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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192화 (192/303)

〈 192화 〉# https://t.m‍e‍/LinkM‍oa

치이익-

정말로 수정이한테 들키면 그때는 어떡하지......?

그런 미약한 불안함이 예화의 마음속에 감도는 와중에, 진현이 불쑥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무슨 파스타 해?”

언제 주방까지 따라왔는지.

마늘과 새우를 볶는 예화의 뒤로 보이는 진현의 얼굴에는, 한치의 근심이나 걱정도 없어 보였다.

‘......’

예화는 진현을 흘끗 바라보다가, 살짝 입술을 비죽였다.

‘수정이, 다정이 게다가 윤유정.’

문득 그의 표정을 보니까, 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여성들이 생각났다.

예화가 아는 것만 해도 그의 여자는 총 세 명.

심지어, 여기에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려운 부분이었다.

며칠 전 그에게 두 번째로 안긴 날 한번 떠보듯 물어보긴 했었는데, 진현은 웃으며 얼버무릴 뿐이었다.

‘그야......’

진현이 수정이와 연인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있는 자신도 그렇게 떳떳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양다리를 걸치면서 이리 걱정 하나 없어 보일 수 있을까.

자신은 들키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며, 항상 조마조마한데.

지금은 약간 저 태연함이 부러웠다.

“왜, 고민이라도 있어?”

“응? 아, 아니. 아무것도.”

그렇게 수정이에 대한 조금의 불안, 질투 섞인 표정으로 멍하니 진현을 바라보고 있을 찰나, 그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예화의 눈에 들어왔다.

“그럼 왜 삐졌어.”

“삐졌다고?”

“응. 요거 나와 있잖아. 빨리 집어넣어.”

“아, 움......”

진현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누르자, 튀어나와 있던 예화의 입이 쏙 들어갔다.

“......삐진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그냥, 아무것도 아냐아.”

“흐. 그래?”

진현의 웃는 모습에 예화도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지금은 일단 고민을 집어넣어 두자.

예화는 다시 손을 움직여, 후라이팬에 볶던 마늘과 새우를 마저 볶기 시작했다.

“파스타 뭐냐고 물어봤지?”

“응.”

“궁금하면 한번 맞춰봐.”

예화는 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그리 어렵지는 않다.

진현은 으음, 하며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질문하듯 답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어?”

“어때, 바로 맞췄지?”

“으응, 그렇긴 한데. 완벽하게 맞았다고 하기에는 뭐하고.”

“에이, 그게 뭐야.”

진현의 항의가 들려온다.

예화는 웃으며 불을 줄이고, 옆에 놓인 플라스틱 박스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 있던 커다란 무언가를 꺼낸다.

“자, 이거 봐봐.”

“뭔데?”

궁금해하는 진현의 눈앞에 예화의 손에 갑각류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현이 눈이 커졌다.

“오. 랍스터?”

“응. 어제 부모님 집에서 뭐 받아와서 요리해준다고 했잖아? 알리오 올리오를 베이스로 해서 위에 랍스터 얹으려고.”

“아하, 맛있겠다.”

입맛을 다시는 진현의 모습을 바라본 예화는 웃으며 거실을 가리켰다.

“가서 손 씻고 소파에 앉아있어. 그렇게 오래는 안 걸리니까. 아, 심심하면 TV 보고 있어도 되고.”

“TV는 별로 재밌는 게 없더라. 내가 도와줄까?”

“도와준다고?”

“응.”

진현이 도와줘서 같이 요리를 한다.

그것도 원래라면 꽤 괜찮긴 한데......

예화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괜찮아. 파스타라 되게 간단하기도 하고, 별로 도와줄 게 별로 없어서. 가서 그냥 쉬고 있어도 돼.”

“아, 그래? 그럼.”

진현은 순순히 뒤돌아서 거실로 향했다.

그가 돌아간 모습을 본 다음에야, 예화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예화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냥 대충 인터넷에 나돌아다니는 레시피를 보고, 적당히 따라만 만들 수 있을 정도.

지금도 휴대폰을 다시 켜, 열심히 파스타 조리법의 설명을 읽어나갔다. 요즘은 미튜브로 요리 레시피가 참 잘 나와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수정이는 되게 요리 잘하는데.

그녀는 딱히 레시피 같은 걸 보지 않아도, 혼자서 아주 뚝딱뚝딱 맛있는 반찬을 잘 만들어냈다.

이전부터 친하게 알고 지낸 사이라, 수정이가 한 요리도 몇 번인가 먹어본 적이 있었다.

진현이가 수정이랑 같이 살면, 수정이가 요리를 자주 해주겠지?

‘아, 또......’

수정이 생각.

예화는 고개를 저어 수정이와 자신의 비교를 털어버리고, 계속해서 요리를 진행했다.

“다 됐다......!”

얼마 걸리지 않아 랍스터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특유의 마늘향과 랍스터의 향.

두 냄새가 섞여 위를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풍겼다.

눈으로 보기에도 되게 맛있어 보인다.

한 가닥 먹어봤을 때도, 맛이 꽤 괜찮았다.

이건 성공작이다.

기쁜 마음에 식탁보를 깔러 거실로 나가자, 진현이가 TV를 보고 깔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 가창력뿐만 아니라, 정말로 흥이 폭발하는 무대였습니다! 진짜로 스타성이 돋보이흫! 아, 아니, 돋보이는...... ]

[ 방금 뭐였어요. 일부러 귀여움 어필이라도 하신 건가요? ]

[ 아니야, 아니에요. 진짜. 아무튼, 93호 가수님 정말 잘하셨고요...... ]

무슨 프로를 보나 싶어서 모니터를 바라보니,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사위원석에 어디서 봤던 것만 같은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특히, 저번에 진현이와 같이 갔던 진수아가 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진수아 덕-.”

“아, 내가 그 말 할 줄 알았어. 흐. 아니라니까~.”

진현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하자, 그가 웃으며 손을 저었다.

“틀자마자 이 채널 나온 거야. 오히려 예화 네가 보는 거 아니야?”

“아, 그래? 사실 난 여기서 하는 드라마 봐서......”

“아하. 파스타는 다 된 거야? 옮기는 거 도와줄까?”

“아, 응.”

예화는 진현과 함께 주방으로 갔다.

과연 맛있게 먹어 줄까.

은근히 진현의 반응이 기대되었다.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진현의 뒤를 따라가는데, 진현이 커다란 랍스터가 올라가 있는 파스타 접시를 보며 과장된 리액션을 했다.

“와~, 뭐야. 진짜 맛있겠는데?”

“......”

“왜?”

“방금 리액션 진짜 가짜 같았어.”

일부러 기분 좋으라고 한 반응인 걸 아는데, 너무 티나지 않는가. 예화는 웃으며 말했다.

진현도 피식 웃더니 예화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러게, 왜 그렇게 기대하는 표정을 해~.”

“어? 티, 티 났어?”

“엄청. 맛있겠다는 건 진심이니까. 얼른 가져가자.”

“으응.”

진현은 접시 두 개를 들고, 예화는 포크와 주스를 가지고 식탁에 앉았다.

세팅을 다 하자, 진현이 휴대폰을 꺼넸다.

“사진 찍어도 돼?”

“사진?”

“응.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이건 안 찍으면 손해다 진짜.”

“그, 그래? 상관은 없는데......”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진현은 찰칵찰칵 여러 각도로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너는 사진 안 찍어? 아니다, 내가 이따 톡으로 보내줄게.”

“아, 응.”

진현의 말에 또 수정이가 떠올랐다.

‘수정이도 사진 되게 많이 찍는데.’

지금 자신이 진현과 이런 관계가 된 걸 역시나 모르는지, 수정이는 아직도 진현과의 염장 사진을 보내왔다.

이전에는 그렇게 커다란 생각은 안 들었는데, 이제는 효과가 직방으로 나타났다. 수정이랑 함께 행복하게 웃는 진현의 모습을 보면 자꾸만 가슴이 아프다.

저렇게 사진 찍는 모습도 수정이한테 옮은 건 아닐까.

‘아니, 왜 자꾸.’

예화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진현에게 말했다.

“다 찍었으면 한 번 먹어봐.”

“오케이.”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서 입에 넣기까지.

진현의 움직임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마침내 파스타를 씹은 그가 살짝 놀란 표정을 했다.

“오. 맛있는데? 이거 딱 내 취향이다.”

“진짜?”

“진짜로.”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지 않았다.

실제로 자신도 맛봤을 때 꽤 괜찮기도 했고.

진현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예화도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포크를 들어 파스타를 돌돌 말았다.

******

“으음......”

쨍쨍한 아침.

예화는 기지개와 함께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났다.

부스스한 눈을 떠서 옆을 바라보자, 진현이 바로 옆의 같은 침대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남자의 알몸.

원래는 너무나도 낯선 풍경이었지만, 이제 진현의 알몸은 살짝 익숙해졌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진현과 격렬하게 관계를 맺었으니까.

같이 이야기하고, TV나 영화를 보고.

저녁은 근처의 일식집에서 초밥을 시켜 먹었는데, 그다음에도 또 옆에 딱 달라붙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릇한 분위기가 펼쳐진 것이다.

그야 뭐,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야한 짓을 했겠지만......

[ 벌써 이만큼이나 젖었어? 예화 진짜 많이 야해졌네. ]

[ 으응, 그런 말 하지마아. ]

어제 그와 나눴던 대화를 생각하니 얼굴이 빨개졌다.

이제는 진현이 키스를 해오면 자동으로 입술이 벌어지고, 몸을 만져주면 자연스럽게 애액이 흐르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몸이 나쁘다.

진현의 자지에 반응해 그가 허리를 튕길 때마다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쾌감이 드는데, 어떻게 안 느낄 수가 있겠는가.

너무나도 큰 쾌감에, 어제도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아.”

문득 든 생각에 혹시나 하고 아랫배를 만져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의 정액이 안에서 느껴지지는 않았다.

“휴우.”

이제는 슬슬 가임기에 걸치는 위험한 날들이 왔기 때문에, 안에는 너무 위험했다.

솔직히 콘돔도 하고 해야 하는데......

진현은 콘돔도 안 하고, 맨날 자꾸 안쪽에 싸려는 느낌이었다.

진짜로 임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참.

[ 그럼 나랑 결혼하자. ]

“......”

자꾸만 안에 싼다고 할 때마다 결혼하자고 해서 그런지, 그가 허리를 움직이며 자신을 꼭 안아줄 때만 귓가에 그런 단어가 맴도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결혼해 아침을 맞이하면 이런 느낌이겠지.

“신기하네.”

예화는 멍하니 진현의 복근을 손가락으로 쓸며, 그의 몸을 조물조물 만졌다.

되게 탄탄했다.

자신도 운동은 꾸준히 하는데, 이렇지 않은데.

남자의 몸은 이렇게 다른가.

자꾸만 손이 가서 계속 만지게 된다.

문득 지금도 저번 놀이공원 때처럼 사실은 깨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 그럼 오히려 이득일지도......’

이제는 이런 관계가 된 이상 더이상 꿇릴 게 없었다.

그렇게 한창 진현의 복근을 콕콕 찌르며 놀고 있을 찰나.

위이이이이잉-

자꾸만 밖에서 묘한 진동 소리가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뭐지?”

묘하게 거슬리는 소리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예화는 거실 쪽으로 몸을 옮겼다.

“아.”

보니까 소파에서 휴대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거실에서 키스를 나누다가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옷을 벗고 침실로 향했었지.

아무래도 진현의 휴대폰인 것 같았다.

예화는 진현에게 가져다줄 생각으로 휴대폰을 집었고.

“어......”

[ 수정이♡ ]

액정에 비춘 이름에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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