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96화 (196/303)

〈 196화 〉# h‍t‍tps‍:/‍/t.me/L‍in‍k‍M‍oa

『 응! 준비 완료! 』

머릿속에서 수정이의 힘찬 대답이 들려왔다. 특유의 목소리 톤이 굉장히 밝다.

『 뭐야, 왜 그렇게 신났어. 』

『 히힛, 비이밀~ 』

『 지금 델리아도 같이 있지? 』

『 웅웅. 나한테 메신저 왔다니까, 옆에서 막 투덜거리는데? 』

수정이의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 왜? 자기한테 안 보내줬다고? 』

『 응. 흐흣. 』

델리아.

리아는 내게 완벽한 충성심을 보이는 반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질투심이 상당히 강했다.

처음 소환했을 때는 표정도 좀 일차원적이었는데, 요즘은 표정도 굉장히 다양해졌고, 질투의 감정 또한 많이 표현했다.

아무래도 그때 호감도 100을 찍었던 여행의 영향이 좀 컸지.

지나라는 금발 외국인 여자와 내가 관계를 맺은 뒤 델리아의 질투심이 폭발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나의 친구 둘은 한국인이었는데.

내 명함을 받고는 아직 연락이나 카페에 들렀다는 소식은 못 들었다.

『 아무튼, 같이 있으면 지금 문 연다? 』

『 오케이~! 』

나는 곧바로 블랙룸 포탈을 열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속초.

오늘 밤은 수정이와 예화의 사이좋은 3P 섹스를 위한 밤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수정이도 속초까지 와줄 필요가 있었는데, 당연히 KTX를 타고 혼자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소환 스킬로 수정이를 눈앞에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긴 했지만, 소환 스킬은 한 번 사용하는데 30코인이 들었다.

반면, 블랙룸 포탈을 여는 데에는 10코인.

이제는 코인 부자인 입장에서 10코인이나 30코인이나 그거나 그거나지만...... 많더라도 알뜰살뜰하게 써야 더 한다는 우리 어여쁜 델리아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와아, 여기가 예약한 펜션이야?”

허공에 타원형의 막이 생기고, 늦가을의 외출복 차림에 간단한 가방을 멘 수정이와 델리아가 포탈에서 나왔다.

“어때, 괜찮지?”

“대박인데? 오옹! 침대도 좋아, 히히. 푹신푹신~.”

수정이는 나오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펜션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창문 밖 경치도 보고, 침대에 몸도 눕혀보고.

수정이가 펜션을 둘러보는 동안, 델리아는 슬그머니 내 옆에 다가와 몸을 딱 붙였다.

은은하고 달콤고소한 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다.

나는 길게 뻗은 리아의 아름다운 금발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리아 오늘 옷 되게 예쁘다.”

“그런가요?”

“응, 잘 어울려. 수정이랑 같이 산 거야?”

“네에.”

리아가 기분 좋게 웃으며 내게 몸을 더 밀착시켰다.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다.

리아는 살짝 까치발을 들고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입술을 내밀었다.

요 요망한 것.

나는 리아의 입술 위에 부드럽게 내 입술을 포개주었다.

“아, 뭐야아! 나는!”

쪽쪽거리며 입맞춤을 즐기고 있자, 1층을 구경하던 수정이가 다시 2층으로 올라와서는 소리쳤다.

“흐흐, 수정이도 이리 와.”

수정이까지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았다.

예화한테는 배가 아프다고 말한 다음 나왔으니까. 10분 정도까지는 괜찮겠지.

조금만 즐기다가 다시 차로 돌아가자고 생각한 나는 잠시 키스의 시간을 즐겼다.

몇 번 쪽쪽거리고 오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다시 수정이와 리아를 떼어두고 말했다.

“이제 가야겠다. 바비큐 9시 잊지 말고, 둘도 재미있게 놀아?”

“응!”

“네, 진현님.”

힘차게 대답하는 둘을 놔두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수정이에 이어 델리아까지 속초에 데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수정이가 이왕 속초에 가는 거, 자신도 일찍부터 속초를 돌아다녀 보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

수정이가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그래도 델리아까지 있는 편이 안심되니까, 내가 수정이보고 리아랑 둘이서 데이트하라고 했다.

수정이와 델리아가 둘이 다니면 너무 예뻐서 어그로를 많이 끌 수도 있겠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델리아한테는 인식 저하와 같은 편리한 마법들이 존재하니까. 이제는 수정이도 델리아가 마법 같은 걸 쓸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의 일이 있어도 델리아가 다 지켜줄 수 있고.

물론, 예화랑 이번에 3P를 할 때는 델리아가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수정이는 몰라도 갑자기 못 보던 델리아가 끼어들면 예화가 크게 당황할 수 있으니까.

수정이랑 같이 3P하는데 델리아를 혼자서 놔두는 것도 뭐하지만, 요즘 델리아는 그래......

응. 좀 특이했다.

아니, 충격적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스킬 ‘주변 감지’를 얻고 난 뒤 얼마 전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델리아가 수정이랑 내가 1:1 섹스를 할 때마다 거의 매번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긴 채 우리 둘의 관계를 관음한다는 점이었다.

[ 헐? ]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언젠가 수정이가 서큐버스 코스프레를 하고 내 눈을 감긴 채 대딸해주는 플레이를 한 적이 있는데, 좀 답답해서 주변 감지 스킬을 쓰니까 델리아가 옆에서 자위하는 중이었으니까.

분명 그냥 보면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델리아가 히로인 어플의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다고는 해도, 내가 무슨 스킬을 얻고 어플로 뭘 하는지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아마 그 때문에 내게 주변 감지 스킬이 있는지 모르고 투명화로 완전히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직 델리아에게 내가 알고 있다고 말 안 하고 있긴 한데...... 언제 한번 깜짝 놀래켜주긴 해야겠다.

그래도 오늘은 아니지.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예화가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로 다가갔다.

일단 오늘의 주인공은 예화니까.

저녁에 바비큐 파티를 하기 전까지는, 그냥 예화랑 같이 재미있게 데이트를 즐기면 되겠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

진현의 뒷모습이 멀어진다.

펜션 밖의 자동차.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본 강수정은 델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됐지?”

“네, 언니.”

트위블 TV 스트리머 겸 미튜브 크리에이터인 ‘스트롱 크리스탈.’

센스없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강수정의 하루는 간단했다.

아침에 일어나 진현이, 델리와와 같이 즐겁게 떠들며 아침밥을 먹고, 진현이가 카페로 출근하는 걸 마중한다.

진현이가 나가고 난 다음에는 방송을 준비하며 델리아와 이야기를 하거나 미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방송은 아침부터 점심이 조금 넘을 때까지.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편집을 시작하고, 끝마친 다음에는 미튜브에 영상을 올린다.

보통 영상을 올리고 나면 딱 저녁 시간이 되는데, 그때 델리아와 같이 저녁밥을 시켜 먹거나 아니면 요리를 하며 진현이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진현이의 귀가는 무작위였다.

가끔 빠르게 집에 들어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늦은 시간에 들어온다.

진현이가 들어오면 진현이와 함께 너무 행복하고도 야릇한 시간을 보낸 다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

그다음에는 다시 일상의 반복.

방송이 없는 날이면 진현이가 카페에 출근하지 않고 둘이서 같이 오봇한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바로 친구인 예화 때문.

최근에 진현이는 예화랑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다.

비단 예화 때문에 질투가 나는 것은 델리아, 다정이, 유정이 언니가 다가 아니었다.

질투심이 나는 것은 그녀의 친구인 강수정 본인도 마찬가지.

그야...... 자신이 진현이 예화와 가까워지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는 질투를 안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여전히 예화와는 사이가 좋고, 그녀에게 나쁜 마음은 별로 가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현이 예상보다 예화와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으니까.

특히나 사진을 볼 때 그랬다.

[ 예화는 좀 어때? ]

[ 궁금해? ]

자신이 진현에게 예화와의 근황을 물어볼 때마다 그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예화와 진현이 사이좋게 찍은 투샷을 볼 때마다 저절로 입술이 튀어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최근에는 예화가 직접 요리해줬다며 요리 사진들까지 보여주었으니까.

예화 원래 요리도 잘 안 하면서!

저 웅장한 랍스터는 대체 뭐란 말인가.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평소에 예화한테 보내는 진현과의 사진이 이런 염장이 될 줄이야 하고 살짝 반성하기도 했지만, 괜한 질투에 요즘에는 더 많이 보내고 있었다.

아무튼.

원래 오늘의 계획은 간단했다.

9시에 진현이 예약한 펜션에서 할 바비큐 파티.

파티를 즐기고 난 진현과 예화가 안에서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이 난입한다는 매우 간단하고도 단순한 계획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델리아랑 같이 놀고 말이다.

하지만, 수정은 그 계획을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래.’

괜히 진현에게도 심술이 났기 때문에, 오늘은 진현이까지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델리아의 힘이 필요했다.

리아는 처음에 진현한테 반하는 짓은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어차피 조금 놀리는 것뿐이고 절대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고 설득하자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 또한 진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에 질투심이 쌓였던것이다.

‘으으...... 그런데 직접 보는 건 사진보다 더하긴 하네.’

펜션에서 리아와 함께 나온 지 대략 1시간.

리아의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몰래몰래 진현과 예화를 미행하던 수정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진현과 예화.

둘이 걸으니 괜히 그림이 되었다.

예화는 예뻐도 너무 예뻐서 탈이다. 자신도 외모로는 자신이 있었지만, 예화는 델리아 급으로 너무 예뻤다.

심지어 외모뿐만 아니라 강수정 자신이 무조건 예화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몇 없다.

있다면 밤 기술 정도가 아닐까.

역시.

‘오늘은 정정당당하게 야한 짓으로 승부하자......!’

수정은 그렇게 둘을 슬금슬금 따라갔다.

******

그리고 나는 주변 감지로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슬금슬금 이동하는 둘을 보며 생각했다.

‘얘네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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