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https://t.me/LinkMoa
월요일 저녁.
“후아~.”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예화는 물기를 털어낸 뒤 침대에 몸을 눕혔다.
푹신푹신한 침대.
침대 옆 협탁으로부터 풍겨오는 디퓨저의 향기.
“히이.”
괜히 미소를 지은 예화는 이불을 한차례 안고 그 푹신함을 즐기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작업이 참 잘 됐다.
비록 진현과는 카페에 들렸을 때 잠시 얼굴을 보고 키스를 나눈 것으로 그쳤지만, 그래도 내일은 같이 여행을 가니까.
함께 데이트할 생각을 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위이잉-
“응? 뭐지.”
문득 휴대폰이 울려서 화면을 바라보니, 다정이로부터 톡이 와 있었다.
[ 윤다정 : 언니! 이번 곡도 진짜 대박!! ٩(ˊᗜˋ*)و 너무너무 좋아요!!! ]
“아, 다정이구나.”
조금 전에 완성한 곡을 보내줬는데, 다행스럽게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예화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
[ 나 :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다 ㅎㅎ ]
[ 윤다정 : 마음에 안 들 수가 없어요. ㅠㅠ 진짜 너무 대박이에요! 덕분에 3주 차 공모전도 1등 할 것 같아요!! ]
다정이의 칭찬에 예화의 미소는 더욱 밝아졌다.
칭찬이 좋기도 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던 만화가 어느덧 성장한 모습을 보니 뿌듯함도 느껴졌다.
하물며 그 만화에서 자신이 만든 BGM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평 또한 좋으니까.
기분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 나 : 와아. 이번 주도? 대단하네. 저번 주도 1등 하지 않았어? ]
[ 윤다정 : 네, 맞아요! ㅋㅋ 지표 보면 이번 주도 확실한 것 같은데, 댓글들이 다 BGM 너무 좋다고 난리인 거 있죠? ]
[ 윤다정 : ( 사진 ) ]
[ 윤다정 : ( 사진 ) ]
다정이는 BGM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잔뜩 담긴 스크린샷을 몇 개 보내주었다.
평소에 예화 또한 다정이의 만화를 자주 봤기 때문에, 읽어봤던 댓글들이 많았다.
그래도 칭찬은 몇 번을 들어도 기쁘니까.
[ 나 : 사람들도 좋아해서 진짜 다행이다~. ]
[ 윤다정 : ㅋㅋ 요번에 주신 곡도 분명 좋아할 거에요!! ]
다정이는 연속으로 톡을 보냈다.
[ 윤다정 : 아마 4주 차도 이 곡 실으면 1등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로 언니 공이 커요. 너무 고마워요 ㅠㅠ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
예화는 다정이의 톡을 보고 웃었다.
“보답은 무슨.”
다정이는 아무래도 공짜로 음악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게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았는데, 솔직히 예화 입장에서는 그리 감사받을 일이 아니었다.
[ 나 : 보답 같은 건 안 해도 돼. ㅎㅎ 어차피 나도 좋아서 하는 거니까. ]
만화에 BGM을 상업적으로 넣을 수 있게 공짜로 허락해줬지만, 저작권은 예화 자신에게 있었고.
오히려 다정이의 만화 조회가 굉장히 잘 나와, 대형 음악 사이트에 올린 앨범이 꽤 잘 팔리고 있었다.
[ 윤다정 : 그래도요 ㅠㅠ 언니 공짜로 작업해주시고 후원까지 해주시는 거 너무 미안한데...... ]
[ 나 : 에이, 괜찮다니까~ 미안해할 필요 전혀 없어. ]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오히려 예화 자신이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비싼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여러 가지 챙겨 주고 싶고.
하지만......
‘......볼 낯이 없지.’
예화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정이 또한 진현과 깊은 관계에 있었다.
그녀에게 진현과 자신의 관계를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정이나 다정이를 볼 때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을 보면 미안함과 불안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쩌면, 음악을 이렇게 흔쾌히 제공하는 데에는 그녀에 대한 팬심 외에 약간의 죄책감도 작용했을지 모르겠다.
관계를 다 털어놓고 편해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눈빛을 할지 상상해 보면, 두려움에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휴우.”
예화는 다정이와의 몇 마디 톡을 더 나누고는, 앞으로도 만화를 열심히 그려달라는 말과 함께 좋게좋게 톡을 잘 마무리했다.
다시 천장을 바라보자, 문득 진현과 좀 전에 나눈 톡이 생각났다.
[ 나 : 우리 내일 몇 시에 만나? ]
[ 진현이☆ : 아침 8시에 보자. 내가 너희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 ]
그래.
내일은 1박 2일로 진현과 짧게 여행을 가는 날.
이미 준비를 다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기대감과 기쁜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역시 일말의 불안한 마음 또한 예화의 가슴속에 싹트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예화는 괜히 수정이와의 톡방에 들어갔다.
[ 강수정 : 나 미튭 최대 조회수 갱신함! 30만!! ]
[ 강수정 : ( 사진 ) ]
[ 강수정 : 어때, 대박 아님!? ㅋㅋㅋㅋ (๑˃̵ᴗ˂̵)و ]
혹시나 수정이가 자신과 진현의 관계를 의심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마음에 그녀와의 톡을 다시 체크해 봤는데, 예화는 자신이 가진 불안감의 온도와는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른 톡방의 내용에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흣.”
역시나, 수정이는 딱히 자신과 진현의 관계를 눈치채거나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어젯밤 수정이와 나눈 톡은 그녀의 미튜브 영상 조회수나 게임에 관한 것이 끝.
‘진짜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예화는 휴대폰을 꺼서 협탁에 내려놓고 이불을 끌어 올렸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만나기로 한 것은 내일 아침 8시니까.
내일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씻고 화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예화는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덮어둔 채 살포시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아침.
화요일.
“아! 진현아. 왔어?”
몸을 깨끗이 씻고, 화장까지 예쁘게 한 다음 빌라 1층에 나와 기다리고 있자, 얼마 있지 않아 진현이 차를 끌고 예화 앞으로 왔다.
창문을 내리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어? 예화 벌써 내려와 있었네?”
“그야, 너 일찍 올 거 아니까.”
예화는 웃으며 대답했다.
진현과 만나기로 한 시각은 아침 8시.
약속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내려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3분도 채 기다리기 전에 빌라 앞에 도착했다.
“나 늦으면 어떻게 하려고, 날도 추운데 그냥 들어가 있지.”
“아냐. 늦으면 좀 더 기다리면 되니까. 정 뭐하면 전화해도 되고.”
“말 예쁘게 하는 거 봐. 이리 가까이 와 봐.”
“응? 왜?”
진현이 예화에게 손짓하자, 예화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진현의 얼굴이 커지더니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움-. 아. 가, 갑자기 뭐야.”
“너무 예뻐서. 오늘 옷도 되게 잘 어울리네. 여기 옆에 타. 가방은 이리 주고.”
“아, 으응. 고마워. 여기.”
혹시나 키스하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역시나.
예화는 기쁜 마음에 웃으며 가방을 풀어 진현에게 건네주었다.
진현은 가방을 받아 뒷좌석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되게 가볍네?”
“든 게 별로 없어서 그래.”
짐을 그렇게 많이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야 1박 2일일 뿐이니.
“잘했어. 무거워 봐야 몸만 힘들지.”
진현의 말을 들으며 예화는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찰나 진현이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미리 나와 있지 말고 안에 있어. 나 맨날 일찍 오는 것도 아니잖아.”
예화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살짝 얼굴을 갸웃했다.
“아닌데, 너 맨날 일찍 와.”
“응? 그래?”
“응. 저번에도 나 씻는데 갑자기 왔잖아. 생각 안 나?”
진현을 바라보자, 그가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맞다. 그때 수건.”
“거봐아......”
예화는 그의 반응에 눈을 가늘게 떴다.
진현은 다 좋은데 항상 빨리 오는 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야 늦거나 안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언제는 한 번 씻고 있는 도중에 그가 도착한 적도 있었다.
날씨도 춥고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서, 인터폰으로 진현인 걸 확인한 다음 수건만 간단히 걸치고 문을 열어줬었다.
정말 부끄러웠지.
“그때 진짜 섹시했는데.”
“아! 상상하지 마아.”
“흐으. 왜 예쁜데. 아무튼, 벨트 맸지? 이제 출발한다?”
“아, 응.”
진현은 안전벨트를 다 맨 걸 확인한 다음에 차를 출발시켰다.
곧이어 차가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아 차를 운전하는 진현과 바깥 풍경을 번갈아서 바라본 예화는, 문득 휴대폰을 켰다.
‘어디......’
코코아톡을 실행해 수정이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나 안 했나.
그걸 확인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수정이로부터는 아무런 톡도 와 있지 않았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예화는, 이번 여행이 그래도 안전할거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 옆에서 운전하는 진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