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97화 (197/303)

〈 197화 〉# ‍ht‍tps‍://‍t.me/LinkMoa

“여기?”

“으응~, 거기서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그럼, 여기?”

“아, 거기 좋다! 찍을게?”

찰칵.

휴대폰을 들고 진현의 얼굴 초점을 맞춘 예화는, 착시현상을 주는 미술품 앞에 선 그를 즐거운 표정으로 촬영했다.

“잘 나왔어?”

“응, 이거 봐봐.”

다가온 그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예화는 진현과 함께 사진을 공유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수정이에 대한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진현과 함께 하룻밤을 보낼 펜션을 구경하고, 또 데이트까지 하자 행복한 감정과 함께 걱정되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

뭐래도 지금은 둘밖에 없으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그저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이 솟아났다.

사진을 공유한 뒤, 예화는 진현의 곁에 몸을 딱 붙인 채로 나머지 전시물들을 관람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진현의 향기도, 팔의 감촉도. 너무나 좋았다.

착시를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미술품들이 전시된 미술관.

진현과 같이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바다를 걸은 뒤에 어디를 같이 가볼까 하다가 꽤 신기해 보여서 그와 이야기해서 들린 미술관이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은 어쩌면 작곡에 대한 영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신기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화는 미술품을 보는 내내 즐거웠다.

“재밌다. 오길 잘했어, 그치?”

미술관의 모든 층을 다 돌아본 다음, 예화가 물었다. 진현은 밝게 웃으며 답했다.

“응. 그러게, 신기한 작품들 많았어.”

“맞아.”

“우리 뭐, 기념품 하나 살까?”

“기념품? 아, 좋다.”

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내려온 곳이 기념품 관이었다.

같이 뭐 살만한 게 있나 샵을 둘러보는데, 아쉽게도 전시된 예술품에 비해 기념품은 좀 부실했다.

“스읍. 막 끌리는 건 없네.”

“응, 그러게......”

결국, 같이 찍은 사진들을 기념품 삼기로 하고 로비로 내려왔다.

1층에 오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냄새의 근원지를 보니까 프레즐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팔고 있는 가게 하나가 있었다.

“아......”

“왜?”

“으응, 암것도.”

고개를 젓는데 시선을 들킨 건지, 진현이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과 가게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먹고 싶어?”

“흐흠. 그렇긴 한데, 점심에도 많이 먹어서.”

저것도 먹으면 살찔 것 같아, 라고 돌려서 표현했는데 진현은 팔을 이끌고 가게 쪽으로 향했다.

“하루쯤은 어때. 실컷 먹어. 저녁에 맛있는 거 또 먹을 텐데.”

“그런가?”

“그래. 사줄까?”

“아냐, 내가 살게. 진현이 너는 뭐 먹을 거야?”

“으음, 나는 시나몬 스틱으로.”

그렇게 기다리는데 줄이 좀 있었다. 20초쯤 기다리다가 진현이 입을 열었다.

“좀 걸릴 것 같은데, 나 차 빼고 있을까? 우리 입구에서 만나자.”

“아, 그게 좋겠다.”

예화의 대답에 진현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예화는 진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 함께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흣.”

사진들이 다 되게 잘 나왔다.

같이 바다 앞을 걷다가 찍은 사진이나, 미술관에서 둘이서 찍은 사진이나.

어쩌면 수정이가 보내준 사진보다도 더......

‘한번 비교해 볼까?’

그런 불순한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 강수정 : 지금 뭐 해? ]

수정이?

예화는 순간 놀랐지만, 예화는 당황하지 않고 수정이와의 톡방에 들어갔다.

그냥 집에서 쉬는......

이라고 적으려다가, 혹시 수정이가 오늘 만나자고 하면 할 변명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설마 갑자기 스튜디오에 찾아오지는 않겠지.

예상대로 수정이는 찾아오겠다는 답변을 보내지는 않았다.

[ 강수정 : 나 친구랑 같이 놀러 왔다? ]

[ 나 : 그래? 어디로? ]

[ 강수정 : ㅋㅋ 사진 보내줄게. ]

진짜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덕분에 자신도 진현이한테 사진 찍는 게 옮긴 했지만.

예화는 피식 웃으며 수정이의 사진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진을 본 예화는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할 수 없었다.

[ 강수정 : ( 사진 ) ]

‘여, 여긴......?’

******

같은 시각.

따뜻하게 난방을 켜 놓은 국밥 전문점.

‘금강 원조 국밥’이라는 간판을 지닌 음식점 안에서는 늦은 점심 식사 시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요즘에 우리 아들 신수가 아주 훤해.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지 뭐야. 아주 핫하다던데.”

“어머머머. 정말 잘됐네. 아휴~ 울 아들도 좀 제대로 직장을 가져야 하는데, 하여간 놀기만 하고......”

“에이, 무슨. 나중에 잘하겠지. 자기 아들은 저번에 어여쁜 여자친구 사귀었다면서?”

손님이 없는 3시 반 이후에야 종업원들은 조금 숨을 돌리며 밥을 뜰 수 있었다.

서로의 아들딸 자랑을 하며 TV 소리를 라디오 삼아서 재미있게 떠드는 모습은 이 가게의 완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신수 하면 우리 윤씨만 하겠어? 요즘 뭐 비법이라도 있는 건지, 어찌 그렇게 혈색이 좋아?”

“맞어맞어.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얼굴이 아주 훤하던데. 뭐, 회춘이라도 하는 거야?”

그런 종업원들에 섞여 조용히 국만 떠먹던 윤나은은, 갑자기 화제가 자신이 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저었다.

“아이, 참.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니야~. 비법 있으면 우리랑도 좀 공유하고 그래.”

“그려. 진짜 혼자만 다른 시간대를 산다니까.”

다들 깔깔거리며 윤나은을 칭찬했다. 윤나은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마음속으로까지는 부정하지 못했다.

‘회춘......’

가게의 종업원 중 그녀 혼자만 유독 30대 초반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본래도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특히 요즘에는 더욱 물이 올랐다.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는 한다.

피부나 그런 것들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정말로 회춘이라도 하는 것 마냥 몸의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튼, 윤씨는 이제 퇴근인가? 언제까지 쉬지?”

“네에. 저 다음 주말까지.”

“흐흐. 그래. 푹 쉬고, 딸들이랑 시간도 좀 보내고 그래~.”

“그러려고요. 감사합니다~.”

윤나은은 가게 사장 할머니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평소에 열심히 한다고 가게 사장 할머님께서 특별히 근 2주가량을 쉬게 해주셨다.

쉬는 동안의 돈도 꼬박 나오기 때문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푹 쉬다 와~.”

윤나은은 밥을 다 먹은 뒤 즐겁게 웃는 다른 종업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2주 동안 쉬는 시간이 이어진다.

윤나은은 가게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켜서 사랑스러운 두 딸들에게 톡을 했다.

[ 나 : 엄마 지금 퇴근했다~ ]

다정이와 유정이가 속한 가족 단톡방.

톡을 입력하고 길을 걷다 보니 얼마 있지 않아 금방 답변이 달렸다.

[ 다정♡ : 나 1시간 뒤 도착!! ]

[ 유정♡ : 나도 그쯤 갈 것 같아~ ]

둘 다 1시간 안에 집에 도착한다는 메시지였다.

오늘은 딸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입가에 절로 푸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확실히 가게 사장님 말씀대로 최근 너무 딸들과 시간을 못 보내기는 했다. 데이트한 지는 정말 오래됐고.

그래서 다정이와 유정이한테 휴가 소식을 알렸는데, 오늘 함께 영화를 보자고 딸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집에 들어와서 몸을 씻은 다음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고르고 소파에서 쉬고 있자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다정이구나, 생각하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나왔어~!”

“딸, 왔어?”

웃으며 딸을 맞이하자, 얼마 있지 않아 유정이도 귀가했다.

“어? 내가 제일 늦었네?”

“으흐, 언니 지각~.”

다정이와 유정이는 사이좋게 투닥거리다가 함께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에는 딸 둘의 사이가 매우 좋아 보여서 굉장히 기뻤다. 이전에도 사이가 좋았지만, 지금은 정말 거리낌 없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

윤나은은 두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라면 자신이 영화를 예매했어야 했지만, 오늘은 딸들이 다 예매를 해놨다고 따라오라고만 말했다.

윤나은의 물음에 다정이가 휴대폰을 켜더니 사진 몇 개를 보여주었다.

“이히, 짠~.”

영화 예매권에 이어서 저녁 레스토랑 식사권.

사진을 바라본 윤나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화는 일반석도 아닌 무슨 특별 상영관에, 레스토랑은 비싸기로 소문난 이름의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딸, 이거......”

깜짝 놀라 하며 사진을 바라보자, 그 표정을 읽었는지 다정이가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사실은...... 에헤헤, 진현이 오빠가 준 거야.”

“진현 오빠?”

많이 들어본 이름에 윤나은은 다르게 되물었다.

“그 카페 사장님?”

“웅.”

“응.”

두 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딸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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