수정이랑 저렇게 야한 짓을 하는 걸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건, 살짝 괴로웠다.
이전에 수정이와 진현이가 함께 야한 짓을 하는 걸 봤을 때는 단 1도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그저 저렇게 큰 진현이의 자지를 빨고, 섹스하는 수정이를 구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정이 대신 자신이 저 자리에 들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